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은 그룹의 멤버나 주제 이써열?
우리 아직 사랑하고 있어요 Ver
1번 오세훈
고등학교 시절부터 사귄 삼 년차 동갑내기 남자친구는 무뚝뚝하고 표현을 잘 못한다
닭살 돋는다며 뽀뽀도 일주일에 한 두 번 할까 말까 그러니까 오늘은 기어코 너에게 달달한 애정표현을 듣고 말겠어!
비장한 마음으로 심사숙고 끝에 고른 옷을 입고, 무리하지 않게 적당한 하이힐도 신고, 화장도 단정하게 끝!
「애도 아니고 놀이공원이 뭐야?」
「아, 왜. 놀자!」
데이트 장소를 고르다가 놀이공원을 가자고 졸라서 겨우 왔는데 세훈이는 전혀 재미가 없나 보다 그래도 내가 재밌음 됐지 싶어서
억지로, 억지로 회전목마를 태우고 귀여운 동물 머리띠를 씌워줬다 강제로 셀카도 찍고 나만 재밌는 시간의 연속
한참동안 내 고집으로 놀이기구를 타다가 내가 먼저 지치는 바람에 좀 쉬고 타기로 했다
길을 가다가 솜사탕도 사 먹고, 사진도 찍고, 다른 연인과 다를 바 없는 데이트를 하던 중 예쁜 악세사리 가게를 발견!
세훈이의 손을 질질 끌고 들어와 고르던 중 하트핀을 집어들며 내밀었다
「세훈아, 나 이거 사줘.」
「이게 뭔데?」
「머리핀!」
하트 장식이 달린 귀여운 머리핀을 들고 팔에 매달려 애교를 부리니 얼만데? 하고 묻는다
머리핀을 뒤집어 가격표를 확인했더니 가격이, 허걱! 모른 척, 세훈이의 손을 잡고 살랑살랑 흔들었다
「이거? 이거 오천 원.」
「무슨 장인이 만들었어?」
「그래, 사주라 세훈아.」
나중에, 피곤하다며 억지로 내 손을 잡아끌고 밖으로 내보낸다
힘들어 죽겠다고 빨리 벤치에 앉자며 내 팔을 끌고 재촉을 한다 데이트 첫 만남부터 얼굴에 귀찮음이 가득이더니 기어코 짜증을 부린다
물밀듯 밀려오는 서운함에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를 알리 없는 세훈이는 또 덥다고 짜증이다
그렇게 서로 다른 생각으로 아무 말없이 멍하게 몇 분 앉아있으니 결국 서운함에 눈물이 펑 터졌다
나도 모르게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으니 하늘만 보던 세훈이가 당황한 얼굴로 내 얼굴을 감싼다 아무 말없이 눈을 바라보기에 그냥 고개를 돌렸다
「변했어, 너.」
「나 못 믿어?」
「믿어, 믿는데….」
네 행동이 서운해, 하고 말을 하려다가 그냥 삼켜버렸다 싸우고 싶지 않았고, 나는 아직 세훈이를 많이 좋아하고 있다
괜히 싫다는 걸 억지로 끌고 온 내 잘못도 있으니 마냥 우길 순 없었다 그냥 고개를 푹 숙이고 있으니 손 끝으로 내 턱을 들어올린다
눈물 젖은 얼굴로 바라만 보고 있으니 세훈이가 잠시 뜸을 들이다 주머니를 뒤적거리며 아까 그 머리핀을 꺼내 내 앞머리를 쓸어 꼽아준다
「네가 나 변했다며, 자존심 상하게.」
「이거 언제 샀어?」
「됐어, 말 하지 마.」
「미안해.」
「난 아직도 한결 같은데.」
삔이 잘 꼽히라고 앞머리를 부드럽게 쓸어넘긴다 오세훈도 저렇게 로맨틱할 수 있다니, 예상외 답변에 말문이 막혔다
핀 한 번, 세훈이 손 한 번 만져보다 결국 웃음이 났다 뭘 웃어? 하고 타박을 하면서도 눈물 범벅인 내 눈가를 부드럽게 닦아낸다
「난 네가 짧은 치마 입으면 아주 신경쓰여.」
「그리고?」
「걷는 거, 먹는 거, 노는 거, 데이트 장소, 선약도 다 양보해.」
「그래서?」
「난 맹세코 너 앞에선 한결 같다고.」
대답을 하려했더니 바로 고개를 비틀곤 내 입에 제 입술을 가져다댔다
오랜만에 느끼는 네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온기에 눈을 감았다 그래, 나란 여자 답은 너다!
2번 김종인
사귄지 어느 덧 이 년 째 여전히 사랑하고 좋아하는 마음은 한결같지만 사실 이게 정 때문인지 알쏭달쏭
서로 무언의 약속처럼 이 년 째 하는 주말 데이트를 하러 출발
집 앞이 아닌 큰 번외가에서 하는 데이트라 귀찮아도 화장은 철저히 옷은 예쁘게 악세사리는 옵션
「야. 넌 덥지도 않냐?」
「갑자기 추워질까봐 가져온 거야.」
만나기로 한 약속장소에 왔는데 지금 숨만 쉬어도 땀히 줄줄 흐르는 마당에 종인이의 오른손엔 자켓이 들려있다
쟤가 뭘 잘못 먹었나? 싶지만 워낙 날씨가 오락가락 하니깐, 뭐 네 마음대로 해, 하며 팔짱을 꼈다
「그나저나 오늘은 뭐 먹을래?」
「너 먹고 싶은 거.」
「오랜만에 그럼 뭐 간단히 스파…」
갑자기 말을 멈추길래 턱을 닫아주며 게티? 하고 말끝을 덧붙여주자 느리게 고개를 끄덕인다
옷을 들고나온 것부터 시작해서 계속 이상하다, 싶지만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좀 피곤해서 그런 가?
「또.」
「뭐를?」
「또야.」
「아 뭐를?!」
나란히 길을 걷는데 자꾸 또, 또 거린다 왜 이래? 하고 짜증을 냈더니 자기가 되려 승질이다 뭐가 또야? 하고 물어도 묵묵부답
괜히 서운한 마음에 끼고 있던 팔짱을 풀었다 둘 다 냉랭한 상태로 말 한 마디 없이 걸으며 우여곡절 끝에 스파게티 집 도착
구석 진 테이블에 앉아 메뉴판을 집어들고 뭘 먹을까, 하고 뒤적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종인이가 메뉴판을 확, 빼앗아 간다
「왜 가져가? 나 보고 있잖아.」
「여기 토마토 스파게티 하나랑, 까르보나라 하나 주세요.」
「야. 내 말 안 들려?」
종업원을 불러 아예 주문을 마쳐버리기에 버럭 짜증을 냈더니 짜증스럽게 인상을 구긴 종인이가 빼앗았던 메뉴판을 내쪽으로 밀어버린다
흥, 하고 삐친 척 메뉴판을 뒤적거리고 있자 종인이가 의자를 당겨 내 얼굴에 자기 얼굴을 가까이 한다 뭐, 뭐 또?
「너 까르보나라는 느끼해서 싫고, 봉골레는 홍합 때문에 싫고, 마카로니는 모양이 싫고.」
「…….」
「내 말이 틀려? 틀리면 취소해.」
「그래, 너 잘났어.」
말문이 턱 막혀 메뉴판을 닫아버렸다 겉으로는 툴툴 거렸지만 사실 속으로는 꽤 놀랐다 저런 걸 기억하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생각해보니 전에도 종종 먹지도 못하면서 메뉴판을 가지고 투닥거렸던 기억이 있다
미안한 마음에 괜히 농담도 하고 장난을 치며 요리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으니 곧 먹음직스러운 스파게티가 나왔다
음식이 나오니 둘다 조용해저 그냥 요리만 먹고 있는데 종인이가 갑자기 스파게티를 먹다 말고 일어난다
「아, 진짜 더럽게 거슬리네.」
「뭐?」
갑자기 뭐 더러워? 거슬려? 사람 밥 먹는 게 더러워? 하고 얼굴을 째려보자 뭘 잘했다고 흘겨, 라며 내 머리를 툭 친다
테이블을 빙돌아 내 옆에 앉은 종인이가 갑자기 아까 들고 왔던 자켓을 내 허리춤에 꽁꽁 묶는다
「너 다리 좀 가리고 다녀.」
「왜?」
「왜는 뭘 왜야, 사람들이 쳐다보니까 그렇지 짜증나게.」
됐다, 하고 손을 털며 일어나려는 종인이의 볼을 붙들며 꽉 감쌌다 멀뚱멀뚱 내 얼굴을 바라보는 모습이 웃겨 웃음이 났다
「사랑해.」
「나, 나도.」
갑작스러운 사랑 고백에 종인이의 얼굴이 당황스러움으로 물들었다 붉어진다 답지 않게 부끄럼은, 가볍게 입술을 포갰다
부드럽게 겹치는 종인이의 입술, 이래서 내가 너를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