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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컬렉션이 얼마나 큰 무대인줄은 아나?”
“…모를리가요.”
어금니를 꽉 깨물고 성열이 웃으며 말했다. 나름 이것도 사회생활이라면 사회생활이지. 일단 잘보이기로 마음을 굳힌 성열이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런데 이런게 미팅인가요?그냥 별 영양가 없는 대화 나누는게 미팅? 성열이 애써 웃으며 명수에게 물었다.
“ 이게 영양가 없는 대화같아요 성열씨는?”
“……그다지 영양가 있어보이지는 않잖아요 솔직히.”
“뭘 몰라도 한참 모르네.”
이렇게 몰라도 되는거냐며 놀란듯이 성열을 바라보는 명수. 오,오랜만에 하는거긴한데…괜히 명수의 반응에 찔린 성열이 다시 자세를 고쳐잡는데 명수가 테이블위에 꽃받침을 하더니 갑자기 쑥 성열쪽으로 얼굴을 들이민다. 나 지금 성열씨한테 딜 하나 걸건데 성열씨한테 되게 좋을거야. 할래? 존댓말을 쓰는건지,반말을 쓰는건지 명수의 태도에 잠시 미간을 찌뿌리던 성열이 궁금하긴한듯 살짝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뭔데요?
“이번 컬렉션 메인모델 아직 안뽑은거알죠?”
“……아 네.”
“성열씨가 나 좀 도와주면 메인모델 성열씨 꽂아줄게.”
“예?!”
명수가 목소리를 낮추며 성열에게 조심스레 귓속말을 하기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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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 잘먹었어요!”
“뭘요.”
자리를 옮겨 카페로 온 우리 둘. 이 근처에 그렇게 맛있는 집이 있을줄 몰랐다며 웃는데 남기지않고 잘 먹어줘 내가 다 고마웠다. 여자들 보면 막 조금 먹고 남기고 그러던데,유라씨는 그런것도 없이…커피는 자기가 사겠다며 고르라는데, 또 아메리카노 먹어야 되나…한순간 고민이 장난아니였다. 저는 안마실래요. 결국 안마시는 쪽을 선택하는데, 한참 메뉴판을 들여다보더니 그럼 팥빙수 하나 시켜서 나눠먹는게 어떻겠냐고 물어보는 유라씨.…팥빙수라….좋죠.
“동우씨는 팥빙수 좋아해요?”
“여름엔 즐겨먹어요.유라씨는요?”
“전 되게 좋아해요!”
어느새 나온 과일 팥빙수를 앞에두고 밝게 웃는 유라씨. 내가 산건 아니지만 뭔가 많이먹으라고 하고싶은 웃음이다. 내가 몇입 떠먹다가 수저를 내려놓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날 바라보는데 아 먹고있어요!신경쓰지말아요! 팥빙수도 맛있게 먹는 유라씨 모습을 보니 나까지 다 배부른게 보는걸로도 배부른 느낌이 어떤느낌인지 이제야 알겠다.
“근데요 동우씨.”
“네.”
“…저 어때요?”
“…예?”
갑자기 수저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날 바라보는 유라씨.…어…어떻냐니…당연히…예쁘고,착하고,제 이상형에 가깝…어색함에 바보같이 핳핳 거리며 웃었다.갑자기 그런건 왜물어봐요.
“전 솔직히 동우씨 마음에 들거든요?”
“…예?아 감사합….”
“우리…정식으로 만나볼래요?”
순간 나도모르게 헉 소리가 절로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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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씨 넌 그만 나오실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