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콘에서 본 VCR이 계속 생각나서 한 번 써봐요ㅎㅎ
설정이나 배경, 전체적인 스토리만 만 콘서트 VCR과 똑같고 대부분이 제가 재구성한 부분이니까 진짜 VCR에서 이랬다고 생각하시면 안되요ㅠㅠㅠㅠ
영상 본 뚜기들은 그냥 가볍게 봐주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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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갈라놓는 고층 빌딩, 온 거리를 수놓은 무색의 전광판들. 매일 봐오는 풍경이지만 동우는 도저히 적응이 되질 않았다. 검은 양복을 갖춰 입은 군중들이 마치 로봇처럼 정자세로 동우가 있는 방향으로 걸어왔고, 그는 빌딩과 빌딩 사이의 작은 틈에 몸을 감췄다. 그의 조끼 오른쪽 어깨 부분에는 'INFINITE'라는 글자가 자그맣게 박혀 있었고, 그것은 동우가 다른 군중들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확연하게 보여주었다.
'NO MUSIC'
몸을 감춘 동우에게도 집채만한 전광판을 가득 채우고 있는 붉은 글씨가 보였고, 그것은 동우의 숨을 조여왔다. 그는 전광판의 글씨를 흘긋 바라보고는 곧바로 눈을 떼었다. '웃기고 자빠져있네.' 검은 양복의 사람들이 듣지 못하도록 작은 소리로 불만을 내뱉은 동우는 군중들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몸을 움직이지 않았다. 마침내 그들이 사라지자, 동우는 걸음을 옮겼다. 도시의 인공 태양이 잘 닿지 않는 막다른 골목길에 다다르자 그는 페인트를 쏟은 것처럼 유난히 회색 빛이 나는 타일 위에 올라섰다. 동우가 골목을 둘러싸고 있는 벽돌을 두 번 두드렸을 때, 그가 서있던 타일이 서서히 밑으로 내려가더니 그를 지하로 이끌었다.
지하는 넓고 어두컴컴했으며 성열과 명수가 자리잡은 부분에만 어두운 전구가 깜빡거리고 있었다. 먼저 지하에 도착해 있던 명수가 동우를 향해 씨익 웃어보였고, 동우 역시 특유의 밝은 웃음으로 화답했다. 한편 헤드폰을 낀 채 디제잉에 과하게 심취해 자신만의 소울에 빠져 있던 성열은 동우가 도착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고, 그의 모습에 실소가 삐져나온 동우가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을 건넸다.
"성열아, 나 왔어."
그제서야 성열은 동우를 돌아보았고, 가벼운 손인사를 건네고는 다시 클럽의 리듬에 자신을 맡겨버렸다.
"저 새끼, 저것도 병이야." 동우와 성열을 지켜보던 명수가 혼잣말을 내뱉었고, 동우는 시원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야 이성열, 이제 시작한다. 빨리 화면 띄워봐"
명수가 성열의 헤드폰을 빼버리며 재촉했고, 툴툴거리던 성열은 결국 음악의 전원을 끄고 대형 스크린을 벽 쪽으로 띄웠다. 스크린은 삭막한 도시의 중심부인 광장을 보여주었고 그곳엔 까만 방탄복을 입고 총으로 무장한 군인들이 가득했다. 곧이어 성열은 군인들이 집결해 있는 광장의 바로 옆 건물 옥상을 클로즈업했고, 주황색으로 머리를 염색한 성규가 눈에 들어왔다.
"5, 4, 3, 2, 1. 발사!"
성열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성규가 네모낳고 까만 박스를 아랫쪽으로 던졌고, 군인들은 엄중한 분위기로 그것을 쳐다보았다. 장교로 보이는 군인 하나가 나서서 박스를 찔러보았고, 그러자 노랫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녀를 지켜라 날 잊지 못하게~'
"스피커야." 장교가 중얼거렸다. 그가 스피커가 떨어진 옥상을 째려보았을 때, 이미 성규는 종적을 감춘 뒤였다. 장교는 이를 빠드득 갈았다. 음악이 금지된 이 도시에서 이러한 행위는 명백한 반역이었고, 테러로 치부되었으며, 사형이 인정되는 범죄였다. 장교가 군인들에게 빨리 성규를 잡아내라고 소리쳤지만, 성규는 그들을 농락하듯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한편 이러한 모습을 스크린을 통해 지켜보던 성열, 명수, 동우는 얼굴이 붉어진 장교의 모습에 박장대소했다. 이 광경에 웃고 떠들던 성열과 동우 사이에서 명수는 나지막하게 내뱉었다.
"혁명은, 지금부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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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을 달아준 뚜기들은 내일 치킨을 먹게 될거예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