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아빠22 |
[EXO/백도]백현아빠22 w.샐리비
변백현과 결혼식을 올린지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아윤이는 이제 빠른 5살이였다. 패션업계에 종사하기 때문에 잦은 출장이 일상이였던터라 이렇게 집안 청소를 하는 것도 오랜만이였다. 어쩌다가 아이를 낳고 변백현이 제대하자마자 양 쪽 집안에서 부랴부랴 결혼식을 올렸다. 그 때가 아윤이가 걸어다니기 시작할 때였고, 변백현은 바빴다. 물론, 나도 바빴다.
ㅡ...
서로를 마주할 시간은 별로 없었다. 즉, 부부로 혼인신고는 되어 있으나 부부로서의 할일은 하지 않았다는 것이였다. 그러다 그들의 딸인 아윤이 심각한 심장병을 앓았다는 것을 안 그 순간부터 밖에서 유명한 작곡가로 이름을 날리던 백현이 집에 들어왔다. 책임감. 아진이 그토록 갈구하는 애정은 변백현은 주지 않았다. 단지, 그 책임감으로 아진의 옆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을 뿐이였다. 마치 절벽 위에서 위태롭게 떨어질 것 처럼 서있기만 했다. 변백현은.
ㅡ오랜만에 작업실이나 치워볼까
아윤의 심장수술은 완벽하게 끝이 났지만, 언제 재발할지는 몰랐다. 아직 아이가 어렸기 때문에. 하지만, 아진은 일을 멈출 수가 없었다. 밖에서는 당당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패션 디자이너 윤아진이였지만, 집에만 들어오면 나는 한 남자에게 몇 년 째 애정을 갈구하는 비련한 여자 윤아진이였기 때문에. 그 두개의 갭이 그녀를 괴롭게 했다. 애정을 갈구하던 그녀가 매달릴 일은 결국 자신의 일 밖에 없었다. 그리고 결국, 그녀는 일은 얻었다. 하지만 여전히 사랑은 얻지 못했다.
ㅡ이 사진..
오랜만에 들어온 백현의 작업실 안에는 여전히 반짝반짝 빛이 나는 키보드와 잘 정돈 되어있는 악보들, 기타가 줄 세워져 있었다. 깔끔함을 고수하는 그의 성격이 그대로 묻어나온다. 그러나 방금 나간 건지 사진 앨범들이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있던 책상 위에 고스란히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 껴 있는 사진 한장이 아진을 한참이나 씁쓸하게 만들었다.
ㅡ..도경수
오랜만에 그의 이름을 입에 담자 아진의 마음이 더 씁쓸함을 가지고 들이 닥쳤다. 사진 속에 애띤 얼굴로 멍청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쳐다보는 도경수와 그런 도경수를 보며 사랑스럽다는 듯 쳐다보고 있는 변백현이 있었기 때문이였다.
변백현은 순애보였다. 아진은 그에게 사랑을 갈구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없었다. 그렇다. 그는 지독한 순정을 기나긴 세월동안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애석하게도 아진은 그러한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어렸을 적 부터 모든 것을 얻어야만 했던 부잣집 외동딸로서 자라서 그런건지도 모르겠다. 갖고 싶은게 있으면 무슨 수단을 가리지 않고 얻어야만 했다. 그게 아진의 철칙이자 좌우명이였다.
ㅡ어? 이거 엄마구둔데! 엄마아!
자주 보지 못하는 자신의 딸인 아윤의 소리가 들리자 사진을 재빠르게 사진첩에 집어 넣었다. 곧, 이곳저곳을 기울이던 아윤이가 걸레질을 하고 있는 아진에게 달려왔다. 그리고 그 뒤로 어색한 표정을 짓고 있는 백현이 보였다. 마치, 불편하다는 듯이.
백현아빠22
병원 안이였다. 정확하게 오늘 오후 2시에 아진이 친구들과 그네에서 놀다가 떨어지고 말았다. 단순한 타박상인 줄 알았지만, 자꾸만 팔이 아파온다는 아진을 업고 냅다 뛴 경수였다. 팔이 빠진것 같다며 이렇게 저렇게 하더니 아윤의 팔을 제대로 끼어 맞춘 의사선생님이 애기가 어린 것 같은데 좀 진정시키고 가라며 응급실 한 쪽 침대에 경수와 아윤을 몰았다.
ㅡ아윤아!!!
한참이나 고민했다. 전화를 해야 하는게 맞는건데 머뭇거려졌다. 결국, 내키지 않은 그 번호로 전화를 건 경수의 말에 수화편 너머에 있던 사람은 놀란 듯 지금 저렇게 신발도 바꿔 신고 급하게 뛰어왔다. 아빠아! 하면서 경수의 품 안에서 벗어나 백현의 품 안에 안긴 아윤을 달래주는 백현의 폼이 익숙하다.
ㅡ놀란 것 같으니깐 집에 가면 따뜻한 물 먹여주고 그래야할 것 같아요 ㅡ... ㅡ청심환은 제가 일단 먹여놨어요. 혹시 모르니 여기 두개 정도 더 사놨어요
경수의 말에 알겠다는듯 고개를 끄덕이는 백현이 아윤을 다시 들쳐안았다. 고마워, 경수야. 라는 백현의 말이 경수의 마음 한 켠에서 아련하게 만져지는 듯 했다.
ㅡ차 끌고 왔는데 데려다줄게 ㅡ...괜찮습니다 ㅡ그 답답한 존댓말좀 집어 치우면 안돼?
결국 짜증이 섞인 목소리를 내뱉은 백현의 말에 경수가 입술을 꽈악 깨물었다. 이렇게라도 안하면 자신의 심장이 튀어나갈 것 같았다. 변백현은 아무것도 모른다. 그리고 늘 그리워했던 네가 내 앞에 나타나니 내가 이러는 것은 당연한 거였다.
ㅡ됐다. 내가 네 고집을 어떻게 꺾냐. ㅡ... ㅡ운전하면서 아윤이 안을 수는 없으니깐 ㅡ... ㅡ유치원까지만 해도 아윤이 좀 안아서 달래줘
자신의 품에서 꼼짝 없이 안겨 있는 아윤이를 얼떨결에 받았다. 그리고는 차로 가는 백현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어째 전 보다 어깨가 더 넓어진 것 같아. 약간 마른 근육도 생긴 것 같기도 하고. 다시 묘한 느낌을 접고는 한숨을 내쉬고 결국 아윤을 품에 안은채 백현의 뒷 자석에 올라타는 경수였다.
* * * * *
조용한 차 안에서 아윤이가 경수의 품에서 새근새근 잠이 들었다. 말 없는 백현이 이내 유치원에 다왔다는 듯 정차 브레이크를 잡았다. 조심스럽게 아윤이를 아이 전용 차시트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자꾸만 따라오는 뜨거운 시선에 고개를 돌렸다. 무언가를 말하고 싶다는 듯 자신을 쳐다보는 백현을 애써 모르는 척하며 감사인사를 건넸다. 감사인사도 받지 않은 백현이 결국 입을 뗐다.
ㅡ애인은 있어?
경수가 예상한 밥 먹을까? 고마워. 조심히 들어가. 라는 말이 아니였다. 예상치 못한 질문에 경수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백현을 쳐다보았다. 알 수없는 표정의 백현이 경수는 너무나도 얄미웠다. 그런 의도는 아니였겠지만 경수를 조롱하는 것처럼 들려왔다. 나는 이렇게 잘 살고 있는데, 너는 아직도 그러고 있니? 라고 하는 것 같았다. 묘해진 기분을 접어두고 무표정을 유지한 경수가 백현과 시선을 맞췄다.
ㅡ응
기분 나쁘게도 나는 거짓말을 했다. 애인은 없었다. 최근 애인은 헤어진지 1년이 훌쩍 넘어가고 있었다. 예상했던 대답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백현이였다. 그리고는 다시 입을 연다.
ㅡ혹시.. ㅡ... ㅡ내가 잘 아는 사람이야?
백현이 가리키는 사람이 누군지 알 것 같았다. 백현도 연락을 하지 않았으면서 경수가 연락하기를 기다렸던 사람처럼. 어제 본 종인과 연락을 하고 지낸다는 것을 알게 된 백현이였다. 그 사실을 그냥 넘어갈리가 없었다. 옛날의 변백현은 김종인을 싫어했으니깐.
이러한 상황이 아이러니하게도 경수에게는 웃음이 나왔다. 대체 너는 나한테 무슨 대답을 원하는거니? 대답할 가치도 없다는 듯 경수는 말 없이 백현의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는 말 없이 유치원 안으로 들어섰다.
ㅡ내가 미쳤지.
경수가 내리자마자 핸들을 잡은 두 손을 풀러서 자신의 얼굴에 마른세수를 하는 백현이 다시 핸들을 잡았다.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온 질문에 백현 역시 당황했다. 어이없다는 듯 쳐다보던 경수의 눈빛이 백현의 심장 깊숙히 들어와서 마구마구 쑤셔댔다. 차 안에는 새근새근 잠이 든 아윤이의 숨소리 밖에 들리지 않았다. 말 없이 경수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들어가버린 유치원 입구를 한참이나 쳐다보던 백현이 조심스럽게 자신의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냈다. 낡은 갈색 지갑이 지난 세월을 입증하듯 약간 너덜거렸다. 그리고 그 지갑 깊숙한 곳에서 나온 건, 경수의 7년 전 학생증이였다. 바른 정자세로 카메라를 응시하는 경수의 또랑또랑한 두 눈이 자신을 비웃는 것만 같았다. 그 학생증을 빤히 쳐다보던 백현은 조심스럽게 자신의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도 백현의 차는 경수의 유치원 앞에서 움직일 줄을 몰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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