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의 새하얀 날개에 소복소복 내리던 눈이 쌓이기 시작했어요. 나비는 괴로움에 몸부림치고 날갯짓을 했지만, 그를 지켜보며 나비와 닮은 새하얀 결정체를 내리던 하늘은 나비의 몸부림을, 아름다운 춤사위라 생각하고 더 많은 눈을 내려주었고, 나비는 하늘을 원망하며 죽어갔어요. 당신은, 내게 하늘과도 같아요. 알아 들어요? [효신X홍빈] 나비의 겨울9 by. 진라면 가고싶어, 한국에. 홍빈의 단호한 말에 원식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무시하고 곡작업을 하던 원식이 저를 부르는 홍빈의 목소리에 약간은 신경질적인 손길로 헤드폰을 벗어내렸다. 의자를 돌려 홍빈을 마주 본 원식이 물이 맺힌 플라스틱 소재의,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담긴 컵을 이리저리 돌리고 있는 홍빈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안 돼, 안 되니까 가서 연습이나 더 해. 재미가 없어, 식아. 뭐? 옛날엔 음악만 하면 뭐든 좋을 줄 알았는데. 참아야 한다. 아직도 부어있는 홍빈의 볼을 보며 몇 번이고 속으로 되뇌였다. 홍빈의 태연한 말투가 더 화가 나고 싫다. 널 잃기가 싫어, 빈아. 불안한 듯 흔들리는 원식의 눈빛을 읽어낸 홍빈이 웃음을 짓는다. 미안해, 식아. 그 말과 함께 녹음실을 빠져나간 홍빈의 뒷모습을 보던 원식이, 몰려드는 불안감을 별 거 아닐 것이라 치부하곤 곡작업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강철웅! 눈을 감고 길게 한숨을 쉬던 효신이 높은 런웨이 무대 위에서 저를 내려다보고 있는 철웅을 올려다보았다. 철웅이 동선을 잃어 계속 다른 모델과 부딪히고 있다. 겨우 삼일이 남은 상황에서 이런 일은 곤란하다. 부딪힌 상대 모델도 머리 끝까지 짜증이 나 있는 상태. 답지않게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철웅에 효신이 입술을 깨물었다가 놓았다. 처음부터 다 다시. 정신 똑바로 차려, 강철웅. 머리를 쓸어넘기다 대충 헤집어놓곤 내뱉는 말에 축 처져있는 철웅을 비롯해 런웨이에 나와있던 모델 전부가 대기실 안으로 들어간다. 팔짱을 낀 효신이 런웨이 맞은 편의 벽에 기대고, 곧이어 음악이 틀어지며 메인모델인 철웅이 걸어나온다. 워킹이 흔들려, 한 쪽 눈썹을 찡그린 효신이 짜증스러운 표정을 짓자 철웅이 왼쪽으로 가야할 것을 또 오른쪽으로 향한다. 역시 탁, 부딪힌 어깨에 효신이 한숨을 내쉰다. 강철웅, 이홍빈보다 잘 할 수 있다며.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짜증스러운 손길로 자켓과 차키를 집어드는 효신에 철웅이 다급하게 달려와 팔을 붙든다. 죄송해요, 작은 목소리에 효신이 팔을 붙든 손을 떼어놓곤 철웅을 가만히 쳐다보다가 런웨이를 나선다. 떼어진 손이 어색히 허공을 맴돈다. 주먹을 쥐었다 펴며 팔을 힘 없이 늘어트린 철웅이 자리에 주저앉아 버린다. 늘 이홍빈 생각만 하는 효신에 기가 죽어버린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자꾸 효신의 눈치를 보느라 워킹이 흔들렸고, 짜증난다는 효신의 눈빛에 멍해졌다. 쪼그려앉아 얼굴을 감싼 손 새로 울음소리가 새어나온다. 담배를 물고 있는데 입이 텁텁하다. 아직 절반도 채 타지 않은 장초를 창 밖으로 던져버린 효신이 혀를 내어 마른 입술을 축였다. 단 것이 당겨. 단 것이라면 질색하던지라 지금 상황이 웃겨 헛웃음을 지어낸 효신이 집 앞의 가게에 차를 세웠다. 큰 상자 하나를 가득 채운 단 것을 내려다보다가 늘 홍빈이 먹던 것으로만 상자를 채웠다는 것을 깨달은 효신이 멍하니 그곳에 서 있다가 카운터로 향했다. 오래 안 오시더니, 오늘은 오셨네요? 요즘 바빠서요. 와, 그래도 애인분은 행복하시겠어요. 어색한 미소를 지은 효신이 상자를 받아들곤 고개를 푹 숙여 인사를 하곤 차로 돌아왔다. 차 시트에 몸을 깊게 기대곤 멍하니 차 앞유리 너머로 하늘을 바라보던 효신이, 몸을 바로하고 차를 출발시켜 집 쪽으로 향한다. 못 보던 신발이 놓여있는 현관에서 효신이 걸음을 멈추었다. 거실에선 티비소리가 들려오고 간간히 웃음소리도 터져나왔다. 아, 작게 탄식한 효신이 긴 복도를 지나 거실로 향했다. 제 옷은 어디에 둔 건지 덩치차이가 나 헐렁거리는 효신의 니트와 7부 반바지를 입고, 쇼파에 기대어 얼마 전 사둔 체리를 입 안에 굴리고 있는 홍빈. 꿈일까, 환상일까. 품 안에 가득하던 상자를 떨어트린 효신에 홍빈이 그 쪽을 바라본다. 언제 왔어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쇼파까지 가 홍빈을 당겨 안은 효신에 홍빈이 그의 허리를 감싸안았다. 이리와, 안 해줘요? 그거 듣고싶었는데. 말 없이 홍빈을 떼어놓은 효신이 볼을 잡고 입을 맞춘다. 체리향. 체리의 단 내가 진동하는 입 안이 정신을 아득하게 만든다. 부드럽게 홍빈의 입 안을 훑고 떨어진 효신이 하, 작게 울음섞인 웃음을 지어낸다. 효신의 품에서 벗어나 체리를 입에 문 홍빈이 다시 효신의 품에 안겨들었다. 체리, 먹을래요? 다시 다급하게 입을 맞추어오는 모습에 홍빈이 입가에 미소를 띄우며 눈을 감았다.
이런 글은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