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 탁, 탁
내가 걷는 길은 언제나 이소리가 함께 따라 다닌다
빨라도 안되고 그렇다고 느려서도 안된다
속닥속닥 웅성웅성
내가 길을 지나갈때 이소리도 함께 지나간다
의식해선 안되고 그렇다고 주눅들면 안된다
아무것도 볼 순 없었지만 적당히 느껴지고 들리는 세상에 익숙해 질 쯤
너무나 간절하게 보고 싶은게 생겼다
생각해보면
어느때처럼 다른점은 하나도 없었다
익숙한 내방에서 익숙한 옷장을 열어
몇 벌 걸려있지 않는 옷들을 쓱쓱 건드려보다 아무거나 훅 잡아 꺼내 입었다
칠년전 아무것도 모른 채 빛을 잃고난뒤 집에 어떠한 가구, 물건도 바뀐적이 없다
일어나자마자 나갈 준비순서 또한 바뀐적이 없었다
그날도 달랐던건 아무것도 없었다
-
"다녀올게요"
"차조심해 뭘하든 귀기울리고 다니고"
"네"
탁, 탁, 탁 한걸음 걸을때마다 세번씩 스틱으로 땅을 두드려야하는 생활은
몇년이 지나도 불편하기 그지없다
아니 뭐 사용에는 아무 지장없지만
보지 않아도 느껴지는 시선과 스쳐갈때 들리는 웅성거림
가까히 까지 왔던 발걸음이 멀어져가는 소리
가끔은 지나친 동정으로 덥석 어깰잡고 도와드릴까요 하는 행동까지
익숙해 질만한 생활은
아니 익숙해 진것같았던 생활은 시간이 지날 수록 더욱 날 암흑으로 끌고갔다
툭-
누군가하고 부딪혔다
종이여러개가 흩어지는 소리가 들렸고
내가 들고있던 점자책 두권도 떨어졌다
왜 이런일이 생길때만 가방아닌 손으로 뭘 들고 다니는지
떨어진 물건을 더듬더듬 찾아야 한다는 걱정에 바로 사과를 건네지 못했단 생각이 번쩍 들어 사과부터 했다
시비라도 걸면 어떻게해
"죄송해요 제가..."
"전 괜찮은데 괜찮으세요?"
빠르게 소리가 난곳을 찾아야 했다
이상한 시선을 받을 지 모르니까
"네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여기 떨어뜨리신 책이요"
책을 향해 뻗는다고 뻗은 손이 허공에 떠있었다
이젠 익숙한 민망함이 저절로 손가락을 움직이며 더듬거리게 했다
그순간 내손에 따뜻한 손이 감겨 책까지 데려다 주었다
"여기"
"..."
"여기 있어요"
"...죄송해요, 감사합니다"
"흠 사과는 다 제가해야되는데 계속 대신 미안해해 주시네요"
"아니 그게..."
누가봐도 볼 수 없는 사람이란걸 알았을거다
들고 있는 스틱을 보기전에
주워준 책을 제대로 가져가지 못한걸 보기전에
아무 초점도 없는 내눈을 봤다면
하지만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대화했다
날 너무 피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위하지도 않았다
"좀 더가면 제가 하는 카페 나오는데... 갈래요?"
급작스러웠을 물음이 당연함으로 녹아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