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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류들좀 순서대로 정리해줄래.”
“어 으응.”
나에게 서류 한더미를 건네주고 침대에 기대 노트북으로 뭔가 열심히 정리하는 이호원.그모습을 멍청하게 쳐다보고만있다가 갑자기 날쳐다보는 이호원과 눈이마주치고나서야 급히 시선을 돌렸다.으아 창피해…!다시 뒤에서 타이핑 소리가 들리고 그제서야 안심한 내가 책상에 서류더미를 올려놓고 조그맣게 한숨을 내쉬는데 하는방법 모르겠어?그냥 밑에 숫자보고 순서대로만 정리하면 되는데. 하고 이호원이 내게 말한다. 아마 내가 하는방법을 몰라서 자기를 쳐다보고있었다고 생각한듯했다. 아니야 할수있어.
“…부서 분위기는 어때.”
“…어?아 너 걱정 많이하더라….”
니가 그렇게 인기좋은줄 몰랐어. 괜히 실없이 웃었다. 나름 칭찬한건데도 별말없이 다시 일에 집중하는 이호원. 작게 뒤에서 타이핑소리만 들리는데 아 이거 생각보다 일이 많잖아!금방 하고 가야지 했던 내 계획이 와장창창 깨지는 순간이였다.이거 서류정리만 하루종일 하게 생겼네.종이뭉치를 뒤지다가 슬쩍 뒤를 쳐다봤다. 뚫어져라 화면을 노려보는데 얼굴이 아까보다 더 창백한것같다.
“이호원.”
“…왜?”
“너 열 몇도야?”
“…안재봤는데.”
“머리 안아파?”
“참을만해.”
정말?진짜야?아닌것같은데. 괜찮다니까 왜그래. 아니 뭐…걱정되니까 그렇지. 머리를 긁적이며 다시 책상앞에 똑바로 앉았다. 아파보이긴 아파보이는데 내색을 안하니…다시 서류를 늘어놓으며 투덜댔다. 이건 왜이렇게 많은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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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했다!”
쭉 기지개를 피며 외쳤다. 남대리님한테 빙의된 마냥 아무것도 안보고 서류정리만 했더니 생각보다 일찍끝난 기분이다.그래봤자 2시간을 훌쩍 넘기게 했지만…어쨌든.의자를 빙그르 돌려 이호원을 바라봤다.…어라?
“…자네.”
그것도 엄청 불편한 자세로. 살금살금 자리에서 일어나 이호원 무릎에 있던 노트북을 바닥에 내려놨다.그리고 슬쩍 이마에 손을 갖다 대는데 확실히 엄청 뜨겁다. 이런데 무슨 일을 한다고….자세가 불편해보여 편하게 눕히려고하는데 혹시 눕히다가 깨면 또 일한다고 할까봐 걱정스럽다.조심 조심 이호원을 침대에 제대로 눕히려는데 이호원이 작게 뒤척인다. 옴마야 심장 떨어지겠네…. 한참을 씨름한 결과 자세는 이상하지만 어쨌든 침대에는 제대로 눕힌 잏나. 아 괜히 등뒤로 식은땀 흐르고 막 그러네. 책상에 깔끔하게 정리된 서류를 한번 보고, 이호원을 한번 보고 하다가 이제 가야지싶어 조심스레 방을 빠져나왔다.
“……………약도 안먹고.밥도 안먹고.열도 안재고. 웃겨 진짜.”
계단을 내려가며 투덜거렸다. 지가 무슨 슈퍼맨인줄아나. 자기없으면 회사 안굴러갈까봐 저래. 거실을 지나쳐 현관으로 가 신발을 신었다. 그리고 뒤를돌아 집안을 한번 쭉 둘러보는데 이 큰집에 정말 이호원 혼자인가 싶어 안쓰러웠다. 아픈데 돌봐줄 사람 한명없고. …불쌍하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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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하면 니가 좀돌봐줘 동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