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성. 우리는 늘 주변사람의 매력을 간과하고 있어,그치? -야 너 어디. 비가 와서 한참을 학교에 있었다. 평소같았으면 김성규네집에 있었을 시간이였다. 학교에서 자잘한일을 하는것은 한 두번 있던일이 아니였지만, 김성규가 기다리지 않은것은 처음이였다. 나 몸이 좀 안좋아서. 하고 먼저 가버리는 김성규를 보며 혼자 투덜거리다가 이내 빨리 하고 가야겠다, 하는 생각으로 시계도 못보고 일만 했다. 그래서 비가오는것도 몰랐다. 답장을 보내지 않은게 썩 걱정됐는지, 금방 김성규에게 전화가 왔다. 야 넌 사람 카톡을 왜 보고씹냐. 김성규 특유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 학교. 내 말에 김성규가 우산은? 하고 물었다. "없어. 데리러 와." -야 너 뻔뻔하다? "나 뻔뻔한게 하루이틀? 빨리 와. 기다릴게." 평소처럼 먼저 내가 전화를 끊어버리고, 김성규를 기다리는데 사실 긴 시간동안 안와서 불안하기도 했었다. 평소 십분이면 오가는 거리를 무려 이십분이나 거쳐서 온 김성규는 오자마자 짜증을 부렸다. 병신이냐? 아 왜 우산을 안챙겨가! "니가 있는데 챙겨갈필요가 없잖아." "너 요즘 좀 느끼해졌다." "그러게. 왜 우산은 두개나 갖고왔어? 하나로 나눠쓰고 가지." 우리에게 생긴 가장 큰 변화는, 내가 김성규를 좋아하고 있고 그리고 김성규는 그 사실을 알고있다는 거였다. 나름대로 진지하게(물론 상황은 그렇지 못했지만) 김성규에게 야 나 너 좋아하는것 같다. 하는 고백어조의 말을 날렸지만 김성규는 어,그러냐. 하는 말 외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 후에도 나는 몇번이나 난 니가 좋다는식의 말을 했음에도 김성규는 번번히 그렇구나. 하며 덤덤히 넘어갔다. "야 김성규." "왜. 말걸지마 짜증나니까." "스토커는 이제 떨어졌냐?" 그럭저럭. 똑부러지지 못하는 대답에 그게뭐야! 하고 내가 짜증을 부렸지만 김성규는 정말 진심으로 난해하다는듯한 표정을 보였다. 아니,그게,걔가 보통 잘생기게 생긴게 아니라,자꾸 보니까 나도 걔한테 넘어가는것 같고.. 김성규의 말에 내가 우산을 떨어트릴뻔한걸 겨우 참았다. 표정이 왜 그러냐. 김성규에게 제일 잘 어울리는 사자성어는 천하태평이다. "야 너는 내가 너 좋아하는거 모르는것도 아니면서, 그런식으로 말하면 내가 뭐가 되냐?" "야,아니,말이 그렇다는 거지." "그럼 너 나 좋아?" "..야,남우현,왜 그러냐." 우산 고맙다. 나중에 줄게. 나는 그렇게 말하고 골목을 빠르게 뛰어나갔다. 아프다고 했던 김성규의 얼굴에 열이 올라 붉어졌던 것도 같았지만, 그 때의 나는 멍청하게 그렇게 이성적인 사고를 하지 못했던것 같기도 하고. * "야 요즘은 김성규랑 안 노냐." "내가 언제 걔랑 놀았냐." 하긴,니가 일방적으로 앵긴거였지. 비아냥거리는듯한 이성열의 말투에 게임을 하던 내가 마우스를 집어던졌다. 야 꺼져, 너네집 가. 사실은 이성열의 말이 너무 정곡을 찔러서 화가 났을수도. 상황이 어떠했던, 나는 김성규네 집을 그 날 이후로 한번도 간 적이 없었다. 둘이였던 하교길은 도로 혼자가 됐다. 그 날 저녁, 김성규에게서 긴 카톡이 두 개 와 있었다. 미안하다는둥의 내용이였다. 김성규가 이렇게 먼저 카톡을 한 건 손에 꼽힐만한 일이였지만, 나는 처음으로 김성규의 카톡을 무시했다. 그 일이 있은 후 이틀은 김성규가 아파서 학교를 빠졌고 그 이후 학교를 나온 김성규가 나한테 말을 걸 때마다 나는 김성규를 피했다. 그냥 그래야만 될 것 같았다. "야 씨발 밖에 비 온다." "어쩔. 비 맞고 가던가." "우산 좀." 그리고 김성규의 우산도 아직 우리집에 있었고. "야 그거 말고 다른거 가져가." "왜." "그거 김성규거야. 갖다줘야 돼." 싸웠다며, 하면서 비웃는투의 이성열의 머리를 한번 때리고 김성규의 우산을 들었다. 어디가냐. 이성열의 물음에 내가 우산갖다주러. 하고 대답했다. "야 웬만하면 먼저 사과해라. 김성규가 너한테 진짜 잘해주던데. 또 니가 먼저 지랄했을거 아냐. 김성규가 그랬을것같진 않고. 어? 좀 잘 해줘라." 내가 살다살다 이성열말이 도움이 되는날도 있구나. 이성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내가 이성열과 함께 엘레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다 3층에 멈췄다. 화해해. 이성열의 말에 내가 알았다는듯 고개를 끄덕이고, 엘레베이터에서 내려 김성규네 집 문을 두드렸다. "누구세요." "너네집에 올 사람이 나 말고 또 있냐?" 김성규의 목소리에 내가 또 뻔뻔스럽게 대답하고, 김성규가 우당탕소리를 내더니 이내 현관문을 조금 열고 고개만 내밀었다. 웬일이야. 이전보다 유순해진 말투에 웃음이 날 뻔한것을 억지로 참고 내가 삐딱하게 서서 우산을 건넸다. "고마웠어. 우산." "아..어..그래..아냐.." 금새 풀이 죽어버린 목소리가 귀여워서 내가 주머니에 손을 꽂아넣고 서 있었다. 내가 가지 않는이상 김성규가 먼저 문을 닫지 않을거란걸 알고 있었다. 내가 왜 안가는지 물음표를 동동 띄운 얼굴이 나를 쳐다봤다. "나 배고파." "어?" "배고프다고." "개새끼.." 익숙하지 못한 김성규의 욕에 내가 먼저 웃음을 터트렸다. 김성규가 문을 열어주고 거실에 앉아 느긋하게 톰과제리를 보던 김우혁의 고개가 나를 향했다. 하이, 오랜만. 내 인사에 김우혁이 흥.하고 고개를 돌렸다. "야 이런거 보면 머리 나빠져." "아니거등!" "니 나이때는 이런거 보면 안 돼. 백분토론 같은거 보고 말야. 천재성을 싹틔워야지." 우혁이 괴롭히지마. 김성규의 말에 내가 금새 조용해지는것도 예전과 비슷해졌다. 아, 이러니까 무슨 가족같네. 부엌에서 들리던 시끄러운소리가 잠시 멈췄다가, 지랄. 하는 목소리와 함께 다시 들렸다. "김성규." "왜.뭐." "나랑 하자고. 연애." * "야 남우현." "아 왜에." "우혁이 옷 좀 입혀라." 육아 스트레스란 이런건가. 내가 느긋한 목소리로 투정을 부렸다. 야,우혁이 유치원 늦어. 지도 내 옆에 누워있는 주제에 나를 막 밀어내는 김성규의 입술에 내가 막 입술을 비볐다. 으,씨,아침부터 냄새나게. "야 좀 향기롭다 해주면 안 돼냐?" "니가 맡아봐." 김성규는 김성규답게, 나는 점점 김성규한테 스며들게. 우리는 나름대로 순조로운 연애를 하고 있었다. 방학 내내 나는 김성규네집에 있었고 그러면서 언젠가부터 김성규랑 같이 자기도 했고, 김성규랑 같이 김우혁의 부모노릇도 했다. "야 김우혁." 내가 거실에서 톰과제리를 보는 김우혁을 불렀다. 넌 좀 그것 좀 그만봐라. 내 잔소리가 이제는 익숙한지 아무렇지도 않은 김우혁의 머리위로 내가 옷을 얹었다. 짜증을 내며 옷을 입는 모습이 영락없는 김성규라서 내가 김우혁의 볼따구를 잡고 흔들었다. "혀엉.남우현형이 나 괴롭혀!" 침대방으로 콩콩 뛰어 들어가는 모습에 내가 김우혁의 어깨를 잡아세웠다. 옷이나 입으시지, 니네형은 내 편이니까. "야 남우현." "왜." "김우혁 좀 데려다주고 와." 우현아,해주면. 김성규가 그렇게 해주지 않아도 데려다줄거라는걸 나도 김성규도 알았지만 김성규는 못이기는척 우현아. 하고 나를 불렀다. "아 김성규 가끔.." "?" "김우혁보다 더 귀여운 것 같아." 야! 날아오는 베게를 피하며 내가 콧노래를 불렀다. 우혁이 데려다주고 올게~ 약이오르는지 씩씩 소리를 내던 김성규도 이내 손을 저어주었다. 그래, 나는 생각지도 못했던 김성규와 친해지고, 좋아하는동안 무슨 마음이였더라. 짚을수도 없이 먼 날도 아니였지만 굳이 짚어보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김성규도 나도 지금 행복한건 똑같으니까. 옆에서 김우혁이 한심하게 쳐다보는게 느껴졌지만, 뭐 김우혁도 충분히 사랑으로 끌어안아줄 수 있다. 아무렴 어때. 지금만 행복하면 됐지. 흐지부지한 끝! - 사실 이건 내가 생각하는거랑 너무 많이 다르게 흘러간면도 있고. 원래 좀 어두워야했는데 내 손을 거쳐서 우째 이렇게 밝고 웃기게 됐는지도 모루겠당ㅇㅅㅇ 써지는대로 쓰는거니까여. 사실 정말 쓰고싶었던 부분때문에 쓴건데 막상 그 부분은 못 썼어요ㅜㅜ 그 부분은 번외로 가져올거예여. 불마크입니다=_=.. 첫편 김성규 커밍아웃도 다 이걸 노린거였는데 순간 성규 이미지가 붕괴되면서 차마 넣지못하게 되버렸네요. 남우현은 원래 제가 원하던대로 잘 나와줬는데.. 근데 좀 더 병신같고 호구같아야 됐지만 뭐!!ㅋㅋㅋㅋ 이제 다른걸 써야한다면서요? 망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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