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내가 어릴 적 무심결에 본 누드화보 같았다.
바보같던 내 호기심,그리고 후에 몰려오는 구역질.
넌 그랬다.
평범한 척 속은 그렇지 않았고,나를 바보천치로 만들었다.
너도,그랬다.
**08**
급식실에서 밥을 먹은 이후로 그의 행동에 머릿속이 복잡해 수업에 집중을 할 수 없었다.설상가상으로 머리까지 지끈댔다.점점 더 아파져오는 머리에 교무실로 가서 선생님께 보건실에서 쉬고 싶다고 말을 했고,식은땀까지 흘려가며 아파하는 내게 어서 쉬라며 선생님은 말했다.교무실 문을 닫고 보건실로 힘없이 걸어갔다.수업종이 친 탓에 아무도 없는 복도는 조용할 뿐이였다.보건실 앞에서서 문을 열려 문에 손을 댔는데 문이 저절로 열리고 내 눈에 남자교복이 들어왔다.
"어?김종인 동생!"
"아..."
찬열이 내 앞에 우뚝 서있었다.나랑 키차이가 한참 나는 탓에 한참 고개를 올려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그러자 해맑게 웃던 찬열이 까진 자신의 팔꿈치를 들어올리며 나는 이것때문에 왔는데,김종인 동생 어디 아파?라고 물었다.팔꿈치에 덕지덕지 붙여진 붕대를 보다가 그냥 머리가 좀 아파서 쉬러 왔다며 대답을 했다.그에 찬열은 호들갑을 떨며 내 이마를 짚어보기도,볼을 양손으로 감싸 이리저리 돌리며 살펴보기도 했다.그 모습에 인상이 찌푸려지긴 했다.그래도 그는 여전히 웃음을 잃지 않은 채로 날 바라보다가 내 이마에 난 식은땀을 자신의 손으로 훔쳐닦고는 편히 쉬라며 옆으로 길을 비켜주곤 보건실을 나갔다.찬열에 머리가 더 아파지는 느낌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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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동안 잤는진 몰랐지만 잠에서 깼을 때도 얼핏 꽤 많이 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잠에서 깨어 침대 위에서 뒤척거렸는데 그가 내 옆에 보조의자를 끌고 와 앉아 핸드폰을 하고 있었다.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였다.놀란 토끼눈을 하고 그를 쳐다보고 있으니 그가 핸드폰을 바라보던 고개를 올려 나를 바라봤다.몸이 잘게 떨려왔다.이제 그는,어떠한 짓을 하지 않아도 존재만으로도 무서웠다.나는 놀란 눈으로 계속 그를 쳐다봤고,그는 항상 짓던 무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 위로 가방을 올려놓았다.
"야자까지 끝났어,"
"아.."
"집 가자."
그의 말에 가방을 바라보던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그는 나를 조금 주시하다가 이내 자신의 가방을 들고 보건실을 빠져나갔다.그런 그의 뒷모습만 바라보다 이내 침대에서 내려와 가방을 둘러맸다.머리카락을 손으로 빗어내니 자느라 엉킨 머리가 꽤 많았다.학교에 학생이라곤 우리 둘밖에 없었는지,정적만이 맴돌았다.그가 먼저 앞질러서 신발장으로 향했고,나는 그런 그의 뒷꽁무늬를 쫓아 신발장으로 걸어갔다.신발장에서 내 신발을 다 신고 실내화를 신발장 안에 넣어놓으니 그가 3학년 신발장에서 신발을 신고 내게 걸어오고 있었다.그런 그를 쳐다보다 간격이 조금 남았을 때 나 먼저 본관 문을 열고 나왔다.
내 뒤로 그는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걸어오고 있었다.내 발걸음 소리와 그의 발걸음 소리가 겹쳐져 한 사람의 발걸음 소리가 났다.뒤에 그가 있다는 느낌을 피하려 한탓인지 무의식적으로 치마주머니에서 이어폰을 꺼냈다.노래를 재생시키곤 이어폰을 귀에 꼽았다.평소엔 잔잔한 음악만 듣곤 했다.근데 수정이가 머리아플땐 시끄러운 노랠 들어야 한다며 내 핸드폰에 잔뜩 받아논 시끄러운 댄스음악이 생각나 귀가 아플 정도로 듣고 있었다.그와 내가 한참을 걸었고,집으로 가는 골목길을 걷고 있었다.노랠 듣느라 차도인지,인도인지 구분없이 걷고 있었다.그러다 갑자기 누군가가 팔에 힘을 주어 나를 옆으로 끌어당겼다.그 덕에 귀에 꼽아뒀던 이어폰이 빠졌고,방금까지 내가 걷고 있던 곳으로 차가 빠르게 지나갔다.
"뭐하는거야!정신 놓고 다녀?사고날 뻔 했잖아!"
빠르게 지나간 차를 보고 심장이 놀라 뛰었고 내 앞에서 화난 표정으로 내 팔을 잡고 있는 그에 놀랐다.그는 양 손으로 내 어깨를 잡곤 화난 듯 말을 했다.그는 놀란 얼굴의 나를 보다 찌푸리던 미간을 약간 풀고는 내 손에 들린 이어폰을 뺏어갔다.그러고는 집갈때까지 압수,라고 말하곤 자신이 먼저 걸어가기 시작했다.그런 그의 뒷모습을 보다 다시 그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놀란 가슴이 아직도 진정되지 않는 듯 했다.근데 화난 표정의 그는,평소의 화난 표정과는 달라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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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도착해 샤워를 하고 머리를 말려 침대에 누웠다.요즘 꽤나 머리가 아팠다.한숨을 길게 뱉었다.온 몸이 피곤했다.뉘였던 몸을 다시 일으켜 앉으니 내 시야는 책상에 닿았고,책상에는 예쁘게 말려진 이어폰이 있었다.그의 손에 닿았던 이어폰에서도 그의 냄새가 나는 듯 했다.그 느낌에 괜히 기분이 이상해져 책상에 올려진 방향제 가까이로 이어폰을 던져놓고는 책상 서랍에서 다른 이어폰을 꺼냈다.침대로 다시 가 눕곤 이어폰을 꼽았다.노래 속 통통 튀는 비트를 따라 물방울이 창문을 두드렸다.소나기가 다시 오고 있었다.
언제 잠이 든 건지 이어폰을 귀에 계속 꽂은 채로 잠에서 깼다.핸드폰은 이미 밤새 틀어놨던 노래 탓에 방전이 되 꺼져있었다.핸드폰 보조배터리로 배터리를 갈아끼곤 전원을 켜 침대에 던져두었다.박시한 티가 흘러내려 어깨가 다보였다.옷을 추스리며 목을 긁적였다.그러다간 시계를 보곤 황급히 옷과 바디로션을 챙겨 1층으로 내려갔다.내가 계단을 내려갈땐 그가 계단을 올라오고 있었다.방금 그가 씻고 나온 것인지 화장실엔 습기가 가득했다.그리고 진하게 남은 그의 향이 아찔했다.기분이 몽롱해져가는 느낌이였다.샤워를 하면 할수록 나의 향으로 그의 향이 지워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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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고 집에서 나오니 준면이 자리에 서있었다.그럼 준면과 나는 함께 학교로 걸어갔고,그는 뒤에서 우리둘을 눈으로 쫓으며 걸어오고 있었다.준면은 나를 바라보며 언제나 그랬듯이 말을 했고,나는 그가 신경이 쓰이며서도 아닌 척 준면의 얘길 듣고 있었다.그러다 갑자기 준면이 말을 멈췄다.끝맺음도 안난 말에 의아해져 준면을 올려다보니 그는 평소와 달리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멈춘 우리 둘을 따라 그도 그 자리에 멈춰섰다.준면이 무표정하던 얼굴을 금새 항상 웃던 얼굴로 바꾸곤 뒤를 돌아 그를 쳐다봤다.
"김종인."
"..."
"같이 가지 그래?"
"..."
"아님,ㅇㅇ이랑 같이 못 걸어가는 이유라도 있나?"
뒤를 돈 준면을 그가 노려보고 있었다.그런 그를 따라서 똑같이 바라보던 준면이 그를 자극하듯 말을 뱉었다.그는 웃으며 유하게 같이 가지 그러냐고 말을 했지만 그 말에는 날이 서있었다.대답없이 그가 계속 준면을 노려보자 준면이 더욱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준면의 말에 나는 놀라 준면의 얼굴을 쳐다보곤 그의 얼굴로 고갤돌렸다.그의 눈썹이 일렁였다.그는 준면을 여전히 노려보며 내 옆으로 왔다.그와 나,그리고 준면은 아무말 없이 다시 가던 길을 걸었고,준면이 웃으며 작게 혼잣말을 내뱉었다.
"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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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 내일부터 휴가가요...일요일에 온답니당...월요일이나 아님 일요일에 뵈어요.
하트할게요 뿅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