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왜, 우리 키스도 했는데 뽀뽀가 부끄러워, 윤아름?” “ㅂ,부끄럽기는 무슨. 약 네가 발라.” 민망한 마음에 약을 살짝 던지듯 재욱이에게 주고 나와버렸다. 사실 그 뒤로 오히려 사이는 더 편해졌다. 일하는 데 있어서도 그렇고 평소도 그렇고 더 아무렇지 않아졌다. 근데 이렇게 훅 들어오면 민망하고 부끄러운 건 사실이다.. “성이름 선생! 이재욱 선생은 괜찮아?” “네! 그냥 좀 까졌더라구요.” “에휴, 병원에서 별 일이 다 있다.” “그러게요-“ “선생님! 여기 아까 화상 환자 들어왔는데,” “제가 갈게요!” “아, 근데.. 치료를 거부하세요..” “왜요?” “글쎄요..” “나이는요?” “83세 남자요.” “보호자분 연락은 했죠?” “네!” “음.. 일단 가보죠, 뭐.” “환자분- 상처 먼저 볼게요. 아프진 않으세요?” “응- 그냥 소독만 하고 갈테니까 대충 혀-“ “이거,, 다치고 바로 오신 거 아니네요?” “..어제 다쳤어.” “화상은 초기 치료가 중요해요.. 피부 괴사에 세균 감염, 패혈증, 협착증까지 얼마나 많은 부작용이 있는데요-“ “..거, 그냥 의사선생.. 대충 소독만 좀 해도 된다니까.” “왜 치료 안 받으시려고 하는 거예요?” “...딸이 알면 안 돼-“ “네..?” “...” “할아버지 지금 아프셔서 오신 거잖아요.. 이거 치료 안 하면 나중엔 부작용으로 수술까지 하셔야 돼요..” “...” “하.. 이 선생님, 잠시만요.” “네.” “화상 부위가 전체적으로 크진 않은데 깊은지 확인은 해봐야 될 거 같은데 나 화상 환자 처음이라..” “아, 화상 부위 피부를 손가락으로 살짝 눌러 보고 창백해지지 않으면 혈관이랑 주변 조직도 손상 되서 혈액순환이 잘 안되고 있는 거야.” “아..” “그리고 화상 부위에 통증이 없고 약간의 압력만 느끼는 경우에도 상처가 깊어서 신경까지 손상된 거고.” “아, 아프진 않다고 하셨는데.. 일단 알겠어. 고마워.” “근데, 치료 안 받으신데?” “아.. 응. 뭐 따님 얘기하시는 거 같던데..” “아우, 진짜! 집에만 가만히 있으라고 했잖아 내가!! 바쁜데 여길 꼭 이렇게 오게 만들어야겠어??” “누구..세요?” “보호잔데요, 바빠 죽겠는데 으휴!!!” “저, 보호자분.. 환자분 치료 거부하시는데 어떻게 할까요.” “그걸 왜 저한테 물으세요,,, 알아서 치료 하든지 말든지 하세요.” “보호자님,, 지금 환자분 팔 상태 좋지 않아요. 병원에 바로 오신 게 아니라서 상태가 안 좋다구요.” “병원은 왜 바로바로 안 가고 그래 진짜!! 노인네 아주,, 언제까지 살면서 그렇게 나를 귀찮게 굴 거야!!!!” “ㅇ, 아니.. 안 그래도 너 바쁜데 부르지 않으려고 안 왔다가..” “됐어!!! 짜증나게. 치료나 받고 집에 꼼짝 말고 있어, 그냥. 제발 나 좀 아빠 뒤치닥거리 하게 만들지 마!!” “... 말이야 방구야.” “뭐요?” “다치셨는데 괜찮냐 한 마디 안 하시네요, 그래도 아버진데.” “어이, 의사면. 의사답게. 가족일에 껴들지 말고 환자 보는 거나 집중해.” “...” “재수없게,,” “저랑 얘기 하시죠, 환자분.” 툭툭 치는 행동에 욱 하려던 순간 재욱은 나와 보호자 사이에서 보호자를 데리고 갔고 나는 환자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많이 주눅 드신 할아버지를 나름 진정 시켜가며 이야기를 들었다. 할아버지께선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계셨고 얼마 전 재산 관련에 대한 가족문제가 있었다고 한다. 그 딸은 당연히 첫 째인 자기에게 회사를 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회사는 막내딸에게 갔고 그 뒤로 아버지를 케어하면서 화풀이 아닌 화풀이를 하는 거였다. 남 가족 문제에 내가 잘 했다, 못 했다 할 수는 없지만 아픈 아버지를 두고 채찍질 하는 모습은 정말,, 구렸다. 회사도 왜 막내에게 줬는지 첫쨋 딸의 행동을 보니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아무튼 잠깐 있었던 소동 아닌 소동은 금방 끝이 났다. 나도 상처에 걸맞는 치료를 했고 재욱이가 보호자랑 얘기도 잘 했는지 후엔 많이 진정된 상태로 오셨다. “치료는 잘 끝나셨구요, 처방 해드리는 대로 소독이나 관리 잘 해주시면 될 거 같아요-“ “네..” “어떻게 한 거야? 흥분 많이 하신 거 같았는데.” “저 환자분 렁 캔서 터미널이야. 전 병원에서 뵌 적 있어.”” (폐암 말기) “아..” “그거 모르고 계신 거 같아서 말씀 드렸어. 언제까지 계속 모르고 있을 순 없잖아.” “...” “게다가 이 환자 DNR 동의하신 분이야. 어레스트 와도 두고 보기만 해야 되는 거 나중 되면,” “...” “후회 많이 하실 거 같아서.” “아.. 그랬구나..” 어쩔 수 없는 일들에 대해선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게다가 집안 사정 문제라면 더더욱. 그렇지만 그런 문제들을 알면서도 보호자의 말과 행동에 욱한 나의 잘못, 그리고 그걸 환자와 얘기하면서 함부로 생각했던 내 잘못들에 가끔 부끄러워지기도 한다. “...” “됐어, 앞으론 저 환자랑 보호자 문제야. 우린 할 거 했고.” “아, 응..” “선생님 여기 응급환자요!” “상태는요?” “TA환자 한 명이랑 위암 천공 환자 한 명이요!” “TA 제가 갈게요. 윤쌤 같이 가요.” “네, 이쌤! 성쌤 환자 6번 배드요.” “네, 알겠어요.” 내가 맡게 된 위암 환자는 1년 전 위암 판정을 받았고 그 뒤로 아무런 치료를 하지 않다가 상태가 악화 되어 위암이 천공 되었고 그로인해 복막염이 된 상태였다. (천공: 구멍, 복막염: 세균 감염에 의한 염증) 그 통증으로 인해 다시 입원 하셨고 응급수술을 하기 위해 CT를 찍었을 땐 위암은 위 모든 부분에 위치하고 있었고 천공으로 인해 복강 내 복수와 공기가 차 있었다. 바로 위장 담당 교수님에게 콜을 했고 수술방에 들어오라는 지시에 수술방에 들어가 오랜 시간 수술방에 있었다. 그래서 몰랐다. TA 환자에게로 간 재욱이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아, 이쌤! 여기 TA 환잔데요, 아무래도..” “네, 왜요?” “다른 질병이 있으신 거 같아서요.. 실려 오시고 경련 증상 보이셔서 바로 보호자분이랑 얘기 했는데 요즘 기억력도 계속 안 좋아지셨다고 하고 환각증세, 언어 능력 저하 등 계속 문제가 있었던 모양이에요..” “...” “문제는 경련이 지속적이셨대요..” “프리온.. 말씀 하시는 거네요.” “네.. 지금은 크로이츠펠트 의심 환자로 볼 수 밖에..” (희귀한 중추신경계 퇴행성 질환, *혈액으로 감염 가능, :치매가 오게 되고 간대성 경련을 보이다가 사망하게 되는 감염성 질환이다.) “환자 하이브리드룸으로 옮기고 패스트 준비해주세요. 프리온 검사도 같이 할게요. 지금 귀에서 척수액 나온 상태라 이걸로 단백질 확인하면 될 거 같아요.” (패스트: 응급 초음파) “네, 이쌤.” “...” “아, 이선생님! 정쌤이나 성쌤 콜 할까요?” “아니요, 제가 할게요.” “괜찮으시겠어요..? 요새 무리하신 거 같기도 하고 이거 아무래도 감염 되면..” “윤쌤이 도와주실 거잖아요-“ “아.. 네! 바로 준비 하겠습니다.” “여기 패스트 준비 됐습니다. 이쌤.” “어.. 장이 좀 찢어진 거 같네요. 복강 내 출혈도 많이 없고.” “어떻게 하시겠어요..?” “수술 가능한 선생님들만 콜 해주세요.” “수간호사 선생님이랑 마취과 선생님만 콜 하겠습니다.” “네-“ (수술 중) “선생님.. 아까 척수 검사한 거 결과 연락 왔는데요..” “...” “임상적 진단이 지금은 약간 불확실하다고는 하는데 1차 검사 결과로는 크로이츠펠트 포지티브(양성)라ㄱ..” 삐삐삐삐삐- “선생님..!!!” “...” “ㅇ..어떡, 어.. 어떡해..” “....” “이쌤..” “....” “..이 선생님!!!” “여기서 저랑 윤쌤, 수쌤만 남고 수술실 폐쇄하세요.” “...” “빨리요!!!” “네!” 1차 검사 결과로는 충분하진 않지만 그렇게 첫 결과로는 양성 반응이 나왔고 초음파 상으로는 잘 보이지 않았던 장 다른 부분에도 출혈이 있었다. 수술 중 그 피는 불행히도 재욱이의 얼굴로 향해 튀고 말았다. 바로 수술실을 폐쇄하고 침착하게 나머지 수술을 마친 재욱은 곧 바로 조직병리학적검사를 준비 해달라 요구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그 검사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일주일, 아니 빨라도 5일은 기다려야 하는 이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그 시간 동안은 재욱이는 격리 되어 있어야 한다. 수술이 끝난 후 이동 준비가 완료 될 때까지 재욱과 수술실에 함께 있었던 선생님들은 한참을 기다려야만 했고 그후, 병원에 격리 장소로 이동 되었다. 그런데 나는 아무것도,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선배, 나 아까 암 환자 수술 들어갔다 왔잖아요. 원래 GS가 암 수술 하기도 하고 그러나? 아니 뭐, 나야 그 교수님이랑 수술 방 들어가서 컴바인 하고 그러면 완전 땡큐ㅈ..” “..너 못 들었어, 혹시..?” “응? 뭐요?” “이재욱 선생..” “왜..요..?” “아까 그 TA 환자.. 수술 중에 크로이츠펠트 포지티브 나왔는데,” “그런데요,” “수술 도중에 찢어진 장이 눌려 있다가 들어내는 순간 역류하는 바람ㅇ..” “어딨어요.” “어..?” “어디 있냐구요!!!” “A병실 격리 입원실ㅇ.. 야! 성이름!!! 어디 가, 미쳤어?” “선배, 제발. 좀 놔봐요!!” “진정 좀 해!!! 너 그렇게 감정 따라 거기 들어가면 환자는.” “...” “응급실 이렇게 미어 터지는데 환자는!!” “..선배..” “마음 아는데 그래도, 그래도 이럴수록 너가 흐트러지면 안 되는 거잖아.” “...” “1차 척수 검사 그거, 불확실로 판단되는 경우 많은 거 알잖아. 조금만 기다리자, 이름아.” 선배가 날 잡아주지 않았다면 바로 쫒아 들어갈 수도 있는 마음이었다. 그치만 의사로서 그러면 안 되는 게 사실이고 선배가 날 잡아준 건 너무 너무 고마운 일이다. 그래도 얼굴은 봐야 안심이 될 거 같은데, 가면 들어가서 너무 안고 싶어 질까봐 고민했다.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많은 고민을 하다가 결국 발걸음은 향하고 있었다. 다짐하며 걸었다. 잘 있는지만 보고 오자, 가볍게 안무 묻고 오자. “울지 마- 울지 마, 성이름. 울면 안 돼.” 이 다짐은, “성이름..” 재욱이의 모습을 보는 순간 무너졌다. ——————- 제가 글을 잘 쓴 건지 모르겠어요.. 사실 글을 쓰면서 병원 얘기를 좀 더 다뤄야 할지 여주 남주의 얘기를 더 다뤄야 할지 고민이 많은데 쓰다보면 병원 얘기가 더 많아지다 보니 여러분들이 읽기에도 어렵고 지루할 거라 생각이 들어요 어떤 부분에서라도 피드백을 주신다면 적극 수용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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