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이 다소 긴 느낌이 좀 있어서 시간이 많지 않으신 분들은 중간에 꺼야될 수도 있어요 하핳
그리고 불마크 표시는 따로 안 달았지만 음패 부분이 좀 나온답니다. 주의!
5일간의 힘든 학교생활 끝에 드디어 찾아온 일요일. 낮 2시까지는 푹 자고 싶은 생각이었는데 시끄러운 소리에 일어나 눈을 떠보니 아침 9시였다. 대체 어떤 인간이 주말 황금시간에 이따위로 똥매너를 행사하는거지.
"엄마! 밖에 왜 이렇게 시끄러워?"
"옆 집에 이사오더라. 지금 오빠가 가서 돕고 있으니까 너도 가서 좀 도와."
"아, 난 왜! 나 고삼이거든!"
"시끄러워. 공부도 안 하면서 고삼은 무슨..."
그거야... 틀린 말은 아니지만. 결국 아침밥을 대충 먹고 카라티에 반바지를 입고 집을 나섰다. 복도로 나오자마자 보이는 이삿짐들. 그래도 큰 물건들은 이미 들여놓은건지 자잘한 물건들만 남아있다. 어느 가족이 이사왔으려나? 아기 있는 집이면 좋겠다. 아니면 강아지라도.
"어, 너도 엄마가 보내서 왔냐?"
"응. 힘든 건 다 끝난 것 같네."
"어. 참 빨리도 온다, 나쁜 년아."
궁시렁 대는 오빠를 툭 치고서는 복도에 있던 비디오 플레이어 같은 것을 들고 집 안으로 들어섰다. 어디다 놔야 하나. 주인한테 물어보고 놔야 할 것 같아서 비디오 플레이어를 품에 조심히 안은 채 이 방, 저 방을 돌아다녔다. 좀 안쪽에 있던 방문을 열려던 순간 안에서 누군가가 먼저 문을 열었다.
"아, 안녕. 준수 동생이구나."
앞으로 엄마 말 잘 들어야겠다. 부모님 말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던데, 진짜였어. 이런 훈남이 옆집에 살고 있다니. 모자를 쓰고 있지만 그 아래로 보이는 얼굴에서 빛까지 나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 순둥순둥한 인상하며 쑥스럽다는 듯 웃으며 생기는 애굣살까지. 엄마, 고마워.
"네, 안녕하세요!"
아침에 옷도 아무렇게나 입고 머리도 다 뻗쳐서는 엉망일 텐데. 걱정되는 마음에 손으로 머리를 빗으며 인사했다. 서로 이름과 나이를 알려주며 통성명을 하고 나니 뿌듯함이 밀려왔다. 이름은 변백현, 나이는 23. 방송학과라니! 좀 있다가 그룹톡으로 애들한테 말해야지. 완전 부러워하겠지? 대박이다, 진짜!
"아, 근데 이건 어디에 놓을까요? 비디오 플레이어 같은데..."
"아, 주세요! 작업용으로 쓰는 거라서 작업실에 제가 가져다 놓을게요."
"네, 여기요. 아, 근데 저기... 말 편하게 하세요."
"아... 그래도 되나? 그래, 너도 그냥 오빠라고 불러."
우와. 엄마, 아빠, 친구들아. 드디어 내게도 봄이 오려나 보다. 드디어 아는 오빠라는 존재가 생겼어. 그것도 무지무지 훈남 냄새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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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 같은 일요일이 끝나고 학교에 가기 위해 지친 몸을 이끌고 일어났다. 어유, 어제는 백현오빠 이사하는 거 도와주느라 오랜만에 힘 좀 썼더니 더 힘드네. 평소에는 귀찮아서 머리 질끈 묶고 로션만 챱챱 바르고 학교에 가지만 오늘부터는 아니다. 티 안나는 투명 메이크업에 여고생이라면 다 이뻐보인다는 긴 생머리까지 연출했다. 구불구불한 머리를 고데기로 피고 있으니 아침부터 탄내 풍긴다며 엄마한테 좀 깨지긴 했지만.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활기차게 인사하고 집을 나섰다. 복도로 나와서 혹시나 하고 옆 집인 백현오빠네 집 문을 봤지만 역시나 닫혀있다. 하긴, 대학생이 이 시간에 깨있을 이유는 거의 없지. 학교나 가야겠다. 그때였다. 짧은 진동과 함께 손에 쥐고 있던 핸드폰에 문자가 도착했다. 친군가?
[생머리예뻐요. 근데웨이브머리가더섹시한걸요.]
발신번호도 없이 온 문자. 학교 갈 때 같이 가는 친구인 정수정이 보낸 문자인가 싶었다. 멀리 어디선가 나를 보고는 놀려주려고 문자를 보낸 것 같아서. 주위를 둘러봤지만 정수정은 보이지 않았다. 뭐지, 누가 장난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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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가자마자 친구들이 내게 달려들어 물었다. 잘 생겼어? 몇 살인데? 여자친구는 있대? 혼자 사는 거야? 야, 나 너희 집 놀러 갈래! 친구들의 쏟아지는 질문 공세에 웃으며 하나씩 대답해 줬다. 뭐, 일단 여친은 없는 듯?
"와, 대박이네. 너 내일 그 오빠 사진 좀 찍어와봐."
"야! 어떻게 그러냐? 아직 친하지도 않은데."
친구들이 역시 좀 빠르긴 하지? 하면서 저마다 백현오빠에 대한 각종 이야기 꽃을 피운다. 애들 얘기에 귀 기울이면서 놀고 있는데 내 옆에 앉아 있던 애를 시작으로 하나둘 각자 제자리로 돌아간다. 왜냐고?
"아, 나 쟤네 너무 싫어. 시끄러워 죽겠어."
나 말고 다른 여자애들은 다 시끄럽다며 인상을 찌푸리는 오세훈. 하복 셔츠 안에 입은 하얀 무지티가 다 보이게끔 단추는 다 푸른채로. 저러다가 담임 보면 또 혼나려고.
"쟤넨 니가 싫을 거다. 그 놈의 인상 좀 풀어, 제발."
"인상 안 썼거든."
"썼거든. 그리고 셔츠 단추 좀 잠궈. 이제 곧 담임 조회 들어와. 너 그러고 있다가 복장불량으로 걸려서 또 벌청소 한다?"
내 말은 들은 척도 안하고 덥다면서 티셔츠를 잡고 펄럭이고 있다. 덥나? 가방에서 전지로 작동되는 미니 선풍기를 꺼내서 오세훈에게 틀어줬다. 오세훈은 윙- 하며 돌아가는 돼지 모양의 작은 기계를 보고 웃음을 터뜨린다. 너네가 생각하는 그 햇살 같은 웃음 말고, 전형적인 오세훈의 비웃음.
"뭐냐, 이게? 아, 존나 안 어울려."
"이 미친 놈이 더워하는 것 같애서 선풍기 틀어줬더니 틀어줘도 지랄이네? 뭐가 안 어울리는데!"
"니가 쓰기엔 너무 귀여운 물건이거든? 아, 아니다. 지금 보니까 어울리네."
흠, 그럼 그렇지. 나도 한 귀여움 하는데 왜 안어울려.
"존나 돼지 두 마리."
이 씨발새끼. 선풍기 날로 그 뾰족한 턱을 아주 빗살무늬 토기로 갈아버릴테다. 선풍기를 한 손에 잡고 여전히 빵터진 비웃음을 흘리고 있는 오세훈에게 위협적으로 갖다대자 오세훈이 가볍게 한 손으로 잡는다. 그리고는 내 손을 던지듯 휙 밀어버렸는데, 어라? 갑자기 두피가 존나 아픈데.
"악! 머리! 오세훈! 머리! 악, 수정아!"
오세훈이 밀어낸 선풍기를 쥔 손이 내 머리통을 스치면서 머리카락이 죄다 꼬여 당겨졌다. 여자의 구렛나루가 당겨지는 고통은 남자의 그것보다 더 크다구요, 참. 오세훈이 놀래서는 허둥지둥 일단 선풍기의 전원부터 껐다. 하지만 이미 엉킨대로 엉켜서 선풍기가 빠지질 않았다. 어떻게든 빼주려고 오세훈과 정수정이 낑낑대고 노력했지만 진전이 없었고 담임이 조회를 하러 들어왔다.
"거기 셋. 오세훈, 오징어, 정수정."
씨발, 좇됐다. 고3인 것도 짜증나는데 담임이 학주라면 받는 그 스트레스를 누가 알아줄까. 아침 자습시간을 그냥 보내는 것을 아주 싫어하는 담임은 우리 셋을 그냥 지나칠 리 없었다. 우리 셋을 교실 앞으로 불러 낸 담임. 자습시간 물을 흐렸다는 것은 세 명 모두에게 해당. 벌 청소를 받았다. 덤으로 오세훈은 셔츠 단추 안잠그고 다녀서 나무 막대기로 머리통을 한 대 맞고. 으, 아프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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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끝나고 오세훈과 남아서 벌청소를 했다. 저번에 상점으로 벌청소면제권을 받은 정수정년은 치사하게 혼자 가버리고. 앞으로 우리 미스병신연합에서 정수정은 짤이야. 대충대충 바닥을 쓸고 있는데 오세훈이 나를 툭툭 쳐온다.
"야. 가자."
"아직 다 안했는데?"
"와, 존나 착한 척하네. 언제부터 이런거 꼼꼼히 했다고."
나를 완벽하게 무시하는 듯한 오세훈의 말에 순간 울컥했지만 맞는 말이었다. 그래, 내가 언제 담임 말을 그렇게 잘 들었다고. 나가서 떡볶이나 먹고 가자는 어세훈의 제의에 폭풍긍정하며 빗자루를 청소도구함에 넣어버리고는 학교를 빠져나왔다.자주 가는 학교 앞 분식집에서 떡볶이를 신나게 먹었자. 오세훈이 사주는건 오랜만이라서 튀김에 순대까지 왕창 시켜먹었다. 다 먹고나서 카운터로 가니, 오세훈은 멀뚱멀뚱 나를 쳐다본다. 분식집 아줌마까지.
"...오세훈. 니가 사는 거 아니였어?"
"나 사준다고 한 적 없는데? 잘 먹었다. 아우, 배불러."
죽이고 싶다는 게 이런 거구나. 어쩐지 순대랑 튀김 시킬 때 은근하게 웃더라. 아, 왜 진작에 눈치 못챘지. 쓰디쓴 침을 삼키며 계산을 하고 분식집 밖으로 나왔다. 오세훈과 나는 집이 같은 방향이라 함께 집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오세훈네 집이 우리 집보다 쪼끔 멀긴한데 얜 남자니까 혼자 가도 상관 없다.
"아, 진짜 그랬어?"
먹을 때나 좀 치사하게 굴지 그래도 괜찮은 놈이다. 보통 남자애들이라면 지루해 할 얘기도 이렇게 맞장구치며 들어주는 걸 보면.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슬슬 걷다보니 어느새 우리 집 앞에 도착했다. 오세훈은 5분 정도 더 가야했으니 여기서 인사를 한다.
"잘 가. 다음엔 니가 꼭 사라."
"아, 알겠어. 알겠어. 한 번만 말해라, 쫌."
"니가 자꾸 쏙쏙 빠져나가니까 그렇지!"
질렸다는 표정을 하고 있는 오세훈에게 짜증내며 칭얼거렸다. 여전히 사람 비웃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보고있던 오세훈은 갑자기 손을 뻗어 내 입꼬리를 엄지로 닦아낸다.
"떡볶이 국물 아직도 묻히고 있어. 더러워."
"...누, 누가 닦아달래? 진작에 말해 줄 것이지!"
오세훈은 닦아 낸 엄지를 쳐다보다가 내 교복 팔 부분에 스윽스윽 닦고는 뒤돌아서 집을 향해 간다. 아, 진짜 저거 뭐하는 새끼야. 투덜대며 아파트 입구로 들어왔다. 엘레베이터를 타고 4층을 올라가는 중에 지이잉- 하는 진동과 함께 문자가 왔다. 오세훈인가 싶었는데.
[남자랑 같이 다니지 마요. 걸레 같아 보이잖아요.]
순간적으로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이번에도 발신번호표시 제한으로 온 문자. 장난치고는 심해. 누군지는 몰라도 누군지 알게 되면 그냥 안 넘어갈거야.곧 4층에 도착해 문이 열렸다.
복도로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건 백현오빠. 복도 난간에 기대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 듯 했다. 아, 좀 짜증났었는데 그래도 백현 오빠 보니까 좀 괜찮아 진 것 같다. 내 인기척이 들렸는지 나를 향해 얼굴을 돌리는 백현오빠. 이내 그 맑은 얼굴로 나를 향해 웃는다.
"지금 학교 끝난 거야?"
"네... 벌로 청소 했어요. 에구, 힘들다."
"저녁 먹을 시간은데 밥은 먹었어?"
"네, 친구랑 떡볶이 먹었어요."
"에이, 한창 잘 먹어야 될 나이에 그런 거 먹으면 안 되지! 들어와서 뭐 좀 먹고가. 아까 보니까 아주머니 나가시더라. 준수도 오전에 학교 가서 아직 안 들어온 것 같던데?"
"아, 그래요? 그래도... 괜찮은데."
불편해 할 것 없다며 나를 집 안으로 안내한다. 어제와는 다르게 차분히 정돈된 집안의 모습. 깔끔한 성격이구나. 하루만에 이렇게 정돈된 걸 보면.
"잠깐 기다리면 될거야. 어제 엄마가 장조림해서 보내줬는데 그거 뎁히고 차리기만 하면 돼."
고개를 끄덕이고는 거실에 있는 쇼파에 가서 앉았다. 어제는 오빠랑 같이 있어서 그런가 그다지 어색하지 않았는데 오늘은 단 둘 뿐이니 어색한 정적이 흐른다. 부엌에서 백현오빠가 밥 먹을 준비하는 그릇 부딪히는 소리들만 이 어색한 공기를 가른다. 어색한 건 싫은데.
"오빠! 저 집구경해도 되요? 정리 하루만에 싹 했네요?"
"응? 아, 해도 돼. 뭐 별로 볼 것도 없을텐데. 남자 혼자 사는 집이라서..."
"에이, 하나도 안 그래보여요. 깨끗해서. 그럼 저 구경 좀 할게요!"
"아, 작업실은 들어가지 말아주라. 안에 장비들이 좀 비싼거고 학교꺼라서 혹시라도 망가지면 곤란하거든."
알겠다고 대답하며 방을 하나하나 둘러보기 시작했다. 여긴 침실. 우와, 엄청 아늑하네. 침대 앉아봐도 되나? 부엌에 있는 백현오빠를 흘깃 보고는 살금살금 침대에 가서 앉았다. 아, 백현오빠 냄새 같다, 이거.다음은 드레스 룸. 작지만 있다는 게 어디야... 부럽다. 그나저나 여길가도 저길가도 백현이 오빠 냄새가 나는게 좋다. 뭐랄까, 그... 편안한 냄새? 사람 기분을 좋게 해주는.근데 이 방은 뭐지. 다른 방이랑은 다르게 문 틀에 스펀지로 이음새가 사방이 다 막혀있다. 궁금증에 문을 열려고 손을 뻗는 순간.
"여기가 작업실이야. 여긴 나중에 보여줄게."
아, 작업실이 여기였구나. 조금은 경직된 듯한 백현오빠의 모습에 나도 살짝 놀랐다. 하지만 이내 사람을 편안하게 만드는 예의 그 웃음을 보이며 밥 먹으라는 백현오빠. 아까는 내가 모르고 작업실 문을 열뻔 해서 그런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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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어제 저녁을 백현오빠네서 먹었다는 말을 하고 혼이 났다. 어디 기집애가 겁도 없이 함부러 남자 집에 들락날락 거리냐 이거였다. 참나, 언제는 오빠 집에 이삿짐 옮기는 거 도와주라고 보내놓고! 짜증나서 아침도 다 안 먹고, 머리도 다 말리지 않은 채로 나왔다. 현관문을 일부러 세게 쾅 닫아버리고 엘레베이터에 타자 진동과 함께 이제는 대충 짐작해 볼 만한 문자가 도착했다.
[아침부터 인상 쓰지마요. 그것도 섹시하긴 한데, 너 웃을 때 보조개가 더 섹시하거든요. 머리 안 말리니까 야하다.]
경악할 것은 이번엔 자신의 발기 된 성기의 사진과 함께 문자를 보냈다는 것이다. 너무 놀라고 끔직해서 핸드폰을 떨어트렸다. 내가 놀라하는 모습도 보고 있을 것만 같아 최대한 담담하려 했지만 시선을 고정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움직이는 눈동자가 내 심정을 대신 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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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있을 때 세 번의 문자가 더 왔다. 그 내용은 너무나 수치스러운 것이라 오세훈이나 정수정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오늘은 너희 집에 가볼까 해요. 너희 가족 다 집에 없는 시간에.]
[지금 막 들어왔어요. 너의 향기가 나를 미치게 해요.]
[선물 고마워요. 덕분에 잘 풀었어요. (사진)]
부들부들 떨리는 손가락을 겨우 움직여 확인한 사진은 분명한 우리 집 장판, 그리고 내 속옷... 이 변태새끼의 정액. 땀까지 흘려가며 불안증세를 보이는 나에게 오세훈은 조퇴하라며 부추겼지만, 집에 갈 수 없었다. 그 자식이 아직도 집에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내 행동패턴을 다 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럼, 그 예상에 빗나가게 행동하면 될 거야. 그러면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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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는 안하던 야자를 마치고 집에 가는 길이다. 지금 시간 10시 19분. 평소 하교 시간과는 완전히 다르다. 그래, 이렇게 하나씩 그 놈의 시야에서 벗어나면 된다.하지만 혼자 걸어가는 이 하굣길이 이렇게 또다른 공포감을 형성할 줄은 몰랐다. 아까부터 누군가가 뒤에서 따라오고 있다. 오빠가 작년 생일 때 선물해줬던 호신용 스프레이를 손에 꽉 쥐고 있지만 이걸론 부족하다. 아까부터 식은땀이 나서 미칠 것만 같다. 침착하자. 저 사람 그냥 나랑 방향이 같은 사람일 수도 있잖아.발걸음 속도를 낮췄다. 아까 빠르게 걷던 내 속도와 비슷했던 그 발걸음 속도가... 나를 따라서 느려졌다. 아니야, 아닐거야. 다시 속도를 높여 걷자 뒤의 사람도 속도를 높인다. 안돼. 아니야. 이건 아니야!
우리 아파트까지는 약 2분 거리. 조금밖에 안 남았다. 그때까지만...! 아, 저기 아파트 입구 쪽에 보이는 익숙한 인영은. 백현오빠다. 반가운 마음에 빠르게 걷던 걸음은 뛰게 되었고 뒤의 사람도 따라 뛰기 시작했다. 어느새 바로 뒤까지 쫓아온 그 사람. 나에게 손을 뻗는 것이 느껴져 소리 질렀다.
"백현 오빠!!!"
내 목소리를 들은 백현오빠가 내가 있는 곳으로 고개를 돌려 이 쪽으로 빠르게 뛰어왔고, 내 뒤의 사람은 작게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빠르게 멀어져갔다. 어느새 얼굴은 땀과 눈물로 범벅이 되어버렸는데 그런 건 신경쓸 새도 없이 바로 백현오빠에게 안겼다.
"징어야...? 무슨 일이야? 아까 그 남자는 뭐고?"
"흐앙... 오빠... 아, 진짜.... 무서워... 흡..."
우느라 말도 제대로 못하는 날 부축하며 백현 오빠는 나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 오늘 아침에 혼난 것도 있고, 집에 들어가보는게 먼저라고 생각되서 난 우리집으로 들어가려했으나 오빠는 자기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며 자신의 집으로 나를 향하게 했다.거실 쇼파에 앉아있자 잠시 후에 백현오빠가 따뜻한 코코아를 가져왔다. 진정될 거야, 마셔. 따뜻하고 다정한 백현오빠의 목소리에 또 한번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애써 참고 코코아를 홀짝 마셨다. 입에 감도는 단 맛에 정말 안정이 되는 듯 했다.
"그래, 무슨 일 있었는지 얘기해 봐."
"그게요... 제가 사실... 몇 일 전부터 스토킹... 같은 걸 당하고 있어요."
"...스토킹? 스토커가 있다는 말이야?"
"그런 것 같아요... 맨날 지켜보고 있는 것처럼 문자도 오고...."
내 말을 들은 백현 오빠는 잠시 곰곰히 생각하는 듯 했다. 워낙에 긴장상태에 있다가 편안한 분위기로 와서 그런가, 따뜻한 코코아에 취하 듯 아까부터 잠이 쏟아지려 한다. 밥 먹은 걸로도 혼났는데 자고 가면 엄마가 나를 죽이려 할텐데, 자면 안되는데...
"징어야, 졸려?"
"네... 갑자기 긴장이 풀려서 그런가..."
백현오빠가 피식- 웃는다.
"근데 아까 그 사람은 누구야? 너 따라오던 사람."
"아마... 그 스토커일 것 같아요..."
눈이 감긴다. 자면 안되는데... 자기 전 마지막 시야로 들어온 건 백현오빠의 웃는 얼굴이었다. 평소처럼 달콤한 얼굴로.
"스토커는 아닐 거야. 내가 알아. 잘자, 꼬마야."
무슨 말이지...? 아, 시야가 어두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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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핸드폰 알람소리에 깨서 보인건 익숙한 내 방의 벽지가 아니었다. 순간 끼쳐오는 두려움에 두리번 거리자 보이는 건, 백현오빠? 내 옆자리에 누워 곤히 자고 있는 백현 오빠. 백현 오빠는 옷을 입고 있지 않는 듯 맨 어깨가 다 보인다. 설마 나도? 이불을 내려 보니 속옷을 제외하고는 다 벗고 있었다. 미쳤다, 사고 쳤구나. 아,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우선 학교부터 가야겠다. 아니, 집부터!
"내 교복..."
어제 백현오빠 집에 들어왔을 때 교복을 입고 왔으니까 방 어딘가에 교복이 있어야할텐데 없다. 백현오빠를 깨면 상황은 더 어색하고 심각해질까봐 깨워서 묻지도 못하겠다. 하는 수 없이 눈 앞에 보이는 백현오빠의 박스티를 위에 대충 입고 집의 방마다 돌아다니며 찾기로 했다. 침실에는 없으니 드레스룸. 아, 드레스룸에 있지 않을까.조심히 열고 들어간 드레스룸에는 아무리 찾아봐도 내 교복은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해서 본 거실과 부엍도 마찬가지. 어디 있는 거야... 이제 안 찾아본 곳은 딱 한 곳. 작업실. 백현오빠가 들어가지 말라고 했지만 잠깐 문 열고 휙 둘러보는 것 정도는 괜찮을거야. 우선 지금 학교가는 게 급하니까.
'달칵-'
방문을 열고 들어간 작업실은 어두웠다. 창문을 막아놓은 듯 아무런 빛도 들어오지 않는다. 불을 키려 벽을 더듬 거리며 스위치를 찾았다. 이상하게 벽이 말랑말랑한게, 스펀지 같은게 있다. 아, 스위치 찾았다.
"...이게... 이게 뭐야..."
방 안이 환해지면서 윙- 하는 소리와 함께 한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스크린 모니터가 작동한다. 그 화면들에 보이는 것은, 다름 아닌... 너무나도 익숙한 내 방. 여러개로 나뉘어져 있지만 결국 내 방을 온통 비추고 있는 여러 각도의 카메라. 몸이 부들부들 떨려온다.
"아니야... 백현오빠가 왜..."
스크린의 앞에 놓여있는 책상에는 여러 종이들이 놓여있다. 조심히 다가가 확인해보니 이건... 내 번호로 되어 있는 통신내역서? '병신팸세후니'라는 이름엔 형광펜으로 여러번 덧칠이 되어있다. 나와 세훈이가 나누었던 대화들. 점점 두려움에 눈물이 차오른다. 이번엔 고개를 돌려 다른쪽 벽을 보니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말도... 안돼..."
한 쪽 벽면을 가득 메우고 있는 것은 평범하게 학교를 가는 내 모습부터 몰래카메라에서 캡쳐한 듯한 내가 옷을 갈아입는 사진, 손톱정리를 하는 모습, 머리를 빗는 모습, 공부를 하는 모습, 자고있는 모습... 그리고 맨 끝에 있는 사진은.
"이게... 도대체..."
바로 어제 저녁. 코코아를 마시고 잠 들어서 나체로 백현오빠의 침대에 누워있는 사진. 그 사진을 보고는 참아왔던 비명을 질렀다. 목이 아프게, 피가 날 것만 같을 정도로. 얼굴에 있는 혈관에 피가 다 몰리고 있다고 생각될 정도로 있는 힘껏 소리지르며 방에 붙어있는 스펀지 방음벽지를 비롯해 내 사진들까지. 그리고 아까는 못 보았던 책상위의 가루 수면제. 내가 어제 잠에 빠져들었던 이유는 이거였어. 이거였다고! 변백현이 내 스토커였건 거라고!!!
'덜컥-'
문이 열렸다. 변백현이 들어왔다. 내가 처음보는 표정을 하고. 손에는 내 교복과... 문자로 보내왔던 잃어버린 내 속옷.
"뭐하는 거야, 지금?"
마치 자신의 영역을 훼손시킨 것에 대해 화가 난 얼굴이었다. 내가 아는 변백현이 아니다. 아니, 애초부터 내가 알던 변백현은 거짓이었다.
재미있으셨나 모르겠네요 |
무섭지도 않은 것 같지만 그래도... 집착있고 싸이코 기질있는 백현이를 쓰고 싶어서 어제 저녁부터 잠깐씩 핸드폰 메모장에 썼던 거에요ㅋㅋ 마음 잘 통하는 남사친 세훈이는 제 욕심으로 낑겨넣은... 핳 혹시 이해 안되실까봐 노파심에 적는 한마디! 징어가 야자 끝나고 집에 올 때 쫓아온 건 단순 변태사람이고 백현이는 아니에요ㅋㅋ 그래서 백현이가 징어한테 그 사람 누구냐고 묻고, 징어가 스토커일 것 같다고 했을 때 '나 아닌데' 라는 뉘앙스로 말하는거구용 암튼 항상 퓨어한 큥이 이렇게 싸이코 만들어놓으니 좀... 미안하네요 아, 그리고 어제 댓글로 소재 제공해주신 분들 중에 두개가 마음에 들어서 쓰려고 마음 먹었어요 써서 글 올리게 되면 그분에게 소정의 상품 보내드립니당 다음에 댓글 달아주세요! 아, 그리고... 항상 예뻐해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ㅠ 글 쓰면서 댓글보면 참 뿌듯해져요 힘도 불끈불끈 나고! 앞으로도 함께 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