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는 날 좋아해
W.1억
처음 시상식은 정말 행복하고 좋았다. 별 기대 안 했는데 상 받은 것도 좋고.. 많은 배우분들을 본 것도 좋고..!
주지훈이 수상소감할 때 내 얘기를 해준 것도 정말 좋고..
솔직히 내가 배우가 되었다는 게, 인기가 조금은 많아졌다는 게 너무 믿기지 않았었는데.
상을 받고나서야 조금은 실감이 났고, 주지훈과 연애하는 것도 이제서야 조금 실감이 났다.
모두가 나와 주지훈을 번갈아 보면 처음엔 조금 의기소침했었는데 지금은 그래도 조금 즐기기로 했다.
시상식을 끝내고 집에서 편한 옷을 입고서 택시를 타고 주지훈의 집으로 향했다.
집에 왔을 땐 주지훈이 문을 열어주더니 곧 나를 꼭 끌어안았고, 난 키가 너무 큰 주지훈 덕분에 고개가 너무 아파서 죽을 뻔 했다지 뭐야...
"숨 막혀요 진짜."
누구한테 안겨서 숨이 막혔던 적이 있었던가??
주지훈이 마침 또 담배 핀지 얼마 안 됐는디 담배냄새와 주지훈의 향기가 섞여 났다.
신기하게 막 싫지 않다?? 서로 안은 채로 익숙하게 소파로 향하면 주지훈이 먼저 소파에 털썩 앉았고, 나는 서서 주지훈의 볼을 만지며 말한다.
"오늘은 조금만 있다가 갈게요! 피곤할테니까!!..."
"언제 갈 건데."
"음.. 한 30분 뒤에요?"
"조금만 있다가가 아니라 엉덩이만 붙였다 가는 거 아냐??"
"오빠가 피곤한 건 싫어서요! 오늘은 특히나.. 더 피곤하잖아요. 촬영에, 시상식에.."
"그런가아.. 늙으면 피곤한 것도 잃는다던데 나 늙었나봐."
"마흔이면 뭐."
"?"
"????"
그냥 의식의 흐름에 따라 말한 거였는데 주지훈이 표정으로 '미쳤냐'하고 나를 바라보기에 급히 고갤 막 저었다.
주지훈이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내 손목을 잡아 당겨 자신의 무릎 위에 앉힌다.
와 이런 자세는 또 처음이라서 긴장은 됐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주지훈을 제대로 바라본 채로 주지훈의 무릎 위에 앉았다.
"자고 가."
"안 돼요..!"
"왜."
"자고가면 밤에 못잘 것 같은데..."
"왜?"
"네??"
"왜."
"…몰라요."
"왜 몰라?? 못잘 것 같은 걸 네가 알지 그럼 누가 알아?"
"몰라요!!"
"왜 몰라???????"
"ㄱ-.."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수상소감이요!!"
뒤늦게 생각나서 주지훈을 바라보며 말하자, 주지훈은 응? 하고 무심하게 나를 본다.
"갑자기 뭐예요 진짜..."
솔직히 수상소감 때 내 얘기 해준 것만으로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평소에 너무 무심하고 장난기가 있어서.. 나를 좋아하는 걸까, 사랑하는 걸까... 생각이 많았었는데.
이제는 확실해졌다. 주지훈은 날 사랑한다.
"왜? 멘트 별로였어?"
"아뇨? 완전 최고였는데요! 진짜!"
"진쭤~"
"제 표정이 언제 그랬어요 ^^."
"항상 그래. 너 표정은 뭔가 막 잘 따라할 수 있어.. 이목구비가 뚜렷해서 그런가."
"치.. 근데요.."
"군대요.."
"근데요 ㅡㅡ."
"짜증내네."
"아니요!! 제가 언제요..."
"근데 뭐요."
"만약에요!.. 방송에서 막 오빠 얘기가 나오면.. 대답은 어디까지 해줘야 돼요?"
"맘대로 해."
"맘대로 해도 돼요?"
마음대로 해도 된다며 내 입술에 짧게 입을 맞추고 떨어진 주지훈에 너무 가까워 부끄러워서 고개를 뒤로 빼자
주지훈이 '내가 더러워?'하고 푸하하 웃는다.
왠지 너무 피곤해보이는 주지훈에 따라 웃다가도 속상할 수밖에 없다, 난.
"우리 아~귀~~ 방송에서 내 욕하면 주거."
"응애."
"?"
"……?"
"뭐하는 거야."
"…애기라고 해서 응애한 건데 왜 정색해요."
"아기 아니고 아귀라고 했어. 아귀 닮아서 방금."
"?"
그러고 며칠 뒤에 나는
대본리딩을 하러 도착했고, 모두 다 선배님들이기에 나는 허리를 90도로 숙이기 바빴다.
"안녕하세요 김희연 역할을 맡은 김여을입니다."
"전하준 역할을 맡은 박보검입니다."
"이은성 역할을 맡은 로운이라고 합니다!.."
배우들의 소개가 끝나고 우리는 한 자리에 모여 앉아서 대본을 읊기 시작한다.
"죽었네. 죽기 전에 할 말이 있었는데.. 뭐해? 신고 안 하고.."
"……."
"이봐 김희연 또 내가 안 보여? 뭐야.. 이 할매가 죽으면 다 끝인 거야?"
…
"저 할매는 살해를 당하네."
"뭐라구요? 지금 뭐라고 했어요..!?"
"깜짝이야, 나 보여? 보이면서 안 보이는 척 한 거야?"
"……."
"수명이 보인댔지? 저 할매 수명이 언제 까지야?"
"4월 21일.. 어떻게 죽는지 보여요?"
…
"너 요즘 무슨 힘든 일 있냐? 왜 이렇게 안 하던 짓을 해?"
"…어?"
"힘든 일 있으면 이 형한테 다 말하라구. 알겠냐?"
대충 내용은.. 여자 주인공이 어떤 할머니를 도와주면서, 그 할머니가 선물로 사람의 수명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을 주게 되었고.
그와 동시에 자신의 곁을 맴돌던 귀신 박보검을 보게 된다.. 그리고 여주는 사람들 머리 위로 그 사람의 수명이 보이기 시작한다.
로운은 여주의 제일 친한 친구이고, 로운의 죽음이 너무 가까워 초조해하며 1화가 끝나게 된다......
"보검이가 조금 캐릭터가 많이 어려울 거야. 장난기가 많으면서도.. 가끔은 진지하고.. 알 수 없는 그런.
희연이가 무슨 말을 할 때마다 눈치 없에 장난치고, 화내도 장난치고.. 25 여기 부분 해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교수 앞에서 막춤을 춘다.. 요?? 일어서서 출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래도 깐족거리는 스타일이라 연슴 삼아 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하 ㅠㅠ...ㅋㅋㅋ"
"보검이 매일 차분한 역할만 하다가 ㅋㅋㅋ그치?"
"허...흐..네....ㅠㅠㅠㅎㅎㅎ..."
모두가 빵 터졌고, 분위기는 너무 좋았다.
너무 너무 분위기가 좋아서.. 내가 이런 분위기 속에 있어도 되는 걸까 싶기도 했다.
그냥 평범한 드라마가 아닌 판타지 로맨스 드라마라는 말에 더 기대가 됐다.
대본리딩이 끝나고는 박보검, 로운과 같이 방송국 앞에 있는 식당에서 밥을 먹는다.
드라마에서 제일 중요한 인물 셋이서 밥을 먹으면서.. 드라마의 대한 얘기도 했지만, 사소한 얘기들도 나누며 꽤 친해지고 있었다.
"근데 좀 많이 걱정이에요.. 긴장도 되고.. 제가 주연인 건 또 처음이고..."
"근데 나를 보았다에서 김연지 역할이 조연 치고는 너무 주연같지 않았나?"
"그러니까! 완전 조연 아니고 주연 같았지! 그리고.. 아까는 부끄러워서 말 못 했는데. 나 너 팬이다? 너 2월생이면 빠른이잖아?? 친구 하자! 말 놔!!
작품에서도 친구인데. 실제로도 친구면 참 좋을 것 같은데 안 그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 없이 자상하고 가끔 장난도 치는 박보검과 장난만 칠 줄 아는 로운 덕분에 그래도 많이 긴장이 풀렸다.
내가 주연을 맡아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됐는데..진짜....
"그리...고.. 주지훈 선배님께.. 안부도....."
"아..네..ㅎ...핳.."
커헠-하고 로운이가 미친듯이 웃기 시작했고, 박보검도 로운의 어깨를 팍팍! 치며 웃기 바쁘다.
근데 진짜 머시써! 하고 따봉- 하고서 내 코 앞에 따봉을 대길래 웃으며 따봉을 챡- 하고 쳤더니 로운이가 울상을 지으며 박보검에게 말한다.
"저 맞았어요."
"아니이...ㅠ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 원래 친구끼리 치고박고 싸우는 거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근데 요즘 되게 바쁘더만. 너 모레 라디오스타 나가지? 거기 우리 멤버도 나가."
"아, 진짜? 누구??"
"찬희 알아? 찬희?"
"아아! 스카이캐슬!!"
"그래, 우주."
"알지!"
"승승장구 하여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형 얘 별 것도 아닌데 막 웃어요. 꺄르르 꺄르르."
그냥 로운이가 깐족거리는 게 너무 웃겨서 대놓고 웃는데.. 이젠 로운이가 내 웃는 모습이 별나다며 동영상을 찍기 시작한다.
그리고 박보검은 말릴 생각도 없이 따라 웃기 바쁘다.
"저 대본리딩 하구~~ 밥 먹고! 수영이 만나러 가요! 그리고... 저녁엔 아중언니랑 만나요!"
- 어유 아주 바쁘신 몸이네요.
"오빠만할까요오.."
- 김여을씨.
"넵!"
- 진짜 왜 이렇게 예쁜 짓만 골라서 하지? 진짜 깨물어 죽이까.
"…!?"
- 밥차 뭐야.
"아..!!! 그거..!! 갔어요 ㅎㅎㅎ?"
- 말이라도 해주지.. 진짜. 내가 얼마나 놀랬는지 알아?"
"그냥요! 몰래 주고 싶었어요...! 막! 맛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맛있게 먹어줘요!... 사실은 제가 전지현 여신님 엄청 팬이거든요 훟,ㅎ흐흫."
- 아;; 날 위해서가 아니라..전지현 여신님을 위해서 밥차를 보냈다...?
"아뇨! 그것만은 아닌데..."
- …….
"울어요?"
- 들렸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ㅠㅠㅠㅠ아니에요 진짴ㅋㅋㅋㅋ"
- ㅋㅋㅋ
몰래 밥차를 보냈더니 전화가 와서 하는 말이.
- 진짜 고마워.
"…아니 뭘 별 것도 아닌데.."
- 그러니까. 별 것도 아닌 거 보내줘서 고맙다고.
"?"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ㄱ-.."
- 농담이고. 진짜 고마워. 잘 먹을게.
고맙다며 진지한 웃음 섞인 목소리로 말하는데 이렇게 설렐 수가 없다.
보고싶지만 보고싶단 얘기도 못 하고.. 나는 그저 고개만 끄덕일 뿐이다.
이제 서로 바빠지면 더 보기 힘들겠지.
1주일 뒤엔 드라마 촬영이 시작 된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 나는 라디오스타 세트장에 앉아있고......
다른 연예인 분들의 얘기가 끝나고, 나에게 시선이 꽂힌다.
"열애 기사가 났을 때 전혀 예상치 못 했어요? 매체에서 연락이 오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아.. 그런...건 전혀 없었구요.. 너무 갑작스레 기사가 나서."
갑자기 김구라가 웬 사진을 꺼내 카메라에 보여주었고, 나는 헙- 하고 놀라 어색하게 웃어버렸다.
주지훈과 내가 찍힌 사진이라니.. 이게 언제냐는 말에 나는 한참 뜸을 들였다. 정확히 막 말하기엔 좀 그렇고..
"언제인지는 잘 기억이.."
"아니 안 바빠요?? 서로 일 때문에 바쁠 텐데 언제인지 기억이 안 날 만큼 자주 만나나봐."
"앗..아니요!...자주..는 못 보고... 헣.."
"서로 보고싶고 사랑하면 잠깐 시간 내서라도 만나고 그러는 거지 뭐. 그쵸?"
"…네에."
뭔가 숙연해지고 기가 죽었다. 방송에서 주지훈 얘기가 나오면 자랑할 생각에 너무 신이 났었는데.
지금 생각을 해보니, 주지훈에게도 나에게도 나중에 큰 문제가 될 수도 있는 문제인 걸 알기에 조심 하려고 말을 아낀 거였는데.
"근데 나이 차이가 15살 차이잖아요. 막 세대차이 이런 건 안 느껴지나?"
"…워낙 장난도 많이 치시고 재밌고 그래서.. 세대차이는.."
"세대차이랑 장난 치고, 재밌는 거랑 뭔 상관이야. 주변 사람들 반응은 어땠어요? 열애 인정 하고."
그냥 별 것도 아닐 텐데. 원래 저런 질문을 하신 분인 건 아는데.
기가 죽을 수 밖에 없었다.
"다들 축하 해주셨고..! 제가 댓글을 많이 보거든요.. 좋은 말들이 많아서 너무 좋았어요."
"다행이네 그래도 뭐."
"네..헣.."
"나는 깜짝 놀란 게. 얼마 전에 시상식에서 주지훈씨가 소상소감에 막 멋있게 그랬잖아요."
"아, 네..네!..."
"되게 멋있었던 것 같아. 내가 여자라면 반했을 거야. 사전에 말도 없이 그냥 막 올라가서 얘기한 거예요?"
"맞아여...핳ㅎ... 네!..."
"평소에도 좋은 말 많이 해줘요? 잘 해주고?"
"…항상 배려해주시고...그러죠!!"
"만난지 1년도 안 된 사람한테 뭘 그런 걸 물어봐. 당연히 잘 해주겠지."
"ㅎㅎㅎ..."
"주지훈씨가 되게 엉뚱하고 아재드립 친다고 유명하잖아. 여을씨한테도 막 그래요?"
"어.. 아뇨! 엉뚱하신 건 그런데.. 아재드립은 아직.."
"그래 15살이나 어린 여자친구한테 아재드립을 설마."
규현과 눈이 마주쳤고, 어색하게 웃으며 눈을 피하자, 규현이 김구라에게 말을 건넸다.
"아니이 아재드립을 칠 수도 있죠. 뭐가 어때서요."
"그래도 나이차가 있다보니."
"그런 게 어딨어요."
"아무래도 어? 나이차이가 좀 나는 사람이랑 연애를 하면~ 어른스러운 모습이 보고싶고 막 그렇지 않아요 여을씨??"
김구라가 내게 말했고,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어...전...어른스러운 것 보다는.. 그 사람의 자신의 본모습을 보여주는 게 더 좋기 때문에....허헣.."
"아니 근데 여을씨는 말을 되게 어눌하게 하는 것 같아. 뭐라는지 잘 모르겠어. 목소리가 작아서 그런가? 교정기 꼈어요?"
"네? 아, 아니요!!.. 제가 말을 잘...ㅎㅎ..."
"왜 그래 진짜. 잘 들리는구만."
뭔가 영혼까지 탈탈 털리는 느낌.
괜히 방송에 출연한 느낌..
녹화가 끝나고 매니저 언니와 차에 탔고, 나는 집으로 가는 길에 펑펑 울었다.
내가 바보라서 그런 걸까. 내가 멘탈이 약해서 그런 걸까.
그냥 펑펑 울고 있으면 매니저 언니가 휴지를 건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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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그흐그 나같아도 울어.
나 멘탈 약해
그거 나야 나 ㅠㅠㅠ 나 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