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아....."
심장이 쿵쿵거렸다. 몇년동안 동경해왔던 우상, 그리고 어쩌면 그 정도를 넘어버릴 지도 모르는 상대의 방 앞에 선 자신의 가슴이 쿵쿵 뛰어댄다.
"후으-후우-흡!!"
좋았어! 쉼호흡을 3번! 이제 됬어! 자, 이제 나는 벨을 누른다.....누른다....누르는데....젠장, 굳어버린 팔이 움직일 생각을 안한다.
자신이 손, 발 큰 수영 선수라는 것을 잊고 그 커다란 손으로 정신을 차리겠다는 목적으로 양 볼을 팡팡 치고서는 금새 느껴지는 아픔에 양볼을 손으로 쥐고 강아지 눈을 일그러트리며 문 앞에 쭈구려 앉았다.
"아우으...아프다..."
양 볼에 강하게 느껴지는 아픔에 나 쑨양! 긴장감 따위 어디로 날려버렸는지 당당하게 초인종을 눌렀다. 딩-동-하는 청아한 소리에 금새 정신을 차리고 열리지 않는 문에 긴장하며 그 긴다리를 달달 떨어댔다.
(뭐야? 무슨 일이야?)
차가운, 차갑지만 힘이 빠진듯한 앞의 사내의 목소리에 눈동자가 긴장의 뜻을 가득 담기 시작했다.
하지만 제 상태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였다.
어쩐지 하얗게 질린듯한 피부빛에 울었는지, 제가 이 곳에 오지 않았다면 울 예정이었는지 눈가 끝은 발갛게 물들어서는 수영 선수들 사이에서도 튀는 자그마한 키와 걸맞는 작은 손으로 차가운 금속성의 손잡이를 꾹 쥐고는 버티고 서있는 모습에 냉큼 안으로 들어섰다.
몇번이고 준비했던 말을 꺼내야 한다. 꺼내야 하는데 입이 도통 떨어지질 않는다. 마른 입술을 열었다 닫았다 하고 아랫입술을 혀로 한번 할짝였다가 이로 한번 꽉 물어도 보고 결국 My Park. 하고 한마디 내뱉았다. 젠장! 제가 듣기에도 제 목소리는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그에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우상의 눈길에 긴장하면 언제나 튀어나오던 제 습관, 눈동자를 위로 한번, 아래로 한번, 오른쪽으로 한번, 왼쪽으로 한번, 결국 아래로 떨궜다.
(왜 계속 불러? 할 말 있다며.)
저를 재촉하는 그의 목소리에 다시 한번 입안이 바싹 말라오지만 정신을 찰고 용기있게 한마디 내뱉았다. 우선은 허락을 한번 구하고 그 허락은!! 허가를 받았다.
(나.....머리.....) 한마디 내뱉고는 그새 한번 속으로 크게 숨을 삼켰다. 머리가 아프냐느 그의 말에 더듬더듬 나머지 말을 내뱉았다.
(나..머리 한번만....쓰다듬어...달라..고..)
그에 이어 우상에게 칭찬받고 싶다는 이유까지 내뱉자 그가 혀를 탁하고 차는 소리가 크게 울리며 들려왔다. 그의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가슴이 떨려왔다.
안되는건가? 지금 어이없어서 웃는건가? 그런건가? 날 이상한 놈으로 본 건 아니겠지? 그럼 내일부터 난 이 사람을 만나지 못하게 되는 건가?
빠르게 머리 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들을 단숨에 그의 한마디가 날려버렸다.
그와 함께 머리로 다가오는 작은 손. 침을 한번 꿀꺽 삼키고 전신의 감각을 집중시켰다. 머리칼 사이사이를 배회하는 얇다란 손가락들이 지나치게 생생히 느껴졌다. 계속 쓰다듬어줘? 하는 목소리에 염치도 없이 긍정의 대답을 표했다.
그 얇다란 손가락이 주는 느낌들에 순간 헛된 망상이 머리 속을 스쳐지나갔다.
지금 마주하고 있는 것들이 입술과 입술이라면....내 머리 속을 헤집는 그의 손가락이 내 입속에서 버둥대는 그의 혀라면...얼굴은 발갛게 달아오르고 가슴이 더 크게 뛰기 시작할 때였다. 부드러운 손이 머리를 톡톡 쳤다. 그러고는 이제 가야지? 하는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상쾌한 웃음을 머금은 그에게 죄책감이 들었다. 머리를 스쳐 지나갔던 제 생각이 그에게 모두 들켜버린 것만 같아 심장이 쿵쿵 뛰고 그를 주체하지 못해 벌떡 일어나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러고는 차마 그가 소리를 눈치챌까 문 바로 앞에는 앉지 못하고 옆의 벽에 등을 기대어 스르르 무너져 내려 앉았다. 우상에게 칭찬을 받고 싶었다는 제 치졸한 변명을 다시 한번 곱씹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