쿱스와 살짝 어색해진 관계를 풀기도 전에 크리스마스 파티 당일이 되었다. 일찍부터 드레스를 입어보고 화장은 어떻게 하는게, 혹은 머리는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 하면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있는 여자애들 틈에서 나는 한숨을 푹푹 쉬며 머리를 꼼지락대고있을 뿐이었다. "왜 그래?" "어? 아니...그냥." "아직도 걱정되서 그런거야?" "..." "...일단 파티를 즐기고서 걱정해도 늦지않을꺼 같은데. 그리고 넌 오늘 좋던 싫던 쿱스와 붙어있어야해." "그러니까..." "그러니까, 파티때 벌꿀주나 한잔 하면서 풀어보라고. 그러기 위해선 일단 준비를 해야겠지?" 조이가 내 드레스를 살랑살랑 흔들어보이며 씨익 웃었다. 매우 의욕적으로 내 머리와 얼굴을 매만지는 친구들에게 잡혀 두시간 정도를 보내고나니 벌써 파티 시간이 가까워져왔다. "우와...이거 진짜 나야?" "평소에도 좀 이러고 다녀!" 내 옆에서 나보다 더 흥분해서 웃음을 터뜨리는 친구들과 함께 마지막으로 한번 더 확인하고 휴계실로 내려오니 이미 다른 여자애들도 내려와 기다리고있었다. 좀 짧지않나 생각했던 내 드레스는 아주 건전한 편에 속할정도로 충격적이게 야한 드레스를 입은 애들이 많아서 (호시의 파트너인 캐시는 가슴이 푹 파인 검은 드레스를 입었고 그녀의 친구인 제인은 허벅지가 훤히 드러나고 몸에 딱 붙는 하늘색 드레스를 입고있었다) 나는 좀 안심하며 머리를 다시 한번 매만졌다. 우리는 놀랍게도 머리를 한쪽으로 늘어뜨리고 푸른색 망토에 은색 브로치를 한 맥고나걸 교수님을 따라 휴계실 밖으로 나섰다. "어떡해...나 너무 긴장돼!" 생글생글 웃으며 내 팔을 잡고 호들갑을 떠는 웬디와 팔짱을 끼고 연회장 복도로 내려가니 많은 남학생들이 파트너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조이는 우리에게 작별인사를 한 뒤 덤스트랭의 붉은 제복을 입은 파트너에게 가버렸고 웬디도 저 밑에서 검은 색 망토를 입은 승관에게 가버렸다. 나는 머뭇거리며 천천히 계단을 내려갔다. 쿱스의 모습이 보이질 않아서 괜히 입술을 깨물었다. 조금 늦는걸까 생각한 순간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와."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깔끔한 정장 망토를 입고 검은 머리를 단정히 정리한 쿱스가 조금 놀란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있었다. "안녕." "안녕. 어...오늘 정말 예쁘다." "고마워." 드레스 자락을 배배꼬며 고개를 숙이자 쿱스가 조금 웃으며 내게 손을 내밀었다. "갈까?" 파티장에는 운명의 세마녀 밴드가 신나는 노래를 연주하고있었다. 많은 학생들이 미친듯이 몸을 흔들고있었고 그 중심에는 당연히- 호시와 도겸이 있었다. 쿱스와 나도 신나게 놀다가 조금 힘에 부쳐서 테이블로 나왔다. "기다려- 내가 마실거 가져올께-" 쿱스가 다시 인파속으로 사라지고 나는 힐을 잠시 벗어던졌다. 오랜만에 신은 힐때문에 욱신거리는 발을 꾹꾹 주무르며 잠시 숨을 돌리니 누군가가 옆에와 털썩 앉았다. "안녕 스위티- 오늘 정말 예쁘구나." "조슈아- 교수님!" "발에 무리가지 않도록 조심하렴." 갑자기 나타난 조슈아는 태연하게 한쪽 손에 든 황금빛 벌꿀술을 홀짝이며 내 발을 가리켰다. 잠시후 음료수를 들고 나타난 쿱스는 내 옆에 앉아있는 조슈아를 보고 당황했지만 조슈아는 그냥 웃으며 일어나 쿱스의 어깨를 톡톡 치고는 멀어졌다. "발 많이 아파?" "아니, 괜찮아." 쿱스가 내게 잔을 넘겨주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어왔다. 나는 어깨를 으쓱해보였지만 그는 계속 내 발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정말 아프면 올라가도-" "쿱스, 난 정말로 괜찮아. 이제 느린 노래가 나오기도 하고. 같이 춤출래?" 내가 씨익 웃으며 손을 내밀자 잠시 생각하던 쿱스는 곧 마주 웃으며 내 손을 잡고 일어났다. 느릿하고 부드러운 멜로디에 맞춰 그의 어깨를 잡자 쿱스도 내 허리를 살며시 잡았다. 느긋한 움직임에 내가 머뭇머뭇 입을떼자 쿱스가 먼저 말을 꺼냈다. "미안. 그때 너무 날카로웠지." "아니야. 내가 더 미안해. 생각해보니 늘 내 생각을 강요한것같아서..." "난 괜찮아." "정말?" "그럼. 근데 아미야." "응?" "그때 내가 했던 말들. 다 진심이었어." "..." "...우지 녀석이 공을 넣도록 놔두지 않을꺼야. 무슨 말인지 알겠니?" "..." "내가 널 좋아해. 좋아해 아미야." 운명의 밴드는 성공적으로 파티의 마지막 곡을 연주했다 박수갈채가 쏟아졌고 모든 학생들은 기숙사로 돌아갔다. 파티가 끝나고 우리 둘도 기숙사로 돌아왔다. 말은 한마디도 없었지만 손은 마주 잡은채였다. 여자 방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나는 쿱스에게 작별인사를 건넸다. "잘자." "...너도 잘자." 마주 웃으며 헤어지려는 찰나, 쿱스가 갑자기 나를 돌려세웠다. "...?" 이마에 짧게 닿았다 떨어진 입술을 멍하니 쳐다보자 장난스레 웃은 그가 굿나잇, 인사를 하고 재빨리 남자 기숙사로 올라가버렸다. 뭔가 간질간질하고 막 뱃속에 픽시 한마리가 날아다니는듯한 기분에 얼른 방으로 올라가자 애들이 흥분에 차 아직도 이야기를 나누고있었다. "아미!" "어땠어? 쿱스랑 재밌었니?" "..." "...왜 말이 없어? 싸웠어?" "...나 쿱스랑 사귀어." 내 말에 잠시 얼었던 둘은 곧 비명을 지르며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그럴줄 알았어! 이야, 대단하다 쿱스!" "와, 둘이 잘어울려. 축하해!" 아직도 좀 얼떨떨한 기분으로 나는 방금 그의 입술이 닿았던 이마를 손으로 조심스레 만졌다. 그 부분만 따스한것같은 기분에 남몰래 빙그레 쑥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지훈아...미안해ㅠㅠㅠㅠㅠㅠㅠㅠ
이게 내가 입은 드레스 비슷한건데, 더 예쁜 옷을 못찾겠어요ㅠㅠㅠ 다음편은 또 특별편이네요. 무엇을 들고올까나ㅏ~☆ +암호닉! 바람우, 릴리, 뽀롱, 님부스, 말포이, 수색꾼, 리마, 고망맨, 슈크, 일공공사, 문준휘, 떡볶이, 웬디, 악마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