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모르는 선배가 자꾸 밥을 산다._9.암행어사 출두요.
W.사라질사람
아침이 이른 오후가 되도록 정국과 여주는 눈을 뜨지 않았다.
많이 피곤했겠지.
여주는 술을 진탕마셔서 피곤했을 테고, 정국은 그런 여주를
어르고 달래느라고 피곤했을 것이다.
어쩌면 정국은 동이 터오를때까지 여주의 얼굴을 한참 보다가
잠에 들었기에 여주보다 더 피곤했을 것이다.
여주가 다시 잠에 들고 먼저 눈을 뜬건 정국이었고,
자신의 품속을 깊이 파고들어 곤히 잠들어 있는
여주를 깨우지 않고 얌전히 기다렸다.
'잘자네'
햇빛으로 빛나는 여주의 짙은 갈색의 머리칼을 슥슥 쓰다듬어
주었다. 정국의 애정어린 손길에 여주는 꼭 요람속 아기가 된듯이
오랜만에 따스하고 편안한 잠을 잘 수 있었다.
여주는 늦은 오후에 잠에서 깨어났고, 정국은 언제 나간건지
여주의 자취방에는 여주 혼자 있었다.
'어, 정구기 언제 갔지'
정구기가 언제갔는지 고민할 새도 없이 타오르는듯한 갈증때문에
이부자리에서 훅 하고 일어나 물을 마시러 주방으로 달려갔다.
냉장고를 열려고 하니 냉장고에 작은 포스트잇이 붙여져 있었다. 포스트잇을 떼고 고개를 돌려 가스렌지를
바라보니 콩나물국이 담겨진 냄비가 올려져 있었다.
...하여간 귀엽다니까. 여주는 피식 웃으며 포스트잇을 떼어냈다.
그리고는 정구기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려
정구기와의 카톡방에 들어갔다.
정구기
어제 여쥬 너어~
날 그릏게 생각하는줄은 몰랐네엥~
나듀 사랑행~_14:10
...차단을 눌러본다.
여주는 기억이 안났지만 부러 어제의 일을 묻지않았다.
아무튼, 그러고 싶어졌다.
시험도 과제도 다 망했지만 어쨌든 한 학기가 지나갔다.
제출해야 하는 과제도면도, 그리고 실습도. 아직 남은 건 많지만, 그래도
방학의 시작은 언제나 여주를 들뜨게 만들었다.
또한, 평소와 같은 날이 이어졌지만, 문제의
'그날'_(석진의 위로가 되어주고, 정국과 술을마신)
이후, 달라진 것들이 많이 생겼기에 이번 방학은 더 새롭게 느껴졌다.
우선_계절. 계절이 바뀌었다.
만개 했던 꽃들이 떨어지고 이젠 나무들이 푸릇한 색을
되찾기 시작했다. 푸르른 나무들이 바람에 맞추어
살랑살랑 기분좋게 흔들린다. 참, 보기좋은 광경이었다.
그와 동시에 후덥지근한 더위도 함께 찾아왔지만
여주는 더위를 많이 타지 않기에 이 더위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미안미안, 일이 생겨서'
'..괜찮아요 15분 밖에 안늦으셨어요.'
하며 여주가 덤덤히 석진을 보며 말한다. 그럼 석진은
못 말린다는 듯이 살풋 미소를 짓는다.
이렇게 답지않은 농담도 칠 정도로 여주는 석진과 친해졌다.
석진은 전부터 어떻게 알고있는지 여주에게 자주 연락을 했다.
(물론 학기 중에도 했지만)
그리고 학기가 마무리 되고, 방학이 시작되면서
자주 하던 연락은 매일이 되어서,
이젠 정구기와 연락 빈도를 다툴정도로 연락을 많이 했다.
내용은 그냥 시시콜콜 가벼운 이야기.
'뭐해, 밥은 먹었어?'라고 석진이 보내면
'아..전 먹었어요'라고 여주가 보내고
시무룩 해진 석진이'뭐 먹었어?' 라는 답을 적는 도중에
'점심은 제가 방금 먹었으니까'
'이따가 저녁, 드실래요?'
라는 답이오면 해사하게 웃으며 석진은 답을한다.
'좋아, 6시쯤에 데릴러 갈게.'
석진의 마음이 걷잡을 수 없이 뛴다.
벅찬 가슴을 껴안고 석진은 드레스룸으로 걸어간다.
너는 나를 설레게 만들어. 무서울 정도로. 이런 게 사랑일까 싶다.
둘은 여전히 식사를 함께 한다.
하지만 이전과는 다른점이 있다. 이젠 식사에 아무 이유가 없다는 것.
전에는 석진이 여주를 궁금해하고, 이용하려 밥을 먹었다면
지금은 여주와 이렇게라도 함께이고 싶어서 밥을 먹는다.
식구가 되면 깊은 마음도 생긴다고 하질 않는가.
그에 비해 우리의 여주는 '꽁밥!' ...
감정의 변화가 조금 있었지만
아직은 꽁밥이 더 좋다.
깊이 생각하지 않을래. 깊이 생각할 수 록 저만 아플뿐이라는 걸
잘 알고있는 듯 했다.
그리고 석진은 밥을 먹으면서 아주 어렸을 적,
그러니까 자신의 이야기도 조금씩 한다.
아주 가볍게 아무일도 아니란듯이.
사실 석진은 지금 자신의 모습을 여주에게 들려주는게
부끄럽지 않았고, 점점 자신을 알아가는 여주가 좋았다.
'그럼, 그 형이라는 사람, 아직도 좋아요?'
'..글쎄 그냥 집에 있던게 형뿐이라 그랬던 것 같은데,'
'...'
'지금은 잘 모르겠어'
'...'
정신없이 밥을 먹던 손을 멈추고, 여주는 문득 고개를 든다.
그 뒤, 자신을 바라보던 석진의 눈을 담뿍 바라본다.
그러고는 그럴 수도 있죠. 어디에나 변하지 않는 것은 없으니까요
라는 말을 전한다. 그렇게 여주는 타인과 비교하려 하지 않고
그저 석진의 있는 그대로 이해를 해준다.
그런 여주의 모습이 석진을 미친듯이 떨리게 만든다.
석진은 여주 머리를 쓰다듬으며 미소를 짓고는, 말한다.
'방학을 해도 단 둘이 볼 수 있어서 좋아.'
그 말에 여주는 멋쩍은 듯 미소만 보이며 아무말도 하지 않지만.
석진은 그 말을 전할 수 있음에, 그 감정을 느낄 수 있음에 그저 감사하다.
누군가에게 오랜만에 전해본 꽉찬 진심이었거든.
그렇게 둘은 '밥'을 같이 먹는다.
'핫시..늦었다.'
여주는 오늘도 석진과 밥을 먹고, 정국과의 '우리둘이하는 실습!'
이라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학교를 간다. (정국이 만든 일정)
'또 늦었다고 몇마디 하겠네' 더운 날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정구기를 생각하며, 답지 않게 땀을 흘리며 학교를 향해 달려간다.
오늘은 분명 밥도 제시간에 먹고, 저가 좋아하는 비싼 광어회를 석진이
사줘서 기분이 좋았는데, 꼭 이렇게 한가지가 기분을 망친다.
이런걸 운 수 좋은 날이고 했었나..
문득 소싯적 학교서 배웠던 소설이 생각난다.
'왜..설렁탕을 사왔는데, 먹질 못하냔 말이야!'
'왜..비싼걸 먹었는데, 바로 소화를 시키냔 말이야!'
하아..눈물이 난다.
'고객님이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정구기가 전화를 받지 않는다. 원래라면 신호음이 가고
일초도 안돼, "옹~여쥬~왱?" 라고 대답을 했었는데,
화가난건지 뭔지 모르겠지만 전화를 받지않는다.
'너도 지각인거니..혹시?'
하고는 공학관 앞 분수대에 앉아 정국을 기다린다.
분수대는 방학인데도 잘 돌아간다.
'내 등록금이 이렇게..시원하구나.'
튀기는 분수대의 시원한 물방울들을 맞으며, 더위를 식힌다.
얼마나 지났을까. 분수대 옆 벤치에 기대어 있던 여주는
시원한 물방울들과 나무가 만들어준 그늘속에서
솔솔 오는 잠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여주는 졸기 시작했다.
나른하고 따뜻하고 너무나도 한가로워 기분이 좋다. 하며 골골 잠에 들었다.
그리고 그 기분좋은 잠은 , 얼마 뒤 깨게 되었다.
"편해보이네, 우리 여주."
나는 불편한데
불현듯 끼쳐오는 소름에 여주는 놀란 듯 눈을 떴다.
갑자기 여주에게로 들이 닥치는 햇빛에
앞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여주 앞에 서있는 존재만으로도
여주의 잠을 달아나기에는 충분했다.
"..남준.."
여주 앞에 선 남준은 씩 웃어보였다. 그러다가 금세 표정을 싹 굳히고는
오랜만이다. 한마디를 하며 여주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런 남준을 보는 여주는 꼭 죽을 것만 같았다.
남준의 시선이 너무 숨이 막혀서.
그 시선이, 숨을 쉬기에는 너무,
자신을 옥죄어서.
죽고 싶었다.
아아, 암행어사 출두다.
-그 시각 정구기-
안녕하세요. 글쓴이 사라질사람입니다.
원래는 내일 올라갈 예정이었던 2부의 시작! 9화 <암행어사 출두요> 가
내일 약속이 있어서 못 올 것 같아 오늘 미리 올립니다.
(걱정마세요, 집안에서의 약속이랍니다^^_반려견 목욕시키고 놀아주기.)
알싸하고 달콤했던 봄이 지나 어느덧 밥선배속에서는 여름이 찾아왔네요.
시간의 흐름이 매끄럽지 않기에 처음부터 싹 갈아엎고 싶었지만
그렇게 된다면 다시는 글을 못 적을 것 같아서, 그냥 올려봅니다.
나중에 시간이 될 때, 문체도 좀 더 공부해서 리메이크를 올려보던지 하겠습니다.
원래 시작은 미약하고 끝이 창대하다고 하니까 노력하는 모습, 부디 지켜봐주세요.
[래카럽] 님, [흑임자]님, [청포도]님, [진이]님, [리오]님, [껌딱지]님
[당근당근]님, [따옴]님, [뿜뿜이] 님, [꾸깃꾸깃] 님
사랑합니다.
(대충 오늘 브이앱을 본 분들이라면 이해가 갈 그런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