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 말도 안되요!!"
백현이 목줄이 채워진 WH1109를 보며 말했다. 그는 방탄유리 안에 갇혀있었다. 마취에서 깬 그는 (사실 그 엽총은 마취총이었다.) 방탄유리 안을 어슬렁거리며 백현을 뚫어져라 쳐다 보았다.
"WH1109는 사실 국가기밀인데...백현씨가 봐버렸어요. 그러니까 저희한테 협조 좀 해주시는 게 좋을 것 같은 데."
"그리고 우리쪽에서 이걸 알게 된 사람은 바로 사살하라는 명령이 있어서."
우린 손에 피묻히기 싫거든. 루한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건 더 이상 제안이 아니라고 백현은 생각했다. 그러니까 그들은 언젠가 불시에 있을 검문 때 까지만 백현의 집에 저 늑대도 아니고 사람이라고 하기에도 뭐한 저 생물을 들여놓겠다는 것이다. 백현은 너무나도 어이가 없었다. 자신은 그저 음식물쓰레기를 버리고 나왔고 술에 취한(줄 알았던)남자를 도우려 했을 뿐인데. 일이 이렇게나 꼬여버렸다. 백현의 머리가 지끈 거리며 아파왔다.
"저기...전 학생이고...진짜 아무한테도 말 안할게요..."
"우리가 널 어떻게 믿어."
"그럼 뭘 믿고 저한테 저 늑대를 맡겨요? 위험하잖아요. 혹시라도 저 늑대...아니...그러니까 쟤가 절 공격이라도 하면 책임지실거에요?"
"찬열이는 아무나 공격 안해."
"찬열이...?"
백현이 눈치를 살피자 크리스가 덧붙였다. WH1109이름이 찬열이야. 내가 지었어. 예쁘지 않아? 백현이 어색하게 웃었다. 그리고서는 루한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확신하죠? 찬열이는 아까도 절 덮쳤다고요."
"그건 발정기라 그래"
보름달이 뜨는 날이 찬열이 발정기야. 사실 주사를 놓으면 되는 데 오늘은 실수로 빠져나갔거든. 백현은 슬쩍- 고새를 돌려 찬열을 보았다. 긴 앞머리사이로 보이는 야생미 넘치는 눈에 백현은 몸이 굳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찬열의 몸에는 팔다리 할 것 없이 고루 근육이 잘 잡혀있었다. 두 발로 걷는 것은 조금 미숙한 듯 어그적거리며 걷는 것이 좀 우스꽝스러워 보인다고 생각했다. 잠시 짧은 정적이 흐르다. 루한이 다시 입을 열었다.
"만약 찬열이를 봐준다면 우리쪽에서도 돈은 지불할게."
"그래 네 생활비나 찬열이 식비도."
"우린 양심있는 사람이거든."
"얼마정도요...?"
크리스가 어디선가 계산기를 가져와 타닷- 타닥- 소리를 내며 계산기를 두드렸다. 도데체 얼마를 주려고 백현이 림을 꿀꺽 삼켰다. 크리스가 백현의 얼굴앞으로 계산기를 내밀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백현은 떡-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한채 어버버-거렸다.
"일..십...백천...만..십만..."
"십억이야. 이 정도면 할만하지 않아?"
"할게요...제가.."
백현이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방탄유리로 만들어진 우리에 있던 찬열이 기지개를 쭉-피고 아우우- 소리를 내며 울었다. 백현이 찬열이 있는 방탄유리 우리쪽으로 다가갔다.
"잘 지내보자. 십억아."
백현의 말을 알아듣는 건지 못 알아듣는 건지. 찬열이 고개를 갸우뚱 커다란 눈으로 백현을 쳐다보았다. 찬열이가 너 맘에 드나보다. 그렇게 말하고서는 크리스가 웃었다. 하늘에 떠있던 보름달이 구름에 가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