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의 새하얀 날개에 소복소복 내리던 눈이 쌓이기 시작했어요. 나비는 괴로움에 몸부림치고 날갯짓을 했지만, 그를 지켜보며 나비와 닮은 새하얀 결정체를 내리던 하늘은 나비의 몸부림을, 아름다운 춤사위라 생각하고 더 많은 눈을 내려주었고, 나비는 하늘을 원망하며 죽어갔어요. 당신은, 내게 하늘과도 같아요. 알아 들어요? [효신X홍빈] 나비의 겨울3 by. 진라면 뭐해? 화려한 색감의 잡지를 품에 안고 멍하게 티비 화면만 들여다보던 홍빈이 원식의 말에 고개를 돌렸다가 이내 다시 티비로 시선을 고정한다. 원식이 제 목에 입술을 묻고 은근한 성적인 움직임을 취함에도 홍빈은 평소처럼 밀어내는 것도 하지 않고 멍하다. 이내 걱정이 된 원식이 홍빈의 시선을 따라가다가 아, 하고 작게 내뱉었다. 크고 좋은 화질의 화면은 홍빈이 없는 한 달 새에 무너져 버렸을 효신의 마른 얼굴을 비춰주고 있었다. 빈아, 홍빈아. 저를 부르는 원식의 목소리에도 홍빈의 눈동자가 흐렸다. 한 달이 지났다. 홍빈이 촬영장을 대책없이 뛰어나와 원식의 유학길에 동행한 이후로. 홍빈의 품 안에 있는, 그가 나왔어야 할 잡지엔 다른 유명 모델이 자리를 차지했고, 런웨이에도, 효신의 옆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사람도 그 모델이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자이너이신 박효신씨와 일을 하게 되어서 너무 영광이에요.. 뚝, 요란한 효과음을 내며 꺼져버린 티비에 원식이 홍빈의 표정을 살폈다. 손마디가 하얘지도록 세게 쥐고 있는 리모컨을 뺏어든 원식이 홍빈을 끌어당겨 마른 허리를 껴안는다. 모델이란 직업 상 잘 먹지 못 하고 식단조절을 하던 한 달 전보다 더 마른 느낌. 효신도 이러리라, 속으로 생각하던 원식이 이내 고개를 저어 생각을 지워냈다. 작업실 갈래? 응, 갈래. 망설임없이 대답하곤 몸을 일으켜 침대에 아무렇게나 놓여져있던 겉옷을 입는 홍빈을 보던 원식이 조금은 쓴 미소를 짓는다. 후회하고 있을 홍빈을 다시 그의 곁으로 보낼 생각은 없다. 저도 몸을 일으켜 차 키를 집어든 원식이 자연스럽게 홍빈의 허리를 팔로 감았다. 차에 올라탄 홍빈은 여전히 멍했다. 여전히 화려한 색감의 잡지는 품에 안은 채였다. 미국의 풍경은 낯설었다. 제가 좋아하는 것이 가득하던, 케이크가게도 없다. 자주 옷을 사러가던 빈티지샵도 없다. 저와 닮은 하얀색과 제가 좋아하는 청록색으로 가득한 집도 없다. 단 향을 풍기는 상자를 사들고 오는 사람도 없다. 두 팔을 벌리며 이리와, 하는 사람도 없다. 안기면 특유의 달면서 시원한 향이 나는 사람도 없다. 제가 없으면 잠을 못 자는 아이같은 사람도 없고, 제게는 자주 웃어주는, 웃는 것이 예쁜 사람도 없다. 제 무릎이 제일 편하다며 무릎에 누워 머리를 부비는 사람도 없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좋아해서 제게 물려주곤, 제가 쓰다며 인상을 찌푸리면 환하게 웃던 장난기 많은 사람도 없다. 제 사람은 여기 없다. 박효신이 제 곁에 없다. 잡지를 쥔 홍빈의 손 끝이 하얗게 질려있다. 바들바들 떨리는 손과 꼭 문 입술이 울음을 참아내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내어주었다. 걱정스레 그를 보던 원식이 카페 옆에 차를 세웠다. 빈아, 뭐 마실래? 응. 뭐 사다줄까, 응? 달싹이던 입술이 이내 작게 말을 뱉어낸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멈칫했던 원식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원식이 차에서 내리고도 한참을 미동없이 있던 홍빈이 고개를 푹 숙였다. 잡지를 더 꼭 끌어안은 홍빈의 붉은 색의 바지 위로 동그란 눈물자국이 찍혔다. 수고하셨습니다. 사흘에 걸쳐 이어진 런웨이가 성황리에 끝났다. 런웨이 무대 끝에 걸터앉아서 분주히 주위를 청소하는 사람들을 보던 효신이 주머니를 뒤적여 담배를 입에 물었다. 빨아들일 때마다 빨갛게 빛났다가 수그러드는 불빛. 발 아래를 내려다보던 효신이 런웨이 무대 위로 담배를 비벼끈다. 사람의 가슴 높이 쯤 오는 높은 런웨이 무대. 이미 모든 모델의 목표일 무대에 제 이름만을 걸었다고 세계 각국의 방송국에서 찾아와 앞다투어 취재하는, 꿈의 무대가 된다. 그 무대에, 널 세워주려고 했는데. 흉하게 구겨진 담배꽁초를 손가락으로 짓이기자 하얀 종이에 싸여있던 담뱃잎이 이리저리 흩어진다. 그것이 불안한 제 마음을 대변시켜주는 듯 하여 효신이 입꼬리를 올려 옅게 웃었다. 5년의 시간은 5분만에 흩어졌다. 그게 그렇게, 쉬운거였나. 얼마 전 탈색한 백금발의 머리를 쥐어 헝크려놓은 효신이 작게 앓는 소리를 낸다. 곧 몸을 일으켰다. 길게 펼쳐진 런웨이를 비틀비틀 걸었다. 네가 걸었어야할 길을. 쥐고 흔들면 부서져 버릴까, 놓아주면 떠나가 버릴까 두려웠다. 그래서 안절부절 못 하다가 가두어놓고 작은 숨구멍만을 뚫어준 채 지켜보았다. 하지만 그것조차 답답해했던 아이는 벽을 두드렸고 그걸 무시했다. 그러자 아이는 벽을 부수고 떠나가 버렸다. 서툴었다. 내가 서툴었다. 텅 빈 대기실 의자에 쪼그려앉아 몸을 웅크린 효신이 억눌린 울음을 터트렸다. 효신의 등이 작았다. 작고 초라했다. 화려한 런웨이는 조명과, 그 위를 걷는 모델이 없으면 초라하고 별 볼 일 없다. 런웨이의 목적이 모델을 위함이고, 그게 런웨이를 만드는 이유이기에. 화려한 색의 머리와 화려한 옷을 걸쳤지만 효신은 초라함 그 자체였다. 홍빈은 그의 전부라서, 전부를 잃은 효신은 홍빈의 기억만을 끌어안은 채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모델들이 소품으로 이용해 객석이나 무대 위로 놓고갔던 장미꽃이나, 스카프, 실수로 떨어트린 반지들이 곳곳에 놓여있는 패션쇼가 끝난 런웨이처럼. 의도치않게 토요일에만 오는 진라면이에용, 어째 회를 거듭할수록 산으로 가네요.. 핳.. 이걸 곱게 끝낼수나 있으려나.. 오늘도 모티에요, 시험은 끝났는데 컴퓨터가 맛이 갔어요..☆ 앞으론 모티론 오지 말아야겠어요.. 글이 똥이야 어허유ㅠㅠㅠㅠㅠㅠ 다음엔 길고 산이 아닌 평지로 가는 글을 데리고 올게요.. 사랑해요 독자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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