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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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수업은 끝이났다. 너무 권순영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던 터라 눈이 좀 피곤했다. 아까 그 아이컨택 후로는 아무 진전도 없었다. 각 쉬는시간마다 열심히 놀러가시는 권순영씨 덕분에. 누구는 쉬는시간 때마다 긴장하고 있었는데. 나쁜새끼. 그렇게 날 씹덕사 시키고서는 말뚝박기하러가더니 그게 재미가 들렸는지 수업끝날 때 마다 교실 뒤쪽으로 가서 열심히 말뚝을 박고 계셨다. 열심히 말뚝박기하는 권순영의 모습이 생각 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 너란남자.
" 꼬또야, 잘 가 "
열심히 난 가방을 챙기고 있었는데 권순영은 이미 다 챙긴건지 교실을 나가면서 나한테 인사하고 나갔다.
...응? 헐? 미친? 씨발? 잠깐만. 뭐라고? 꼬또야 잘가? 내 입에선 감탄사로 추정되는 육두문자들이 나오고 있다. 내 표정은... 안봐도 뻔하겠지 뭐. 동공은 확장된지 오래되었을거고, 볼은 약간 붉어져있겠지. 어쨌든 지금 권순영이 나한테 인사한게 맞는거지..? 그래, 우리반에 꼬또는 나밖에 없으니까. 근데 왜 인사하고 간걸까. 오늘따라 좀 이상하긴 하다. 갑자기 관심도 없던 애가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지 않나, 집 갈때 나한테 인사하고 가질 않나… , 근데 그 아이컨택 이후에는 나한테 무슨 행동을 안취했잖아. 괜한 망상인가.
아이씨. 권순영, 네가 이렇게 행동하면 나 지금 매우 마녀사냥에 ' 이거, 그린라이트인가요? ' 하면서 사연을 보내야될 것 같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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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 들어가지마? 들어갈까, 말까. 아, 오늘은 가지 말까? 괜히 왔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답이 안나오네. 노답이네. 노답. 내가 지금 뭐하고 있냐고? 지금 권순영이 알바하고 있는 편의점에 들어갈까 말까 생각중. 아, 절대로 이 곳을 자주 오지 않았다. 진짜..!
자주오지않고 맨날 왔지. 것도 권순영 알바시간에 맞춰서. 10시 10분에. 왜 10시 10분에 오냐고? 그냥. 작정하고 권순영보러 간 첫 날에 간 시간이 10시 10분이라서. 그래서 맨날 10시 10분에 오긴하는데. 나만 의미부여를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냥 직감이다. 직감. 짝사랑녀의 직감. 하, 비굴해보인다. 이게 짝사랑의 비애란건가. 그래도! 오늘은 20분이나 지나서 왔는데. 아, 몰라. 여기까지 왔는데 얼굴은 보고 가야겠어.
두 눈을 꼭 감고 편의점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가니 권순영은 열심히 폰을 하고 있다가 내가 들어온 것을 눈치챘는지 바로 폰을 놓고 어서오세요. 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와, 오늘은 사복에다가 편의점 알바복입었네. 맨날 교복 위에 입었었는데. 오늘도 날 덕심에 불타오르게 하는구나. 마음같아선 몰래 도촬이라도해서 배경화면에 해놓고싶지만 초상권은 지켜줘야하니깐.
" 어? 다 떨어졌네... "
없다. 없다. 하… , 오늘따라 일진이 왜이럴까. 여기 편의점 올 때마다 항상 사먹는게 초코에몽인데 그게 없다. 맨날 사먹는 꼴이라서 아마, 내가 초코에몽 매상 올려주는데 한 몫은 단단히 했을 것이다. 근데 그런 초코에몽이 날 배신할 줄이야. 정말 절망스럽다. 그냥 오늘만 다른 걸 사먹을까...
" 저기… "
한참 절망하고 있을 때, 권순영이 날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뭐야, 왜 부르는거야. 심장 떨리게.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고개를 돌렸다. 돌리자마자 보이는 건 초코에몽..! 초코에몽을 손에 쥔 채로 웃으며 내 앞에서 흔들어보인다.
" 이거 맨날 먹는거 맞지? "
확실하다. 권순영은 저격수가 확실하다. 저격수가 아닌 이상 내 심장을 그렇게 잘 저격할 수 없다. 분명하다. 그래, 권순영은 심장을 직접 폭행하지 않는다. 큐피트의 화살따위도 사용하지않는다. 무려 스나이퍼를 사용한다. 스나이퍼. 스나이퍼로 쏴서 그런가 내 심장은 그냥 그대로 터져버렸다. 뭐야, 내가 항상 초코에몽 먹는 거 알고 있었잖아. 그럼 나를 은근 신경쓰고 있었다는 얘긴가. 아니면 자기도 모르게 난 초코에몽 맨날 사먹는 애로 인식이 된 건가.
" 내가 한 개 남은거 보관해놨어. 너 10시 10분이 지나도 안오길래 "
그럼 나만 의미부여한게 아니란 말인거네? 이게 뭐라고 좋은지 입꼬리가 씰룩씰룩거렸다. 권순영 보는 앞에서 헤벌쭉하고 웃을 수는 없으니까.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간신히 내렸다.
" … 고마워. 안그래도 그냥 집으로 갈까 생각했었는데 "
" 고맙지? "
" 응 "
" 그러면 이제 방학했으니까 편의점 올꺼면 일찍 좀 와. 10시 넘으면 이 거리 위험해. 번화가라서 술취한 아저씨 많아. "
지금 걱정해주는거 맞지? 권순영이 나 걱정해주는거 맞지? 와, 오늘은 다이어리에 쓸 게 진짜 많은 것 같다. 아이컨택도 해주고, 인사도 해주고, 내가 편의점에 몇시에 오는지 맨날 뭘 사고가는지도 알아주고, 내 걱정도 해주고.
" 그러니까 이제는 해지기 전에 와. 알겠지? "
" …응. "
" 그럼 됐어. 잘 가. "
나에게 초코에몽을 건네면서 집에 잘가라고해준다. 엥. 나 아직 계산안했는데. 어리둥절 한 채로 아직 계산안했다고 하니까 권순영은 웃으면서 그거 자기돈으로 했다고 자기가 사주는거라고 빨리 집에 들어가라고한다. 아, 쟤는 도대체 뭔데 나를 계속 심쿵당하게 하는거지? 저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인건가. 그렇다면 완전 능력자네. 집으로 갈려했지만 쉽사리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아 … , 처음으로 대화를 오래해봤는데. 물론 내 입장에서는 긴거다. 이 대화들이.
" 열심히 해 "
" 응. 집, 조심해서 들어가 "
하지만 어쩔 수 있겠는가. 더 있어봤자 할 것도 없는데. 그리고 사람은 아쉬울 때 떠나는 거라고 했어. 빨리 내일이 왔으면 좋겠다. 오늘 이 초코에몽을 구실로 내일 뭐라도 사주면서 말 걸 기회가 있으니까. 내일은 오늘보다 더 친해지지 않을까. 아무리 내 친화력이 바닥이라고해도 권순영은 친화력갑이니까. 금방 친해질 수 있을거야. 왠지 내일은 좋은느낌이든다.
+ ㄴ,늦게와서 데둉해요☆ 그럴만한 사정따위는 없어요...☆★
사진은 출저속에 있습니다! 움짤은 텀블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