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는 널 좋아해?
w.1억
결국엔 통화가 길어져서 나는 방에 들어가서 혼자 통화를 하고 있고, 언니는 가끔씩 문을 빼꼼히 열고 나를 보고 웃고 간다.
벌써 지금 통화를 20분째다, 20분째...
- 오늘 비가 와서. 문 조금만 열어도 춥네.
"네에... 추워서 지금 이불 덮고 있어요..!"
- ㅎㅎ이불 덮고 있어요?
정말 별 얘기도 아닌데, 현빈의 목소리가 너무 좋아서 별 얘기로 만들어버리는 게 신기했다.
그리고 내 말을 따라하며 존댓말을 쓰는 현빈은 너무 설렜다. 사람이 어떻게 이럴까? 잘생겼는데 목소리도 좋고, 키도 크고, 스윗해.
- 야식 먹고 소화 시키고 자려면 2시는 훨씬 넘겠다..
"어.. 그쵸!.. 그냥 야식 먹고, 동네 한바퀴 돌려구요!"
- 새벽에 혼자 돌아다니면 위험한데. 그냥 집에서 간단하게 운동을 하지.
사실은 윤아 언니랑 동네 한바퀴 돌 거지만, 현빈은 내가 혼자 하는 줄 아니까..!
"운동 싫어요우우으으.."
- 운동 싫어요? ㅋㅋㅋ 그럼 춤 추면 되겠네. 콘서트 열었다 생각하고.
"악.. 립싱크로요 ㅎㅎㅎ? 아! 맞아요. 혹시 저희 노래중에 어떤 노래 제일 좋아하세요?"
-블렛 노래..중에서?
"네!"
- 음.. 난 그래도 기도가 제일 좋던데.
"아! 그건 제 노래잖아요ㅠㅠㅠㅠㅠ"
- 그러니까 ㅎㅎ ost곡.. 이 노래는 오늘씨 목소리만 들리니까.
진짜 미쳤다. 내 목소리만 들려서 내 솔로 ost곡이 좋대. 진짜 이 사람 미친 거 확실하다.
- 혹시 싫어하는 행동 있어?
"싫어하는 행동...있어요!!"
- 어떤 건데?
"전 일단.. 바닥에 침 뱉는 남자 싫구요. 그리고.. 말 끊는 거, 자기 멋대로 하려는 거..!"
- 아, 정말?
"네! 선배님은요?"
사실은 우리 둘이 그렇게 할 말이 많지는 않았는데. 말은 꽤 길게 했다. 배달이 오면서 전화는 끊었지만..
한 40분 전화를 한 것 같다. 너무 행복해서 핸드폰만 보고 있으면, 언니가 '1일이냐?'하고 장난을 친다. 아니에요! 그런 거!!....
다음날 스케줄이 잡혔다. '힐링토크'라고 영화가 나올 때마다 영화에 나오는 배우들을 섭외해서 영화의 대한, 일상의 대한 토크를 하는 것인데.
그 프로그램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없다. 부담감이 없는 그런 프로그램이니까.
일정은 생각보다 빨리 잡혔다. 이틀 뒤에 바로 일정이 잡혔고, 벌써 그 날이 다가왔다.
통화한 건 3일 전.. 그 이후로 연락을 하지는 않았고, 나는 이 날만을 기다렸다. 현빈을 다시 볼 수 있는 날...
이제 영화 홍보도, 현빈과의 만남도 없을 거라는 매니저 오빠의 말에 오늘을 더 기다렸던 것 같다.
아, 맞다 맞다! 현빈이 인터뷰에서 나랑 멜로 찍고싶다고 말하고 나서 SNS에선 난리가 났었다. 그냥 하는 말이겠지만, 설렌다며. 나 대신 다른 사람들도 설레했었다.
오늘 아침에도 댓글들을 다 봤는데.. 욕도 많았고, 칭찬도 많았다. 반반..?
ㄴ 현빈 존나 잘생겼어 ㅅㅂ...
ㄴ 오늘이는 부럽다.. 현빈한테 저런 멘트도 받아보고 ㅠㅠㅠㅠ
ㄴ 야 근데 현빈 왜케 스윗하게 쳐다보냐
ㄴ 오늘 연기는 ㄱㅊ게 하는데 발음이 추운 사람 마냥 너무 샘..;; 그래서 보기 불편함. 여기 저기서 빨아주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함..
ㄴ 현빈 ㅅㅂ... 내가 못가질 바엔 오늘이랑 사겨라.. 우리 오늘이 언니라면 줄 수 있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ㄴㅋㅋㅋㅋㅋㅋㅋ지랄을 해라.. 위에 빠순이들 댓글 보셈ㅋㅋㅋ 지들이 뭔데 사겨라~마라임??에휴..
ㄴ 오늘 영화 때 못알아봤는데.. 풀메하니까 사람이 달라졌누..
ㄴ 영화에선 고문씬이 있다보니까 메이크업 안 한거라던데 줴랄이누...
ㄴ 현빈... 오빠야.. 현빈은 오빠야...
촬영장에 도착했을 땐 현빈은 없었고, 내가 먼저 도착을 한 상태였다. 먼저 모니터 앞, 책상 의자에 앉아있으면 곧 저 멀리서부터 빛이 보인다.
이 프로그램도 현빈은 처음인지 스태프분들이 입을 틀어막고 현빈을 보기 시작했고, 현빈이 내게 말한다.
"먼저 왔네? 오래 기다렸어?"
"어..안녕하세요. 아니요! 저도 방금 왔어요..!"
웃으며 내게 다가온 현빈이 '여기 앉으면 되나요?'하고 스태프에게 말을 걸면, 여자 스태프는 입을 틀어막고 고개를 미친듯이 끄덕인다.
역시 진짜 사람들 다 똑같구나, 현빈보고 설레하는 거..
아, 그리고 황정민은 스케줄이 있어서 우리 오기 전에 먼저 따로 녹화를 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 둘이 찍는 것!...
"제가 묻는 질문에 편하게 대답 해주시면 됩니다. 그냥 집에서 친구한테 대답하듯이 저한테 반말로 대답을 해주시면 돼요.
두분이서 대화를 하셔도 되고, 편하신대로 해주시면 돼요~~"
스태프의 말에 나와 현빈은 고갤 끄덕였다. 스태프가 질문을 던지면, 방송에서는 스태프의 목소리가 음성변조가 된다.
그리고 여기 나온 배우분들은 반말을 하며 스태프에게 대답을 한다.
[영화가 대박 났는데 기분이 어때?]
"아, 당연히 좋지. 근데 나는 대박날 것 같았어."
[헉 왜??]
"일단 누가, 어떤 선배님이 하신다는 것도 모르고 대본을 먼저 받았는데. 시나리오도 좋아서 대박날 거라고 생각은 했었어.
근데!!! 황정민 선배님, 현빈 선배님이 캐스팅 됐다고 하셔서 아... 이건 진짜 대박 터졌다."
"왜 영혼 없이 말하는 것 같지..:"
"에? 아니에요! 진짴ㅋㅋ ㅠㅠㅠㅠㅠ."
생각보다 그때 전화를 하고 어색할 것 같았는데.. 아무렇지 않았다. 그래서 오히려 더.. 편했지만, 의식은 하게 되는?
[주로 집에 있을 땐 뭐해?]
"어.. 나는 집순이라서.. TV보고, 노트북 하고, 핸드폰 하고! 핸드폰 하는 시간이 더 많은 것 같아."
말을 끝내고 현빈을 바라보니, 현빈이 나를 한참 바라보다 말한다.
"운동하고, TV보고.."
"아, 선배님도 집돌이이신 걸로!"
"ㅋㅋㅋ아, 우리 집순이, 집돌이야?.."
"환영합니다! 웰컴투 집돌이~ㅋㅋㅋㅋ"
"ㅋㅋㅋㅋ."
[이상형 있으면 말해줘, 구체적이게!!]
"이상형...."
"……."
"난 일단 키가 큰 사람이 좋아! 그리고 샤프한 느낌? 모두한테 친절한 사람? 이건 내가 데뷔초 때부터 항상 말하고 다녔었거든."
"……."
"선배님은요??"
"음.. 다른 사람의 말 잘 들어주고, 이기적이지 않고.., 너무 조용하지 않은 사람?"
"오.. 그거 전데요?"
"아, 너예요?"
"ㅋ넼ㅋㅋㅋ저예욬ㅋㅋㅋ 왜요! 왜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보시는 거죠!! ㅠㅠㅠ??"
"아, 아니. 앞으로 두고봐야겠다..싶어서."
"ㅋㅋㅋㅋㅠㅠㅠ근데 왜 조용하지 않은 사람이에요???"
"아, 내가 평소에.. 말이 많지는 않은 사람이다 보니까. 나랑은 정반대인 사람이 눈에 밟히더라고."
"아, 맞아요. 선배님을 이번 영화 찍으면서 처음 봤는데. 되게 묵묵하면서 스윗하신??? 영화 촬영하면서 저랑 황정민 선배님만 되게 많이 떠든 것 같아요."
"ㅋㅋㅋ 둘이 엄청 잘 맞지않나."
"맞아요. 그래서 감독님이 황정민 선배님이랑, 저랑 둘이 따로 방에 들어가서 몇시간 떠들고 오라고. 시간 넉넉하게 주겠다고 하셨었어욬ㅋㅋㅋㅋ"
"ㅋㅋㅋㅋㅋ 맞아."
[현빈이랑 오늘이는 둘이 멜로 영화 찍어보고싶다 VS 아니다]
"찍어보고싶어. 나는 다른 인터뷰 때도 말 했었거든.. 오늘씨랑은 한 번쯤은 찐한 멜로 영화나, 드라마 찍어보고 싶다고."
[맞아. 그 인터뷰 때문에 요즘 엄청 핫하잖아? 이유는?? 궁금해!!]
"평소에 오늘씨가 되게 밝고, 씩씩한데. 가끔보면 사람들이 못알아챌만한 작은 행동들이 보여. 관중 앞에 있는 오늘씨가 아닌, 진짜 오늘씨를 천천히 알아가게 되면서..
오늘씨랑 다른 작품에서 만나도, 그때의 오늘씨한테 다른 모습들이 보일 거라고 생각하니까.. 기대도 되고, 보고싶더라고."
"……."
"사람이 사람을 끌어당기는 그런 매력이 있는 것 같아."
"으흥ㅋ..ㅋ..ㅋ.."
"아니, 왜 그렇게 웃으시는 거죠..ㅎㅎ"
"현빈 선배님한테 칭찬 받으니 정말 몸둘바를 모르겠어서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ㅋㅋㅋ오늘씨는."
"에?"
"오늘씨는 대답을 안 했잖아"
"아, 저도 당연히 찍고싶죠!"
"이유."
"일단 선배님이 너무 잘생기셨고, 연기도 너무 잘하시고."
"ㅋㅋㅋㅋㅋ."
"왜 웃으세요ㅠㅠㅠㅠ"
[평소에 서로를 어떻게 불러?]
"오늘씨, 아니면 너."
"음.. 나는 선배님!"
"편하게 부르라고 했는데. 절대 편하게 안 부르더라고..."
"아니이.. 그건..."
"내가 불편한가봐..ㅎㅎ."
"아, 아니요오ㅠㅠㅠㅠ절대 아닙니다아ㅠㅠㅠㅠㅠ"
[혹시 서로의 과거 사진을 본 적 있어?]
"억! 아니! 설마!! 아니지!??!"
[맞아 ㅎㅎ 자, 서로의 과거 사진을 볼 타이밍이야!!!!]
"이렇게 뜬금없어? 난 안 되는데ㅠㅠㅠㅠ"
곧 현빈의 사진을 먼저 보여주기에 입을 틀어막고 보고 있으면, 나는 말한다.
"달라진 게 하나도 없으신데요....?"
"음.. 많이 달라졌는데."
"어떤 게!!"
"주름..?"
"아니이이!!ㅋㅋㅋㅋ."
"ㅋㅋㅋ."
긴장할 시간도 주지 않은 채 바로 내 사진까지 꺼내 보여주기에, 나는 급히 현빈의 눈을 가린다.
"……."
"보지마요ㅜㅠㅠㅠ."
"아니, 왜. 이때는 통통해서 귀여운데."
"아... 고등학생 때까지는 좀 많이 통통했었어여..허헣ㅎ.."
"이게 더 나은데 난?"
"에에!?!?!?! 저 이때 연습생 때였어서... 막 엄청 혼났었어요.. 왜 살이 안 빠지냐고..."
"그래? 아무래도 아이돌.. 하면 마르면서 건강한 몸을 원해서 그런 건가?"
"그런 것도 있었는데.. 제 별명이 돼지 였어요..헣ㅎ헉ㅎㄱ.."
"돼지???????"
현빈이 콧방귀를 뀌었고, 나는 엌ㅋㅋㅋ하고 웃기 바쁘다. 그렇게 몇개의 질문이 더 오고 가고, 촬영은 끝났다.
"스케줄 더 있어?"
"어.. 네! 오늘.. 안무 연습이 있어서요..! 며칠 동안은 안무 때문에 되게 힘들 것 같아요..하하하...안무 다음엔 녹음도 하고오.."
"그래? 바쁜 건 힘들어도, 그래도 바쁘면 좋지."
"맞아요 ㅎㅎㅎㅎ!!선배님도 스케줄 있으세요?"
"광고 촬영이 있어서ㅎㅎ.. 얼른 가봐. 매니저분 기다리신다."
"아, 네에! 선배님! 그럼..!"
"다음에 보자ㅎㅎ."
"네? 아, 네! 다음에.. 꼭 봐요...!"
"정말로."
"…네??"
"갈게."
현빈이 손을 무심하게 흔들었고, 나는 벙찐 표정으로 현빈의 뒷모습을 보고만 있다.
스태프분들에게 인사를 하며 사라진 현빈에 나도 뒤늦게 스태프분들에게 인사를 하며 매니저 오빠를 따른다.
"언니 근데 현빈 실물 진짜 어때요? 진짜 진짜 진짜?"
"야 아무리 봐도 익숙해지지 않는 그런 얼굴이야."
"ㅠㅠ류ㅠㅠㅠㅠㅠ으아뉴ㅠㅠㅠㅠㅠ같이 찍은 사진 없어요ㅠㅠㅠㅠ??"
우리 애들은 안무 연습을 해야 되는데 다들 현빈에 빠져서 말도 못 한다.
"사랑의 불시착 보면서 아직도 리정혁 못 잊고 있는데에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언니 부럽다ㅠㅠㅠ나도 연기 하고싶다아ㅠㅠㅠ"
우리 회사 담당 안무가분께서 이제 그만 잡담 하라며 다시 안무 배우기를 시작하고, 우리는 열심히 안무만 3시간 동안 배우다가 10분의 쉬는시간을 얻었을까.
어느샌가 나는 인터넷에 현빈을 검색하고 있다. 진짜 어쩜 이렇게 잘생겼을까.. 입을 틀어막고 보고 있으면, 우리팀 막내가 '언니이이이!'하고 같이 입을 틀어막은 채로 내 등을 퍽! 때린다. 아, 아프다..!!
헤헤 안 아프다.. 현빈 얼굴 보니까 다 잊혀진다..헤헤헤헤헿^^...
그리도 다음 날...나는 연습실에서 안무 연습을 하다가 매니저 오빠의 부름에 웃으며 후다닥 나갔다가, 표정이 굳혀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엔 대표님 방에 들어 온 나는 대표님의 눈치를 본다. 난 당당한데. 왜 눈치를 보게 되는 걸까.
"그러니까.. 이 글은 루머인 거지? 너는 학폭을 했던 적이 없었던 거야, 그치."
"…네. 정말로 그런 적 없어요."
누군가 내가 학폭 가해자라며 인터넷에 글을 올린 것이다.
학폭은 개뿔.. 난 중학생때 친한 친구라고 한명 있었고, 무리 지어서 다닌 적도 없다. 그리고 중3때 바로 연습생 생활 시작하면서 혼자 다녔는데.. 진짜 무슨.
"학폭 글 뜨자마자 기사 다 뜨고.. 그 기사 뜨니까 바로 이때다 싶어서 다른 사람들도 다 난리가 난 거야."
"네?"
"네가 이틀동안 밤새고 예능 나간 적 있었잖아. 그때 네가 싸가지가 없었다면서 어떤 스태프 자식도 글을 올렸어.
근데 그 스태프 자식이 광일이 밑에서 일하는 새끼야. 요즘 너희 잘 되니까.. 잘 되는 꼴 보기 싫었나본데. 어휴.."
광일이는.. 대표님이랑 사이가 안 좋은 스태프분이다.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된 걸까.
"일단 가봐. 기사는 어떻게든 내리게 할 텐데. 이미 퍼져서.."
"…죄송합니다."
"네가 왜 죄송해. 너는 아무 잘못도 없다며. 피곤할 텐데.. 오늘은 집에 가서 좀 쉬어. 요즘 많이 바빴잖아."
그래도 대표님은 우리 생각을 잘 해주신다. 화는 나셨지만, 우리 탓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난 눈치가 더 보이는 것이다.
데뷔하고 한 번도 안 좋은 루머따위 퍼진 적 없던 나는 이번 루머로 인해 머리가 너무 아팠고, 신경이 많이 쓰였다.
악플 같은 경우에는 볼 때만 화나지만, 이런 상황은 많이 다르다.
매일 다른 연예인들의 루머만 보며 안타깝다 생각을 했던 나에게 이제서야 총알이 날라온다.
"그런 루머 낸 사람들은 진짜 봐주면 안 돼. 나도 예전에 누가 내가 뭐 여자 있는 남자 꼬셨다는 루머도 있어서 안 봐줬었거든.
다행이도 뭐... 크게 이슈화 되지는 않았었지만.. 이런 일들이 우리 스케줄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걔넨 몰라."
"…그냥 무시를 해야 되는 게 맞는 걸까요."
"확실히.. 그런 루머가 있으면 사람들은 70프로가 믿고, 30프로가 안 믿어."
"……."
"그래도 그 30프로가 있잖아. 너도 널 믿고 있고."
"……."
"나도 널 믿잖아."
언니는 무작정 나를 위로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더 좋았다. 현실적인 말들도 해주며, 나를 천천히 위로해주었고.. 나는 눈물을 꾹 참고 언니와 또 맥주 한캔씩 하고만다.
언니는 말 없이 내게 웃어주었고, 나는 역시 눈물을 꾹 참고 언니를 바라보다 같이 웃는다. 아, 진짜 언니 얼굴 보니까 더 슬퍼! 뭐야....
"그래도 대표님이 일 처리 잘 하시네. 아까 기사 봤어.. 너희 회사에서 낸 기사."
"…다행이죠!! 괜찮아여!! 뭐!! 언니 말대로! 절 믿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후후."
"야아.. 너 괜찮은 척 하지 마! 난 그런 애들 보면 더 슬프단 말이야 ㅋㅋㅋㅋ."
"아니이.. 언니도 아까 언니 얘기 하면서 괜찮은 척 해쑤묜소...힝."
"ㅋㅋㅋㅋㅋㅋ힝은 무슨! 진짜!ㅋㅋㅋㅋㅋ한오늘ㅋㅋㅋㅋㅋㅋ."
언니는 나보다 더 슬퍼하는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은 그까짓 루머 때문에 왜 이렇게 힘들어하냐고 하는데. 우리는 많이 다르다.
연예인은 이미지가 생명이기 때문이다.
"언니이이 그럼 저 가볼게요오오오오."
"데려다줄게!!! 바람 좀 쐬고 그르자!"
"에이! 괜찮아여 >_<"
"야아."
"언니 진짜 괜찮아요!진짜! 진짜!! 진!!!!!!!!!!!!!!!!짜"
언니는 한숨을 쉬다가도.. 고갤 끄덕였다. 지금 내가 혼자 있고 싶어하는 걸 알기 때문일까? 언니가 조심히 가라며, 전화 하라는 손짓을 한다.
언니 집에서 나오자마자 우산을 펼칠 준비를 했는데.. 비가 그친 걸 보니. 그래도 좀 다행이란 생각을 했다.
조금 더 나가서 택시를 부르려는데...
"억.........."
현빈에게서 오는 전화에 한참 화면을 보고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선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 여보세요.
"어...네 선배님..!"
- ㅎㅎ.. 그놈에 선배님.
"핳....하핳.."
- 뭐해, 바빠?
"아, 아니요!! 잠깐.. 아는 언니 집 왔다가.. 언니 집에서 나왔어요.. 집 가려구요..!"
- 잠깐 볼 시간 돼?
"네?????????????????????? 지금..지금ㅇ..ㅛ...?"
- 응.
"어...제가 아직.. 집이 아니라서.. 집에 가서... 어.."
- 지금 어딘데? 데리러 갈게.
"네에!?!?"
- ㅎㅎ 뭘 자꾸 그렇게 놀래. 나도 지금 집 가는 길이라서.. 갈게. 어디야?
"여..기.. 삼성동이요..! 그.. 화이꽃집 앞이에요..!"
- 응. 5분이면 돼.
"아, 네!.."
- 끊지 말고, 기다려.
"네? 아, 네!!"
이 사람은 왜 또 이렇게 스윗한 걸까. 그리고.. 왜 이렇게 목소리가 나긋나긋해....
결국엔 전화를 끊지도 않고.. 별 시덥지 않은 얘기를 하며 현빈이 올 때까지 기다린 것 같다.
- 다 왔습니다..~
다 왔다는 소리와 함께 내 앞에 차 한대가 섰고, 나는 어색하게 서있다가 조수석 문을 열고 천천히 올라탄다.
그럼 차 안에서 퍼진 현빈의 냄새에 홀리고, 얼굴을 보고 두 번 홀린다...
"안녕하세요오...."
블루투스로 연결을 했었는지.. 차 안에서 퍼지는 내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면, 현빈이 웃으면서 블루투스를 끈다.
아, 시작부터 몸개그 했네 이씨 -_-...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너무 잘생긴 얼굴에 입을 틀어막고 쳐다보면, 현빈이 왜- 하고 나지막히 물으며 웃는데.
"아니 너무 잘생기셔서..."
"ㅎㅎㅎ 뭐야."
어두운데도 잘생긴 게 너무 잘 보이잖아 ㅅㅄㅄㅂ!!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디 조용한 곳에 가서 얘기나 할까?"
"네??"
"사람들 없는 곳에 가야 편하지 않아?"
"아, 넵!"
그렇다. 보통 사람들과는 다르게 만나는 건 조심스럽다. 아무리 사귀는 사이가 아니라도 말이다.
조금 오래 이동을 했을까.. 공원 뒷쪽에 가니 사람 한명 없이 조용한 곳에 도착했고, 차를 세워둔다.
어색하게 할 말 없이 가만히 고갤 숙이고 손 장난만 치고 있으면, 현빈이 내게 말한다.
"괜찮아?"
"네??"
"……."
"아, 네! 괜찮죠!! 진짜 괜찮아요!! 어차피.. 저는 잘못이 없으니까...!!!으흠..!"
"네가 원래 밝은 애라서 그런가.. 걱정이 돼서."
"…핳. 그래서 보자고 하신 거예요..!?"
"그거 때문에도 그렇고."
"그렇고...?"
"보고싶어서. 너 웃는 거."
"…네에??!"
"ㅎㅎㅎ 반응이 자꾸 그래서 너무 웃겨."
"헠ㅋㅋ핰ㅋ ㅠㅠㅠㅠㅠㅠㅎㅎㅎㅎ 근데요.. 정말! 정말 전 괜찮아요! 다른 분들은 저보다 더 심한 루머도 있고, 더 힘들게 견뎌왔는데.
저는! 이 정도쯤은 아무것도 아니잖아요! 이 정도 단계는 별 거 아니라서.. 그래서 별 생각 없이 넘기려구요!"
"아픔에 단계가 필요한 건 아니잖아."
"……."
"별 거 아닌 작은 상처라도.. 그 상처가 쌓이고, 쌓이면 큰 상처가 돼서 더 위험하다고 생각해, 나는.
연예인 하면.. 그런 악플, 루머 무시 해야 되는 거 아니냐, 하는데. 그게 무시가 아니라.. 참는 거 거든. 그리고 그 참는 게 제일 힘든 거야. 무섭고.."
"…맞아요."
"그러니까. 나한테는 괜찮은 척 안 해도 돼. 다른 곳에서도 충분히 진짜 네 모습 숨기고, 밝은 척 하고 있잖아."
"……."
"너라면 그럴 것 같아서. 그래서 보자고 했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내가?"
"…진짜 너무 충분해요. 너무 너무 너무 충분해서 미칠 것 같아요 ㅠㅠㅠ..저는...정말..정말.. 학폭 한 적도 없고, 누구 심하게 미워했던 적도 없구요..
그리고... 스태프 글은.. 이틀동안 1분도 못 자서.. 너무 졸려서 졸았고, 대답에 한 번 대답 못했을 뿐인데.. 그런 건데에.... "
"원래 누군가 터지면 그 사람만 물기 바빠, 모든 사람들은.. 고생이 많았겠네."
"선배님 ㅠㅠㅠ진짜ㅠㅠㅠㅠㅠ선배님 천사예요.."
"선배님 좀 그만하지...ㅎㅎ...."
"그럼... 어떻게 부를까요...!?"
"음.."
"어르신...?"
"야."
"ㅠㅠㅠ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
이런 위로를 받으면 또 어쩔 줄 모르겠다. 항상 내가 위로를 할 줄만 알았지, 받는 건 또 처음이라서 제대로 고맙다고 말도 못 하고 있다.
그것도 무려 '현빈'한테 위로를 받는데! 나 미친 거야? 그래도... 고맙다고 얘기는 해야 될 것 같아서...
"감사합니다.. 그래도..이렇게라도 위로해주시고.. 저 때문에 시간도 내주셔.. 덕분에 정말 정말 힘이 나요!"
"힘 나면 호칭 좀 제대로 정해봐."
"앗! 네!! 호칭..호칭......."
"……."
"음... 호칭...................................................."
"아니 뭘 그렇게 어렵게 정해. 그냥 오빠라고 부르면 안 되는 건가."
"오빠요!?!?!?!?!?!?!?!?!?!?!?!?!?!?!?!??!?!?!?!?"
"아니.. 그렇게 놀랄 일인가."
"아니!... 그건 아닌..데...아닌데... 뭔가.....어렸을 때부터 봐왔던...현빈님에게.. 감히 제가 오빠라고...."
"아니 그럼 부르지 말던ㄱ.."
"오빠!!!"
"……."
"오빵 ><"
"…ㅋㅋㅋㅋ계속 그렇게 불러. 오빠 말고 오빵이어야 된다."
"ㅋㅋㅋ앜ㅋㅋㅋ네???ㅠㅠㅠㅠㅠ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이렇게 만나서 얘기하고, 얼굴만 보는데도 되게 힐링이 되는 느낌이 너무 잘 들어서 놀랐다. 데뷔하고 이렇게 힐링이 됐던 적이 있었나.
그러다 현빈의 손을 봤는데.
"와 손 진짜 짱 크시다..."
"손?"
"네! 손..! 한 번 대봐도 돼요?"
"손 대봐도 되고."
사실은 대답을 듣지도 않고 무작정 현빈의 손 위로 내 손을 올렸는데.
"깍지 껴봐도 되고."
갑자기 깍지를 끼고선 나를 바라보는 현빈에 와 나는 죽었다.
삐...삐ㅃ...ㅃ---------------------------
벙찐 표정으로 현빈을 보고 있으면, 현빈이 웃으며 바로 깍지를 풀었고, 나는 입을 틀어막고선 말한다.
"아니이.. 갑자기 그러시면 제가... 설레서.. 밤에 잠을 못 자잖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ㅋㅋㅋㅋ잠 못 자? 근데 손이 왜 이렇게 차."
"어.. 비가 와서 그런가!.. 오늘 좀 추워서..."
그리고 자연스럽게 현빈은...
"……!"
내 손을 다시 잡아 깍지를 낀다.
난 깨달았다............... 이건 절대.. 후배를 아껴서 하는 행동이 아니라.......................
나한테 마음이 있어서 하는 행동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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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증말 나는 주지훈 스타일도 좋코.. 현빈 스타일도 조흔데....후,....안 고를ㄹ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