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 만족을 위해 쓴 글(ㅜㅜ)
1번 정택운
스무 살이 된 후 처음 사귄 두 살 연상의 남자 친구, 성격이 좀 무뚝뚝하고 말 수가 적은 편이라
혹시라도 내가 먼저 말 걸다 실수는 하지 않을까, 하고 노심초사
주말을 맞아 오빠와 설레는 데이트를 하려고 새로 산 옷도 입고 구두도 신고 예쁜 길을 걷는 도중
오빠의 얼굴에 정신이 팔려 돌부리에 발이 삐끗하고 결국 구두 굽이 부러지고 말았다
이걸 어떡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자 앞서 걷던 오빠가 뒤를 돌아보더니 내 앞에 무릎을 꿇는다
「안 다쳤어?」
「다치진 않았는데 부러졌어.」
오빠한테 잘 보이려고 비싼 돈 주고 신은 건데, 서운한 마음에 나도 모르게 표정이 어두워졌다
잠시 침묵하던 오빠가 내 얼굴 한 번, 구두 한 번 보더니 그대로 등을 보인다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오빠의 넓은 등짝만 내려다보고 있으니 오빠가 고개를 돌린다
「업혀.」
망설이고만 있자 빨리, 하며 손을 까딱거리기에 어쩔 수 없이 업혔다
결국 데이트는 오빠네 집에서 하기로 하고 돌아가는 길, 발을 살랑살랑 흔들며 오빠에게 물었다
「오빠, 나 안 무거워?」
「무거워.」
「미안, 미안.」
아침에 밥 먹지 말 걸 그랬나? 어느새 한 결 편해진 분위기에 웃음이 났다
코 끝에 닿는 오빠의 샴푸향이 간질간질하다 계속 농담을 하다가 괜히 미안해졌다
「많이 무거우면 그냥 내릴까?」
「괜찮아.」
진짜 괜찮나? 오빠의 등에 더 몸을 기대고 목을 끌어안자 자세를 고쳐안는다
오빠 나중에 나 진짜 무겁다고 뭐라 그러면 안 돼? 했더니 오빠가 웃는다
「무겁다는 말 농담이야, 너 가벼워.」
2번 박찬열
배고프다고 아침 차려달라는 남자 친구를 위해 앞치마를 매고 요리 시작
아침은 간단하게 볶음밥이나 먹을까 싶어 냉장고에서 각종 채소를 꺼내들고 도마위에서 칼 질
밥도 꺼내볶고 남은 밑반찬도 가져와 요리를 하는데 갑자기
등이 따뜻하다 싶더니 허리에 두 손이 꽉 조여있다
「빨리해 줘, 배고파.」
「거의 다 했어.」
졸린 얼굴을 한 채 등에 얼굴을 묻길래 알았다고 웃으며 요리를 마쳐가는데
갑자기 어깨를 잡아 돌린다 하마터면 떨어뜨릴 뻔한 소금통을 겨우 들고 얼굴을 마주했다
「갑자기 왜 이래? 뭐 잘못 먹었어?」
「예뻐, 새색시.」
「잠이 덜 깨셨나? 징그럽게.」
평소에는 저렇게 단 말을 자주 하지 않던 남자 친구가 오늘은 폭풍 칭찬이다
나 잠 다 깼어, 하길래 말없이 등을 돌리려 하니 이제는 얼굴을 붙잡는다
「배고프다면서 자꾸 이럴래?」
「뽀뽀.」
「싫어, 저리 가.」
그 큰손에 잡힌 머리를 흔들거리며 빼내려고 하자 기어코 입술에 쪽, 뽀뽀를 한다
했으니까 이제 좀 가라, 했더니 알았다며 식탁에 앉는다
완성한 요리를 접시에 예쁘게 담고 수저와 물을 챙겨 식탁에 내려놓으니 먹지를 않는다
「안 먹어?」
「먹어.」
「맛 없어서 그래?」
자꾸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음식은 입에 안 대길래 뾰루퉁한 얼굴을 지어버렸다
일부러 아침에 요리까지 했건만! 숟가락으로 밥만 툭툭 쳐대고 있으니 갑자기 와하하, 웃음을 터뜨린다
뭐가 웃기다고 그래? 하고 째려보니 손을 뻗고 머리를 만져준다
「좀만 더 크면 오빠한테 시집 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