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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없어서 달랑 한 개라 죄송한Ver
1번 변백현
낮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부모님이 단 둘이서 여행을 떠나셨다 물론 딸, 엄마 아빠 여행간다! 라는 쪽지 한 장만 달랑 남기고
대체 돈 만 원으로 뭘 사먹으라는 거야? 게다가 벌써 열 한 시 반을 훌쩍 넘은 시간 무언갈 먹기도, 자기도 애매하다 그래서 택한 것은 백현이에게 전화 걸기!
「백현아, 우리 집 올래?」
「뭐? 지금 이 시간에?」
「왜 이렇게 놀라? 그럼 내가 가냐?」
「당연하지.」
「응. 끊자.」
「아아, 농담이야. 지금 갈게.」
단박에 오케이를 외치고 전화를 끊었는데 생각해보니 치킨 사오란 말을 안 했다 물론 말 한다고 사다줄 위인은 아니지만 돈이라도 가져오라고 할 걸
후회막심이다 전화를 다시 걸까 하다가 알아서 뭐라도 주워오겠지 싶은 마음에 쇼파에 드러누웠다
그렇게 쇼파에서 뒹굴이는데 몇 분이나 지났을까, 익숙한 전자음과 함께 집 문이 열린다 저 신발 벗는 소리하며 헉헉 대는 숨소리는 안 봐도 비디오
「사람이 왔는데 안 봐?」
「예, 예. 오셨어요?」
「아, 좀.」
다리를 높게 들어 인사를 하는 모션을 취하고 티비에 다시 시선을 돌리니 갑자기 짜증을 부린다 왜 또 짜증이야? 하고 물었더니 옷을 벗어
내 다리위로 툭, 던진다 야 변백현 이거 뭐 어쩌라고? 하고 옷을 들어보이니 다리 못생겼으니까 덮으라고, 하며 낄낄 거린다 저게 죽을라고?
「그래도 기특하다, 누나 다리도 신경 써주고.」
「혼자 있더니 정신도 나갔냐?」
하여간 말뽄새 하고는, 혀를 끌끌차며 자리를 바로 하곤 쇼파 옆을 툭툭 쳤다 기다렸다는 듯 쪼르르 옆에 앉은 백현이 심드렁한 얼굴로 티비를 보다말고 나를 부른다
「집에 먹을 거 없어?」
「나 먹을래?」
「후회 안 해?」
「자, 장난이야.」
있었으면 너 부르지도 않았어, 하고 말을 덧 붙이는데 후회 없냐며 갑자기 손목을 턱, 잡아오길래 나도 모르게 몸이 흠칫했다
설마 고등학교 삼년지기가 나를? 우웩, 우웩이다 미쳤냐고 백현이의 손등을 찰싹, 때리다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백현이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백.」
「왜?」
「돈 있어?」
「만원 밖에 없어.」
「돈 보태서 치킨 사먹자.」
「콜.」
그제야 입이 귀에 걸린다 자연스럽게 부엌으로 가서 전단지를 가져온 백현이 메뉴를 뒤적거린다 그냥 반반 시키자는 말에 알았다고 전화를 걸더니 주문을 마치자마자
주머니에서 꺼낸 돈을 합쳐 내 손에 쥐어준다 황당한 얼굴로 돈 한 번, 백현이의 얼굴 한 번 보니 되려 나를 황당하다는 듯 쳐다본다
「설마 내가 돈 내라고?」
「당연하지. 내가 시켰잖아.」
「아, 진짜 치사해!」
그럼 먹지말든가, 하고 돈을 뺏으려 하기에 손을 뒤로 숨기니 어이가 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린다
한참을 투닥거리고 있으니 치킨 왔다며 문을 두드린다 어? 치킨 왔다! 하고 벌떡 일어나 달려나가는데 갑자기 손을 확 낚아챈다 하마터면 넘어질 뻔한 몸을 겨우 세웠다
「야! 돈 내라며!」
「너 지금 반바지 입었잖아! 멍청아!」
쟤가 지금 뭐래? 갑자기 기분이 이상해졌다 얼떨떨한 얼굴로 있으니 뭐 하냐며 내 손에서 돈을 닦아채곤 자기가 문을 열어 계산을 한다
돈 내려고 갔더니 손을 잡고 하는 말, 반바지 입었잖아, 갑자기 머릿속이 복잡하다 한참을 멍하게 서있기만 하자 백현이가 내 손을 잡고 앉힌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아무것도 아니야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치킨을 향해 손을 뻗는 순간 눈 앞에서 다리가 없어진다
「어? 야! 다리 내 거야!」
백현이의 손에 들린 닭다리로 손을 뻗자 손을 뒤로 감춰버린다 감히 이게 날 약올려?
「먹고 싶어?」
「다리 내 거야, 줘.」
「오빠라고 해.」
「아오! 오빠!」
뭐? 오빠라고? 입이 귀에 걸려 난리가 났다 야. 먹어라, 돼지야 백현이가 닭다리에 냅킨을 감싸 손에 꼭 쥐어준다
「많이 먹고 쑥쑥 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