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성이름!!!! 손 바꿔, 손 바꿔!!” “,,하,,,,하,하” “성이름!!!” CPR을 함부로 멈출 수는 없기에 손 바꾸자며 소리치는 정쌤도 날 막진 못 한다. 나에게 환자란 다 똑같은 의미고 더 좋은 환자, 조금은 싫은 환자 나눌 수 없기에 마음도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져서는 안 되지만 그래도 사람이기에 조금은,, 마음이 갔던 환자였다. “헐머니, 오늘은 좀 어떠신가~?” “괜찮지-“ “무슨, 내가 어제 다 들었는데? 할머니 아팠다구.” “이 할미야 나이가 딱 아플 나이지.” “그래도 주치의가 이렇게 잘났는데! 얼른 나아서 퇴원 하셔야지!” “오늘은 어째 이리 기분이 안 좋아 보이노,,” “저 사실 오늘 혼났거든요-“ “왜 혼났나?” “아니 글쎄! 7살짜리 애기 환자가 왔는데 할머니 알잖아, 응급실은 안 그래도 정신 없는 거. 근데 막- 뛰어 다녀서 위험하다구 뛰지 말라고 얘기 했는데 글쎄 그 엄마가 얻다 대고 훈계질이냐면서 뭐라 하는 거 있지?” “그랬나-“ “그러다 교수님 오셨는데 나한테 사과하라고 그러시는 거야.. 난 아무리 생각해도 잘못 한 게 없는 거 같은데. 그렇게 머리 숙이니까 기분이 좀 안 좋더라-“ “어이구- 우리 의사 선생. 우째 이리 내 손녀처럼 예쁠꼬.” “내 말 듣고 있었어요, 할머니?” “잘했다, 아가- 그럴 때도 있어야지. 앞으로 그런 일보다 더한 거 수없이 많을 건데 그때마다 이렇게 우울하게 있을 거가?” “헐머니가 내 말 계속 들어줘야지~” “허허,, 할미는 오래 못 있어~” “또 그 소리. 나 갈 거예요! 빠빠-“ 환자에게, 교수님에게 쓴 소리 들을 때 어느 순간 몸과 마음이 지칠 때 항상 할머니한테로 갔다. 별 말씀은 없으셔도 얘기 들어주는 눈이 좋아서. 환자 보호자에게 뺨을 맞았을 때도 말 없이 찬물에 헹군 손 수건을 건네 주신 할머니였다. 사실 몸 상태가 좋지 않으신 걸 주치의인 나는 당연히 알고 있었다. 근데 그렇게 할머니에게로 가는 내가 이젠 익숙해졌는지 헤어지는 게 이렇게 고통스러울 지는 몰랐다. “성이름 손 바꾸라고!!!!” “아 좀!!! 하,, 조용히 좀, 제발!!!!!” “...” “하, 하,,, 제발요..,,,,” (삐—————-) “....” “,,ㅎ,하,,,” “....” “성이름 사망 선고해.” “...” “성이름.” “....하,, 20시 46분,, 김필순 환자..” “...” “사망하셨습니다.” 그렇게 할머니는 떠났고 나는 아무 소리 들리지 않았다. 주변에 무엇도 보이지 않았고 내가 어떻게 서있는지 느낌도 나지 않았다. 그렇게 무언가에 홀린듯 멍하니 병실을 나와 몇 걸음 걸었을까 누군가 나를 잡아 끄는 힘에 번쩍 정신을 차렸다.
“미쳤지, 너.” “...” “따라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울려고 하지도 않았다. 우는 느낌도 안 났는데 왜인지 자꾸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윤쌤.” “네! 헤엑!! 이름 선생님 왜..” “디셋 좀 준비해서 휴게실로 가져다 주세요.” “네..알겠습니.. 어,,!!!” “.... 성이름 진짜.” 또다. 또 쓰러졌다. 성이름이 또 내 앞에서 쓰러졌다. 정이 많은 건지 멍청 한 건지. 자기 마음 하나 컨트롤 못 하는 애가 또 사람한테 마음을 다 줬나보다. 고3 수능을 성공적으로 끝내 의대에 입학한 나는 공부가 너무 재밌었다. 넉넉하지 못한 형편에서 열심히 공부해서 온 이 학교가 너무 좋았고 하고 싶은 공부를 한다는 자체가 좋아서 잠을 좀 안 자도, 밥 한 끼 정도는 좀 굶어도 공부가 재미있게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계속 1등을 했었고 낯을 많이 가려서 인지 친한 친구도 없어서 내 시간이 많았기에 공부에 더 집중 할 수도 있었다. 그러던 어느 수업시간 옆 자리 여자애가 어디가 안 좋은지 자꾸 낑낑 대는 거 같았다. 낯을 가리는 성격 탓에 먼저 말을 걸지도 괜찮냐 물어지도 못 했다. 그렇게 속으로 고민하다 차갑고 하얀 손이 내 손을 덮었다. 119좀 불러 달라고 얘기하는 모습이 위태롭게 보이면서도 예뻐보였다. 하얗고 작은 얼굴이 너무 예뻤다. 그리고 나서 그 예쁜애는 바로 쓰러졌다. 그 후로 그 여자애는 나에게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고 매 수업시간 마다 옆자리에 앉아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지금까지 한 번도 느껴보지 못 한 감정이었다. 사람을 마주하는 게 이렇게 부끄러운 건지 몰랐다. 그냥 너무 예뻐서 말도 안 나왔고 자꾸 그 아이를 바라보게 되었다. 이게 좋아하는 감정이구나. 우리는 그렇게 친해졌고 매일 같이 학교를 가며 매일 같이 집을 가고 매일 같이 공부를 했다. 웃는 게 너무 예쁜 성이름이었다. 그래서 내가 아주 많이, 좋아했다. 결국 쓰러진 성이름을 다시 업어 병실로 데려갔고 다 터진 실밥을 또 하나하나 꿰맸다. 그리고 정쌤을 불러,
“성이름 선생 병실로 데리고 온 것도 다시 봉합 한 것도, 정선생님이 한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