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초, 3일 그리고. 07
근처 맥주집으로 들어온 나은이 자리를 잡자 동욱이 느릿느릿하게 따라와 나은의 맞은편에 자리 잡았다.
"뭐 드실래요? 술 못 먹는 거 아니라는 거 알았으니까 거짓말 말고요."
"......그냥 같은 걸로 시켜요"
나은은 크림생맥주 두 잔을 시키고 기본으로 나온 과자 하나를 집어 먹었다.
동욱은 말없이 무표정으로 나은을 쳐다봤고 곧 맥주가 나왔다.
나은이 맥주를 들고 '짠'을 외치자 동욱이 실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완강한 나은에 동욱도 맥주를 들고 부딪혔다.
"일단 첫 번째"
".....?"
"얼마 나왔어요?"
"네?"
"그때 계산, 동욱씨가 했잖아요"
"됐어요. 그냥 내가 산 거로 해요"
"싫어요"
"....그럼 오늘 이걸 나은씨가 사면 되겠네요"
"이건 당연히 제가 살 건데"
".....진짜 괜찮다니까요"
"그럼 일단 넘어가고 두 번째"
".......하, 네"
"제가 택시 타고 인사한 것까지는 기억나는데 그다음이 기억이 안 나거든요. 어떻게 제가 동욱씨 집에 가게 된 거에요?"
"....너무 취해 보여서 제가 같이 탔어요. 근데 집을 안 알려주고 잠들어버려서 제집으로 데리고 온 거예요"
"왜요? 어차피 모르는 사람인데"
"그걸 어떻게 그냥 갑니까"
"그러니까 헷갈린다구요"
"....그냥 괜히 찝찝할 것 같아서 그랬어요. 됐습니까?"
".....또 나쁘게 말하네요"
".......이제 궁금한 거 없죠?"
"아니요. 하나 남았어요"
".....뭡니까"
동욱이 한숨을 쉬며 맥주를 들이켰다.
"마지막 질문은"
"......"
"그날 혹시 우리 키스했어요?"
"풉...!"
나은의 질문에 동욱이 먹다 말고 맥주를 뱉었다.
나은이 태연하게 휴지를 건네자 동욱이 낚아채듯 받아들고 흘린 맥주를 닦았다.
"역시 안 했나 보네요. 반응 보니까"
".....당연한 거 아닙니까?!"
"아니, 일어나니까 입술 색깔이 너무 없길래요."
"..........."
동욱이 무슨 말을 하려다가 멈추자 나은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봤다.
".......무슨 일이 있었나 봐요?"
"....없었어요"
"근데 왜 당황해요?"
"....나은씨가 걱정하는 그런 일 없었습니다."
"......3초 정적이 찝찝한데"
"진짜 아닙니다"
"거짓말 되게 티 나는 거 모르죠?"
"......진짜....안했습니다. 내가 이걸 왜 변명....하...."
"그럼 뭘 한 건데요? 아까 리액션은 뭔가를 하긴 했단 얘긴데"
"......."
"그거 말해주면 일어날게요"
"........어짜피 곧 일어날 거 아닙니까?"
"여기 맥주집인데 소주도 파는 거 알죠?"
"......."
"저 그때처럼 뻗으면 또 저 챙겨줄 거에요?"
"아뇨. 그냥 갈 겁니다"
"거짓말"
"......."
"그러니까 그냥 말만 해줘요. 기억이 안 나서 답답해서 그러니까"
"......저 먼저 일어날게요. 조심히 들어가요"
동욱이 단호하게 일어나고 그걸 본 나은이 급히 계산을 하고 동욱을 따라나섰다.
도롯가로 가 택시를 잡고 있는 동욱을 따라가 그가 타는 택시를 타라서 탔다.
동욱이 주소를 말한 뒤라 택시는 출발했고 동욱이 표정을 찌푸리고 나은을 쳐다봤다.
"지금 뭐 하는 겁니까?"
"동욱씨 데려다주고 가려구요. 그때 밥값보다 너무 덜 나와서"
"됐습니다. 내려요"
"싫어요. 저 빚 지는 거 싫어해요"
"아니...!"
할 말을 잃은 동욱은 고개를 돌려 반대쪽 창문을 쳐다봤고 택시는 달려 동욱의 집 앞에 도착했다.
동욱이 내미는 카드를 가로채 계산을 하고 내린 나은을 어이없게 쳐다보던 동욱이 나은을 따라 택시에서 내렸다.
택시가 떠나고 나은은 동욱에게 카드를 다시 건넸다.
카드를 가로채듯 뺏은 동욱은 나은을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가요. 제발"
"내가 왜 싫어요?"
"싫은데 이유가 필요합니까?"
"내가 26살이라서?"
"........"
"제가 26살인 게 뭐 어때서요?"
"나은씨가 26살이라서가 아니고 내가 38살이라는 거 때문이에요"
"전 상관없어요. 사람이 나이, 직업 다 따져가면서 반해요?"
"상식적으로 생각해봐요"
"감정적인 일을 어떻게 상식적으로 생각해요?"
"......아무튼 안 돼요. 그만 가요"
"나 안 싫어하잖아요"
"......."
"이럴 거면 티라도 내지 말던가.....밀어내는 척하면서 계속 다른 핑계 대고, 나 싫다고 한 적 없잖아요"
"......"
"그래놓고 나보고 가라구요?"
"......."
"그냥 감정에 솔직한 한마디만 해주면 안돼요?"
"........"
".......나보다 어른이면서 그것도 못 해줘요?"
"그래요. 나은씨 말이 맞아요. 나는 어른이니까....! 나은씨보다 훨씬 어른이니까.....내말 들어요"
".....내 말이 다 맞다면서, 그 말을 들으면 내가 어떻게 그만둬요"
"......안 되는 거에요. 우린"
"........그래요?"
동욱의 마지막 말에 나은은 결심한 듯 동욱에게 다가서면서 말했다.
".......그날 무슨 실수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오늘도 취한 김에 실수 좀 할게요"
나은은 그 말을 끝으로 동욱에게 입을 맞췄고 동욱은 바로 정신을 차린 뒤 나은을 떼어냈다.
나은은 눈도 깜빡하지 않은 채로 동욱을 바라봤고 동욱은 그런 나은의 눈을 피하지 못했다.
동욱을 바라보다 나은이 다시 천천히 동욱에게 다가갔고 동욱은 눈을 감지 못한 채로 몸이 굳어버렸다.
그러나 동욱은 이내 체념한 듯 눈을 질끈 감고 나은의 얼굴과 허리를 감싸며 입을 맞췄다.
고개를 번갈아 가며 입을 맞추던 두 사람은 이내 숨이 차 자연스레 입을 뗐고 나은이 천천히 눈을 떠 동욱을 올려다봤다.
동욱은 그런 나은의 눈을 바라보다 다시 입을 맞추려 했고 나은은 그런 동욱을 살짝 밀어냈다.
그에 동욱이 한발 뒤로 물러나자 나은이 동욱에게 말했다.
"저 오늘 재워주세요"
너어어무 늦게 와버렸죱 ㅠㅠ
이번 회차가 너무 잘 쓰고 싶어서 ㅠㅠ
뭔가 읽어도 읽어도 완전히 맘에 들지 않아서 계속 수정하닥 이렇게 되어버렸네요 흡
그리고 진정해요 어러분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에요
진정해 짝
진정해 짝
♡암호닉 신청해주신 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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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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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지요?
빨리 수요일 왔으면 좋겠다아아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