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게,, 다시 만나지 말자고 했잖아. 성이름.” 그렇게 우리 둘 사이의 짧은 정적이 있었을까 이재욱은 그대로 날 지나쳤고 잠시 멍때리던 나는 정쌤의 부름에 그 짧은 멍에서 헤어 나왔다. “뭐야, 아는 사이었어?” “아니요, 그냥 한 번 더 인사 한 거예요..” “좀 까칠 한 거 같지? 이재욱 선생.” “뭐.. 처음 왔으니까 어색한 거겠죠..” “재욱아!”
“응?” “나 질문 하나만!” (톡톡) “뭐야?” “뽀뽀.” “질문에 답 해주면.” “질문 뭔데?” “텐션 뉴모쏘락스 (긴장성기흉tension pneumothorax)랑 탐포네드 (심낭 압전 tamponade) 호흡곤란 오는 차이가 뭐야?” “으이구- 맨날 밤 새고 밥도 안 먹어 가면서 공부하더니 이런 걸 헷갈려 하면 어떡해.” “아- 몰라. 요즘 공부랑 권태기인가, 이런 것도 머리에 안 들어와.” “나랑 권태기 아니어서 다행이다.” “대답이나 좀 해줬으면 좋겠네, 자네.” “텐션 뉴모쏘락스는 기흉에 공기가 차서 호흡곤란이 오는 거고, 템포네드는 심장을 둘러싸는 막 있지? 그 사이에 혈액이 고여서 심장을 누르니까 호흡곤란이 오는 거야.” “와.. 말로 이렇게 들으니까 쉽네.” “바보야-“ “죽는다.” “아, 장난 장난!” “성쌤! 오늘 왜이렇게 멍을 때려?” “아 정쌤.. 그냥 다른 생각 좀 하느라 잠시..” “아, 내가 뭐 하나 들었는데 알려줄까?” “뭐요?” “이재욱 쌤- 간호사들이 모여서 얘기하고 있는 거 몰래 엿듣고 왔는데.” “선배도 참, 뭐 그런 걸 엿들어요..” “아니 이재욱 선생님 본과 때 과CC로 유명했다더라? 알아?” “아..” “근데 그 과CC 애들 다 하는 건데 왜 유명했냐.” “...” “그 여자애 아빠가 글쎄 그 학교 총장이었대-“ “선배, 그마ㄴ,” “근데! 더 대박인 건 이재욱 선생님 집 안이 뭐 그 총장 때문에 박살이 났다나 뭐라나-“ “...” “둘이 과에서 1,2등 하면서 공부도 연애도 곧 잘 했다던데 참 역시 돈이 무서워, 그치?” “선배, 남 얘기 하지 말아요. 우리.” “남?”
“병원 오자마자 제 소문도 여기저기 퍼뜨려 주시고.” “..?” “ㅇ,,어.. 이재욱 선생- 그게..” “괜찮아요, 뭐. 사실 그대로 잘 전해 들으셨네요.” “ㄱ..그러게, 하하,, 콜 왔다, 이만 가볼게-“ “...” “남..” “..이재ㅇ,” “예나 지금이나 남 되는 거 참 좋아해, 그치?” “무슨 소리야?” “네가 더 잘 알겠지, 성이름.” “성 선생님, 오늘 하루종일 기분이 별로 안 좋아 보이세요.. 어디 아프신 건 아니죠?” “아, 아니에요.” “몸 관리 잘 하세요- 요즘 안 그래도 병원 분위기 안 좋은데.” “윤쌤두요. 아, 607호로 올라간 렁캔서 (폐암) 환자는 좀 어때요?” “글쎄요.. 어제오늘 상태가 썩 좋지는 않아서.” “제가 한 번 가보죠, 뭐.” “아, 성쌤! 강인욱 환자는 오늘 퇴원이에요!!” “잘 됐네요-“ “선생님! 응급환자요!!!!” “무슨 환자에요.” “15세 남아, 열상 환자에요.” “열상?” “아무래도.. 애 아빠가 알콜 디소더인 거 같은데, 집에서 난동이 좀 있었던 모양이에요..” (알코올 중독 Alcohol Disorder) “뭐 그런,, 일단 디셋 준비 좀 해주시고 트리마돌 (진통제)도 좀 투여 할게요.” “네.” “환자분- 마취 주사가 조금 아플 수도 있어요. 좀만 참으실게ㅇ..” “뭐하는 거야!!건들이지마.” “..네..?” “손 대지 말라고!!!!” “저기요, 아버님. 환자분 열상이 심해요. 피도 많이 나고 깊이도 깊어서 얼른 꿰매야 되요.” “...” “집안 사정에 대해서는 관여 할 생각 없으니까 병원에 온 거면 협조 좀 해주시죠.” “건들이지 말라고 했다..” “윤쌤. 저 아버님 진정제 좀 놔주세요. 아들을 걱정해도 모자랄 판에,,!!!!!” “성 선생님!!!!!!!” “..아....” “야 성이름!!!!!”
술에 취해 비틀대며 아들의 치료를 막는 환자의 아버지를 무시하며 15세 아들에게 손을 막 댄 순간이었을까. 그 아버지에 의해 내 손이 잡혔고 잡힌 순간 가지고 있던 칼에 의해 손목을 찢기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