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는 괴로움에 몸부림치고 날갯짓을 했지만,
그를 지켜보며 나비와 닮은 새하얀 결정체를 내리던 하늘은 나비의 몸부림을,
아름다운 춤사위라 생각하고 더 많은 눈을 내려주었고,
나비는 하늘을 원망하며 죽어갔어요.
당신은, 내게 하늘과도 같아요. 알아 들어요?
[효신X홍빈] 나비의 겨울10
by. 진라면
열이 오르는 이마에 손을 붙히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누워있던 철웅이 요란한 핸드폰 알림음에 눈을 감은 채로 베개 밑을 더듬어 핸드폰을 손에 쥐었다.
무거운 눈꺼풀을 밀어올린 철웅이 핸드폰 화면에 떠서 반짝거리는 문자를 확인하곤 헛웃음을 지어냈다.
결국 안 되는 거였어, 잠시 꾸었던 행복했던 꿈이고 환상이라고, 지금 나는 그 꿈에서 깨어나난 것으로 여기리라 마음 먹은 철웅이 핸드폰 문자를 삭제했다.
다시 눈 두덩이 위로 손을 덮고 누운 철웅의 손가락을 타고 눈물방울이 흘러내렸다.
혀 끝이 아릴 정도로 달콤했던 꿈에서 깨는 과정은, 꽤 아픈 것이었다.
[오늘부터 연습 안 나와도 돼. 이홍빈 돌아왔어.]
난장판이 된 집안을 둘러보던 원식이 바닥에 내팽겨쳐진 홍빈의 옷가지들과 향수, 핸드폰 등을 보며 머리를 쥐어 뜯었다.
딱 여권과 지갑만 들고 쌩하니 가버렸다.
아무것도 안 들고 가버렸어.
이러면 홍빈의 흔적이라도 찾을 수 있는 것 마냥 홍빈의 것을 모두 끄집어 내어 바닥에 던지듯 놓은 원식이 그대로 바닥 위에 주저앉았다.
딱딱한 바닥에 부딪혀 깨어져버린 작은 보라색 병에서 흘러나온 향수가 온 집안을 진동시켰다.
허탈한 웃음소리를 내던 원식이 그대로 바닥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늘 효신이 얘기하던 것이 생각났다.
홍빈은 쥐면 쥘 수록 빠져나갈 것 같아 두려운 아이라고.
그것이 불안해서 저도 모르게 쥐었더니 그는 어릴 적 가지고 놀던, 미끌거려서 손 안에서 가지고 놀다보면 빠져나가버려 잡기도 힘들었던 미끌이 장난감처럼 쏙 빠져나가버렸다.
그런데 빈아, 효신이형도 널 쥐고 놓아주지 않잖아.
그냥 나여서 안 되는 거였냐..
허탈한 목소리로 중얼거린 원식이 홍빈을 위해 샀던 부드러운 재질의 카페트 위에서 방 안을 가득 채운 홍빈의 향수냄새에 취해 눈을 감았다.
이틀이 남은 가운데서 한 번의 연습도 없이 드레스 리허설을 완벽하게 해낸 홍빈에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터져나왔다.
그를 보고 환하게 웃은 효신이 런웨이 무대 끝에 걸터앉아 있는 홍빈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 손을 잡고 뛰어내려 효신의 품에 파고든 홍빈이 칭얼거리는 소리를 낸다.
잘 못 했어, 워킹 다 흐트러진 것 같아요.
충분히 잘 했어, 집 가서 쉬자.
그건 형이 콩깍지 씌여서 그런 거 아니고?
진짜야.
짤막하게 대답한 효신이 홍빈의 정갈한 앞머리 위로 입을 맞추어냈다.
특유의 환한 웃음을 지어낸 홍빈이 효신의 품에서 빠져나온다.
옷 갈아입고 올게요. 팔랑팔랑 손을 흔들며 대기실로 뛰어간 홍빈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효신이 제 등을 툭툭 치는 손길에 뒤를 돌아본다.
그래도 디자이너님, 좀 너무하신 거 아니에요?
뭐가.
철웅이더러 나오지 말라고 하셨다면서요, 홍빈씨 돌아왔다고.
뒷머리를 만지작거리던 효신이 꽤나 단호한 표정을 짓고 있는 여자 모델을 내려다보았다.
누구더라, 어떤 파트에서 나오는 사람이더라.
메인모델 말고는 딱히 관심도 없고 이것저것 전부 정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아 대충 떠넘겼었는데, 이런 사람도 있었나.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고민을 하던 효신이 고개를 갸웃했다.
원래 이홍빈 서기로 했던 런웨이였어.
철웅이 아픈 건 아세요? 열 나서 일어나지도 못 해요.
아.. 효신의 눈빛에 약간의 망설임이 스치고 지나간다.
등 뒤에서 들리는 타박타박, 신발소리에 여자모델이 효신을 지나쳐간다.
곧이어 등허리를 안아오는 팔에 효신이 멍했던 얼굴 위로 웃음을 띄워낸다.
단 내, 꽤 복잡했던 머릿속이 싹 지워지는 느낌에 효신이 몸을 돌려 홍빈을 끌어안았다.
세상 모두가 제게 이기적이라 욕해도 좋다, 내 곁에 네가 있으니.
흔들리는 눈빛을 숨기려 눈을 감고 홍빈의 어깨에 얼굴을 올려놓은 효신이 고른 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저도 사람인지라, 불편해지는 마음을 어찌 할 수는 없었다.
나중에 머리보면 금발 남아있는 거 아니야?
지금 나 못 믿어요?
탐탁치는 않아.
염색을 하던 빗으로 머리를 아프지 않게 콩, 때린 홍빈이 효신의 백금발 위로 염색약을 서툴게 바르기 시작한다.
금발은 차가워보여서 싫다며 직접 염색약까지 사와 제 머리 위로 염색약을 바르는 손길이 좋은 예감을 주지는 않아 효신이 거울 너머로 홍빈과 눈을 맞추었다.
그래도 꽤나 진지해보이는 표정이 귀엽다.
꼼꼼히 염색약을 바르는 모습을 바라보던 효신이 고개를 돌려 홍빈과 눈을 마주하고 화들짝 놀란 홍빈이 염색약 범벅이 된 빗을 떨어트린다.
와, 바닥에 다 묻잖아요! 하고 칭얼거리는 뒷통수를 잡아 짧게 입을 맞추니 귀까지 빨개져선 어쩔 줄 몰라한다.
고개를 돌려 거울 너머로 홍빈을 바라본 효신이 바닥에 떨어진 빗을 주워다 홍빈의 손에 쥐어준다.
바닥에 염색약 스며들겠다. 빨리.
오늘 너무 신났더니 글도 신났네요.. 방정맞아졌엌ㅋㅋㅋㅋㅋ
게다가 짧..짧다... 오열.. 벌 설게요 엉엉ㅠㅠㅠㅠㅠㅠ
근데 콩아.. 사랑하는 콩아.. 혹시 인티하면.. 이거 보면 안돼..(진지)
아 그리고 슬픈 소식을 하나 전해드려야할 것 같아요...☆
나비의 겨울이 아마 13화로 완결을 지을 것 같아요ㅠㅠㅠ
맨날 똥망글만 싸지르면서 너무 빨리 끝내서 죄송해요ㅠㅠㅠ
사실 나비의 겨울이라는 글이 연재를 목적으로 시작했다기 보단 다른 방에 살짝 올렸었다가 글잡으로 가라는 댓글을 보고 고민하다가 와 본거라서ㅠㅠ
대충 쓰다가 묻힐거라고 생각을 했던 글인데 너무 많이 사랑해주셔서 스토리를 짜 놓았던 것도 없고 그냥 제 기분따라, 제 사심따라 그때그때 달라졌던 내용들이라 조금 산만한 부분도 있고 이어지는 것도 없고, 급하게 전개되는 면도 없지 않아 있을거에요ㅠㅠ
그래서 많이 속을 썩였던 글이지만 사실 속을 썩인만큼 제일 애착이 가는 글이기도 해요ㅋㅋㅋㅋ
흑흑 이런 글도 사랑해주셔서 감사해요 독자님들♥ㅠㅠㅠㅠ
아마 햇콩 글은 다른 글을 몇 개 더 쓰다가 다시 쓰게 될 것 같아요ㅠㅠ 오래 걸릴지도 모르지만 기다려 주실거죠?
그 전까지 햇콩 쓰시는 분들이 늘길 바라는 건 제 바램ㅠㅠ...
오오 뭐야 이게 완결같앜ㅋㅋㅋㅋㅋㅋㅋ 11편도 곧 들고 찾아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