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대 ]
체할것 같았던 저녁식사가 끝나고, 난 숙소에 들어갈려는 기성용을 잡았다. 그 큰 등이 오늘따라 힘들어 보인다. 그렇지만…
“ 저 잠시만 시간 되나요? ”
기성용은 잠깐 생각을 하는듯 하더니 살짝 웃으며 네ㅡ 라고 해주었다. 아, 이렇게 가까이 볼 날이 오다니 너무… 행복해서 말이 않 나올것 같아.
“ 저, 할말이 뭐죠. 지금 너무 피곤해서요. ”
혹시라도 내가 컨디션에 지장을 줄까 깜짝 놀란 난 바보같이 어버버 거렸다. 나 정말 왜이러니. 이 사람 앞에서만 서면. 내가 형인데…
“ 저랑 친해지면 안되나요? ”
휴, 매끄럽게 말했어! 반은 성공했어. 내말에 기성용 선수는 살짝 놀라고 어이 없엇는지 예ㅡ? 하면서 나를 깜빡깜빡 쳐다본다. 저렇게 키가 큰데
왜 저렇게 귀여울까 ? 내가 반한 이유겠지.
“ 저 , 왜 그런말을 하시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단지 저랑 자철이의 친한친구로써 친해지자는 뜻이죠? ”
아 그걸 생각못했네. 바보 같이 그냥 말할 생각만 하다니!
“ 아니요, 그 쪽이 마음에 들어서요. ”
내말에 전혀 그런말이 나올줄 몰랐는지 얼빵하게 나를 보기만하고 아무말 하지 않앗고 우리 둘의 사이엔 차가운 공기가 흘렀다.
역시, 갑자기 친구의 애인, 그것도 게이가 갑자기 이렇게 쓸때없는 말을 뱉었으니… 아무래도 내가 너무 급했나봐. 다음에 할껄!
“ 지금 무슨 소릴… ”
“ 저랑 친해져요! 말 그대로 그쪽이 좋아서요. ”
생각과는 다르게 입이 자기 마음대로 움직였다. 나 왜이러니 ? 얼굴이 달아올라 난 나의 숙소로 뛰어가기 위해 뒤를 돌아 가려는
나의 손목을 붙잡았다.
“ 그쪽은 자철이 있는데 무슨 그런발언을.. 그리고 전 게이 아닌데요. 도대체 왜 이런말을 하시는건지 이해가 안되고
자철이한테 미안해지는데요. ”
아 자철이가 있엇구나. 좋아하는 사람앞에 서면 생각이 사라진다는 말이 맞았어. 설마 설마 했는데, …
아니 그냥 내가 생각이 없는건가? 그건 아닐텐데.
“ 아…저... 그...그게...사정이....있어요...!! ”
라고 말하고 무작정 손을 뿌리치고 나의 숙소로 뛰어들어갔다. 그리고 문에 기대서 숨을 고르고 있엇다.
그리고 조용히 중얼거리는 귀엽네ㅡ 라는 성용이의 목소리에 나도모르게 헉! 하고 말하자 마자 나의 손으로 입을 막았다. 기분좋은 떨림. 얼마 만일까.
시간이 좀 지난후 난 성용이의 방앞에서 서성거렸다. 금세 보고싶어져서, 오래전부터 많이 있던 일이니까, 익숙한 행동에 난 그저 본능적으로 충실했다.
문을 살짝 미니 문이 열려있엇다. 이사람…! 칠칠맞네. 문도 않잠구고 내가 잠궈줘야…
그렇지만 난 잠굴수 없엇다. 하얀 침대엔 성용이가 덜 마른 머리와 함께 누워있는 모습에 덜덜덜 떨렸기 때문이다. 너무 예뻐서…
이런 모습은 성용에게 빠지고 나서 처음보는 모습이라 더욱더 설렜다. 그리고 혹시나 잠에서 깰까 난 천천히 침대맡에 앉아 덜 마른 머리를 정리해 주었다.
“ 왜 나를 몰라 … ”
그래도 뒤에서 많이 쫓아다녔는데. 내 이름조차 잘몰랏었다는 사실에 살짝 울컥했다. 원래 둔한성격이긴 하지만, 나도 나름대로
세계1위 배드민턴 국가대표인데…! 새삼 생각하니 슬퍼져 머리를 헝크렸다. 헝크려도 잘생겼네, 밉다.
다음날 아침, 난 아침부터 일찍 일어나 재성이 형과 배드민턴 연습을 하고있엇다. 오늘이 바로 대망의 그날이니깐! 내 피땀의 노력을 보여줄수 있으니까.
7년동안이나 동거동락 했던 재성이 형은 이제 거의 가족과 다름없었다. 재성이 형과 쉬는시간엔 항상 그렇듯이 시시콜콜한 농담도 주고받고 경기때는 서로의 호흡을 맞추며
서로에게 도움이되고 실수가 되지 않도록 노력했다.
재성이형과 연습을 끝나고 아침을 먹으러 가는 사이 너 그거 알아ㅡ? 뭐요? 그 A양이 B군이랑 사귄데, 진짜요? 우와 그럴줄 알았는데 진짜 그러니깐 신기해요ㅡ
라면서 얘기를 하던중 , 저 앞의 성용이가 나를 보며 갸우뚱 거리고 있길래. 뭐지? 하면서 우선 달려가서 잘 자셧어요? 라고 묻자 무표정으로 전혀요. 라는 말이
돌아 왔다. 그래도… 좀 다정하게 해주면 덧나나?
“ 아, 근데 제가 형이에요!! 형이라고 불러주세요! ”
라고 말하자, 뭐? 형? 푸푸풉, 이라는 말밖에 돌아오지 않앗다. 엥? 기성용은 89년생인데. 당연한거 아닌가, 왜 웃지?
왜요ㅡ 왜요오… 라고 투정부리자, 웃음을 감추지 못하고 나에게 말했다.
“ 아니에요. 조그마한 사람이 자기가 형이라니까 웃겨서요. 저 어차피 빠른년생인데 반말해요. ”
“ 아 그래도 형이라고 불… ”
“ 그럼 나 바빠서 갈께! 정재성 선수 뻘쭘하게 서있는거 봐라. ”
아 그만 재성이 형을 챙겨주지 못했다. 재성이 형은 나를 보며 아빠미소를 짓고있엇다. 근데 저자식은 왜 내말을 싸그리싹싹 먹는거지? 나쁜놈…
재성이 형이 조그만하게 중얼거렸다. 용대의 사랑. 이제 현재진행형인가?
“ 형이라고 불러ㅡ!!! ”
제발 듣으라는 마음으로 크게 소리지르자, 계속 크큭 하면서 뒤로 손을 흔들어 줬다. 바보, 어쩌면 이런거에 설레는 내가더 바보일지도 모르겠지만.
기분이 좋아.
아침을 먹고, 난 그렇듯이 성용이의 숙소앞에서 빙글빙글 돌며 생각에 잠겨있다가 왜 이렇게 않오지ㅡ 라는 생각에 빠졌고 기다리다 지쳐 문앞에
쪼그려 앉아있엇다. 혹시나 다른 선수가 지나가다 볼까봐 얼굴은 푹 숙인채로.
“ 뭐해 ”
“ 응? 아 깜짝이야. ”
“ 왜 내 방문앞에 있어? 크크 ”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얼굴을 들자 살짝 무릎을 굽힌채로 나에게 다정히 뭐하냐고 묻는 말에 살짝 감동 받을뻔 했으나 뒤의 비웃는말에 난 취소했다.
“ 아 그냥 심심해서 앉아 있엇어. ”
그러자 성용이 의문을 품었는지 그래,근데 너 자철이랑 사귄다면서 같이 안다녀? 라고 묻자 가슴이 뜨끔 했다. 내가 의도적으로 만남을 피하고 있기도 했지만.
기성용 생각에 잊고있던 자철이 생각에 머리가 아프고 표정관리가 안됏다. 그…글쌔? 나 갈께… 라는 말로 대충 얼버무리고 갈려고 했으나
배드민턴 잘쳐! 라는 성용의 응원에 잠시 멍하니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응! 이라고 답해줬다. 너도 축구잘해!
그리고 우린 헤어졌다. 왠지 기분이 살랑 거렸다. 더 친해질수 있겟지. 그렇겠지.
하지만 이 기분에 나는 아까 고민하던 한가지를 잊어버렸다.
*
봐주셔서 고마워요 ㅠㅠㅠㅠㅠ 전 영원한 고자손일 뿐이고! 필력 딸릴뿐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