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의 새하얀 날개에 소복소복 내리던 눈이 쌓이기 시작했어요.
나비는 괴로움에 몸부림치고 날갯짓을 했지만,
그를 지켜보며 나비와 닮은 새하얀 결정체를 내리던 하늘은 나비의 몸부림을,
아름다운 춤사위라 생각하고 더 많은 눈을 내려주었고,
나비는 하늘을 원망하며 죽어갔어요.
당신은, 내게 하늘과도 같아요. 알아 들어요?
[효신X홍빈] 나비의 겨울7
by. 진라면
꽤나 달콤한 기분이었다.
집에 있는 침대같이 새하얀 것은 아니었지만 보송보송한 이불과 창문 새로 들어오는 바람이나 햇빛.
그리고 품 안에 있는 제 사람.
간만에 깊은 잠에 들었다가 깨어난 효신이 제 옷자락을 붙잡은 채 잠에 취해있는 홍빈의 등을 느릿하게 토닥여주었다.
저를 보자마자 울어버리는 홍빈을 달래느라 진땀을 빼다가 울음을 그친 채 훌쩍거리는 홍빈을 침대에 눕혀 팔베개를 해주었다.
홍빈을 토닥여 재우고 저도 깜빡 잠이 들어버려 주위에 신경 쓸 여유조차 없었던 효신이었다.
작게 앓는 소리를 내는 홍빈의 볼을 쓰다듬어주다가 홍빈의 머리를 받친 후에 팔을 빼낸 효신이 홍빈을 베개 위에 편하게 눕혀주곤 몸을 일으켰다.
곳곳에 원식의 사진이나 곡작업에 필요할 악기들이 가득한 것을 보니 아마 원식의 집인듯 했다.
휘 둘러보다가 침대 옆 작은 테이블에 놓인 두터운 잡지를 발견한 효신이 그것을 집어들었다.
깔끔한 잡지 외관으로도 한 눈에 볼 수 있는 유난히 구깃구깃하고 사람의 손길이 타 있는 페이지는 모두 저와 관련된 페이지였다.
제가 디자인한 옷을 입고 찍은 모델의 사진이 자리한 페이지에는 꼼꼼히 생각까지 달아놓은 홍빈에 효신이 어이없는 헛웃음을 지었다.
이럴 거면서, 왜 음악한다고 가버린건지.
잡지를 덮어 원래 있던 곳에 놓은 효신이 홍빈을 흔들어 깨웠다.
욕심을, 부려보고 싶었다.
이홍빈?
대충 끼니를 때울 것을 사온 원식이 다급하게 봉지를 내려놓고 발코니 난간에 아슬아슬하게 걸터앉아 있는 홍빈의 허리를 안아 끌어내렸다.
놀란 원식의 표정에 숨 넘어갈듯 웃어대는 홍빈은 어딘가 핀트가 나가있다.
그것을 눈치챈 원식이 미간을 찌푸리며 홍빈을 쇼파에 앉혀놓고는 바닥에 아무렇게나 던져진 봉지와 그 속에서 굴러나온 재료들을 주워 품에 안곤 거실과 연결된 부엌으로 걸음을 옮겼다.
쇼파에 쪼그려앉아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던 홍빈이 작게 원식을 부른다.
식아.
응.
나, 한국갈까?
쨍그랑, 원식이 손에서 놓친 접시가 파편을 튀기며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놀란 홍빈이 몸을 일으켰고 그와 동시에 뒤를 돌아본 원식이 고개를 저었다.
오지마, 내가 치울게.
다시 까만 색의 쇼파 위로 주저앉은 홍빈이 깨진 파편을 줍고있는 원식의 동그란 정수리를 빤히 바라보았다.
어쩌면 좋을까.
나는 가수를 해야하나, 모델을 해야하나.
그 전에 나는 효신일까, 원식일까.
식아.
응.
형이.. 왔다 갔었어.
응.
날 세우고 싶었던 런웨이에 다른 사람을 세워서 그게 너무 싫었대. 그래서 의상같은 거 다 새로 만들고 있으니까 이번엔 내가 와서 섰으면 좋..
퍽, 순식간에 강하게 돌아간 얼굴에 뺨을 붙잡은 홍빈이 눈을 크게 떴다.
아려오는 뺨에 눈물이 차올랐다.
내가 지금 뭘 잘 못 보고 있는건가, 잔뜩 굳은 표정을 짓고 주먹 쥔 손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 원식이 제가 알던 원식이 맞나.
맞으면서 이에 볼이 긁힌건지 비릿하게 입안에 차오르는 핏물을 뱉어내려 비틀비틀 몸을 일으킨 홍빈을 거칠게 잡아 앉힌 원식이 홍빈의 턱을 잡아올려 입을 맞춰온다.
저를 늘 아이 다루듯 하던 효신의 입맞춤은 조심스럽고 부드러웠다.
그래서 거칠게 제 입안을 헤집는 움직임이 익숙하질 않았다.
온 힘을 다해 원식을 밀쳐낸 홍빈이 이내 울음을 터트리고 만다.
몸을 웅크린 채 숨 넘어갈듯 울어대는 홍빈을 내려다보던 원식이 흥분을 가라앉히려 거칠게 숨을 몰아쉰다.
홍빈의 맞은 편에 가 앉은 원식이 머리를 감싸안는다.
고요한 적막이 감도는 집 안에는 홍빈의 울음소리와 원식의 숨소리만이 가득했다.
벌써 2주나 지났어요.
시끄러워.
걔는 음악하고 싶어하는 거라니까요? 디자이너님보다 그게 소중했던거고.
강철웅.
짜증스럽게 철웅을 부르며 몸을 돌려 철웅을 마주한 효신이 꽤나 단호한 철웅의 표정에 런웨이 무대를 빤히 바라보았다.
한 주 앞으로 다가온 런웨이에 메인모델이 없는 상황.
철웅은 앳된 얼굴에 비해 큰 키나 어른스러운 표정과 눈빛 따위가 홍빈을 떠올리게 하는 존재였다.
그래서 더욱 가까이 하질 못 하는 모델.
차 키를 집어들곤 런웨이 무대를 빠져나가는 효신을 따라 뛰어가 효신의 손목을 붙잡은 철웅이, 단단한 시선으로 효신의 눈을 마주했다.
나도 잘 할 수 있어요, 이홍빈만큼. 아니, 이홍빈보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철웅이 더욱 단단하다는 점.
그 시선에 흔들리는 눈빛을 숨기지 못 한 효신이, 철웅을 지나쳐 갔다.
내일부터 연습 나와.
진라면이 왔어요. 이번엔 좀 빨리왔죠? 그냥.. 시간이 넘쳐나서ㅋㅋㅋ 사실 이것도 멘붕의 멘붕을 거치고 갈아엎고 해서 쓴건데..
그래도 삼일이에요. 엄청 한가하답니다. 요즘 진짜 뿌듯해요. 다른 방에서 제 글 추천 짱 많이 해주시고.. 이뻐죽겠어요..♥
저는 다 보고있답니다ㅋㅋㅋㅋㅋ 독자님들 사랑사랑ㅠㅠ
햇님콩 좋아해주시는 분도 많이 느셨고ㅠㅠ 저 말고 글 써주시는 분도 생겼다는거! 너무 잘 쓰시던데요ㅠㅠ 그 분도 사랑사랑..
햇님콩이 더더 흥하는 그 날까지 진라면은 햇님콩을 쓰겠어요..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독자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