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쑨아.)
(응? 왜?)
(팔을 좀 풀어주면 안될까?)
(싫은데?)
(음..Park은 my Park이니까?)
(그래. 네 거다. 네거. 마음대로 하셔-.)
아, 힘을 빼고 제게로 기대오는 모양새가 퍽 마음에 든다. 아무 생각없이 장난스레 말했음이 분명하겠지만 제가 자신의 것이라 말하는 그 말투도 좋았다.
술집에서 적었던 종이를 주머니에서 슬쩍 꺼내본다. 꼬깃꼬깃 접힌 종이에 한글자 한글자 조심스레 적어내려갔던 글자였다. -사랑합니다 태환.- 어색하기 짝이 없는 글씨체였다. 특별한 것도 없는 멋진 문구 하나도 없는 한 문장이었지만 제 감정을 대신할 수 있는 유일한 문장이었다. 차마 표현할 수 없던 제 감정을 종이에나마 어색하게 표현했던 종이, 지금이라면 건네줘도 괜찮을 것 같았다.
"태환."
어눌한 한국말로 그의 이름을 한 번 불러본다.
(우와!! 너 한국말 할 줄 아는구나?)
몸을 홱 돌려 환히 웃음 짓는 그의 모습에 괜히 제 속이 타들어갔다. 슬쩍 구깃구깃한 종이를 애써 펴 건네본다.
(이거 뭔..데?)
(적힌 그대로. 사랑합니다 태환.)
(아하하하하-!!)
쪽지를 보자마자 크게 박장대소하던 그가 그 웃음을 뚝 멈췄다. 그와 동시에 자신의 한국말에 기뻐하며 내보이던 미소도 멈췄다. 말 그대로 건조하게 얼어붙은 태환의 얼굴에 제 가슴이 쿵쿵 뛰었다.
(난 널 사랑하지 않아.)
냉정하게 한마디 쏘아 붙힌다. 고작 차가운 말 한마디 였지만 온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지는듯 했다. 한번으로 그쳤으면 좋을련만 그가 또 입술을 연다.
(난 널 사랑하지 않아.)
제길, 실로 잔인한 남자였다. 아무런 고민도 망설임도 없이 말을 툭 던진다. 제 마음따윈 신경쓰지도 않는 채였다. 바싹바싹 입술이 말라오고 꽉 쥔 주먹이 덜덜 떨려왔다.
(마지막이야. 난 널 절대 사랑하지 않아. 너 같은 거에 관심도 없어. 이상한 소리 하려면 내 가까이에 오지마.)
한치의 흔들림도 없는 곧은 눈으로 제게 통보했다. 제 대답따윈 관심도 없다는듯이. 어느새 길게 자랐는지 손톱이 여린 살을 파고 들어 손톱 끝에 핏방울이 맺혔다.
제가 계속 여기 있다간 어쩐 짓을 벌일 지 모른다. 꽉 쥔 주먹 그대로 벌떡 일어섰다. 두근두근 아프게 뛰어대는 심장은 멈출 줄을 모른다. 자기를 냉정히 거절한 그 얼굴마저 어찌 그리고 예쁘게, 귀엽게, 사랑스럽게 느껴지는지 모른다. 그 얼굴을 뒤로 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미안해. Park.)
억눌린 목소리로 애써 한마디 내뱉았다.
문을 열고 나가면서도 무서웠다. 어쩌면 저 얼굴을 두번 다시 못보게 될지도 모른다. 살풋살풋 웃는 얼굴도 잠에서 덜 깬 채로 푸흐흐흐 하고 웃는 얼굴도 양 볼이 발갛게 달아오른 채로 부끄러워하는 모습도 말꼬리를 질질 끄는 귀염성 있는 말투도 제 등에 업혀서 자신의 다리를 대롱대롱 흔들어대는 그 모습도 방금의 그 차가운 얼굴도 두번 다시 못 보게 될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 감각을 두번 다시 못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제 온몸을 간지럽히는 목소리도 그의 얼굴만 바라보기만 하면 쿵쿵 거리며 자신을 괴롭히는 그 감각도 한마디 한마디 내뱉을 때마다 풍겨져 나오는 숨자락과 한 팔에 낭창하니 안겨오는 허리의 감각도 그와 마주할 때마다 느껴지는 달큰한 체향도 두번 다시 못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꽉 다문 입이 덜덜 떨려오고 꼴사납게 눈물 흘리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눈에 핏발이 서도록 힘을 준 눈에서 눈물이 후두둑 떨어지고 눈꼬리가 부들부들 떨린다. 손톱 끝에아슬아슬하게 맺혀 있던 핏방울이 결국은 투두둑 떨어진다. 그와 동시에 제 심장도 뚝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문을 열고 그의 방에서 나왔음에도 그 방문 앞을 떠날 수는 없었다. 결국 처음으로 그의 방에 찾아왔을 때 처럼 방문 옆의 기둥에 등을 대고 스르르 무너져내려 앉았다.
"제길..."
욕지기를 내뱉어도 영 편해지지 않는 불편한 속에 머리가 띵해졌따. 갑작스레 머리에 열이 확확 오르는 것 같았다. 지잉-하고 울려오는 머리를 감싸쥐고 침대를 향해 비척비척 걸어갔다. 온 사방에서 자신을 짓누르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푹신한 이불에 몸을 맞긴채로 얼굴을 베게에 쳐박았다. 쑨양이 베고 잤던 베게 였는지 따뜻하고 포근했던 향내가 풍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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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사담!*
반가워요 여러분ㅋㅋㅋ
아, 사담을 시작하기 앞서ㅠㅠ전 회원 전용으로 안바꿀거여요ㅠㅠ제가 어떻게 글 봐주시는 비회원 분들을 배신해요ㅠㅠ
아참 그리고 이번 화의 그 쪽지는 몇화 전에 어떤 독자분이 덧글로 써달라고 하셔서 쓴 거여요.ㅋㅋㅋ
그 분은 달달을 바라고 말씀하셨겠지만ㅠㅠㅠㅠㅠ저는 결국 그 분의 제의를 냉전 모드로 들어가는 원인으로 써버렸네용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