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w. Claire |
18세기 지구와는 분리된 별개의 세상이 있었다. 에덴(the garden of Eden), 천사와 악마만이 살아가던 낙원에 분열이 생겨버렸다.
초기의 천사와 악마가 서술한 에덴의 역사에 의거하면, 본래 에덴은 천사들이 살아가는 동쪽의 에오스와 악마들이 살아가는 서쪽의 네스토르, 천사와 악마가 태어나는 북쪽의 가이아로만 이루어진 곳이었다. 천사와 악마들은 개인마다 생명이나 감각이 직결된 반려동물을 가지고 있었다. 대부분이 매력적인 외양을 타고난 악마들은 제 모습이 추악하다고 생각헀다. 모두가 눈동자는 검었고, 피부는 창백하게 하얀 빛이었으며 붉은 입술이 왠만하면 곱게 보는 얼굴들이었으나 경계심을 느꼈을 때 돋아나는 날개는 보기 싫게 종이를 마구잡이로 찢은 모양에 천사들과는 달리 새까맸고 눈은 핏줄이 서 새빨갛게 변해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제 손에 쥐어준 영생을 포기하고 싶어했다. 하지만 해낸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들은 천사들과 달리, 반려동물이 상처를 입으면 그 상처가 신체에 직결되긴 했지만 반려동물들 역시 영생을 타고났기 때문이었다. 극심한 상처를 입어도 그들이 죽을 수 있는 방법이란 없었다. 반면에 생이 200년으로 제한된 천사들은 영생을 갖길 원했다. 그마저도 대립하는 악마들이 천사들의 반려동물을 죽여버리면 감각 뿐만 아닌 생명마저 직결된 천사들은 더 일찍 죽어버렸다. 그래서 천사들은 길어봐야 200년인 일생보다 긴 영생에 집착했다. 본래 가지지 못한 자들은 가진 자들의 단점보다는 장점이 돋보여 그들의 고통섞인 신음을 배부른 소리라며 힐난한다. 그래서 가진 자와 그렇지 않은 자들은 사이가 좋지 않았다. 악마와 천사도 다르지 않았다.
에덴의 최북단에는 선과 악이 불규칙하게 혼입되어 있는 땅, 가이아가 있었다. 모든 천사들과 악마들의 고향은 가이아였다. 가이아는 2년의 주기를 토대로 선과 악이 섞인 사람과 그 사람의 반려동물을 내뱉었는데, 그 비율은 비슷했지만 어느 쪽이 조금 더 우세하느냐에 따라 천사와 악마가 결정되는 형식이었다. 단, 영생을 가진 악마들에 비해 생명에 제한이 있는 천사들과 악마들의 수 비율을 맞추기 위해 태어나는 수는 악마보다 천사가 월등히 많았다. 모든 천사와 악마들은 가이아에 다가설 수 없었다. 선과 악 모두가 극도로 강한 지역이었기에, 그곳으로 다가서는 발걸음 하나하나가 그들에게는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안긴 덕분이었다. 에덴이 생긴 수천년 동안 가이아는 그 규칙성에 엇나가는 법이 없었다. 2500여년 전 딱 하루를 제외하고.
2500여년 전 어느 날, 가이아에서는 이상한 소음이 울렸다. 태어나는 아이가 천사인지 악마인지를 판별하고 그 반려동물과 함께 데려가기 위해 가이아 근처에서 서식하던 천사들과 악마들은 그 소리를 똑똑히 들었다. 그들이 놀라 서둘러 가이아가 보이는 곳으로 달려가자 선의 백색과 악의 흑색이 고루 섞여 늘 회색빛의 구 형태를 유지하던 가이아가 미친 듯 핏빛에 팽창하기 직전으로 부풀어있었다. 그들은 그 광경에 놀라 소리조차 지를 수 없었다. 곧이어 가이아는 2년의 주기가 아님에도 한 남자를 뱉어냈다.
ㅡ멍청이들.
공허한 눈으로 천사들과 악마들을 번갈아 바라보던 남자가 입꼬리를 끌어올려 웃고는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천사들과 악마들은 그를 '가이아가 낳은, 천사도 악마도 아닌 남자'라 표현했고 카이라고 불렀다. 백현은 그 날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백현은 에덴의 생성 초기에 태어난 보수파 악마였다. 그들은 대부분 천사와 영생을 경멸했다. 천사의 반려동물을 죽이는 것도 대부분이 보수파 악마였으나 백현은 달랐다. 영생을 증오하긴 했지만 그는 천사를 동경했다. 똑같이 새까맣지만 탁한 제 눈동자에 비해 천사들의 눈망울이 그가 살아온 수천년 동안 보아온 어느 것보다도 더 아름다울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수많은 천사들을 보아온 백현은 그들과 같이 아름다워지고 싶어했다. 그래서 경계심이 일어날 때 돋아나는 흉측한 날개와 핏줄이 곧두서는 눈을 가리기 위해 제 반려동물인 고르고스/=드래곤/을 그 누구도 찾을 수 없는 감옥을 만들어 가두어버렸다. 주인에게 절대복종하는 반려동물의 특성에 따라 고르고스는 주인에게 버림 받았다는 생각에 항상 감옥 안에서 축 처져있었고, 백현 또한 늘 무기력했다. 날개와 빨간 눈은 생겨나지 않았다. 악마들과 천사들은 예쁜 백현을 보고 천사인 줄로만 알았다. 어느 누구도 백현이 악마라며 손짓하지 않았다. 그래서 백현은 에오스에 자주 드나들었다. 백현의 얼굴을 아는 보수파 악마들도 백현이 첩자를 자청하는 것으로 여기고 간섭하지 않았다.
백현은 4년 전에 에오스에서 경수를 만났다. 경수는 소년 천사였다. 본디 가이아에서 태어나는 천사와 악마의 모습은 아동기에서 청년기까지 가지각색이었으나 태어난 후 정확히 100년이 되면 누구든 청년의 모습을 하게 되기에 백현은 경수가 100살도 채 안된 어린아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고의적으로 만들어낸 제 외모와 다르게 타고나 예쁜 외모가 백현을 현혹시켰다. 원래 우리는 부모 따위 없으니까, 위안하며 백현은 경수를 데려다 제 손으로 키우기 시작했다. 후에 알게 된 것이지만 경수는 96살이었다. 올해로 100살이 되어 청년기를 맞은 경수는 여전히 동글한 눈매에 귀여운 외모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백현은 경수가 오랫동안 제 곁에 있어주길 바랐다. 그래서 저가 악마라는 사실을 은닉했다.
한 가지 의아한 것은 경수에겐 반려 동물이 없다는 것이었다. 경수야, 경수는 반려 동물 없어? 그게 뭐냐며 되려 눈을 빛내는 경수에게 백현은 당황했다. 경수는 저가 반려 동물을 본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반려 동물 자체가 워낙에 주인에게 붙어 있으려 하는 성미라 잃어버릴 수도 없을텐데, 백현은 혼란스러웠다. 천사라면 저처럼 반려 동물을 가둬버릴 이유도 없다. 알아봤지만 가이아에서는 발견된 착오도 없었다. 경수의 반려 동물은 에덴 어딘가에 존재하지만 경수와 제 범위 안에는 없다. 언제든지 그것을 가지고 있는 누군가가 죽여버릴 수 있다는 사실에 경수와 백현 둘 모두는 크게 불안해했다. 백현은 시간이 날 때 마다 경수의 반려 동물을 찾았지만, 종류조차 몰라 또한 막막해했다. 100년 동안 아무 일이 없었으니 괜찮지 않을까, 사실은 마음이 점점 더 안일해졌다. 그리고 오늘 백현은 꿈을 꿨다. 백현은 무릎 꿇은 채 결박되어 있었고, 낯선 남자의 실루엣만이 자리했다. 차가운 손이 목가를 쓸며 기분나쁘게 볼을 핥았다.
ㅡ남의 것 가져가니까 좋아? ㅡ무슨, 개소리야. ㅡ너도 예쁘긴 한데, 걔는 내 거야.
네 걸 찾아왔으니, 내 걸 가져갈게. 기분 나쁜 음성.
닥, 쳐. 몸을 비틀며 일어난 백현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앉은 채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그리고 크게 놀랐다. 100여년 동안 제가 가두었고 또 계속 갇혀있어야 할 고르고스가 제 옆에서 날개를 퍼덕이고 있었다. 입술을 깨문 백현이 떨리는 손으로 제 등을 훑자, 너덜거리는 날개가 만져졌다. 내가 다시, 악마가 되었고, 갇혀야 할 나의 고르고스가 돌아왔다.
네 걸 찾아왔으니, 내 걸 가져갈게.
백현은 눈을 꾹 감고 제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제발, 아아, 제발. 눈을 뜬 시야에는 새근거리며 자고 있어야 할 경수가 자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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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똥손으로인한부가설명 |
Hㅏ.. 판타지 쓰기 힘드네요 제 똥손에는 무리였어요 매끄럽게 전개도 안 되는 것 같고 우선 큰 맥락을 설명하겠습니다
1. 우선 판타지이기에 에덴은 백퍼센트 제 상상 속의 장소입니다
에덴은 말했듯 동쪽에 천사가 사는 에오스, 서쪽에 악마가 사는 네스토르, 북쪽에 모든 천사들과 악마들, 그리고 카이의 출생지인 가이아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개 상 설명은 없었지만 가이아에서 아이가 태어날 때 반려동물은 함께 나오는 거예요. 종류는 짐작할 수 없습니다. 가이아에서는 경수처럼 소년으로 태어날 수도 있고, 왠 애기가 태어날 수도 있어요. 카이처럼 청년 상태로 태어날 수도 있습니다.
2. 아마 메인은 카디찬백이겠지만 갖가지 커플링들이 나올 수 있습니다. 또 앞으로 많은 일들이 일어날 거예요, 에덴에서.
3. 제목의 의미는 앞으로 점점 읽어가면서 아실 수도, 모르실 수도 있어요. 중단편에서 중장편이 될 것 같습니다. 아직 정해진 건 없어요.
4. 반려동물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실 것 같아요ㅋㅋ큐ㅠㅠ.. 악마들은 반려동물과 감각만이 연결되어 있어요. 고통은 함께 느끼지만(백현이는 이를 이용해서 자신이 악마의 모습으로 변하는 걸 막으려 했어요), 둘 모두 영생이라 죽지 않습니다. 천사들은 생명, 감각 모두 연결되어 있어요. 천사들의 명이 200년이지만 반려동물이 1년만에 죽는다면 천사도 1년만에 죽어요. 그래서 백현이랑 경수가 두려워하게 됩니다.
+ 5. 1화를 쓰다보니까 앞으로 반전이 많이 나올 것 같아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프롤로그는 정말 맛보기? 라고 보심 될 정도로 다음 내용들에는 프롤에서 언급하지 않은 것들이 많습니다. 놀라지 않고 봐주세요ㅋㅋ큐ㅠㅠ 사실 막장처럼 보이면 어쩌나 불안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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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팬픽인데 벌써 망한 냄새가.. 팬픽은 어려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