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쩍슬쩍 저를 흔드는 다정한 손눌림에 슬며시 눈을 떠본다. 제길, 속으로 읊조리고 다시 눈을 감았다. 또 다시 한번 눈을 떴다. 제길, 한번 더 읊조리고 한번 더 눈을 감았다.
(Park.) 반복해서 눈을 떴다 감았다 하는 제 이름을 부르는 사내가 지금 제 위에 있다.
(얼굴치우면 눈뜨지.) 진심을 담아 말했다. 누워있는 제 양 옆 침대부분에 손을 집고 므흣한 자세로 저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쑨양의 모습에 눈을 감을 수 밖에 없었다. 이 사내는 지금 자신의 자세가 얼마나 해괴한 자세인지 알고는 있는건가. 눈을 뜰 때 마다 빤히 들여다 보여지는 순하게 생긴 강아지와 같은 낯짝에 차마 눈을 떠 마주 볼 수 없었다.
(Park? 왜 그러는데?) 젠장, 정말 모르나 모양이다.
(얼굴 치우고 비키면 눈 뜨지. 네가 그렇게 보고 싶어하는 얼굴 보여주지.) 부루퉁한 목소리로 한 번 더 말했다.
(얼굴 치웠어. 이제 눈 떠 Park.) 아, 착한 녀석이었군. 생긴 것 마냥 말 잘 듣는 강아지였다. 안심하고 눈을 떴다.
퍽! 큰 소리였다. 악! 쑨양의 비명소리였다. 역시 큰 소리였다. 흥! 제 목소리였다. 역시나 큰 목소리였다.
눈에 떴을 때 보였던건 하얀 천장이 아니었다. 더 가깝게 다가온 순한 강아지 얼굴이었다. 얼굴만 가까이 왔었더라면 좋았을련만 부드럽게 맞닿은 콧날에 닿을락 말락하는 입술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숨자락에 벙쪄있던 자신이 취한 행동은 손에 잡히는 베게를 들어 쑨양의 얼굴을 후려치는 것이었다. 생각보다 크게 울린 타격음과 생각보다 크게 지른 쑨양의 비명 소리에 놀란 저는 결국 흥! 하는 깜찍한 소리를 크게 내뱉았다. 쪽팔렸다. 창피했다. 젠장이었다.
(아...아으으...) 실로 아팠는지 손으로 얼굴을 가득 감싸 안고서는 끙끙 앓는다. 속으로는 또 흥 하는 콧방귀를 꼈다. 먼저 거짓말 하고 엄한 장난을 친 것이 누군데 아프다고 제 앞에서 징징댄다는 건가. 그래도 마음 속에서 스물스물 피어나오는 걱정은 겉잡을 수가 없었다.
(많이 아파?) 얼굴을 감싸안은 손 중 하나를 제 손으로 붙잡고 내렸다. 겉보기에는 매우 멀쩡했다. 그래도 별 수 있나. 아프다는데. 다른 한 쪽 손도 제 손으로 붙잡고 내렸다. 눈 쪽으로 제 얼굴을 갖다대어 '호오-' 하고 옅은 바람을 분다. 유치하지만 별 수 있나. 제가 아는 방법은 이것 뿐인데. 그렇다고 지금 이 상황에서 눈두덩이에 연고를 덕지덕지 발라줄 수는 없으니 별 수 없었다.
쑨양의 얼굴이 순간 확 달아올랐다. 눈가에 닿아오는 달큰한 숨자락과 향내에 취해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팔을 뻗어 팔 안에 가볍게 감겨오는 허리를 홱 잡아당겨 가벼운 몸을 어깨에 걸쳤다. (어..어라? 안 아파?) 어눌하게 물어오는 걸 보아하니 진정 걱정했나보다.
그나저나 저보다 나이도 많은 이 사내는 왜 이다지도 가볍게 안겨오는지 말투 하나하나에 귀여움이 가득 묻어나오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다른 사내에게도 모두 그러는 건 아닌지 약간 질투심이 생기기도 했다. (어? 내가 왜 여기 매달려있는데?) 답지않게 바보같은 질문을 던지는 것에도 마냥 귀여움이 풍겨져 나온다. (쉬잇.) 한마디 내뱉자 그새 입을 합! 하고 다무는 모습도 그랬다. (아-편하다-) 하며 몸에 힘을 풀고 어깨에 털썩 기대온다. 괜시리 얼굴은 붉어지고 기분이 좋다. 속으로 였지만 에헤헤 하는 바보같은 웃음소리도 나온다. 어깨 위에서 버둥버둥 거리며 난리를 부릴까 걱정하기도 했는데 생각보다 일이 잘 풀린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세상 모르게 잠든 아넬만 태환의 방에 남겨두고 나오는 것에 성공했다.
(아...사람 많다...)
쑨양의 어깨에 대롱대롱 매달리다가 이제서야 내려와 제대로 바라본 런던의 밤거리에는 사람이 많았다. 반짝반짝 예쁘게도 빛나는 전광판들 속에 휩싸여 그 빛을 받고 있는 저와 쑨양의 모습도 그렇게 빛나보일까 내심 궁금하기도 했다.
(자! 손! 길 잃어버리면 무섭잖아.)
동글동글 꽤 크던 눈은 작게 스르르 접히면서 가지런한 속눈썹이 가볍게 내려앉아 얇다란 눈꼬리에 어두운 그림자를 만들어 내고 몇시간 전 자신이 살며시 입맞췄던 붉은 입술은 글자 그대로 베시시 웃는 모양을 만들며 웃으며 작은 손을 슥 내민다.
(손 잡아. 그러다 길 잃어버린다니까?) 어린 아이마냥 길을 잃어버리지 않겠다는 강한 뜻을 품었는지 작은 손을 슥슥 들이밀며 계속 말한다. 지금 저 사내는 제 행동이 상대방에게 어떻게 다가오는지 알고 있는건가. 저가 내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와 사소하게 행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얼마나 사람의 얼굴을 수줍은 붉은빛으로 달아오르게 하는지 꾸역 꾸역 삼키는 욕망과 소망이 고개를 치켜 들어 올라오려 하게 하는지 이 사내는 알지 못한다.
속에서는 그를 가지고 온갖 상상과 행동을 다 행하고 있으면서도 현실에서 그와의 관계를 놓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 마음을 모두 담아 보드랍게 감겨오는 손을 한번 가볍게 쥐었다. 혹시나 끊어질까 하는 그와 나의 관계에 대한 두려움을 담아 다시 세게 손을 고쳐잡았다.
(응? 뭐야?) 새카맣고 반질반질하게 빛나는 눈동자가 의문을 뜻을 품고 저를 빤히 쳐다본다. 자신의 속내를 꿰뚫을 것만 같은 눈동자에 애써 어색한 티를 내지 않으려 노력하며 눈을 한번 피하고 다시 고개를 들어 아까 그의 웃음 마냥 베시시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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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사담ㅋㅋㅋ
아까 독자 여러분들께 질문을 던졌는데 이것부터 끝내고 써달라시는 분들이 많아 빠르게 하나 적어요!ㅎㅎ
근데 조회수에 비해 덧글수가..ㅠㅠㅠ소심한 작가인 저는 상처받고 나오지 않아버릴지도 몰라요..ㅠㅠ흐규흐규
오늘도 달달모드네요! ㅎㅎ몇화간은 계속 달달모드로 가는걸로~
혹시 팬픽 중간중간에 넣고 싶으신 것 있으면 덧글로 말해주셔도 괜찮아요!
하지만 불꽃마크를 요하는 그런 장면은....제가 필력이 좀 많이 달려서ㅠㅠㅠ암울하군요..
그리고 전 회원분들 덧글보다 비회원분들 덧글이 많은데 비회원분들 덧글은 쓰시자마자 바로 안보여서 속상해요ㅠㅠ
추천 덧글 빵! 날려주시고 가셔요!
그리고 참고로ㅋㅋㅋ박태환 선수의 자면서 입술 우물거리는 습관은 저의 습관이랍니다..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