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1010
드디어 내일이 되었다. 오늘따라 일찍 일어났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자외선이 하도 내 얼굴을 강타를 해대는 탓에 일어났다. 그래도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날씨가 꽤 좋게 느껴졌다. 흐흐흥. 저절로 콧노래도 나왔다. 아, 미쳤나봐. 이 더운 날씨가 좋게 느껴지다니. 교복을 입고나서 열심히 콧노래를 부르면서 거실로 나왔다. 발걸음마저도 가벼운 것 같다. 내가 기분이 좋아보이니 엄마도 웃으면서 딸, 좋은 일 있어? 하며 물어보신다. 아직 좋은 일은 없지만 오늘은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아서요. 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해주니 엄마는 그저 말없이 웃기만 하셨다. 아, 빨리 권순영이 보고싶다.
" 오늘따라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 "
" 그냥 눈이 떠졌어요. "
상 위에 차려진 샌드위치를 한 입 크게 베어 물었다. 아, 맛있다. 난 역시 아침밥보다는 샌드위친가봐. 아, 맞다. 오늘 권순영한테 뭐 주지? 나도 똑같이 초코에몽을 줄까? 아님 그냥 과자를 줄까. 그냥 이 샌드위치나 좀 줄까. 아니야. 너무 부담스러울 것 같아. 아, 이거 되게 고민되네. 집안에 뭐 있나… . 열심히 고개를 둘러보고 있었다. 그 때, 눈에 띄이는 건 식탁위에 올려졌던 자유시간 초코바가 눈에 띈다. 어? 저걸 줄까?
" 엄마, 저 초코바 누구거예요? "
" 아… , 그거 환자한테 받은건데. 너 먹을래? "
" 그래도돼요? "
" 응. 나 단 거 별로 안 좋아하잖아. "
오, 개이득. 아, 역시 뭔가 오늘따라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아. 자유시간을 교복치마 주머니에다 넣어놨다. 흐흐흥. 아, 계속 콧노래가 나오네.
" 딸, 엄마가 차 태워줄까? 오늘 너희학교 쪽 방향으로 들릴데가 있어서. "
" 태워준다면 저야 고맙죠. "
으흐흐흥. 오늘, 진짜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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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이 있기는 개뿔이. 지금 화가나서 미칠 것 같다. 아니, 내가 제일 싫어하는 계절인 이 여름날에, 것도 방학인데 권순영때문에 학교에 꼬박꼬박 오고 있는데 내 옆에 있는 놈때문에 망했다. 것도 개망. 폭망. 내 기분을 망친 건 학교에 도착한지 5분도 안돼서였다. 반에 들어가니 의외로 권순영은 학교를 빨리 나오고 있었는지 벌써부터 자리에 앉아있는 모습이 보였다. 물론 자기 친구들까지. 일단은 자유시간을 줘야하는데 가뜩이나 친구가 많은 권순영은 오늘도 여러친구들과 있었다. 솔직히 친구들 앞에서 권순영한테 이걸 건네주면 나의 짝사랑이 들키지않는가. 그래서 자리에 앉아서 책상위에 손으로 자유시간만 꼼지락 꼼지락 거리고 있는데 어떤 남자애가 갑자기 내 옆자리 앉더니 존나 친근하게 말을 걸어오는게 아닌가.
" 안녕. 일단 인사는 둘째치고. 오늘 존나 덥지? 진심 오늘이 최강찍었다에 내가 어제 먹다남은 자두를 걸겠음. "
...뭐지. 이 신박한 병신은. 얼굴을 보니 어디서 많이 본 얼굴 같았지만 나랑 짝을하며 말을 섞을정도의 친함은 아닌 애였다. 아니, 그냥 아예 접점이 없는 애였다. 그런 애인데 갑자기 내 옆자리를 차지하더니 물어보지도 않은 말을 열심히 하고 있었다. 어디서 많이 봤었는데. 생각에 잠겨있었는데 어디선가 ' 이석민. 거기서 뭐함? ' 이라는 소리가 들린다. 소리가 난 쪽을 보니 권순영 무리쪽이였다. 그러고나서는 갑자기 단체로 다가오기 시작한다. 아니, 잠깐만. 왜 다가오는거야. 아, 알고보니 얘도 권순영 친구였다. 그리고 우리반에서 제일 시끄러운 애 탑쓰리가 있는데 권순영이 있고 부승관인가 걔랑 지금 내 옆에 앉아있는 이석민이였다. 단체로 다가오는 애들 속에 권순영도 내 쪽으로 다가온다. 헐. 심쿵. 오늘도 잘생겼어. 역시 난 어쩔 수 없는 권순영 빠순이인듯했다.
" 뭐하긴. 짝이랑 얘기 중이지. "
" 언제부터 걔가 네짝이였냐 "
" 오늘부터 "
엥. 뭔 말이야 이건. 이석민이 내 짝이라니. 그럼 오늘부터 쭉 내 옆자리에 앉겠다는 이 말인가. 앉은지 5분도 안돼서 느껴지는 시끄러움의 기운이란 나를 괴롭게했다. 아니, 나는 그냥 조용하게 권순영 덕질을 하고 싶단말이다. 권순영을 내 앞에 앉혀놓은 건 고맙게 생각하는데 이건 아닌 것 같거든. 이석민아. 이때부터 오늘 아침부터 느껴졌던 좋은기분이 사라질기미가 보이기 시작했던 것 같았다. 뭔가 내가 한마디 할 때 얜 열다섯마디 할것같은 예상이 들기 시작했다. 권순영과는 다른 시끄러움이라서 좀 별로였다. 근데 언제부터인지 권순영무리는 내 주위의 자리에 다 앉아있었다. 아니, 권순영오는건 좋은데 니네들은 왜 여기있어서 아침부터 정신이 없어지게 만드는거야.
" 짝지야. 요새 내가 보컬학원다니랴, 공부학원다니랴 바쁘단말이야. 그래서 나에게는 턱없이 자유시간이 모잘라. "
어쩌란말이지. 왜 얘는 묻지도 않은 얘기만 하는 걸까. 한숨만 나왔다. 그런데 이 때부터 나의 빡침은 시작되었다.
" 그래서 이 자유시간 내가 좀 먹을께. "
" 헐 "
존나 단호한 표정으로 거지같은 멘트를 날리면서 내 손에 있던 자유시간을 낚아채가더니 자유시간을 까먹었다. 헐. 그거 권순영껀데…. 말리기에는 이미 크게 한 입 씹어 먹었다. 그래서 말인데 나도 이석민을 씹어먹어버려도될까. 내 표정이 울상이 되자마자 주위에 있던 애들이 이석민을 타박하기 시작했다. ' 미친. 그걸 네가 왜 처먹어 ', ' 이럴려고 얘 옆에 앉은거였구먼. ' . ' 그냥 네 돈으로 사먹지. 왜 얘껄 뺏어먹냐. 얘 표정 안보임? ' 등등. 존나 내 속을 활명수 먹은 것같은 속으로 만들어주었다. 그래. 그걸 네가 왜 처먹어.
" 새끼야, 그걸 왜 꼬또 허락없이 먹냐. 무례한 새끼. "
헐. 권순영의 쉴드…. 그래. 권순영 말이 백번 옳다. 무례한 새끼. 그거 내가 아침부터 고민하고 고민해서 결정한게 그 초코바였는데. 이 빡침은 쉽게 잠재워지지 않았다. 원래 화가날 때 울상이 되는 표정인데 주위의 애들은 그래서 내가 화났다기보다는 울 것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서 그런지 옆에 있던 이석민을 존나게 뭐라하였다. 뭐, 아무리그래도 이석민은 개썅마이웨이인지 맛있게 초코바를 처먹고 계셨지만.
" 야, 짝지야. 미안. 사실 초코바가 너무 땡겼어. 사실 오늘은 초콜릿이 땡기는 날이라서. 하하하하. "
결국은 남김없이 다 처먹으셔버렸다. 하… , 앞에 권순영이 있어. 꼬또야. 참자. 참아. 아니, 저건 권순영을 주려고 가져온건데. 계속 생각하면 생각 할수록 속상해져서 표정이 더 울상이 되어져간다. 아니야. 초코바야 언제든지 다시사서 주면되ㅈ.. , 아니야! 오늘이 황금 타이밍이였다고. 명분도 있고, 딱, 주기 좋은 날이였는데. 그래서 내 생각의 결론은 이석민은 개나쁜자식이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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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수업시간이 끝났다. 수업시간에도 이석민은 계속 내 옆에 앉아있었다. 수업시간 후기를 한바탕 말해보자면 이석민은 시끄러웠다. 개시끄러웠다. 수업시간이 되면 조용해질 줄 알았는데 내가 잘못생각한거였다. 분명 앞에서 말했듯이 괜히 탑쓰리안에 들어가는 놈이 아니였다. 그래. 수업시간에 장난치는 시끄러운 권순영한테만 집중해서 몰랐는데 생각해보니 얘도 만만치않게 시끄러운 애였다. 옆에서 ' 선생님, 그건 왜 그렇게되는거예요? 분명 앞에선 다르게했잖아요! 우리한테 구라치는거죠? ' , ' 선생님, 분필 그렇게 세게 쥐면 부러져요! 조심히, 살살 우리 분필 아껴주세요 ' 등등. 이런식으로 얘기하는 건 권순영과 비슷한데 왜 얘가 하니깐 이렇게 밉상일까. 존나게 시끄러운 덕분에 오늘의 권순영 덕질은 시작도 못했다.
이석민 개자식.
" 짝지야, 잘 가. 내일보자. "
" 응 "
" 야! 부승관! 같이 가자고! "
드디어 사라졌다. 왠지 안도감이 느껴져 한숨을 쉬고 한참을 앉아있었다. 아, 정신 없어. 권순영은 갔나? 권순영이 앉았던 자리를 바라보니 이미 가고 없었다. 하, 오늘은 편의점이나 가서 덕질해야겠다. 오늘은 편의점 덕질밖에 못한다니. 이석민. 아. 이름만 생각해도 빡친다. 에이씨. 생각 안 할거야. 콧김을 열심히 뿜으며 가방을 뒤늦게 챙기고 있었는데 갑자기 교실 뒷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 뒤돌아보니 뛰어왔는지 헥헥거리고 있는 권순영이 보였다. 여름이라서 그런가 땀도 조금 나있는 듯 했다. 가쁜숨을 몰아쉬며 내 앞자리까지 온 권순영은 갑자기 나에게 주먹을 쥔채로 내밀었다. 엥. 뭐지 이건.
" 푸흡. 그거말고 "
주먹을 내밀길래 나도 주먹을 내밀어서 맞부딛혔다. 힙합하는 사람들이 자주하는 동작처럼 말이다. 그 모습이 웃겼는지 푸흡하면서 웃어버리는 권순영이다. 그래서 물음표 가득한 표정으로 쳐다보니 내 손을 잡더니 손바닥이 위로가게 돌리더니 무언가를 올려놓았다. 잠깐만. 이거 권순영과의 첫 스퀸십이지? 헐. 나 권순영이랑 손 잡았어. 이건 아마 오늘 이석민에게 시달린 나를 위로하는 신의 계시인거야. 권순영 손이 사라지자 마자 보이는 건 여러개의 300원짜리 작은 자유시간이였다.
" 이거 좋아하는 거 같길래. 아까 되게 울상이던데. "
사실 그거 내가 화날 때 짓는 표정이야. 순영아..
" 1000원 짜리는 한 번 까서 먹으면 끝이잖아. 여러번 까먹으라고 여러개로 사왔어. 괜찮지? "
" 어? 어.. , 괜찮아. "
내 말에 바로 웃음을 지어버리는 권순영이다. 아, 오늘도 씹덕사인건가. 쟤는 날 한 번꼴로 씹덕사시키게 만드는 것 같단말이지.
" 아, 그리고 "
" ...? "
" 한 개, 한 개 까먹을 때 마다 내 생각하면 고맙겠는데. "
아니다. 오늘은 설렘사다.
+ 수녕이가 과연 몇 개의 자유시간을 사줬을까요? 맞추시는 분들에게는 소정의 박수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여러분 꼭 이름 치환하고 보세요! 제가 성이름을 꿍/꼬또로 해놔서 몰입 방해가 될지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참. 제 주제에 암호닉 받을까요...? (그렇게 짜게 식어간다.)
움짤 출저 - 텀블러
사진 출저 - 사진속에!
막짤은 초록창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