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그녀를 좋아했다
예상컨데, 그녀는 몰랐겠지
어린 나이부터 조직에 몸담아왔던 나로써는
그녀의 합류가 반갑지는 않았다
하지만
12명으로 이루어져있던 우리 팀이
저격수인 그녀의 영입으로
더욱 견고하고 단단해졌음은 분명하리라.
몇달전, 다른 조직에서
정보를 빼오는 임무가 있었던 적이있었다
그녀는 자진해서 그 임무를 맡았고
보란듯이 성공해 우리 모두를 놀래주었다
의기양양하게 팀이 모여있는 방으로 돌아오며
나를 보며 해맑게 웃던 그녀
'수잔!'
'정상!'
'나 성공했어!'
'이야, 멋진걸!'
'나중에는 수잔이랑 꼭 같이 해봤으면 좋겠다'
'나는 맨날 위험한것만 해서 안돼'
'괜찮아. 내가 누군데! 우리 만약에 같이 임무하면 암호는 '암호' 로 하자'
'암호?'
'암호.'
'왜?'
'뭔가 간단하고 암호가 아닌것 같잖아'
'그래 좋아. 암호'
하지만
네가 정보를 빼왔다는 사실이
상대 조직에 알려져버렸고
그 날은
그 정보가 우리 조직을 곤란하게 만들기
시작했던 날이었다
보스는 너의 책임이라며
너를 불러다
강하게 질책했고
넌 방으로 돌아와 소리없이 흐느꼈다
난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었다
그날 깨달았던것 같다
이 냉정하고 잔혹한 곳에서,
동료 이상의 관계를 맺는다는것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라는 걸
점점 조직의 상황이 심각해지고
우리 팀에서도 사상자가 생기기 시작했다
알베와 위안은 직접 침투했다가
희생되었고
폭탄 제거가 임무였던 샘과 일리야는
한줌의 재로 사라져버렸다
인생의 절반, 아니 평생을
함께 했던 친구들의 죽음을
너도 받아들이기 힘들었으리라
보스는 친구들이 하나, 둘 사라져 갈때마다
우리들을 더욱더 압박하며
사지로 몰아넣었고
그날은 너의 차례였다
보스는 너가 혼자 침투해
정보를 빼내오길 바랬고
그 작전이 성공하면, 내가 뒤이어 들어가 남은 잔당들을 제거하는 역할이었다
건물로 들어가기전,
넌 나에게 말했다
'수잔, 우리 암호는 '암호' 야'
'암호?'
'내가 암호라고 말하면, 니가 들어와서 없애.
그런데 만약에 내가 암호라고 말하지 못하면.....'
'못하면?'
'너라도 도망가야 돼.'
'나혼자?'
'그들' 은 우리를 죽이지는 않아
샘이나 위안도 다 사고였을 뿐이야.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 이상
그들은 우리를 살려두고 정보를 빼내기 위해 노력하겠지'
'그래서, 넌 잡혀가도 살아있을테니까 암호를 말하지 못해도
살아있을거라고 막연히 믿고 나 혼자 도망가라는거야?
날 언제까지 이렇게 혼자 남겨둘거야. 이제 친구들도 몇 안 남았어.
죽는다면 나도 같이 죽어'
'안돼. 넌 도망가. 도망가서.. 도망가서'
'정상!'
'도망가서, 다니엘과 타일러를 도와. 그러면 내 희생은 헛되지 않아'
'넌 희생하는게 아니야, 정상. 넌 살아돌아올거고...'
'아니, 난 돌아오지 못할거야. 그래도 도망가. 나 갈게 수잔, 고마웠어'
네가 그 말을 남기고 연기로 자욱한 건물속으로 들어갈때도
한시간이 지나도 너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도
난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다
나는 그때 도망가라는 너의 말을 들었어야 하는데,
눈이 멀어버려
함께있던 로빈, 기욤을 끌고 건물로 들어갔고
너를 찾아 뛰는 동안
발각 되어 로빈이 총에 쓰러져도,
총알이 팔뚝을 스치고 지나가도
타일러가 보여주었던 지도를
머릿속으로 계속 그리며
달려갔다
계속
무전이 계속해서 왔다
'수잔---- 뭐하는거야!!! 당장 나와!!'
'그러다 너희 죽어---!!'
어디선가 너의 목소리가 들렸다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뛰어가자
의자에 묶여있는 너. 총을 장전하고있는 한 남자
그가 우리를 보고
우리에게 총을 겨누며
'니가 안 불면 캐나다놈하고 네팔놈중에 하나는 죽어'
'차라리 날 죽여'
너가 울부짖었다
이윽고 긴 총성이 들리고
난 바닥에 주저앉아버렸다
다시금 총을 장전하는 그 남자
그때 기욤이 내 목덜미를 잡고 바깥으로 끌고가기시작했다
앞으로 엎어지는 너,
복도에 누워있는 로빈
그에게 끌려가 집어던져진 바깥
그가 날 주먹으로 쳤다
'그래서 고작 정상 죽는거 보겠다고 로빈도 죽게만든거야?
너 제정신이야 어? 이제 어쩔거야! 너도 죽고싶은거야?'
그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쩔껀가 수잔?'
보스였다
'로빈도 죽고 정상도 죽고 임무도 실패했어'
'나는 그렇게 될줄 몰랐어요. 나는 정말 내가 그렇게 만든건줄 몰랐어요 정말'
'그래서 어떻게 책임질건가?'
'내가 책임질게요. 내가 할게요'
그가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긴 총을 꺼내들었다
'가서 정보를 없애고 너도 자살해. 순정을 지키기에 가장 좋은 끝이지'
그에게 총을 받아들고
건물안으로 내달렸다
한참을 달리자 보이는.
누워있는 그녀
그녀 옆의 컴퓨터를 켜고
악성바이러스가 담긴 USB를 꽂았다
폭발하는 컴퓨터
들리는 소란스러운 소리
뛰어오는 사람들
그녀의 옆으로 가 엎어져있는
그녀를 끌어안았다
엉클어진 머리카락,
멍든 얼굴
꼭 감은 눈
붉은 입술
흐르는 눈물을 닦고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그리고 총을 들어
'암호'
세상이 반전되나 싶더니
곧 까맣게 아스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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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정 아벨라<3
원래 일리야나 알베로 쓸려했는데
암호정이 수잔을 원해서<3
새드엔딩이라 미안해여ㅠㅠ
노래 듣고 급 쓴거라 똥퀄이여도 이해해줘요ㅠㅠㅠ
진짜 미안해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