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째 연애중 14 " 너 갑자기 왜 이래. " " ... " " 응? 뭐 때문에 이러는데. " 민윤기의 대답을 듣자마자 발끝부터 올라오는 빡침의 열기에 즉시 그 자리에서 발걸음을 옮겨 다시 걷기 시작했다. 의아하게 나를 바라보던 민윤기는 빠르게 나를 따라와 걷다가 무섭게 정색을 한 나를 보더니 내 눈치를 살폈다. 머뭇거리며 그 이유를 묻는 민윤기를 무시하고 꼿꼿이 정면을 응시한채로 걸었다. " 야. " " ... " " 진짜 말 안해줄거야? " 주구장창 내게 왜 그러냐고 묻는 민윤기를 무시했다. 차마 니가 내 생일도 몰라줘서 그런다,라고 말할 수 없었다. 멀지 않은 거리였기에 어느새 집 앞에 도착했다. 민윤기 손에 있는 쓰레기 봉투를 재빠르게 뺏어들고 집으로 들어가려했다. 하지만 몸을 돌리자마자 그보다 더 빠르게 민윤기가 내 손목을 덥썩 잡았다. " 왜 그래 너. " " 내가 뭘. " " 너 지금 기분 완전 꽝이지? " " ... " " 뭐 때문인데. 내가 뭐 잘못했어? " " ... " " 응? " 민윤기는 내 두 어깨를 잡아 나를 완전히 돌려세웠다. 그 바람에 애써 시선을 외면하고 있던 나는 고스란히 민윤기와 눈을 맞추게 되었다. 내가 지금 사실대로 말하면 너는 무슨 반응을 할까? 내 섭섭함에 낯설어하며 당황해할까? 아니면 미안함에 난감해할까? " 그냥. " " ... " " ...배고파서 그래. " 궁색한 변명이었다. 대답을 회피하려다 보니 얼토당토 않는 말이 튀어나왔다. 사실대로 말했을 때 민윤기의 반응이 궁금했지만 턱 밑까지 차오른 말을 꾹 삼켰다. 내가 여기서 말한다고 뭐가 달라지겠니. 내가 말한다고 달라질 것도 없었으며 혹시라도 내 쓸데없는 기대로 인해 민윤기와의 관계가 이상해질까봐 참고 또 참았다. 힘들게 편해졌는데 다시 어색한 관계가 될 순 없었다. " 하. " " ... " " 너답다, 진짜. " " ... " " 난 또 뭐라고. " 민윤기는 작게 헛웃음을 짓더니 내 이마에 가볍게 꿀밤을 선물하고 이내 뒤돌아 자기 집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뒤 한번 돌아보지 않고 뚜벅뚜벅 잘도 걸어가는 그 뒷모습에 대고 외쳤다. 너 때문에 그래, 이 개자식아! 물론 마음 속으로만 아주 우렁차게 말이다. 그 날밤 내 생일을 불쾌한 기분으로 맞이하고 싶지 않아 애써 기분전환을 하려고 노력해봤지만 결국 민윤기 때문에 기분이 정말 꽝인채로 잠이 들었다. 아침부터 몸이 찌뿌둥했기에 생일이고 뭐고 그저 집에서 뒹굴거리고 싶었다. 하지만 늘 이럴 때만 부지런한 성실하신 김태형님께서 행여나 또 한참을 기다렸을까봐 무거운 몸을 일으켜 씻고 나갈 준비를 하였다. 그래도 나름 일년에 한번뿐인 특별한 날이었기에 좋아하는 옷을 꺼내입고 정성스레 화장도 하였다. 그래도 꾸미고 칠하고 하니 기분이 좋아져 괜시리 들떴다. 집을 막 나가려고 하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김태형이 벌써 와서 전화를 했겠거니하고 바라본 핸드폰 액정에 뜬 이름은 지금 이 시간대, 이 상황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예상치 못한 인물이었다. 뜬금없게도 걸려온 민윤기의 전화에 의아해하며 전화를 받았다. " 여보세요? " [ 어쩐 일로 깨있어? ] " 누굴 잠탱이로 알아. 왜? " [ 아니, 그게... ] " 어? " [ 그 있잖아... ] 민윤기답지 않게 본론에 쉽게 도달하지 못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은데 쉽사리 말을 꺼내지 못하고 빙빙 돌리며 그게, 있잖아,만 반복하는 민윤기에게 점점 지쳐갔다. 지금 나가야되는데 뭐하는거야. " 왜! 뭐! " [ 야, 오늘. ] " ... " [ 뭐해? ] " 어? " [ 뭐 약속같은거 없으면, ] " ... " [ 나랑 밥이나 먹을래? ] 당황스러움의 연속이었다. 아침부터 걸려온 전화도, 그리고 민윤기가 내게 건넨 말도. 모두 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었기에 한꺼번에 밀려온 당황스러움 때문에 말문이 막혔다. [ 아니, 뭐 먹고싶은게 있는데 혼자 가기 그래서. ] " ... " [ 다른 친구들한테 연락하자니 귀찮고. 니가 제일 한가하잖아. ] " ... " [ 오늘 내가 살게. ] " ... " [ 갈래? ] 솔직히 말하면 좋다고,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이고 싶었다. 전화라서 민윤기는 보이지도 않을테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의 대답을 건네고 싶었다. 하지만 김태형과의 선약이 있었기에 그럴 수 없었다. 내 생일을 축하해주겠다고 먼저 선뜻 나선 사람에게 단지 다른 사람과 밥을 먹으러가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약속을 취소할 수는 없었다. 최소한의 예의였다. " 미안. " [ ... ] " 나 오늘 약속 있어, 김태형이랑. " 응, 그래, 좋아, 가자. 미안하다는 말 대신에 말하고 싶은 수많은 말들이 떠올랐지만 꾹 억눌렀다. 민윤기에게 거절의 말을 건네는 순간, 야속하게도 맞지 않았던 시간이 짜증 났다. 왜 하필 니가 밥 먹자고 한 날이 오늘이야. [ ...아, 그래? ] " 응. " [ 그럼 다른 애랑 가야지 뭐. ] " ... " [ 너 후회할거다. 거기 짱 맛있는데. 게다가 내가 선뜻 밥 사준다고 하는 날이 흔한 줄 알아? ] 잘 알지. 안 흔한거. " 야, 다음에 꼭 사줘야해? 알겠지? " [ 너 하는거봐서. ] " 야- 그런게 어딨어. 사줘사줘. " [ 몰라, 데이트나 잘해. ] 민윤기에게 사달라고 투정부리던 내 말을 무시하며 민윤기가 내뱉은 마지막 말을 끝으로 전화는 끊겼다. 데이트? 내가 제정신이라면, 내 귀가 잘못 듣지 않았다면 분명 데이트, 데이트를 잘하라고 했다. 무슨 데이트야 데이트는. 그래도 아침 일찍부터 서두른 덕분에 다행히도 빨리 나올 수 있었다. 집 앞이 조용한 것이 김태형이 아직 도착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김태형을 기다리게 하지 않았기에 부담감을 한시름 덜은 마음이 가벼웠다. 하지만 햇살을 받으며 몇분 기다리지도 않았는데 김태형은 생각보다 빠르게 도착했다. 그것도 누가봐도 서두른 티가 역력한 두 볼이 빨갛게 상기된 모습으로 말이다. " 미안. " " 어? " " 많이 기다렸지. 늦어서 미안해. " 손목에 찬 시계를 보았다. 약속시간을 넘기는커녕 그 시간조차 되지 않은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김태형은 참으로 난감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 아니야. 아직 시간 안 지났어. " " ...그래? " " 그리고 뭐가 미안해. 조금 늦을 수도 있지. " " 나는 너가 벌써 나와있길래 늦은 줄 알았지. " " ... " " 너 누구 기다리는거 싫어하잖아. " 난 참 이기적이었다. 그리고 내 이기심은 누군가에게 부담이 되었다. 단지 내가 기다리는 것을 싫어한다는 이유만으로 김태형은 늘 나보다 빨리 나와야만 한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을 것이다. 아닌척하지만 그 마음 한켠에 자리 잡고 있을 부담감에 김태형에게 미안했다. " ...그래도. " " ... " " 가끔은 할만해. 기다리는거. " " ... " " 그니까 가끔은, 아니 좀 더 자주 늦게 와도 돼. " " ... " " 너가 오는거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 내가 지금 김태형에게 해줄 수 있는건 조금이나마 그 부담감을 덜어주는 것 뿐이었다. 고작 그 뿐이라는 사실이 나를 한없이 작아지게 만들었지만 그마저도 김태형에게는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었던 모양이다. 김태형은 두 눈이 반달처럼 휘어지도록 생글생글 웃었다. " 응! " " 가자, 이제. " " 그래그래. " 그 얼굴을 마주보고 나역시 환하게 웃어주며 걸음을 떼려다가 멈칫하였다. 그리고는 다시 김태형에게 시선을 돌렸다. " 근데 우리 어디 가? " 무작정 집앞으로 나오라고만 한 김태형 때문에 목적지를 몰랐기에 더이상 걸음을 옮길수 없었다. 그저 김태형을 바라보며 두 눈을 동그랗게 뜨자 김태형은 웃으며 내 손목을 잡았다. 누가봐도 손을 잡으려다가 실패한 모양새였다. 어정쩡하게 그냥 있기도 그렇다고 손을 잡기도 애매하여 난감해하고 있을 때 김태형이 나를 앞으로 잡아당겼다. 덕분에 나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걷기 시작했다. " 내가 다 생각해놨지. " " 뭔데? " " 어허- 비밀이야. 오늘은 내가 하자는대로 하는거야. 응? 알았지? " 막무가내로 대답을 요구하는 김태형에게 작게 고개를 끄덕이자 김태형은 다시 활짝 웃으며 손을 고쳐 잡아 그 큰 손으로 내 손을 잡았다. 미쳐 빠져나갈틈도 없이 손이 잡혀버린 나는 그저 끌려가기 시작했다. 자신만 믿으라며 당차게 말하던 것을 증명하듯 김태형은 하루종일 꽤나 계획적으로 움직였다. 그동안 스쳐가듯이 내가 하고싶다고 말한 것들, 먹고싶다고 한 것들을 준비했다. 김태형이 나를 위해 준비한 세심한 스케줄에 따라 정신없지만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내게 김태형과의 연애를 생각해본적 없냐고 묻는다면 난 자신있게 대답할 수 없었다. 주위 사람들의 잘 어울린다고 만나보라는 권유를 수도 없이 들었기에 나도 김태형과 사귄다면 어떨까 생각해보았다. 김태형은 좋아하는 사람에게 진심을 다하며 늘 기분좋게 해주는 사람이기에 그와의 연애가 즐겁지 않을리 없었다. 하지만 난 김태형에게 부족했다. 자신의 온 마음을 다하는 김태형과 달리 나는 내 마음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김태형과 사귈수 없었다. 그저 친구로 있겠다는 김태형을 무턱대고 밀어낼수는 없었지만 언젠가 결정 해야하는 날이 온다면 내 마음을 솔직히 말해주는 것이 김태형에게도 나에게도 그게 좋은 일이었다. 언제나 늘 그랬듯이 김태형은 나를 데려다주었다.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내 만류에도 끄덕없는 김태형은 나를 집 앞까지 데려다 주었다.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이제 그만 보내려는데 김태형은 요지부동이었다. " 왜 안 가? " " ... " " 뭐 할 말 있어? " 할 말이 있는 것 같은 김태형은 쉽사리 입을 떼지 못하고 신발코로 애꿎은 땅만 툭툭 찼다. 의아하게 그를 바라보았지만 김태형은 눈도 맞추지 않은채 힘겹게 입을 열었다. " 나 줄 거 있어. " " 어? 아, 혹시 선물 산거야? " " 응. " " 왜 선물까지 샀어. 오늘 하루종일 완전 고마웠는데. " " 그냥. 꼭 주고 싶어서. " " 뭔데? " 생일 선물을 준비했다기엔 너무나도 가벼운 김태형의 두 손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러자 김태형은 한번 깊게 심호흡을 한 후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었다. 주머니 속에서 김태형의 큼지막한 손에 끌려나온 것은 작은 검은색 상자였다. 그건 누가봐도 반지 상자였다. " 네가 부담스러워 할 거 알아. 그래서 줄까말까 고민 되게 많이 했는데 그래도 주고 싶어. " " 야... " 김태형은 얼이 빠진 얼굴로 상자와 김태형을 번갈아보는 내 손을 잡았다. 그리고는 내 손에 자기 손에 있던 상자를 꼭 쥐어주었다. " 있잖아. " " ...응. " " 나 너 오래 좋아했고 또 오래 기다렸어. " " ... " " 네 맘 확실해질 때까지 더 기다릴수도 있는데 내가 욕심내고 싶어서 그러는거야. " " ... " " 나 너 좋아해. 많이 좋아해. " " ... " " 그래도 아직 사귀자는 말은 못 하겠어. 나 용기가 안 나. 네가 거절할까봐. " " ... " " 나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나중에 너도 나랑 같으면, 아니 나만큼은 아니어도 날 좋아한다는 생각이 조금이라도 들면, " " ... " " 나 만날 때 그 반지 끼고 와줘. " " ... " " 그러면 그 땐 내가 지금 못 냈던 용기 낼게. " 김태형은 쉬지않고 애써 담담하게 내지만 떨리는 목소리로 내게 말을 건넸다. 그리고는 김태형은 내 손에 반지 상자를 꼭 쥐어주고 얼굴 한가득 웃으며 돌아갔다. 그리고 난 그저 반지 상자를 들고 있는 그 모습 그대로 김태형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언젠가는 일어날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갑작스럽고 빠르게 다가왔기에 당황스러움은 배가 되었다. 사실 돌아갈 내 대답은 뻔했다. 어렴풋이나마 느껴지던 내 마음 속의 인물은 김태형이 아니었다. 김태형도 그것을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랬기에 더 다가가기가 조심스러워 이렇게 여지를 남겨두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김태형에게 미안했지만 난 김태형이 원하는 답을 건네줄수 없었다. 멀지 않은 날에 김태형에게 상처를 줘야한다는 사실에 마음 속에서 괴로움이 밀려왔다. 무거운 마음으로 한숨을 내쉬고 발걸음을 옮겨 집 앞 계단을 올라왔을 때, 의아하게도 우리 집 문고리에 걸려있는 것이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문고리에서 빼낸 그것은 다름 아닌 모자였다. 하지만 평범한 모자가 아닌 군인의 모자였는데 그랬기 때문에 나는 누군가 집을 잘못 알고 실수로 걸어둔거라고 생각했다. 나중에라도 주인이 찾아갈 수 있게 다시 걸어두려고 했는데 모자 속에 있는 종이와 얇은 무언가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허리를 구부려 주운 종이에는 낯익은 글자로 메모가 적혀 있었다. [ 생일 축하해. ] 글씨체를 한눈에 알아볼수 있었다. 아니, 민윤기의 글씨체를 못 알아볼 수 없었다. 함께한 세월이 얼마인데 그런 일은 절대 있을 수가 없었다. 민윤기는 내 생일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어제 그렇게 모르는 척을 한 것이었으며 그리고 또한 민윤기는 내가 스쳐가듯이 한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민윤기가 군대에 가전에 민윤기에게 군대에 다녀온 후에 나한테 선물로 쓰던 그 모자를 달라고 한적 있었다. 예쁜 모자도 아니고 무슨 쓰던 군인 모자를 선물하냐고 질색하던 민윤기에게 나는 달라고 아이처럼 칭얼대었다. 결국 민윤기는 알겠다며 내게 져주었다. 정말 민윤기는 나보다 내가 한 말을 더 잘 기억했다. 마지막으로 바닥에서 주운 목걸이도 그것을 증명했다.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목걸이에 걸린 별모양의 반지였지만. 성인이 된 후 첫 생일에 민윤기는 내게 별모양의 목걸이를 선물했다. 목걸이는 예뻤고 나는 매우 기뻤지만 평소에 불편해서 목걸이를 하지 않았기에 선물에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서 민윤기에게 농담반 진담반으로 넌지시 말했다. " 완전 예쁘다. 고마워. 이번에는 목걸이 사줬으니까 다음에는 반지로 사주는거다? " 그렇게 말하면 다음에는 반지를 사주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했지만 정말 생각뿐이었다. 지금까지 사주지 않았기에 그저 물 흐르듯이 당연히 잊어버렸다고 생각했다. 나역시도 오늘 반지를 받지 않았다면 기억하지 못했을 일이었다. 떠오르는 기억에 집으로 들어갈 생각도 하지 못한채 정신을 놓고 있었다. 그러다가 무심코 바라본 오피스텔 아래에서 민윤기가 걸어오고 있었다. 기운없이 걸어오는 민윤기를 난간 밖으로 내려다 보았다. 다른 사람과 아까 먹고 싶다던 것이라도 먹고 온건가. 뭐 먹은거지. 설마 여자랑 먹은건 아니겠지. 아니야. 민윤기가 여자랑 둘이 밥을? 그럴리는 없을거야. 쓸데없이 이어지는 생각을 끊고 고마움이라도 전할까하여 민윤기에게 전화를 걸었다. [ 응. ] 주머니에서 곧바로 핸드폰을 꺼낸 민윤기 덕에 전화는 쉽게 연결되었다. " 아까 먹고 싶다고 한건 먹었어? " [ 당연. 얼마나 맛있던지. ] " 그러면 기다렸다가 나중에 나랑 먹지. 치사하게 혼자 먹어버리고. " [ 너도 오늘 하루종일 맛있는거 먹었을거 아니야. ] " 그게 너가 사주는거랑 같냐. 민윤기씨랑 얼마만에 같이 밥 먹는건데. " 순간, 드는 생각이 있었다. 민윤기가 오늘 내 생일인걸 알고 내게 밥을 같이 먹자고 했겠구나. 아, 그게 데이트였구나. 소심한 민윤기가 직접 말하지 못하고 빙빙 돌려서 내게 건네는 데이트 신청이었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그 데이트를 내가 거절했구나하는 생각이 들고 후회가 밀려왔다. [ 예전에는 맨날 같이 먹었잖아. 뭐 새롭다고. ] 새롭지 바보야. 온통 다른거 투성이인데. 그때랑 지금이랑, 너랑 내가, 우리 관계가, 우리 마음이 같냐. " ...아 맞다. 선물 고마워. " [ 아, 봤어? 벌써 집에 온거야? ] " 응. 아까. 너 어제는 모르는척한거지? " [ 서프라이즈 하려고 했지. 몰랐지? ] " 완전. 솔직히 기억 못 할줄 알았다. 근데 너 내가 예전에 모자 달라고 한거 안 잊고 있었네. " [ 무슨 소리야. 당연히 잊고있었지. 그냥 얼마 전에 우연히 집 정리하다가 찾았어. 그래서 그 때생각난거야. ] 거짓말은. 나 주려고 온 집 안을 뒤졌을거 다 알아. 너 거짓말이라고는 하나도 못 해서 다 티가 나. 방금 네가 거짓말 생각해내려고 걸음도 멈추는거 다 봤어. " 진짜? " [ 응. ] " 그렇구나. 근데 너 반지는 기억하고 있었지? 고마워. 예쁘다. " [ 아니아니, 그거 반지 아니고 목걸이야. ] " 그러게. 너 내가 반지 달라고 한거 기억하고 있었으면서 왜 목걸이 줄에 달아서 준거야? " 돌아오는 목소리가 없었다. 내가 바라보고 있는 민윤기도 움직임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 난 알고 있었다. 조금만 기다리면 대답이 돌아올 것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나는 기다렸다. 민윤기는 마음을 내비추는데 조금 느리다는 것을 알았기에 나는 이젠 민윤기를 기다릴 수 있었다. [ 반지는 무슨 반지야. ] " ... " [ 친구 사이에... ] " ... " [ 그니까 목걸이로 해. ] 그랬지. 우리 친구였지. 누가 원해서 돌아간 관계인데, 누가 먼저 끝낸 사이인데... 나는 누구보다 잘 알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나는 때때로 그 사실을 잊어버렸다. " 그렇구나. " [ ... ] " 하긴, 친구가 준 반지 끼는 건 좀 이상하지. " [ ...어. ] " 알았어. 아무튼 선물 고마워. " [ 응. ] 애매하게 전화가 끊기고 한동안 핸드폰만 보고 서 있던 민윤기는 서서히 집 쪽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난 그 자리에서 걸어가는 민윤기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민윤기가 가끔씩 친구라는 말로 선을 그을때마다 마음이 좋지 않았다. 아니 짜증이 나기도 했다. 너는 어떻게 그렇게 친구라고 쉽게 정의할수 있는 건지 의문도 들었다. 나는 요즘 그 단어를 쉽게 쓰지도 못하고 정말 헷갈려 하고 있는데 태연한 민윤기가 그렇게 얄미울 수가 없었다. 최근에 민윤기는 참 아리송했다. 단지 친구라기엔 예전과 다르게 세심하게 잘 챙겨줘서 날 설레게 하면서도 이럴 때는 또 나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내가 알고있는 민윤기는 이런 민윤기가 아니었다. 남일에 무신경하고 여자친구에게 잘 신경쓰지도 않아서 사소한것들이 쌓이고 쌓여 서운하게 만드는 그런 사람이었다. 하지만 요즘 민윤기는 그러지 않았다. 내가 기대하지 않아도 내게 먼저 다가왔고 조금씩 자신을 보여주었다. 그런 민윤기가 낯설었기에 나는 더 헷갈릴 수밖에 없었지만 또 은근히 새로운 느낌을 받았다.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민윤기는 나에게 설렘이라는 단어를 선물하였다. 아이러니하게도 다른 사람이 아닌 몇년을 보아온 민윤기에게 새로움이라는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나는 그 누구보다 민윤기와 가장 가깝다고 생각했고 그 누구보다 민윤기를 잘 알고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 민윤기는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민윤기는 자꾸만 나를 궁금하게, 알고 싶게 만들었다. 언제부터인가 민윤기가 낯설게, 그러면서도 새롭게 느껴졌던 나는 이제 더이상 민윤기에 대해 가장 잘 알고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가 없어졌다. 안녕하세요! 태꿍입니다! 오랜만에 일찍 찾아온것 같아요(뿌듯) 지난번에 짧게 쓴 태형이 글을 많이 재밌게 봐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번외는 최대한 빠르게 들고오겠습니다! 그나저나 이 커플은 언제쯤 행쇼할까요... 제가 다 답답ㅎ 답답하시더라도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둘다 서서히 알아가는 중이니까요ㅎㅎ 곧 사이다 들고 오겠습니다~ 늘 응원해주시고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모두 주말을 기다리며 아자아자해요:)
1위 축하해♡ [암호닉] 슈웁 / 석진센빠이 / 샘봄 / 루리 / 수대 / 윤기부인 / 부릉부릉 / MSG / BBVI / 전정ㄱ국 / 전정국부인 / 충전기 / 밤열한시 / 슙 / 달달 / 초딩입맛 / 설날 / 꾸탱 / 슙슙 / 넠넠 / 반딥 / 두둥 /슈나무 / 윤여 / 깜냥 / 단미 / 남준시 / 콩 / 자몽 / 계피 / 딸기 / 워킹 / 하이쭈 / 메로나 / 소녀 / 짝꿍 / 청춘 / 후니 / 강강수월래 / 나도 / 예지앞사헕 / 은하수 / 융기융기 / 아카시아 / 슙쓰 / 화양연화 / 아가야 / 태태 (암호닉 신청은 받지 않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