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도환] 우리 결혼했어요
w.1억
난 아이돌이다. 음방에서 1위 한 번 못 해보고, 음악차트에서도 1위 한 번 못해봤지만.. 그래도 요즘엔 예능에 나가고, 드라마도 몇 번 나가면서 이름 정도는 조금.. 알린 정도?
그리고 얼마 전에는 엄청 대단한 스케줄 하나가 잡혔다. 그게 뭐냐하면..
한참 전에 사라진 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가 3년만에 스페셜방송을 한다는 것이다. 근데 그 스페셜 방송에 내가 출연한다는 것.
그리고 나는 상대방이 누군지도 모른다. 멤버들과 추리를 해보려고 해도.. 네이버에 열심히 우리 결혼했어요를 쳐도 나오지도 않으니 뭐..
아, 오늘은 우리 결혼했어요 녹화 하는 날이다. 매니저 언니 말로는 대기실에서 자연스럽게 얘기를 하고 있으면, pd님이 오셔서 미션카드를 준다고 했다.
사전 녹화를 마치고선 대기실에서 대기를 하면서 계속 프로그램 얘기를 했다. 학생 때 즐겨보던 프로그램인데 내가 하게 된다니.. 정말.. 신기해 죽겠구만.
"아니 근데 누굴까 진짜. 진짜 궁금해 ㅋㅋㅋㅋㅋㅋ야 근데 아이돌 아니야, 아이돌??? 드디어 오늘이네 진짴ㅋㅋㅋ너무 궁금했는데 그칰ㅋㅋㅋ."
리더 언니가 내게 말했고, 나머지 멤버 두명이 헐! 헐! 설마..하며 나보다 더 설레서는 막 신나한다. 진짜 궁금하다.. 누굴까...
멤버들과 과자를 먹으며 얘기를 나누고 있었을까, 매니저 언니가 금방 pd님이 올 거라 말을 했고, 난 고갤 끄덕였다. 역시 나보다 더 설레하는 멤버들 덕분에 난 더 긴장이 됐다.
왜 이렇게 시간이 느리게 가는 건지.. 안 그래도 무대의상을 입고 있어서 불편한데 난 불편한 자세를 잡고서 다리를 덜덜덜 떤다. 곧 문이 열리고 카메라를 든 pd님이 들어온다. 헐.. 드디어..드디어..!
"안녕하세요...!"
멤버들이 나보다 더 놀래서는 소리를 지르는데 우리 모두 빵터지고 말았고, tv에서만 보던 그 빨간 미션가드를 내가 받게 된다.
받자마자 '빨리 열어봐!'하는 막내에 카드를 꺼내보았을까..
TO. 가상 아내 조안
'우리 결혼했어요' 의 새로운 가상 아내가 되신 걸 축하합니다♥
몇시간 후, 당신의 가상 남편과의 첫 만남이 시작됩니다.
가상 남편에게 모습을 숨겨주세요.
미션 카드를 멤버들과 다같이 봤을까, 멤버들이 모습을 숨기래애애 >< 하며 또 설레하기 바빴고..
우리는 카메라 앞에서 자연스레 떠들어야 하는 게 이제 일이다.
"아니 근데 진짜 남편 누굴까....... 언니가 좋아하는 분 아니야????????"<- 막내
"내가 좋아하는 분?? 에이 설마.........."
"왜! 그럴 수도 있지! 공..유....!?"
"아 진짜 그럴리가 없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근데 그랬음 좋겠다............"
"난 근데 뭔가 배우분 말고, 아이돌일 것 같아."<- 리더언니
"아, 맞아. 뭔가 아이돌일 것 같아.. 나이는 막 너랑 차이 별로 안 날 것 같기도 한데.. 연하 아니야, 연하????"<- 동갑 멤버
"핰ㅋㅋㅋㅋㅋㅋ양세형 오빠였음 좋겠다 ㅋㅋㅋㅋ안아 ㅋㅋㅋ 네가 세형 오빠 이상형이라고 했었잖아.!"<- 리더언니
아니 근데 난 솔직히 양세형 좋아하니까.. 이건 인정.... 근데 과연 그럴까???????????? 사실은 누구던지 상관 없는데.... 너무 궁금해 너무! 진짜!! 아이돌? 배우? 개그맨??????누구지???
촬영은 놀이공원에서 한다고 했다. 차를 타고서 한참 움직여 놀이공원에 도착했을까, 차에서 내리자마자 PD님이 나에게 미션카드를 건네준다.
TO. 가상 아내 조안
남편을 만나기 위해 꼭 필요한 옷을 착용해주세요.
남편과의 약속장소는 관람차 앞입니다.
무슨 물건일까 싶었는데... 이런... 매니저 언니가 차 트렁크에서 토끼탈을 가지고 나왔고, 나는 그걸 보며 웃을 수밖에 없었다.
아니 왜 가리고 만나???라는 생각을 하다가도.. 그래도..첫만남에 부끄러우니까 저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충 남편과 만나서 얘기를 한 뒤에, 화장실로 가서 탈을 벗고 나오면 되고, 그 다음에는 둘이 같이 놀이공원을 걷고, 그 다음엔 저녁을 먹고.. 커플 사진을 찍어주는 직원에게 사진을 찍어달라 하고.. 헤어지는 거라 했다.
관람차 앞에 도착해서는 주섬주섬 토끼탈을 쓰고선 한참 멍을 때렸다. 아니 언제 오는 거야..? 오고 있기는 해...? 더우려고 하는데....... 아냐.. 근데 막상 그 상황이 오면 너무 쪽팔릴 것 같은데 ㅠㅠㅠㅠ어떡해..
가만히 서서 계속 혼자 속으로 온갖 욕들을 하는데.... 저 멀리서 카메라맨과 같이 걸어오는 남자가 보이는..데..... 토끼탈을 쓰고 있어서 그런지 잘 보이지가 않았다.
점점 남자가 내게 가까이 다가왔고....... 누군지........확실하게 보인다.
"……."
"……!!"
우도환..우도환이잖아.................................................와 아니 잠깐만.................진짜????????????? 너무 놀래서 잘 들리지도 않는 팔을 들고 허우적 거리면, 우도환이 날 보며 웃는다.
"뭐예요.. 엄청 더우실 것 같은데."
"……."
"누구시지......?"
"……."
"제가 맞춰야 돼요?"
"…(끄덕끄덕)"
"아.. 어떻게 맞추지. 다 가리고 있어서 모르겠는데. 힌트 같은 거 없나."
"(도리도리)"
"그럼 어떻게 맞춰요 ㅋㅋㅋㅋㅋ."
"……."
"배우이신가?"
"……."
"힌트......"
하.. 안 되겠군..... 그럼.. 힌트로.... 춤..? 우리 노래를 잘 아는 사람도 없으니까. 대충 허우적 거리면서 춤을 추면. 우도환이 갑자기 소리내어 웃기 시작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멈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귀여워..."
"(끄덕끄덕)"
"ㅋㅋㅋㅋㅋㅋ아. 그럼 가수? 아이돌??..."
"……."
"아 진짜 궁금하다.. 그냥 알려주면 안 돼요? 아, 근데 이것도 너무 귀여운데."
"…(화장실을 열심히 가리킴)"
"에?"
"(기다리라는 듯 손짓)"
"…응?"
"(급히 화장실로 튐)"
"어디 가세...ㅇ..ㅛ.....?"
나만 받은 통보인가.........내가 진짜로 어디로 가버리니까 엄청 놀라서 쳐다보는데.. 아, 배우라서 연기를 잘하는 건가????
우다다 뛰어가 화장실에서 탈을 벗고서 화장실 앞에 있는 매니저 언니에게 탈을 건네주었다. 그리고 저 멀리 있는 우도환에 긴장이 됐다.
내 모습을 보고 실망하면 어쩌나... 그냥 탈 쓰고 있었던 게 더 나은 것 같기도 하고ㅠㅠㅠㅠㅠㅠ
한참 심호흡을 하고선 총총 얼굴을 가린 채로 마구 달리기 시작했다. 고개도 제대로 들지도 못한 채로 한참 있으면, 우도환이 말 없이 나를 보는 듯 했다.
그러다 겨우 얼굴에서 손을 떼고선 우도환을 올려다보았다.....
"……."
"…안녕하세요."
"어.. 안녕하세요..."
"ㅠㅠㅠㅠㅠㅠㅠㅠ...허...탈 써서... 더웠어가지고오......머리도.. 막 엉망이고...."
"…아, 아니에요. 예뻐요."
"…네? 아.. 네ㅠㅠ...ㅠ..안녕하세요.."
"어..네..안녕하세요....."
"저..저 아세요?.."
"아, 알죠. 조안씨."
"…아, 진짜요?? 대박..."
"ㅎㅎㅎ.."
"헣..."
어색하다..........아무리 방송이라지만......... 너무 어색하다........................ 난 우리 결혼했어요가.. 그래도 대본이 있을 줄 알았는데.....
드라마, 영화처럼 대본이 있는 게 아니라.. 상황만 정해주는 거였어. 이런 이런 ㅠㅠㅠ차라리 대사를 외우게 해주세요...ㅠㅠㅠㅠ
"…아, 일단 걸을까요."
"네!..."
어색하게 둘이서 같이 걷는데.. 너무 더운 거다. 더워서 손으로 부채질을 하면, 우도환이 나를 힐끔 보길래, 내가 먼저 말을 건다.
"…저일 줄 몰랐어요..?"
"전혀 몰랐어요. 안이씨도 모르지 않았어요?"
"…네! 전혀 몰랐어요... 진짜.. 절대 절대 몰랐어요.. 진짜..신기해요.."
"아, 신기해요? 왜 신기하지..ㅎㅎ..."
"잘생기셨어요...진짜............"
"아, 아닙니다.. 아, 나이가.."
"아! 네! 저는.. 스물다섯이에요..!"
"아아, 저는 스물아홉.."
"아.. 오빠네요......"
"아.. 네 ㅎㅎㅎ."
"헣.."
어색- 진짜 고요하다 고요해.... 이렇게 어색해도 되는 거야.. 진짜? 에헴- 하고 큰 헛기침을 하면, 우도환이 나를 또 힐끔 보며 웃었다.
아니 근데 너무 잘생겼잖아 진짜.... 실물을 처음 본단 말이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하.. 엄마.. 나 이번생 다 살았어.. 안녕...
한참 걸으며 재미없는 얘기나 겨우 겨우 나눴을까.. 놀이공원에 있는 밥을 먹을 수 있는 건물이 있었고, 그 앞에 서서 우도환이 내게 묻는다.
"혹시 어떤 거 좋아해요?"
"저.. 다 잘 먹어요!.."
"아, 그래요? 그럼.. 일단 들어가볼까요?"
"네...!"
결국엔 우린 김밥과 떡볶이를 먹게 됐다. 제일 만만한 게 이거지 뭐.. 근데 진짜 밥 먹는데도 이런 어색함이 너무 신기했다.
옆에 카메라가 있는데도.......진짜..와...
"너무 어색한데.. 첫만남에 밥까지..ㅎ.헣... 저 체할지도 몰라요..."
"ㅋㅋㅋㅋ아, 진짜.. 제가 막.. 원래 말이 없고 그러지 않는데.. 이상하게.. 막 그러네요.."
"저..도.........진짜 저도 말 많은데.."
"말 많아요??ㅋㅋㅋ"
"네! 저 진짜.. 멤버들중에서 제가 제일 말 많아요..."
"아, 진짜..? 안 그러게 생겼는데. 아, 근데 그거 닮았어요."
"네? 어떤 거요..?"
"병아리."
"병아리요..????"
"네. 완전 삐약삐약 할 것 같아요."
"허얼...............우도환님은.. 표범 같아요..."
"ㅋㅋㅋㅋㅋ우도환님이요???"
"ㅠㅠㅠㅠ..네..?"
"편하게 불러도 되는데...."
"편하게요..?"
"그냥.. 편하게 오빠라고 불러도 돼요."
"아, 그래도 돼요..?"
"그럼요."
"그럼.. 네...."
또 어색하다, 또...
밥을 다 먹고서 우리는 능청스럽게
"어.. 저희...저거..."
"네?"
"저거 사진 찍을까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연기를 한다. 그럴까요? 하고 스윗하게 웃는 우도환 덕에 내 심장은 녹아내린다... 아, 진짜 세상 다 살았다.....
어떤 포즈를 하지... 찍어달라고는 했지만.. 어떻게 해야 될지는 모르겠고.. 사람들이 신기해서 우리를 쳐다보고...
가만히 멀뚱히 서있으면.. 우도환이 내게 말한다.
"팔짱 끼고 찍을까요?"
"네????"
"팔짱."
그 말에 난 진짜 죽어버렸다. 난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이건 저승에서 쓰는 것이다..^^...
팔짱을 낀 채로 어색하게 브이 하고 찍기는 찍었는데.......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근데 문제는.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이것이 모두.. ㄷㅏ... 그냥 일일 뿐이라는 것이다. 촬영이 끝나자마자 다른 잡담 하나도 없이.
서로 수고하셨다는 말을 끝으로 매정하게 뒤돌아 가버린다.
그래.. 예전엔 뭐 열애중인 분도 우결에 나왔었는데.. 내가 뭘 기대한 거냐... 그냥 이건 일일 뿐인 걸......설렌 내 잘못이구나..........
내일은 방송국에서 인터뷰 촬영이 있다. 그 왜.. 검은 뒷배경에... 그거 그거..알지..?
다른 커플은 아이돌이었고.. 저분들 또한 인기가 많은 분들이라 완전 난리가 났다.
물론.. 우리도 대박이긴 하다. 우도환일 줄은 몰랐다는 거지... 당장 내일이 또 촬영이고.. 오늘은 우결 하는 날이다.
멤버들이랑 앉아서 오징어 다리나 씹으며 방송을 기다리는데..하필이면 또 우리가 첫빠가 아니라, 두번 째로 나오는 커플이라 조금 기다려야 했다.
"쟤네는 근데 진짜 사귈 듯."
리더 언니의 말에 우리는 모두 고갤 끄덕였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우리 차례가 왔고, 난 그냥 맘을 놨다. 다 그냥 연기일 뿐이야.. 상황에 맞춰서 애드립을 친 것 뿐이라고.. 그래그래...
"안녕하세요. 배우 우도환입니다."
우도환 얼굴 나오자마자 미친듯이 소리치는 멤버들 덕에 나는 또 어깨가 으쓱 하다. 내가 저런 사뢈이랑!! 우결을 한단 마뤼야!!!!!!!!!!
우리의 첫만남 씬이 나왔다. 내가 토끼탈을 쓰고 나왔고.. 막 나를 맞추려고 애쓰는 우도환이 나오고... 갑자기 화장실로 숨는 나도 나오고.. 그리고.. 탈을 벗고선 나와, 우도환의 앞에 서는 장면까지..
"……."
"…안녕하세요."
"어.. 안녕하세요..."
"ㅠㅠㅠㅠㅠㅠㅠㅠ...허...탈 써서... 더웠어가지고오......머리도.. 막 엉망이고...."
"…아, 아니에요. 예뻐요."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아, 근데.. 진짜 티는 안 냈지만.. 엄청 놀랬어요. 진짜 솔직하게.. 제 이상형이시거든요.. 며칠 전에도 무대영상도 봤어요. 진짜.."
인터뷰는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진짜 속마음을 말하는 거라. 그래서 나를 더 놀라게 한 거다.
내가 이상형...???????????
"꺄나라ㅓ러랴ㅒ꺼ㅓㄲ머!!!!!!!!!!!"
멤버들이 나를 막 때리기 시작했고, 나까지 입을 틀어막고선 막 감격을 하고 있다.. 그리고...또 한 번의 딜이 들어온다.
"아, 진짜..? 안 그러게 생겼는데. 아, 근데 그거 닮았어요."
"네? 어떤 거요..?"
"병아리."
"병아리요..????"
"네. 완전 삐약삐약 할 것 같아요."
"허얼...............우도환님은.. 표범 같아요..."
"ㅋㅋㅋㅋㅋ우도환님이요???"
"ㅠㅠㅠㅠ..네..?"
"편하게 불러도 되는데...."
"편하게요..?"
"그냥.. 편하게 오빠라고 불러도 돼요."
"아, 그래도 돼요..?"
"그럼요."
"그럼.. 네...."
"어떻게 불러야 될지 모르니까.. 우도환님이라고 부르는데.. 진짜 너무 귀여워요.. 근데 이상하게 막 티를 못 내겠더라구요.."
이제 슬슬 저게 연기일까, 진짜일까 의심이 되기 시작했다.
근데 벌써 멤버들은.
"야 야 !!!!!!!!!!!!!와!!!! 저거 인터뷰는 대본 없다며!!!!!!그럼 진짜네!!! 와 진짜! 와!!!야 이러다가 사귀는 거 아니야!?!?!?!"<- 리더언니
"핳ㅇㅇ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미쳤다아아아"<- 막내
확신을 하고 있다......
진짜? 진짜일까?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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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자여 이건 심심해서 그냥 내본 거예요..헣 ^..^..
멍때리다가 급 생각난,,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