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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T] 킬러뱅뱅 07 | 인스티즈




KILLER BANGBANG








36. 도전




여주는 자신의 맞은편에 앉아 밥을 먹는 재현을 보면서 생각했다. 저 사람이 스파이일 수 도 있다고? 저렇게 순하게 생겨서? 여주는 마음이 답답한지 밥을 먹다 말고 한숨을 내뱉었다. 그 모습에 태용이 걱정이 되는 듯 물었다.



" 왜그래? 무슨 일 있어? 보스가 다시 일 줬다며, 많이 힘든 일이야? "

" 아니 괜찮아. "



여주는 태용의 시선을 피해 대답한 뒤 밥 숟가락에 밥을 한 웅큼 떴다. 그러자 재현이 자신 앞에 있는 계란말이를 여주 숟가락 위에 얹어주며 웃었다. 많이 먹고 힘내요. 

그 복잡한 심정을 갖게하는 주인공께서 더 혼란스럽게 하니 여주는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 누나. 이따가 바빠? "



왜 자꾸 한숨을 쉬냐며 물어보려던 태용이 재민의 말에 말이 막혔다. 여주가 아니. 라고 대답하자. 재민이 알았어. 하고는 따로 더 묻지 않았다. 여주가 더이상 묻길 바라는거 같지 않았기에 재민이 눈치채고 여주를 도와준것이다.

여주는 재현이 건네준 계란말이를 숟가락채 밥그릇에 놓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빠 잘 먹었어. 그리고는 방으로 들어가 외투를 챙겼다.



재현은 요즘 계속 집에서 작업을 하기때문에 방을 뒤질 수도 그렇다고 뭔가를 대놓고 물어볼 수 도 없었다. 어떻게 하지. 여주가 마당에서 담배를 피우며 생각했다. 가깝게 지내라는게 말이야 쉽지.

여주는 담배를 다 피다 말고 바닥에 버리고 신경질적으로 신발로 불을 껐다. 여주가 다시 집에 들어와 거실소파에 앉아 밥을 다 먹었는지 뒷 정리를 하고 있는 재현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참 곧았다.



" 사람 진짜 괜찮지? "



해찬이가 능글맞게 웃으며 여주의 옆자리에 털썩 앉았다. 뭐가. 여주가 째려보며 말하자 해찬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왜 그렇게 진득하니 쳐다봐? 라고 묻는다.



" 내가 언제. 미쳤냐 니? "

" 누나가 언제 남을 뚫어져라 쳐다볼 정도로 관심 가진 적이 있어? "



해찬의 말에 우물쭈물 당황해 하자 해찬이 무언가를 낚았다는듯한 표정으로 실실 웃었다. 뭐 나도 저 형 싫지않으니까. 찬성.

그게 아니라 보스가 시킨일이 있어서 그래. 여주가 애써 평정심을 되찾고 해찬의 이마를 콩 때리며 말했다.

해찬은 보스가 왜? 라며 물었지만 여주는 그저 대답없이 핸드폰을 바라보며 해찬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재현이 무슨 얘기를 나누시던 중 이냐며 물어보며 여주와 해찬에게 다가왔다. 언제 또 포도를 씻었는지 맞은편 소파에 앉기 전 포도를 티 테이블에 올려놨다.



" 아까 식사 제대로 못하시는거 같아서.. 과일이라도 좀 드세요. "



재현의 말에 여주가 밥 많이 먹었어요. 라고 대꾸했다. 재현은 다정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요? 그래도 좀 드세요 비타민충전되게. 

여주는 재현의 웃는 얼굴을 바라보다 괜히 또 울렁거리는 기분에 고개를 핸드폰으로 쳐박았다. 그리고는 여주가 말했다.



" 오늘 저녁에 술 한잔 하죠 우리. "



여주가 무언가 뒤에서 캐낼 수 없다면 앞에서라도 캐내야한다. 라는 마음에 나온 소리였다. 자기가 말해놓고도 좀 남사스러웠지만 그 옆에 있던 해찬도 놀랐는지 뭐야 이 박력넘치는 리드는? 라며 여주를 바라보았다.

싫으면 말던가. 여주가 재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재현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이쁘게 눈꼬리가 휘었다. 너무 좋아요.








37. 서로 속이는 것




여주와 재현이 집 앞에 조그만 호프집에 서로 마주보고 앉아 아무말 없이 맥주를 홀짝거리며 마셨다. 무작정 말해서 데리고 나오긴 했는데 당초의 무슨 말을 꺼내야 할 지 모르겠는 것이였다. 재현은 여전히 생글생글한 웃음으로 여주를 바라보고있었다.

여주는 자신의 머리를 살짝 헝클이며 재현의 시선을 피했다. 아니 뭘 저렇게 쳐다봐 부담스럽게. 또 다시 울렁거리는 기분에 맥주를 단숨에 반을 비웠다.



" 오늘 술이 정말 고프셨나봐요. "



재현의 말에 여주가 아 뭐. 네. 라며 짧게 대답했다. 오늘처럼 또 술 드시고 싶으시면 저 또 불러주세요. 재현의 부탁의 여주는 봐서요. 라고 답했다. 자꾸 대답이 짧게 나왔다. 단 둘이 있는 상황이 민망해서 툴툴거리는 여주였다.,



" 여주님은 저 싫어하시죠? "

" 예? "



재현의 물음에 여주는 갑자기 무슨 질문이 이래 하며 쳐다봤다. 재현의 눈은 진지했다. 그래서 여주가 더 섣불리 대답할 수 없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 저 싫어하시는 거 같아서요. "

".. 아닌데. "

" 그럼 저 좋아해요? "



여주가 뒷머리를 긁적이며 그런게 아니라고 대답하자 훅 들어오는 질문에 여주가 진지한 눈을 한 재현을 바라보고 피할 수 없었다. 시간이 멈춘것도 같았고 자신의 모든것이 들통나버린 것 같은 알 수없는 이상한 기분에 여주가 묵직한 공기안에 갇혔다.



"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아요. "



여주가 힘겹게 말을 꺼냈다. 자신도 이 정의가 맞다고 생각했다. 나는 정재현을 좋아하는게 아니라고 그렇다고 싫어하는 것도 아니라고. 근데 왜 여주는 자꾸 자신이 거짓말을 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 그럼 다행이네요. 좋아하는것도 싫어하는것도 아니라서. "

" 그럼 그쪽은요? 그쪽은... "

" 저는 너무 좋아해요. 여주님을. "




여주가 질문을 채 하기도 전에 재현이 단단한 목소리로 말했다.







38. 정재혁, 그리고 정재현




나는 형이 너무 싫어. 재현의 말에 재혁이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재현아 형이 정말 미안해. 재현의 두 주먹이 화를 참듯 바들바들 떨렸다. 


형 같은거 세상에서 사라졌으면 좋겠어.





재현이 악몽을 꾸었는지 식은 땀을 흘리며 일어났다. 자신의 친형이 꿈에 나왔다. 한동안 나오지 않다가 왜 갑자기 또 나를 울리려고 할까. 재현이 피곤한지 두 눈을 감고 자신의 관자놀이를 가볍게 눌렀다.

창 밖을 보니 비가 오려는지 구름이 잔뜩 꼈다. 여주가 먼저 생각났다. 재현은 이런 자신이 미쳤다고 생각했다.

때 마침 마크 라고 저장되어있는 사람에게 전화가 왔다.



" 어. 왜. "

' 너 루카스 만났어? '

" 루카스? "

' 요즘 문태일이랑 거래 하는 줄 몰랐는데 걔 지금 한국 와있더라? '

" 걔가 뭐 어쨌다고. 누군데 걔가. "

' 아 우리 그 때 거래 불발 된거 루카스 잖아 기억안나? '

" 어? "



재현은 순간 루카스가 자기를 어디서 보지 않았냐며 물었던게 생각이 났다. 그 때는 여주가 술에 취해 모르는 남자에게 업혀서 온 것 만 눈에 들어와서 그 사람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상관이 없었다.

아 미치겠네. 재현이 혼잣말 하듯 말하자 마크가 크게 웃었다. 아 미친 너 벌써 걔 만난거?



" 너가 웃을 때냐? 지금 루카스가 우리 둘 봤다고 문태일한테 말하면 우리 둘 다 끝인거야. "

' 뭐 어때. 어차피 빼낼 서류들은 다 빼냈고. 너도 이제 곧 거기서 나와야지. 문태일 쳐낼 준비는 거의 다 끝냈어. '



이제 곧이라. 재현이 머리가 더 아파오는지 마크에게 다시 전화하자며 전화를 끊고 두통약을 찾았다. 그 때 천둥이 치면서 소나기가 내렸다.

김여주. 지금 밖에 있을 텐데. 데리러 가야겠다.







39. 정재혁, 그리고 정재현(2)




재현은 누구보다 정의감이 넘쳤고, 바른 생활만 하며 사는 정직한 청년이었다. 그래서인지 재현은 어렸을 때 부터 경찰이 되고싶어했다. 특히 강력반. 모든 악질인 범죄를 자기가 다 때려 부시겠다고 온 동네방네 소문을 내고 다녔다.

중학교때는 형인 재혁과 항상 권선징악으로 끝나는 영화를 보러다녔다. 영화관에 없으면 형이랑 DVD방에 가서 두 세편은 기본으로 주야장천 보라면 볼 수도 있었다.

자신의 꿈을 항상 응원해주는 형이자 재현의 롤모델. 형은 판사가 되고싶다했다. 재현은 충분히 자신의 형은 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누구보다 똑똑했고, 누구보다 정직했으며, 나 정재현이 인정하는 진짜 멋진 남자이니까.



재혁과 재현 부모님도 두 아들을 너무 자랑스러워했다. 한 번도 말썽 피운적도 없고 장학금을 받아가며 학교를 다니는 두 아들 덕분에 부모님이 어디 시장에라도 다녀오는 길에는 어깨가 절로 솟았다.

그런 따듯하고 다정한 부모님이 취객의 의해 돌아가셨다. 일명 묻지마 살인. 아무 이유 없이 갑자기 돌진해오는 그 취객을 막을 힘이 없었다.

결혼 기념일에 외식하고 오신다며 저녁을 먼저 먹으라고 말했던 부모님은 그날 저녁 돌아오지 않으셨다.



술에 취해 실수로 사람을 죽였다고 울면서 말하는 살인자, 그걸 보며 죽일듯이 그 살인자를 노려보는 재현, 모든 걸 포기한듯한 멍한 표정의 재혁이 법정안에서 마주쳤다.

징역 3년 6개월. 재현은 말이 되지않는다고 소리쳤지만 이미 결과는 나왔다. 살인자라는 사람은 눈물을 훔치며 애써 재현과 재혁의 시선을 피해 문 너머로 걸어갔다.



재혁은 판사의 꿈을 접었다. 저딴 쓰레기같은 판결을 내리는게 판사면 나는 판사 안해. 오히려 저쪽을 엿먹이는, 허술함의 허를 찌르는 그런 일을 하고 말거야.

재현은 말렸다. 안돼 형. 싫어 그런거 싫어. 재혁은 총명했고 누구보다 모든 일에 뛰어났다. 그가 마약을 거래할거라고 했다. 제일 가는 마약 거래를 할 거라고.

형 나는 경찰이 될거야. 그래서 저런 나쁜 살인자 놈들 보호 안해줄거야. 피해자들 꼭 보호받게 해줄거야. 형 그러지마.



형 때문에 나 경찰 못 되면? 내가 어떻게 떳떳하게 경찰이 돼. 형 제발 다시 생각해봐.



재현이 매달리며 제발 한 번만 다시 생각하라며 애원했다. 재혁은 결국 장례를 치른 뒤 집을 나갔다.






40. 정재혁, 그리고 정재현(3)




재현이 경찰 준비로 매일매일 바빴다. 고삼이라는 신분과 또 다른 시험을 준비해야했기 때문에 밤을 새워 공부하는 경우도 많았다.

재혁이 없어 더 힘들었다. 재현은 의지 되는 사람 하나 없이 혼자서 묵묵히 해내었다. 점점 웃음을 잃고 재현의 얼굴에 다정함이 점점 무뚝뚝으로 변해 갈 때 즈음 재혁이 다시 집으로 왔다.



" 재현아. 형이 꼭 성공할게. "

" 뭐를? 대체 뭘!! "

" 재현아.. 너는 형 이해해야 하잖아. "

" 형 같은거 세상에서 사라졌으면 좋겠어. "

" 미안해.. 재현아.. "



재혁이 고개를 떨구고 재혁이 서있는 곳엔 눈물 방울방울이 떨어져 바닥을 적셨다. 재현도 마음이 안아프다고하면 그건 거짓말일것이다. 재현이 애써 재혁의 우는 모습을 외면했다.

형은 내가 지금 내 꿈을 이루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알아? 형이 뭘 하든 말든 상관안해. 대신에 그 일로 내 발목 잡기만해봐. 그 땐 진짜 가족이라는 울타리도 없어지는거야.



뭐라 대답할 수 없는 재혁을 두고 재현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흐르는 눈물을 거칠게 닦아내었다.

뒤이어 재혁이 집을 나서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 제발 그냥 연락 끊고 살자.



재혁을 다시 본 건 몇 달 채 되지도 않았을 때였다. 수능이 정말 코 앞이였고 모든게 예민할 때에 자신이 이민형이라고 하는 사람에게 전화가 왔었다.

정재혁 동생 분 되시나요? 그 민형이라는 사람의 말투에서 재현은 불안감을 느껴 재현은 미간을 좁혔다. 느낌이 좋지 않았다.



' 재혁이 형에 관해서 말씀 나눌 게 있는데요. '

" 저는 할 말 없는데요. "

' 그 쪽 형.. 지금 응급실이에요. 곧 사망선고 할 것 같다고 가족을 찾고있는데.. 지금 와줄 수 있나요. '



재현은 간당간당 잡고있던 모든 정신줄의 끈을 놓았다. 재현은 다시 보게 될 형이 싸늘한 시체로 만나게 될 줄 상상도 못했다.



민형의 말로는 여러번 신분을 속여 많은 조직에서 정보를 빼내고 거래를 이곳 저곳 뚫느라 자신도 한 달 동안이나 못 봤다고한다. 그러더니 급하게 당장 서울을 뜨고 부산에 내려갔다가 올라온다더니

결국 배신이라는 죄목으로 누군가가 재혁을 죽인것이였다. 민형은 자조적으로 웃으며 사람 목숨 참 별거 아니에요 그죠? 라고 말했다.



재현이 응급실에 도착하고 아무런 미동없이 누워있는 재혁을 보며 다가가기가 무서웠다. 정말 따듯하고 다정한 형인데, 저렇게 무서운 얼굴을 하지 않았는데 단 한번도.



" 형.. 형아.. "



재현이 결국 다리에 힘이 풀려 재혁의 차가워진 손을 잡고 목 놓아 울었다. 미안해 세상에서 없어지라고 말해서 미안해.



재현은 재혁을 화장 시켜 바닷가에 뼈를 뿌릴 때 자신의 옆을 지켜준 민형에게 말했다. 형이 하던 일 제가 이어가도 되나요.

민형은 살며시 웃었다. 물론.







41. 죄책감




재혁이 죽고나서 꼭 악몽을 꿨다. 잠을 자는게 두려울 정도였다. 재혁에게 악담을 하는 재현. 그걸 듣고 우는 재혁. 재현은 죄책감에 미칠거같았다.

재현은 자신이 준비했던 모든 걸 놓았다. 수능도 보지 않았고 경찰시험도 보지 않았다. 오직 재혁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민형과 손을 잡았다.


거의 모든 마약 거래처의 지분은 태일이 가지고 있다는 민형의 말에 놀랐다. 그 사람이 그렇게 잘 나가? 재현의 말에 민형이 잘 나가는 정도가 아니야. 경찰도 뭐라 못해.

그래서 나랑 재혁이 형의 목표는 문태일을 먹는것.

태열이라는 사람도 있었지만 태열은 소년원에서 나오자마자 사고를 쳐 교도소에 가는 바람에 민형과 재현이 단 둘이서 일을 진행했다.



"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정보력이 어마어마해. 거기다가 말 한 마디에 모든 걸 다 해주는 팀도 있다고 들었는데.. "

" 들었는데? "

" 나는 너가 거기 들어가서 문태일 좀 쳐낼 준비를 해줬으면 해. "



민형은 별거 아니라는 듯이 가볍게 말했다. 재현이 놀라 민형을 쳐다보자 민형은 말을 더 이었다.



" 문태일이 가장 이뻐하는 사람이 하나 있는데, 걔도 뺏어오면 좋고. "

" 그 사람은 왜.. ? "

" 그냥. 재밌잖아? "



민형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 안녕하세요. 정재현 입니다. "



재현이 꾸벅 인사했다. 자신을 아니꼽게 보는 여자가 눈에 제일 먼저 들어왔다. 긴 생머리가 참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손에 담배를 들고 여러번 연기를 빨아들이며 자신에게 내뱉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 보스, 무슨 약점 잡혔어요? "



목소리가 참 청아했다. 저런 사람이 어떻게 사람을 죽이고 한다는 걸까. 참 신기하다. 넋놓고 쳐다보는데 조금은 까칠한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 저도 자기소개 해야하는거에요? "



참 예뻤다. 아마 첫 눈에 반한 순간이었다.






42. 친구?




루카스가 홍콩에서 일을 끝내고 가장 먼저 연락한 사람은 여주다. 여주가 귀찮아했지만 꼭 밥 같이 먹자며 루카스가 졸라대는 탓에 허락을 겨우 받아내었다. 여주를 만나러 가는 루카스의 발걸음이 가벼웠다. 그 때 꽃 좋아했을까.

표정 궁금하다. 엄청 웃긴 표정 지을 것 같은데. 또 사줄까. 루카스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공항을 나섰다.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비서가 문을 열어주고 차 뒷자석에 앉았다.



" 오늘 일정이 곧 한회장님과 미팅이 있으십니다. "

" 아! 그거 取消吧. 아니 미안 취소해줘, 중요한 약속이 생겨서. "

" 네? 이번 거래에 관한 미팅이라.. "

" 이 약속도 거래와 관련된 약속이라 중요해. 차 돌려줘. "

" 네 알겠습니다. "



한 회장과 약속이 있는 곳으로 향하던 차가 급하게 여주 집앞으로 돌렸다. 루카스는 싱글벙글 즐겁게 웃었다.



여주가 신경질적으로 신발을 구겨 신고 있으니 재민이 걱정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 누나 괜찮아? "

" 씨이발 아니. "



욕을 섞으며 말하는데 눈에서 레이저가 나오는 줄 알았다. 재민이 괜히 소름이 돋아 오들오들 떨며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재현이 방에서 나왔다. 안녕하세요. 재민이 꾸벅 인사하자 재현도 꾸벅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여주님 어디 나가세요? 재현이 궁금한 듯 여주에게 묻자 여주가 네. 약속이 있어서. 하며 얼굴도 쳐다보지 않고 말한다. 누구요? 재현이 집요하게 여주의 시선을 받아내려 했다.



" 루카스님이요. "



여주의 말에 재현이 아 하고는 인상을 구겼다. 그리고는 곧바로 표정을 고쳤다. 다정한 웃음이었다. 재민은 순간 자신이 본 화난 얼굴이 잘 못 본것일까 싶었다. 재민은 자신의 방에서 울리는 자신의 핸드폰 소리에 바로 방으로 향했다.

여주가 신발을 다 고쳐 신고는 문고리를 잡고 나가려다 뒤를 돌아보았다. 재현이 아직도 서있었다. 깜짝이야. 왜 그렇게 서계시는지? 여주가 당황해하며 묻자 재현은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 질투난다고 가지 말라고하면..



..안 가실거에요? "



재현의 물음에 여주는 얼굴이 달아올랐다.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고 문고리를 돌리고 집을 나섰다.






43. 좋은 것



루카스가 자신이 홍콩에 있을 때 SNS에서 본 온갖 맛집을 돌아다니고 싶다며 여주에게 들떠서 말했다. 여주는 차갑게 말했다. 이런거 다 홍보예요. 돈 주고 일반인이 쓴 것처럼 후기 쓴거라구요. 이 세상 물정 모르는 보스님.

그래도 가고싶다며 찡찡거리는 루카스를 보며 여주는 주먹을 살짝 쥐었다가 놓았다. 그래 이분은 문보스님의 친구이자 나의 상사다. 후아후아. 



" 그리고 또, 하나 더 하고싶었던거 있는데. "

" 뭐요. "



루카스는 자신의 차 뒷문을 열고 새빨간 장미꽃 한 다발을 건넸다. 이거 들고 여주 하루종일 돌아다니는거! 여주가 미쳤냐는 표정으로 루카스를 바라보았다. 루카스가 세상 떠나갈듯 웃었다.



" 아 내친구, 우리 여주 귀여워요. "



루카스가 여주 머리를 자신의 손바닥으로 통통 쳤다. 여주가 죽고싶냐는 눈빛으로 쳐다봤지만 아무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루카스가 해맑게 웃다 시선이 여주 뒤쪽으로 향했다. 순간 표정이 굳었다.

음, 일단 밥! 밥 먹자. 다시 웃으며 말하는 루카스의 표정의 여주가 조금 의아해 했지만 워낙 특이한 사람이라 그러려니 넘겼다. 네, 그놈의 맛집 갑시다.



밥을 먹고 인형뽑기도 하고싶다며 찡찡, 저 키링 사고싶다며 찡찡, 핸드폰 케이스 커플로 맞추고싶다며 찡찡. 여주가 꽃다발 들고다니는것도 쪽팔린데 옆에서 자신의 1.5배나 큰 남자가 길거리에서 찡찡거리고 있으니 더 죽을맛이었다.

저 화장실 다녀올게요. 이것 좀 들고 계셔요. 여주 말의 루카스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공원을 지나가던 참에 화장실이 보여 화장실을 다녀오려는 참이였다. 꽃을 들고 얌전히 벤치에 앉아있는 루카스를 보자 여주는 생각했다. 잘생기기는 했네.

같이 걸어다니면 느껴지는 시선이 루카스를 향한것이란걸 여주는 알았다. 정장 차림이라 그런지 더 잘생겨보이는건가.

루카스가 긴 비행 시간으로 조금 피곤했는지 눈을 감았다. 연한 갈색 머리가 바람에 살랑거리자 괜히 루카스의 이목구비가 진하게 다가왔다. 향수도 좋은 향이네.



" 여주. 나 너무 잘생겼어? "



루카스가 실눈을 뜨며 여주에게 능글맞게 물었다. 여주가 자신이 너무 뚫어져라 쳐다본게 창피해져 화장실로 급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44. 경고




여주가 화장실을 다녀오고 세면대에서 손을 씻었다. 화장실이 왜이렇게 구석져있어. 좀 오래 된 공원 화장실인지 에어핸드드라이어는 작동 되지도 않았다. 덕분에 물을 탈탈 털며 나오는 여주가 루카스가 앉아있던 벤치를 보며 두리번 거렸다.

그 순간 누군가가 여주의 팔을 잡아당겨 화장실 건물 뒷편으로 자신을 밀었다. 덕분에 중심을 잃고 넘어진 여주가 신경질적으로 그 상대방을 쳐다보자 딱 봐도 조선족 사람이 자신을 내려다 보고있었다.

나랑 맨 몸으로 싸우려고? 괜찮겠어? 여주가 말하자 남자가 주머니에 작은 소형 칼을 꺼냈다.



" 루카스 간나새끼 어디있니? "



여주를 노린것은 아니였다. 루카스에 대한 원한이 있는 사람이었다. 여주가 순간 표정을 굳혔던 루카스가 떠올랐다. 누군가 자기를 미행하고 있다는 걸 눈치 채고 있었던 것이다. 참 동물적인 감각이라고 여주는 생각했다.

자신이 들고 있는 무기는 없지만 그래도 지지는 않을 거라는 자신은 있었다. 여주가 자리에서 일어나 경계태세를 잡으려는 순간 루카스가 그 남자를 뒤에서 덮쳤다.


루카스가 그 남자의 목을 순식간에 조였다. 남자가 컥컥거리며 힘들어하자 루카스가 누가 보냈냐며 물었다.

남자는 있는 힘껏 루카스의 팔을 칼로 찌르려 시도했다. 제대로 된 공격을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루카스의 하얀셔츠에는 빨갛게 피로 물들여갔다. 루카스는 미동도 없이 웃으며 말했다. 



" 내가 오늘 정말 중요한 약속, 있는데. "

" 커,,,컥,,컥...! "

" 真的不喜欢被妨碍吗 "



여주가 루카스를 뭐 도와주려는 틈도 없이 남자가 기절해버리고 루카스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해 처리하라는 말을 했다. 루카스는 울상을 지으며 여주에게 말했다. 미안 나 때문에. 다쳤어? 



" 아니요. 전혀요. 근데 팔 괜찮으십니까? "

" 응응. 살짝 스쳤어. "

" 아까 뭐라 하신거에요? "

" 방해 받기 싫다고. "



우리 데이트 중인거잖아. 루카스가 여주의 어깨에 어깨동무를하며 호탕하게 웃었다.





45. 꽃




여주가 이리저리 휘둘리고 다닌 오늘 거의 방전이 되어 집에 돌아왔다. 소파에 털썩 엎드려 누웠다.

루카스가 그 조선족 남자는 잘 처리했다는 문자를 보냈다. 답장 나중에하자. 핸드폰 화면을 다시 잠그었다.

루카스가 집 앞까지 데려다 주었는데 그 와중에 잃어버린 꽃다발을 꼭 다시 사줘야 한다며 집 들어가는길에 한 다발 안겨줬던게 생각나 여주가 눈을 질끈 감았다. 정말 귀찮은 사람이야.

여주가 소파에 엎드려 누워 꼼짝 안하고 있자 재민이가 마침 방에서 나와서 여주에게 물었다. 누나 금방 다녀왔네? 덕분에 재현도 여주가 온 걸 알고 방에서 나왔다.



" 근데 이 꽃은 또 뭐야? "

" 버리든가 해. "



여주는 재민이 알았어. 하며 대답하자 갑자기 소파에서 일어나 꽃 몇송이를 빼내더니 컵에 물을 받아 넣었다. 재현이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재현은 여주의 그런 성격이 참 좋다고 생각했다.

나가지 말지. 재현이 속으로만 아쉬운 소리를 했다.

재현의 시선에 여주는 급하게 방으로 들어갔다. 재민이는 뭐야 버리라는 거야 말라는거야. 하며 꽃 다발을 다시 거실 식탁에 두고 편의점을 다녀오겠다고 하며 집을 나섰다.

재현이 그 꽃다발을 들고 쓰레기통에 쳐 박았다.






46. 겨울




날이 점점 추워지는 것이 겨울이 거의 다 온 것같았다. 여주가 몸을 덜덜 떨며 담배를 물었다. 와 추워서 담배를 끊어야 하겠는데. 여주가 급하게 담배를 피고 집안으로 다시 들어왔다. 따듯한 온기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해찬이 추우니까 왔다갔다 하지말라며 여주에게 짜증냈다가 뒷통수 한대를 거하게 맞았다. 태일에게 재현을 감시해달라고 부탁받은지 벌써 두 달이 넘어갔지만 뭔가 딱히 잡을 만한게 없었다.

너가 잡고싶지는 않은건 아니고? 여주의 내면이 물었다. 여주는 아니라고 대답했다. 아닌게 아닌걸까.


여주가 태일의 부름에 재빨리 응하고 회사에 도착했다. 도영의 안내를 받아 태일 앞에 앉아 지금까지 상황을 보고했다. 보고를 끝내자 태일이 여주를 보며 뜬금없이 말했다.



" 나 어묵 먹고싶어. "

" 네? "



뭔가 태일답지 않은 어리광적인 말투였다. 같이 가자. 태일의 말에 얼떨결로 따라나가 회사 근처에 있는 포장마차에 도착했다. 나란히 어묵을 먹고있는 모양새가 어울리지않는다고 여주는 생각했다.

태일이 요즘 너무 땡겨서. 태일의 말에 여주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긴 겨울하면 따근한 어묵이 생각나기는 하지.

회사에서 멀지 않은 거리라고 춥지않다고 떵떵거리던 태일이 정장자켓하나로는 많이 추웠는지 덜덜 떨기시작했다.


추운건 죽는것보다 싫어 꽁꽁 싸매고 온 여주가 그 모습을 보고는 태일에게 자신의 목도리를 건네었다.



" 보스. 옷 좀 따듯하게 입고 다니세요. "



태일이 목도리를 빤히 쳐다보다 빵 터졌는지 마구 웃었다.



" 나 참. 너한테 잔소리를 다 듣고. 고맙다. "



태일이 목도리를 자신의 목에 두르고는 지금까지 먹은 어묵 계산을 했다.




" 나 받은거는 절대 안 돌려주는거 알지? 후회하지마. "



태일의 장난끼 어린 목소리가 참 듣기 좋았다.


 







-*-




안녕하세요....희희...킬러뱅뱅은 대충 결말만 생각해놓고 쓰지는 않고 미루다가 결국 열심히 써보았네요,,ㅠㅠ

유자 플레이버 쓰다보니 어두운걸 못쓰겟어,,,, 흑흑,,,,,,,

오늘도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댓글들도 하루에 몇번을 읽는지 몰라요

정말 힘이 되어요!ㅠㅠ 다시 한번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좋은 밤 되세요!



 
독자1
헐 대박 저 킬러뱅뱅ㅠㅠㅠㅠㅠ다시 안 오실 줄 알았는데ㅠㅠㅠㅠㅠ내심 재현이 스파이 아니길 바랬는데,,,그래도 여주한테 반해서 다행(?)이에여,,,
4년 전
비회원21.140
다음이 있엇다니 너무 조와.. 킬러물은 뒷통수 조심해야돼서 쫄리는 맛이 있다구여.. 아주 스릴있어욤 히히
분량도 짱짱해서 글 읽는 동안 너무 즐거웠어용♡~♡

4년 전
독자2
헉 엄버는 승리한다ㅠㅠㅠㅠㅠ정주행하고 오겠습니다 모든 글 너무 잘 읽고 있어용!!!💚
4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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