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아빠05 |
ㅡ피아노쳐줘
백현이 무작정 경수를 끌고 온 곳은 음악실이였다. 아무렇지 않게 음악실 앞 자리를 앉는 백현이 엉거주춤 하게 서 있는 경수를 피아노 의자에 앉혔다. 오랜만에 듣고 싶어서 그래. 전과 같은 표정으로 경수를 쳐다보는 백현에 경수는 할 수 없이 그 피아노 건반 하나를 눌러보았다. 고 1때 였나. 그때도 변백현이 갑자기 음악실을 데려왔었던 날이 있었다. 그 날은 첫 눈이 내리던 날이였던 걸로 기억한다. 아마 그때 백현이 불렀던 곡이 뭐였더라. 곰곰히 생각하던 경수가 손가락을 풀었다.
ㅡ...시작
할게, 백현아.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백현이 두 눈을 감았다. 그리고 낯이 익은 멜로디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꽤나 잔잔한 이 곡. 백현이 정말 좋아하는 곡이였다.
너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 볼 수만 있다면 철없던 나의 모습이 얼만큼 의미가 될 수 있는지
백현아빠 05
평소와 다름없이 달라진 백현과 경수를 보며 그 둘을 모르게 찬열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는 종대였다. 저 둘이 또 언제 화해를 한건진 모르겠지만, 아무조록 이 답답한 분위기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는 사실에 종대는 행복했다.
ㅡ어라? 변백현. 오늘야자해?
평소와는 다르게 가방을 챙기지 않는 백현을 보고 의아한듯 종대가 쳐다보았다. 그러자 종대의 옆에 있던 경수도 검은색 뿔테안경을 책상 위로 빼내면서 백현을 바라보았다. 너도 오늘 야자해? 말 없이 백현을 쳐다보는 경수의 눈빛을 읽은 건지 그 아래로 살짝 내려간 눈꼬리를 휘면서 말했다.
ㅡ기말고사 얼마 안남았잖아. ㅡ우와. 해가 서쪽에서 뜨겠네. 변백현이 공부를 한대. 찬열아, 들었냐? ㅡ저 새끼 도경수랑 화해하더니 맛간거 아니야? ㅡ멍청이들아. 도경수가 야자를 한다고 하니깐 백현아빠가 따라나선거지.
준면의 깔끔한 설명에 수긍이 간다는 듯 종대가 고개를 끄덕였다. 토 나온다는 표정의 찬열이 백현이 뒷통수를 탁 소리가 나도록 쳤다. 그리고는 교실 저 반대쪽으로 재빠르게 달려가자, 백현이 분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찬열을 쫓아갔다. 오늘 나는 박찬열을 반쯤 죽여놔야겠다. 야자시작을 알리는 종치기 5분 전. 그들의 교실은 시끌벅적했다.
* * * * *
ㅡ완전 졸리다. 김종대는 이걸 맨날 어떻게 하냐.
기지개를 키며 걷던 백현의 말에 검은색 뿔테안경을 낀 경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유난히도 어두운 밤에 가로등이 중간중간에 켜져 있었다. 계속해서 하품을 해대는 백현을 보던 경수가 갑자기 울리는 진동소리에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문자였다.
「형. 내일 공연4시에요! 꼭 와야해요!」
아까 전에 무례했던 백현과 자신의 태도때문에 화가 났을 법만도 한데,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문자를 한 종인에게 미안함이 몰려오는 경수였다. 알겠어. 꼭 갈게. 라고 꾸욱 자판을 누른 경수가 핸드폰의 폴더를 탁 하고 닫았다. 그런 경수를 힐끔 쳐다보던 백현이 누구야? 라고 물었다. 아, 엄마. 조심히 들어오라고 하시네. 왠지 종인이라고 대답하면 환하게 웃고 있던 백현의 표정이 구겨질것같았다. 아무렇지 않게 엄마라고 거짓말을 하고 아까전과는 조금 다르게 빨리 걷기 시작했다.
ㅡ도경수. 너 내일 뭐해? ㅡ아마 공부할 것 같은데. 시험이잖아. ㅡ아
나지막하게 탄성을 내뱉은 백현을 쳐다봤다. 너 아까 시험기간이라고 야자한거 아니였어? 라고 묻자 백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무슨 감탄사야. 그건. 어이없다는 듯 경수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다가 걸음을 잠깐 멈추었다. 그리고는 다시 울리는 진동소리를 자각하기도 전에 백현도 자리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아, 경수의 앞동에 사는 백현은 조금 더 들어가야했다. 벌써 헤어질 시간이 된거구나. 이 시간에 하교하는 것도 참 오랜만이다.
ㅡ먼저 들어갈게. ㅡ응. ㅡ조심히 들어가, 변백현. ㅡ..야! 도경수 ㅡ어? ㅡ내일 저녁에 영화나 보러갈래?
뜬금없는 백현의 말에 뒤돌아 가려던 경수의 몸이 멈칫했다. 그리고는 다시 몸을 돌려 백현을 쳐다보았다. 영화? 두 눈을 동그랗게 뜬 경수가 눈을 몇번이나 깜빡이면서 재차 물었다. 오히려 덤덤한 표정의 백현이 그래, 영화. 보고싶은 영화가 생겨서 그래. 라고 대답했다.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한 경수였다.
ㅡ저녁이면 몇시 쯤에? ㅡ7시쯤?
7시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경수였다. 그런 경수의 승낙에 백현이 다시 눈꼬리를 한껏 휘으면서 웃어보였다.
ㅡ그럼, 내일보자
그렇게 웃으면서 뒤를 돌아서 걷기 시작하는 백현이 뒷모습을 보던 경수가 다시 왼쪽 가슴을 붙잡았다. 아. 다시 미친듯이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이러다가 심장병에 걸리는 건 아닌지 몰라.
* * * * *
ㅡ민석이형 ㅡ왜 ㅡ누구좋아해봤어?
대학 문제로 잠시 백현의 집에 머물고 있는 사촌인 민석이였다. 백현의 침대 위에 누워서 양쪽 손에 핸드폰을 붙잡고 게임을 하던 민석이 잠시 멈칫 했다.
ㅡ갑자기 그런건 왜 물어보냐? ㅡ어? 아, 아니. 그냥. 오늘 문학시간에 소나기를 읽었는데, 문득 그 소년의 감정이 궁금하더라고.
어설프게 대답을 하는 백현을 캐치 못한 것은 아니였지만, 무언가가 재밌다는 듯 민석이 그 고른 치아를 슬쩍 보이면서 웃어보였다. 어려보였던 이 놈이 이렇게 컸나 싶어서 백현을 바라보자, 무언가에 홀린 것 마냥 자신의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는 백현이였다.
ㅡ궁금해? ㅡ응 ㅡ궁금하면 오백원
그거 언제적 개그야. 어이없다는 듯이 말을 내뱉은 백현이였다. 내가 형한테 바랄껄 바랐어야지. 내가 왜 그런걸 뜬금없이 음대생 코스프레하면서 빈둥거리는 저 형한테 물어봤을까. 허구한 날 술만 먹고 들어와서 나한테 무진장 뽀뽀를 해대던 그런 어리석은 형이였는데. 질문할 사람을 잘 못 택했다는 생각에 백현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하복의 단추를 차례대로 풀기 시작했다. 어느새 잠옷으로 갈아입은 백현이 여전히 핸드폰게임에 집중을 하고 있는 민석의 엉덩이를 발로 툭 쳤다.
ㅡ나 공부할꺼야, 나가! ㅡ공부는 무슨. 야동보려고 그러지, 너? ㅡ아! 빨리 안나가냐고!!!! ㅡ사랑하는 이모의 아들 백현아. 잦은 음란물 시청ㅇ.. ㅡ나가!!나가라고!!!!!!
결국 민석이 백현의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짜식. 히스테리란 히스테리는 완전 나한테 다 부리지. 하루종일 머리를 감지 않아 윤기가 도는 머리를 만지며 민석이 백현의 방 문앞에 섰다. 그리고는 아, 맞다! 라며 걸음을 멈추었다.
ㅡ백현동생. ㅡ또 뭐? ㅡ니가 막 그 애를 지켜주고 싶고, 보호해주고 싶고 그러냐? ㅡ..뭐야? ㅡ그 애가 하고 있는 거는 모두 궁금하고, 그 애가 다치거나 아프면 제일 먼저 걱정되고. ㅡ... ㅡ무엇보다도 그 애가 다른 사람이랑 말하고 있으면 갑자기 불안해지냐?
백현의 행동을 다 안다는 듯 줄줄히 말하는 민석의 말에 백현이 입을 벌리고 민석을 쳐다보았다. 아니, 저 한심한 인간이 나한테 혹시 씨씨티비라도 달아 놓은 걸까. 어떻게 다 아는거지. 놀란 듯 민석을 바라보자, 민석이 그럴줄 알았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말을 이어 나갔다.
ㅡ좋아하네.
뭐? 누가 누구를?
ㅡ니가 걔를 좋아하는거 맞네. 병신아.
쾅-. 멘붕이 온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백현을 방 안에 두고 나간 민석이 방문 앞에 주저 앉아 소리없이 낄낄대며 웃었다. 어리기만 할 줄 알았던 놈이 사랑을 시작했네. 으이구, 귀여운 놈. 자기 감정도 모르는 놈이 연애는 제대로 할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
샐리비 |
샐리비에요 :) 드디어 아리까리한 듯한 백현이가 자신의 감정을 알게 되었네요. 여태껏 한 자신의 태도와 마음이 질투와 호감이였다는 것을 깨닫는 멍청한 남자...ㅎㅎㅎ 다음편도 기대해주세요! 댓글은 감사히 받겟습니당. 조회수는 매번 늘어나는데, 댓글은..ㅠㅠ.. 그래도 뭐 징어들 사랑해요!!♥
암호닉 받습니당! 암호닉 오세훈 / 텐더 / 폴리니/ 백도러 / 볼링공 / 떡뽀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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