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러분
제가 돌아왔습니다
하루만에요
기특하죠?
제가 생각해도 그래요
오늘도 경자 찜질방 시작합니다!
경자찜질방 02
-
"너...누구야?"
"..."
"너...뭐야?"
제 물음에 그 멀대가 씨익 하고 웃습니다.
기분 나쁩니다.
절대 키 큰 사람이 웃어서 기분 나쁜게 아닙니다. 정말입니다.
"역시나네."
듣다보니 이 멀대 목소리가 참 좋습니다.
이것도 기분 나쁩니다.
그래요 난 열폭쟁입니다 에베베베
그런데 이 멀대는 정말 저를 아는 것일까요?
역시나라니. 혹시 이 멀대가...
"혹시 너...."
제 말에 멀대의 눈빛이 흔들립니다.
멀대의 큰 눈이 더 커졌습니다.
멀대가 당황한 걸 보니 맞나봅니다.
"크리스 형 사생이지?"
멀대의 표정에서 빡침이 느껴집니다.
저에게 들킨 거지요.
역시 전 대단한 추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 여기서 a벡터와 b벡터를 더하면 이렇게 c벡터가 된다."
큰 일 났습니다.
정체를 들킨 멀대에게 찍힌 모양입니다.
멀대는 수업시간 내내 턱을 괴고 저만 쳐다보고 있습니다.
등에서 식은 땀이 흐릅니다.
크리스 형을 부르고싶지만 이 사생이 크리스형에게 다가가는 걸 허락할 수 없습니다.
"자, 그럼 우리 갱수가 이 문제 풀어볼까?"
"에? 며며며며몇번이요?"
친구들이 웃습니다.
선생님도 웃습니다.
멀대도 웃습니다.
쪽팔려서 미치겠는데 멀대 웃는게 너무 행복해보여서 짜증납니다.
제 불행을 이렇게 행복해하다니. 정말 한번 찜질방 데려와서 비누줍기 300번 시키고 싶습니다.
"뭐..무무뭘웃어 사생아"
"진짜 좋다"
소름끼쳤습니다. 제 불행이 진짜 좋다고 했습니다.
어떡하죠.
저 정말 소리소문없이 사라지는게 아닐까요.
아 정체를 알았어도 입다물고 있을걸 그랬나봐요.
너무 무서워서 학교가 끝날때까지 계속 이 사생 눈치만 봐야만 했습니다.
"변백현!"
"야, 도경수. 나 오늘 너희 집가서 샤워해도 됌?"
"뭐 맘대로."
백현이는 신나서 자기 사물함에서 세면도구들을 꺼냈습니다.
왜 사물함 안에서 세면도구가 나오냐구요?
얘 사물함엔 세면도구밖에 없거든요.
"그런데 경수야"
"왜?"
"오늘은 왜 차 안타고 가?"
"니가 크리스형한테 찝쩍대는 꼴 보기싫어서 먼저 가라고했지!"
제 말에 백현이 얼굴이 비 맞은 강아지상이 됐습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저번에 같이 차탔을 때 크리스형한테 밥먹자고 수도 없이 말했거든요.
오늘 날씨 좋으니까 같이 밥먹자니
오늘 자기가 발표를 잘해서 밥먹자니
오늘 화장실에서 조준이 너무 잘돼서 밥먹자니.
오늘도 크리스형 보려고 같이 가자는게 분명해보이길래 크리스형은 이미 빼돌렸지요.
크리스형이 성가셔하면 제가 다 죄송하거든요.
"근데 있잖아, 쟤는 왜 따라와?"
"누구?"
"니 짝말이야."
순간 등골이 오싹합니다.
천천히 뒤를 돌자 갑자기 시야가 턱 막힙니다.
천천히 고개를 들자 멀대같은 녀석이 입을 쫙 찢고 웃고..있는건 과장이지만
정말 즐거운 표정으로 절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제가 자지러지는 모습을 보며 멀대는 박수를 치며 바닥을 발로 차며 너무 행복하게 웃고있습니다.
진짜 무섭습니다. 혹시 제가 자는 사이에 쏘우 트랩을 걸어놓는건 아니겠지요.
그럴지도 모릅니다!
"너너너너너 왜 뜨뜨따따라와"
"나도 이 쪽이니까."
"오오오오오오지마!"
"이젠 집도 못 가게 하는거야?"
갑자기 허리를 숙여 얼굴을 들이밉니다.
그러더니 장난스럽게 웃습니다.
너무 당황해서 굳어버렸습니다.
정말 저에게 무슨 대단한 일을 하려고 이러는걸까요.
"가자."
제 머리를 만졌습니다!
제 목을 썰어버리겠다는 경고일까요?
어떡하죠? 아아 크리스형, 형이라도 도망치셔야해요.
제가 머리를 쥐어뜯고 있는데 변백현은 핸드폰을 꺼내서 어디엔가 급하게 문자를 보냅니다.
"교장선생님, 교장선생님께 알려야해"
무슨 소리일까요?
개소리일겁니다.
정신차리고 백현이를 잡고 전속질주했습니다.
"다녀왔습니다!"
"저도 왔어요!"
"경수도련님 하교하셨다!"
"경수 도련님 하교하셨대!"
찜질방에 들어서자 알바생 형 누나들이 양 옆에서 저에게 인사를 해줍니다.
진짜 정말 모두 너무 대단하게 잘생기고 이쁩니다.
수만 삼촌의 위엄이 대단합니다.
"사장님 오신다"
"사장님 오신댄다!"
어머니다!
갑자기 무슨 일이시지.
왠만해선 여기 찜질방으로 내려오시지않는 분입니다.
요새 바빠서 볼 시간이 없었는데 정말 오랜만이에요.
하지만 나는 그래도 좋습니다. 열심히 일하는 어머니의 모습이말이에요.
"오늘 새로운 직원이 들어왔어요. 수만씨말고 제가 직접 캐스팅한 친구죠."
어머니가 직접 캐스팅했대요!
대단해요!
저와 백현이는 입을 벌리고 어머니가 바라보고있는 문을 쳐다봤습니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어머니까 직접 뽑았을까요?
"들어오렴"
들어옵니다.
긴 다리 긴 팔 꽤 탄탄해 보이는 상체 그리고 얼굴이...
"박찬열?"
저도 백현이가 동시에 외쳤습니다. 이게 무슨 일이죠.
박찬열이 도대체 왜 여기에 있는거죠?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이 곳에서 일하게 될 박찬열이라고 합니다.
이쁘게 봐주세요!"
아니, 못봐줘. 절대. 결코.
절 보며 씨익 웃으면서 말하는 멀대를 보면서 머리를 쥐어 뜯었습니다.
아, 맞아요
어머니가 캐스팅했다면 형 누나들도 불안감을 느끼면서 질투할꺼에요.
형 누나들은..
"와우!! 너 존잘!"
"키 봐라! 종대 두배다!!"
"역시 사장님 눈은 다르네."
축제 분위기입니다.
좌절스럽습니다.
말도 안돼요.
이러다가 정말..빼도박도 못하게...
저 사생이랑 크리스형이랑 만나게 되고 말꺼에요!
어서 알려야해요, 저 사람은 크리스 형 사생이란 말이에요!
"어머니!"
"왜 경수야?"
"쟤는! 박찬열은!"
"너 짝이라며? 너 칭찬을 아주 입에 닳도록 하더라.
정말 좋은 짝을 만났구나 호호호호"
"사장님도 참, 별말씀을요 하하하하하하하하"
크리스 형...미안해요...
제가 형을 지켜주지 못할꺼같아요.
입을 틀어막고 제 방으로 달려갔습니다.
순간 마주친 멀대의 표정이 씁쓸해보였던건 제 착각이었을까요.
-
다음화는 찬열이의 과거 회상입니다!
커밍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