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주 한 명은 솔직히 좀 심심하지 :: 크리스마스 휴일은 생각보다 더 빨리 순삭됐다. 아, 진짜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할 걸.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후회했다. 밥을 안먹고 가려는 걸 엄마가 기어코 입에 토스트를 물렸다. '너 이제 고3인데 건강 관리해! 너 아프면 태현이는 캠퍼스에서 버스 탈 동안에 너는 신촌간다?!' 그 말에 토스트를 갈갈이 찢어 먹었다. 절대 네버 신촌 절대 안 가. 그 말에 언니가 더 발끈했다. '엄마 지금 연대 무시해?' 언니는 원래 이 시간에 일어나는 사람이 아닌데 나한테 꼬장을 부렸다는 사실 하나로 강제 기상을 했다. 그날 호텔에서 밥 먹었을 때, 언니가 무슨 이유에선지 나한테 엄청나게 술꼬장을 부렸다는 착각을 했다. 그래서 정말 고맙게도 내 등교를 자진해서 에스코트 하기로 했다. 나는 굳이 아니라는 얘기는 안했다. 차로 태워 준다는데 그 찬스를 발로 찰 수는 없잖아. '너는 서울대 잘 졸업 해놓고서 난리야!' 엄마는 출근 시간의 압박으로 정신이 없었다. 언니는 토스트기에서 빵을 꺼내면서 머쓱한 사랑의 총알을 엄마한테 날렸다. 엄마는 웃음만 받고 사랑은 반송했다. '언니야, 가자.' 언니는 딸기잼을 바르다 말고 끌려 나왔다. 일찍 가야 교복 안입은거 안잡힌다구. 언니는 급하게 토스트를 반으로 접고 신발을 신었다. 이미 엘리베이터는 오래 잡혀있어서 신경질 나는 땡땡소리를 냈다. 언니가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나는 닫힘 버튼을 손가락 부러지도록 눌렀다. 언니는 거울을 보면서 머리카락을 정리했다. 취준생이라면서 퍼런색으로 염색한 머리가 부시시했다. '태현이도 데리고 가야 하나?' 언니한테 꼬리빗을 건넸다. 언니는 꼬리빗으로 엉킨 머리를 팍팍 빗었다. '걔가 갑자기 왜 나와.' 언니는 기어코 꼬리빗을 부러뜨렸다. 내가 아무말없이 언니를 보면서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미안... 학교 끝나고 나랑 다이소 가... 아니 태현이는, 그러게 왜 나왔냐.' 언니 차가 헤드라이트를 발광하면서 존재감을 알렸다. '타. 사이드 미러 열고.' 언니가 차 키를 쑥 내밀었다. '오~ 쫌 어른같다.' 언니는 운전석에 타면서 비웃었다. '지랄.' 엄마! 언니 나한테 욕해! 언니는 끝나는 시간에 맞춰서 학교 앞에 차를 대놓고 있겠다고 했다. 전혀 뜻하지 않게 언니와 데이트 약속이 잡혔다. 오늘 지대로 뜯어내야지. 운동장 옆 벽돌길로 걸었다. 새하얀 운동화를 더럽힐 수 없었다. 운동화를 내려다보고 가는데 접어놓은 바지 밑단이 풀린게 눈에 들어왔다. 그대로 허리만 내리고 밑단을 돌돌 말고 있는데, "김여주우!" "아이씨... 누구냐..." 등 위로 누가 덮쳤다. 원래 아침에 텐션이 바닥을 치는 사람이라 소리 지를 에너지 따위 없었다. 작은 목소리라지만 제대로 알아먹었는지 슬금슬금 등에서 내려왔다. 목소리는 XX 염색체였는데. 죽일까? 뻐근한 허리를 천천히 들어올리니 뼛소리가 적나라하게 들렸다. 척추뼈가 다시 맞춰지는 느낌이었다. 생경하게 느껴지고... 좋네... 고개를 들자 갈색 머리통이 보였다. 잘못한 줄은 아는건지 고개를 푹 숙여서 허연 정수리와 눈이 맞았다. 정수리를 검지로 꾹 눌렀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던 그대로 손가락에 힘을 줘서 내가 뒤로 밀려났다... 원래는 눌리는 사람이 밀리지 않나? 아 진짜 내 존심. "야... 목에 힘 빼라..." "네엡... 죄송합니다 누님..." 나는 머리카락을 막 흔들었다. '가자 푸드리.' 내가 흐트러뜨린 머리를 다시 만졌다. '최범규, 가자구.' 최범규 가방끈을 잡고 끌었다. 최범규를 머리를 살살 넘기면서 질질 끌려왔다. 비쩍 말랐는데도 꼴에 남자라고 힘이 좋다 이건지 잘 안끌렸다. 그래도 겨우겨우 계단 앞까지 왔다. 최범규 이거 즐기네? 최범규는 되게 빙구같은 웃음을 지었다. 만화였다면 옆에 헤헤 따위의 웃음소리가 있었을게 눈에 보였다. 이제부터는 자기가 끌어주겠다며 오빠만 믿으라는 헛소리를 하길래 일부러 몸에 힘을 주고 최범규의 손에 손목을 헌납했다. '아 진짜 이 가스나 이거!' 최범규는 나를 2층까지 끌고 계단에 누워서 뻗었다. 나는 급하게 얼굴을 가리고 모르는 사람인척 복도로 도망쳤다. '야, 야! 어디가노!' 허벅지가 저릴 정도로 경보로 뛰었다. '모르는 사람입니다~ 모르는 인간이에요~' 최범규가 뒤에서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여주야! 오빠다!' 결국 어깨동무로 잡혔다. 이번엔 진짜로 헤헷이라고 웃었다. 최범규 인디언 보조개가 예쁘게 잡혔다. 최범규하고 나란히 반에 들어갔다. 내가 자리에 앉자마자 최범규가 책상을 시끄럽게 끌고 왔다. 책상을 바짝 붙이고 가방을 쿵하고 올렸다. 뭘 들고 왔길래 묵직하냐. 최범규는 눈이 휘어져라 웃었다. 인디언 보조개가 더 움푹 패였다. '우리 점심에 비빔밥 해먹자!' 진짜 쪼꼬 푸들 같았다. 나는 패딩 지퍼를 끝까지 올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최범규 뒤에서 살랑이는 꼬리가 보였다. 최범규 볼은 잡고 찌부로 만들었다. 최범규는 아잇! 하는 소리만 크게 냈지 딱히 제지하진 않았다. '어이구 강아지, 밥 먹으려고 다 싸들고 왔어? 누나가 칭찬해줄게요 오구~' 최범규는 이 와중에 가방에서 초코우유 두개를 기세등등하게 책상에 올렸다. 쪼꼬 푸들이라 쪼꼬 우유를 산건가. 기말이 끝나자마자 머리를 밝은 갈색으로 물들인 최범규를 보고 하도 쪼꼬 푸들이라고 불러서 그런가 이제 본인이 더 과몰입하는 중인 것 같다. 빨대를 꽂아 쪼꼬 우유를 수혈했다. 고맙다는 표시로 필통 안에 처박아 놨던 마이쮸 몇개를 던졌다. 최범규가 좋아라 웃었다. 이거 뭐, 수업 종이 딱히 의미없었다. 수업을 안하니 도대체 몇신지 알 수가 없었다. 책상에 박고 있던 고개를 들었다. 목이 뻐근했다. 수특 주겨버려 진짜. 타이머 스톱 버튼을 눌렀다. 강태현이 사준 타이머였는데 그걸 되게 티내고 싶었는지 웰시코기 스티커까지 붙여서 줬었다. 그때 하나 붙이고 남은 스티커까지 같이. 그 스티커는 하나도 쓰지 않은 채로 책 사이에 끼워져 있었다. 뒷자리 애한테 지금 무슨 시간이냐고 물었다. 걔는 시계를 보고 시간표를 한 번 보더니 벌떡 일어섰다. '헐! 지금 점심시간임! 야 나 간다!' 어어 잘가. 어쩐지 애들이 많이 없더라. 나는 최범규를 흔들어 깨웠다. 불과 20분 전에 도저히 못 버티겠다면서 수특을 덮고 머리를 박았다. 최범규가 하는 짓은 쌩양아치 같아도 공부는 또 잘했다. 제일 싫은 부류지. 놀 거 다 노는데 공부는 잘하는 애였어서 참, 신기한 애였다. 최범규가 잔뜩 잠긴 목소리를 하고 정신을 못 차렸다. '장비 꺼내라. 이제 비빌 시간이야.' 최범규는 눈도 못 뜨고 가방에서 양푼이를 꺼냈다. 그리고 반찬통을 차례차례 꺼냈다. 마지막으로 따끈한 쌀밥까지 꺼낸 최범규는 갑자기 눈을 번쩍 뜨더니 가방을 뒤졌다. '야... 큰일났다... 숟가락이 없다...' 반찬통을 열던 손을 멈췄다. 이새키가. '급식실에서 좀 가져와야겠다...' 미안하긴 한지 온몸을 배배 꽜다. '너가 반찬 다 들고 와서 내가 숟가락 들고 온다 이 개...' 뒤에 두단어를 말하려다 참았다. 우리 쪼꼬... 내가 참아야지... 반을 박차고 나왔다. 뒤로 최범규가 여주야! 사랑해! 라고 소리치는 게 들렸다. 남학생과 여학생이 쓰는 급식실이 다른데다 심지어 여자 급식실은 한 층 위인 탓에 거의 기어갔다. 아오 춥긴 또 더럽게 추워서. "김여주." 시끄러운 급식줄 사이로 내 이름이 들렸다. 팔짱을 끼고 종종 걸음으로 뛰어가다 뒤를 돌았다. 강태현 얼굴이 갑자기 쑥 튀어나왔다. 강태현이 한 손에 단어장을 들고 나를 불렀다. '어 왜.' 대답하자 강태현 친구들이 인사했다. 인사를 받아주느라 강태현이 살짝 밀렸다. '지금 밥 먹으러 가?' 강태현 친구 중에 한 명이 이번 기말 시험은 잘 봤냐고 틈새를 파고 들어서 강태현이 다시 뒷전으로 밀렸다. 솔직히 말해서 얼굴은 일부러 안보려고 했고, 일부러 친구들 얘기에 집중했다. '어, 나 급식은 안 먹어.' 그리고 그냥 윗층으로 달렸다. 그 친구한테는 카톡하라는 말로 대화를 끝냈다. 왜 부른거야 진짜. 싱숭생숭하게. 잔뜩 복잡해진 채로 급식실을 비집고 들어가서 숟가락을 몰래 가져왔다. 다시 계단을 내려갔을 땐 이미 급식실로 들어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친구들은 남아있는데 뭐야. 화장실 갔나? 타이밍이 안맞는게 또 묘하게 아쉬웠다. 그냥 빨리 반으로 들어갔다. 최범규가 다시 꼬리를 흔들면서 반겼다. 그래, 얼른 비비자. 최범규는 이미 밥과 반찬을 다 넣어두고 고추장만 남겨두고 있었다. 최범규에게 숟가락을 건네자마자 고추장을 넣고 참기름을 둘렀다. 고소한 냄새가 반 전체에 진동했다. 와 미쳤다. 그리고 홀린 듯이 숟가락으로 비비려는데 최범규가 막아섰다. '아 왜.' 최범규가 마지막 남은 반찬통을 깠다. 헐 계란 후라이. 찬양합니다 규맨. 심지어 3개나 부쳐왔어. 이 배운 자식. 반짝이는 내 눈빛을 본 최범규는 어깨가 하늘로 치솟았다. 이번은 좀 치솟아도 된다. 최범규가 고개를 끄덕였던 게 신호탄이 돼서 숟가락이 미친듯이 달려들었다. 비율을 기가막히게 맞춘 비빔밥을 입에 넣고 있는데 최범규가 갑자기 파고들었다. 'aviation' 순간 숟가락으로 머리 때릴 뻔 했다. '죽인다 진짜, 항공술.' 최범규가 숟가락을 입에서 빼내고 단어장을 뒤적거렸다. '제거하다.' 미간이 절로 찌푸려졌다. '아 진짜! eliminate.' 최범규가 웃어댔다. '뭐 자동 반사야? 다 나와!' 양푼이에 붙은 밥풀을 긁었다. 그냥 웃었다. 양푼이 안에 숟가락을 던지자 댕하는 소리가 울렸다. 이제 문제는 설거지였다. 미묘한 긴장감을 캐치한 최범규가 얼굴을 코 앞까지 들이밀었다. 어우 깜짝이야. '야 얼굴은 왜 빨개지냐?' 최범규가 눈을 집요하게 맞추면서 놀렸다. 아 왜 이렇게 가깝게 붙는데. 시선을 애먼 곳으로 돌렸다. 최범규가 실실 웃으면서 양푼이를 들고 갔다. '크으 이 오빠한테 반하면 힘들텐데.' 자기한테 잔뜩 취해서 밖으로 교실문을 발로 열고 나갔다. '아 뭐래!' 반찬통을 있는 힘껏 닫아서 최범규 가방에 쑤셔 넣었다. 쟤는 무슨 이상한 말만 계속해가지고. 패딩에 몸을 묻으니 심장이 쿵쾅거리는 소리가 둥둥 울렸다. 급식을 다 먹었는지 애들이 물 밀듯이 반으로 들어왔다. '야! 이 챔기름 냄새는 뭐야!' '반장! 뭐 먹었어?' 애들이 나를 흔들었다. '뭐야 아까 범규형 양푼이 들고 가던데?' '헐 둘이서 무슨 일이야?' '뭐야 뭐야 뭐 있는거야?' '밥도 비비다가 사랑도 비비겠다?' '둘이 있네 있어.' '이제 고3인데 이러면 쓰겠어?' '반장! 이건 배신이지!' 남자 애들까지 합세해서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미치겠네. 아니라고 백 번 말했는데, 내 말을 듣긴 했니? '반장! 그래서 범규 오빠랑 비빈 밥은 맛있었니?' '그래! 둘이서만 비비니까 좋냐?' '뭐뭐 넣었는데? 뭐 들고 왔어?' 와 나 이것들이 작정했네. '아니 나는 뭐 안들고 오고 최범규가 들고 와서, ' 남자애들 눈이 뒤집혔다. 저건 눈이 아니라 눈깔이아. '오오오 범규형이 우렁각시처럼 다 해왔다!' '이야 이정도면 찐사랑 아니냐' ' '야 아까 들었냐, 최범규래 최범규!' '반장만 말 놓기로 한거야?!' '범규 오빠한테 말 까는 사람? 거수야!' 젠장... 아무도 없네. '아니 같은 반인데 당연히 말 놓는거 아니야?' 남녀 이중창이 들렸다. 가사는 오오오. '범규형이 우리보고 말 놓으면 죽여버린다고 했는데~' '오빠가 자기 이름은 비싼거라 여친만 부를 수 있다고 했는데~' '반장 여친이라 부르는건가~??' 최범규 어딨어... 최범규 설거지할 때 수세미 만들어서 한데? 얘 왜 안와! 그리고 이 지옥에서 나를 구원해준 한 줄기의 빛. "반장, 누가 부르는데?" "누군데!!" 유레카!!! 누구야!!! 뽀뽀 백 번 해줄께!!!!! "누구긴 누구야 범규 오빠겠지~" "범규형 박력 넘친다!" "닥쳐!" "오 반장 부끄러워 하는거야?" "얼굴 빨개졌대요~" 저것들이... 패딩 모자를 눌러쓰고 뒷문으로 우다다다 달려갔다. 저 개미지옥 같은 놈년들. 오늘 제대로 물렸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강태현이 서 있었다. 앗 미안. 뽀뽀는 다음 시간에. 앞머리는 땀에 젖어서 잔뜩 눌렸고 어디 뛰어갔다 왔는지 숨을 가쁘게 몰아쉬었다. 이 추위에 교복 마이 하나만 걸치고 어딜 그렇게 뛰어온건지 몸에서 열기나 나오는 게 보일 지경이었다. '어, 너 뛰었어? 아무것도 안입고.' 강태현은 앞머리를 들어올렸다, 다시 내렸다를 반복했다. 숨을 고르는 중인건지 아직 숨소리가 거칠었다. 얼마 남지 않은 점심 시간에 애들이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주변이 시끄러웠다. '너 밥 먹었어?' 강태현 입에서 마른 소리가 나왔다. '너 밥 안 먹는다면서. 먹었어?' 어디서 독보적으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린다 싶었는데 강태현 뒤에서 최범규가 숟가락과 양푼이를 짤랑거리면서 걸어왔다. '여! 주! 야!' 아 또 내 이름에 스타카토 넣고있어. 최범규가 강태현을 지나쳐서 다시 내 어깨에 팔을 올렸다. 양푼이에서 물이 뚝뚝 떨어졌다. 어깨에 걸친 빨간 손이 보였다. '너 찬물로 했어? 손 괜찮아?' 어디서 비닐봉지가 부시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상남자는 이정도로 차갑다 하지 않아.' 최범규가 또 이상한 컨셉을 잡았다. 얼씨구. 완전 쌩난리를 쳤을게 눈에 뻔했다. 제일 빨간 손끝을 살짝 잡았다. 와 이거 그냥 니가 엘사라고 해라. 최범규 손에 패딩 안주머니에 꿍쳤던 핫팩을 쥐어줬다. 다시 어디서 비닐봉지 소리가 들렸다. 뭐지 어디에 비닐이 있나? "어! 태현이 안녕!" "...안녕하세요 형." "아 맞다, 나 범규랑 밥 먹었어. 얘가 다 챙겨와서 비빔밥." "아... 아까 애들이 얘기하던게, ' "응 맞아. 근데 왜 불렀어?" "아니야. 나 갈게." 강태현이 먼저 뒤를 돌았다. 아, 비닐봉지가 저거였구나. 강태현 손에 검정 비닐봉지가 들려있었다. '태현이가 뭐 주고 갔어?' 최범규가 핫팩을 얼굴에 문질렀다. '아니? 갑자기?' 최범규가 문을 열었다. '지에스 비닐봉지길래.' 지에스는 우리 학교에 그나마 가까이에 있는 편의점이었다. 그마저도 걸어서 꽤 걸리는 곳이었다. '여자애들이 고별 선물로 준 거 모았나보지.' 그리고 최범규가 문을 열자마자 애들이 들이닥쳤다. '오오 진짜 범규 형이었냐~' '둘이 밖에서 뭘 그렇게 오래 있던거야?' '고백이라도 했어?' 최범규가 애들 분위기를 싹 훑더니 이상한 눈으로 날 봤다. '여주야~ 오빠 좀 그만 쫓아다녀~ 진짜 내가 피곤해서 몬 살겄다~' 애들 반응이 더 격해졌다. 최범규 죽일까. 저기 횡단보도 건너에 새하얀 언니 차가 보였다. 남자애들과 여자애들의 이중창이 아직도 들렸다. 저 독한 놈년들. 덕분에 수특을 다 못 풀었다. 고오맙다 학우들아. 최범규는 찌라시에 더 박차를 가했다. 내 옆에 꼭 붙어서 즐겼다, 이짓거리를. 내가 도망치듯 횡단보도를 뛰어가자 최범규가 건너편에서 소리를 질렀다. '자기야 내일 봐~!!!' 쟤 미쳤나봐. 여기에 무슨 우리 학년만 있는 것도 아니고. 아주 그냥 대전 -대신 전해드립니다.- 에 올리지? 얼굴을 수특으로 필사적으로 가리고 도망치듯 언니 차에 탔다. '뭐야 시스터. 언제 또 남친 생긴거야? 태현이는 버렸어?' 조수석에 앉아서 벨트를 매다가 그냥 언니를 쳤다. '언니!!! 아 쟤 그냥 쌩쑈하는거야! 그리고 강태현은 또 왜 나와! 그때 뭐 친구 어쩌고 하면서 우리 친군거 뭐 놀랐다며!' 언니가 핸들을 돌리면서 같이 소리쳤다. '아 그건 그냥 장난친거지! 강태현은 쌩쑈하는 애 옆에 있길래 말했다! 아우 기지배 목소리 드럽게 크네!!' 책가방을 뒷자리로 던졌다. '뭐?!! 강태현이 옆에 있었어?!!' 차가 큰 도로로 나왔다. '야! 데시벨 좀 줄여! 귀 터진다고!' 내 머리채를 잡았다. '아악!!! 망했어!!!' 신호가 멈추자 언니가 한 손으로 나를 퍽퍽 때렸다. '니가! 강태현! 여친도! 아니면서! 뭘! 그렇게! 신경을! 쓰고! 지랄이야!' 아. 그러네. 나 왜 혼자 지랄발광하냐. 솔직히 봐도 뭐, 어쩔건데. 내가 못할 짓 한 것도 아니고. '야 근데 그 쌩쑈남 누구야?' 신호가 다시 바뀌자 언니의 폭력 행사도 멈췄다. '난 솔직히 걔 좀 귀엽던데.' 이 언니가 미쳤나. '아 근데 걔 1년 꿇어서 이제 성인이다? 완전 신기하지.' 언니가 더 격한 반응을 보였다. '뭐야! 더 매력있네? 오빠야? 아니 왜 꿇었는데?' 파란 머리가 미친듯이 흔들렸다. '아파서 수술하느라 그랬다는데, 오빠는 맞지.' 다이소는 이미 잊혀진지 오래였고, 언니는 나를 끌고 백화점에 왔다. 무작정 백화점 카페에 들어가서 언니는 급기야 최범규 인스타에 들어갔다. 걔 이제 SNS 끊었는데. 언니는 최범규 셀카를 들고 방방 뛰었다. '야, 너 얘랑 사귀면 안돼냐?' 순간 마시던 티를 뿜을 뻔했다. '개소리야.' 언니는 최범규 인스타를 넘기면서 날 설득하려 애썼다. '스타일로 보나 얼굴로 보나 야, 솔직히 이런 얘기할 건 아니지만 집도 꽤 사는 것 같은데? 그리고 공부도 잘하니까 너랑 놀겠지.' 이 언니가 돌았나. '언니 무슨 중매해? 아 꺼져.' 언니는 핸드폰을 가방에 밀어넣었다. '너 강태현이랑은 죽어도 친구라며. 아니다, 이 언니는 동생이 솔로인게 너무 슬퍼서 그만. 미안.'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언니가 나를 일으켜 세웠다. '수능 전에 마지막으로 열여덟을 즐겨라 수험생. 오늘은 언카다!' 그리고 언니는 정말 시원하게 카드를 긁었다. 저녁까지 배부르게 먹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책상에 삼각김밥 하나, 샌드위치 하나, 그리고 바나나 우유. '엄마! 이거 뭐야?' 엄마가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그거? 태현이가 놓고 갔던데?' 아 그래? 뭐지? 나 밥은 잘 챙겨먹고 다니는데. 핸드폰 메세지 알림음이 울렸다. 세상에서 제일 잘생긴 밤규 나 어떡하냐ㅋㅋㅋㅋㄱㅋ 챙겨왔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 원래는 컴퓨터로 쓰다가 오늘은 핸드폰으로 급하게 썼습니다! 오타나 맞춤법 오류 받아요! 지금 배터리가 10퍼라 명예의 전당 패쓰해요ㅜㅜ 너무 미안합니다ㅜㅜ 다음편에 한번에 올린게요ㅜㅜ 근데 댓글 다 빠짐없이 읽어요! 진짜 너무 감동입니다ㅜㅜ 여러분들 강경 이우고 파시길래 뭔가 너무 당연한 결과라 그냥 자연스럽게 핸드폰 켰어요ㅋㅋㅋㅋ 원래 100퍼였는덱!! 범규 많이 좋아해주세용 여러분 이제 슬슬 노선 잘 타야 합니다 저 콘티 따윈 안짜요 그냥 그날 제가 원하는 사람이 최종 남주가 되는 겁니다케케케케
이런 글은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