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도 왔네요...Hㅏ.... 너무 오래 기다리셨다면 욕 한 번 시원하게 해주세요 하핳;; 죽은 자들의 도시 02 w. 쏴라있는 워킹데드 작고 동그란 얼굴과 눈이 마주했을 때 입가에 절로 걸리는 미소는 숨길 수 없었다. [아버지껜 그렇게 전해줄게, 그럼 언제쯤 돌아올 거니?] "형, 전화 안 받아도 되?" 문이 열리고, 밖으로 걸음을 내딛었다. 문 밖의 복도는 언제나 똑같은 풍경을 비춰주었다. 시간이나 날씨에 따라 하늘의 색만 바뀔뿐 복도 난간 너머로 줄지어 서있는 건물들의 똑같은 풍경들은 언제나 한결같이 그대로였다. 문이 닫히고, 닫힌 문 바로 옆. 똑같은 색깔의 문으로, 문 가운데에 작게 붙여져있는 숫자만 다른 문 앞으로 쪼르르 걸어간 민석이 작은손으로 도어락 버튼을 꾹꾹 눌렀다. 작은 벨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고,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열자 익숙한 신발장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아주머니 안계셔?" 민석에겐 자기보다 더 작은, 자신과 쏙 빼닮은 여동생이 하나 있었다. 둘이서 자주 붙어있었던것 같은데…. 민석의 집에 놀러올때엔 언제나 작은 신발과 큰 신발들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다. 지금 눈 앞에 보이는건 민석의 작은 신발뿐이니 내가 집에 올때까지 쭉 혼자 있었단거겠지? "집에 쭉 혼자 있었어?" 문득 중국에 계신 부모님이 머릿속에 스쳤고, 고의적으로 전화선을 뽑아버린 자신의 어리석은 행동이 조금은 후회가 되었다. 이따가 집에가면 바로 연락을 드려야겠어. 거실로 쪼르르 달려간 민석이 테이블 위에 아무렇게나 널부러져 있던 에어컨 리모컨을 손에 들고선 작동 버튼을 꾹 누르자 작은 기계소리와 함께 에어컨이 작동되었고, 나는 열려있던 베란다 문을 닫기 위해 베란다 쪽으로 걸음을 향하였다.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내려다보았던 시선 너머로 꽤나 기이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형, 뭐해?" 두가지의 의문이 들었다. 첫번째, 평범해 보이는 여성이 마치 쫒기듯 다급하게 건물로 들어가던 점. 두번째, 그 여자의 뒤로 몸이 불편한것 마냥 비틀거리며 달려오던 남자. 뭐지, 정말로 쫓기는 사람인가? 그럼 그 남자는 대체 뭐지? 민석의 질문에 더 이상 밖을 바라볼 순 없었기에 자세한 결말은 알 수 없었다. 그저 지나가는 작은 헤프닝이겠거늘 하며 넘겼을 뿐이였지. 베란다 문을 닫고선 소파에 앉아있는 민석의 옆에 따라 앉았다. 전에는 동생이나 아주머니가 계셨다만 오늘은 단 둘인데, 오늘은 무얼 하면서 민석과 놀아줘야 하지? 무의미하게 돌려지는 채널에만 시선을 꽂다가 갑자기 찾아오는 적막감에 괜히 눈동자를 굴리며 시계를 찾았다. 때마침 시간은 여섯시에서 일곱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아직 초등학교 3학년인 민석의 학교는 자신보다 더 빠른 1시 즈음에 끝났을 터이니 저녁은 커녕 간식이라도 먹었을지 난무했다. 어차피 할 것도 딱히 없을텐데 밥이나 만들어줘야지. 음식 솜씨가 그닥 좋은편은 아니다만 설마 볶음밥 하나 정도 못만들겠나. "아직 밥 안먹었지?" 주방으로 걸음을 옮겨 냉장고를 열어보니 역시 어머니의 존재감은 주방에서 나타난다고 하던가, 깔끔하게 정리된 냉장고의 내부는 텅텅 비어있는 우리집 냉장고완 다르게 갖가지 반찬들로 가득하였다. 휑한 제 집의 냉장고를 떠올리니 대체 3년동안 어떻게 버틴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따금 민석의 어머니가 혼자 사는 나를 위해 여러 종류의 반찬들을 나눠주시곤 하였는데 아직 한국음식에 적응하지 못했던 3년전의 내 입맛에도 딱 맞을 정도로 맛은 훌륭했다. 그냥 냉장고에 있는걸로 때울까. "형! 저게 뭐야?" 민석의 부름에 고개를 돌렸다. 민석의 손가락은 티비 속 화면을 가르키고 시선은 나에게 향하며 궁금하단 표정을 지었다. 거실로 걸어와 민석이 가르키는 화면을 바라보니 분명 만화가 방영되던 화면에선 깔끔한 정장을 입은 앵커가 심각한 표정으로 방송을 진행하고 있었다. [국민 여러분 이것은 실제 상황입니다. 현재 대한민국 전역에 퍼져있는 의문의 바이러스로 인해 국가위기 경보가 심각으로 상향 되어… ….] 저게 무슨소리지? 아무리 3년동안 한국에 있었다지만 좋은 발음으로 부드럽게 흘러나오는 앵커의 목소리를 이해하기란 어려웠다. 아니, 앵커가 말하고 있는 이 상황을 이해 할 수 가 없었다. 화면이 넘어가고 마치 누군가가 급하게 찍은듯한 영상이 화면을 가득 매꾸었다. 아마도 어느 건물 창문 너머로 찍은듯한 영상은 상황을 설명해주듯 심각하게 흔들려 렌즈에 잡히는 형체들을 알아보기가 어려웠다. 조금은 진정이 되었는지 슬슬 형체가 잡힌 화면 너머로는 말로 무언가 이상한 장면이 연출되었다.처음으로 한국에 온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무언가 소란스러워 지는 분위기와 갑작스레 병원에서 튀어나오는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을 보면서 도망치는 다른 사람들. 영상속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고 영상 너머로 들리는 흐느낌과 비명소리만이 사태의 심각성을 전해주고 있었다. 영상 속 상황을 설명하는 앵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오로지 영상 너머로 보이는 잔인하고 믿지 못할 저 장면만이 눈에 들어올 뿐. 정신을 차렸을땐 이미 겁에 잔뜩 질린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던 민석이 제 옷깃을 잡아당기고 있었다. 무서워. 라고 뱉는 저 입에선 울음기가 잔뜩 머금어져 있었다. 그제서야 상황을 깨닫고선 황급히 티비를 껐지만 이미 겁에 질린 눈동자는 축축히 젖어 조금이라도 건드리면 터질것만 같았다. 두려워하는 민석을 달래려 손을 뻗었던 순간 마치 이 상황을 기다렸다는듯 전화벨이 울렸다. 시끄럽게 울리는 전화기와 울고있는 민석을 사이에 두고 고민하던 루한은 잠깐동안 민석을 안아주고선 울리는 전화기 앞으로 걸어가 수화기를 귀에 가져다 대었다. 잠시 누군가의 목소리가 지저분한 노이즈와 섞여 소음을 만들어 내었지만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의 주인은 금방 알아 챌 수 있었다. [민…석, 민석…이니?] 민석의 어머니였다. "…아주머니?" [여보…요? 여보세요?] "아주머니, 아주머니 저 루한이에요!" 민석 또한 제 어머니의 목소리라는걸 눈치챈듯 금세 눈물을 뚝 그치고선 쪼르르 달려와 제게 찰싹 달라붙었다. […한? 지금…민석이… …같이 있니?]" 네, 민석이 지금 제 옆에 있어요." 많은 의미를 담고있는 한숨소리가 들려왔다. 병원이 그리 먼곳도 아닐텐데 어째서 돌아오지 않는걸까. 부디 설마하는 그 불안한 예감이 빗겨나가길. [루한… …아줌마가 당분간 못…어 갈 것 같은…그러니…민석이… ….] 여보세요? 아주머니 잘 안들려요. 여보세요? 아아 가장 절망스러운 상황이 닥치고야 말았다. 전화는 끊겼고, 수화기 너머로 더 이상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전화를 다시 걸어보고 싶어도 아주머니의 전화번호를 알 수 없었고, 다시 전화를 걸 상황도, 용기도 없었던것 같았다. 그러고 얼마나 서 있었던가 기다리다 못한 민석이 제 옷깃을 잡아당겼을 즈음에야 겨우 정신을 차리고선 황급히 민석을 내려다보았다. 형, 엄마는? 걱정 반 기대 반으로 가득 차있는 저 눈동자와 마주할땐 숨이 멎을것만 같았다. 무어라고 말해야할까. 더 이상 돌아오시지 못할 것 같다고 사실을 말해주어야 할까? 아니면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는 절망적인 희망을 쥐어주어야 할까… … 어떡해야해. 뭐라고 말을하지? "형…." 혹시라도 눈치챈 것일까 어느새 민석의 눈동자에 방울방울 맺힌 눈물은 아슬하게 떨어질것만 같았다. "괜찮아." 작은 아이를 품에 안고선 등을 살살 두드리며 달래보지만 이미 겁에 질린 아이는 공포속에서 절규를 외치고 있었다. "아무일도 없을거야." 그것은 아이에게가 아닌, 나에게 하는 자기 위로나 다름없었다. * 집안은 무서울 정도로 고요했다. 시끄럽게 소리를 키우던 티브이는 더 이상 킬 수 없었고, 습한 공기를 내보내줄 창문은 열리지 않았다. 마치 세상과 벽이라도 쌓은 것 마냥 외부와 연결되는 모든 곳은 커튼이나 물건들로 차단시키고 소리가 날만 한 모든 물건들은 전원을 꺼두어 잠잠해진 지가 옛날이었다. 화목한 가족이 살던 이 집안은 더 이상 화목하지 못하였다. 거실 벽 크게 걸려있는 가족사진 너머로 환하게 웃고 있는 네 사람이 있었다. 의자에 앉아있는 젊은 부부와 두 명의 어린아이들. 개구쟁이 같은 미소를 지으며 제 엄마의 손을 꼭 붙잡고 있는 아이는 민석이었다. 일주일 전만 해도 이 가족은 남부럽지 않게 행복한 가정 속에서 살고 있었다. 일주일 전의 재앙이 모든 것을 앗아가기 전 까지는 말이다. 언제나 행복함이 넘치던 따뜻한 집 안에는 네 명의 가족이 아닌 민석만이 남아있었다. 언제쯤 다시 이 가족이 한 공간에서 서로를 부둥켜안을 수 있을지, 다시 옛날처럼 웃을 수 있을지. 아니, 과연 살아있기는 한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처음이자 마지막 통화의 주인이었던 아주머니의 목소리는 다시 들리지 않았고, 아주머니와 함께 병원에 갔다던 민서, 목소리조차 듣지 못 한 아저씨의 생사 또한 알 턱이 없었다. 일주일 동안 그 누구도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는 것은, 죽었다는 소리인가. 아니면 어딘가에서 살아남아 가족을 찾아 해메우고 있다는것인가. 모르겠다. 살아있기는 한 것인지, 집으로 돌아올 수 있는 것인지, 그 어떠한 것도 확실하게 답을 내리지 못 해서 더 답답했다. 아마도 더 이상 가족을 볼 수 없다는 걸 짐작한 민석은 모든 것을 포기한 사람처럼 자꾸만 잠에 들곤 하였다. 첫날은 충격에 빠져 일찍 잠에 들었고, 둘째 날은 제 부모를 찾으며 하염없이 울부짖다 제풀에 지쳐 잠에 들었다. 셋째 날부터는…고작 열 살 정도 밖에 되지 않은 아이의 얼굴에 절망이라는 것이 잔뜩 그려져 있었다고 해야 할까…. 내가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민석의 눈을 마주할 수가 없었다. 차라리 저렇게 자고 있는게 오히려 더 고마웠다. 일어나서 나와 눈을 똑바로 마주하며 제 부모는 어디에 있느냐는 질문을 던질 때 마치 가슴속에서 무언가가 쿵 내려앉을 것만 같아서, 아무런 잘못도 없는데 괜한 죄책감이 밀려와서 눈을 마주할 수 없었다. 잠시 정리를 위해 머리를 짚고선 소파에 주저앉았다. 이제부턴 무얼 해야 할까. 아직은 전기가 들어온다만 지금 이 순간에도 갑작스레 끊겨버릴지도 모를 노릇이었다. 냉장고에 있는 음식들로 간간이 끼니를 때우기는 하나 그 음식들로도 과연 언제까지 버틸 수 있는지 의문이었다. 밖으로 나갈 용기는 턱없이 부족했으며, 눈앞에서 영상 너머로 보았던 그 현실을 마주할 자신도 없었다. 만에 하나 나갔다가 나 또한 그렇게 된다면…끔찍하다. 상상하기도 싫어. 하지만 언제까지나 미룰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아무리 집이라 한들 언제까지나 안전할 수 없는 것이었고, 전기와 식량, 물. 셋 중에 하나라도 끊긴다면 더 이상 집도 안전한 곳이 될 수 없었다. 만약을 위해서. 혹여 민석이 아플지도 모르는데 정말 만약을 위해서 뛰어들기로 다짐해야만 했다. * 밀려오는 불안감은 숨길 수 없었다. 두려움과 불안감이 온 몸을 덮쳤고, 그나마 살아있던 작은 용기의 불씨마저 사그라들 것만 같았다. 밖으로 나오기 전, 방 안에서 곤히 잠들어있는 민석의 얼굴을 확인했던 순간엔 발걸음이 더더욱 무거워지는것을 느꼈다. 만약 내가 영상 속 그들과 똑같이 되어버린다면, 혼자 남은 민석이는 어떻게 될까. 울텐데, 하루종일 울기만할거야. 혼자 있는걸 너무나 싫어하는 아인데. 수많은 걱정이 머릿속을 스치자 그것은 결국 망설임으로 퍼져 안그래도 무거워지는 발목을 더 붙잡아 버렸다. 하지만 지금 나가지 않는다면 우리에게 희망은 없을것이다. 그래, 분명 공원으로 가면 된다고 했어. 몇 시간전 창문 밖 너머로 들리던 그 헬기소리는 살아남은 사람들을 위한 생명줄이나 다름 없었고, 너머로 들려오던 소리는 희망의 메세지나 다름없었다. 「현재 전국에 퍼진 바이러스로 인해 대한민국에 큰 혼란이 오고 있습니다. 현재 이 속보를 접하시는 국민 여러분들께서는 당황하지 마시고, 가장 가까운 공원 앞으로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현재 전국에 퍼진… ….」 공원이 있는 방향으로 몸을 틀어 무작정 달렸다. 괴물들이 날 잡지만 않는다면, 공원에 있는 군인들을 찾기만 한다면 무사할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그 희망마저 처참히 밟히게 된 이유는. 암호닉 김수니 여세훈 백순이 딸기우유 감사합니다!!⊙♡⊙
"민석아, 형한테 인사할까?"
"… …."
문 앞에 서서 엄마의 손을 꼭 붙잡은 채 부끄러운 듯 수줍은 얼굴로 고사리 같은 작은 손을 흔들면서 그 작은 입술을 오물오물거리며 안녕,이라는 첫인사를 건네었을 때 나 또한 허리를 숙여 아이와 눈을 맞추며 아이의 작은 손보단 몇 배나 훨씬 큰 손을 흔들며 미소 지었다. 물론 서툴렀던 한국말을 티 내고 싶지 않아서 입술을 오물거리진 못하였다.
*
[한국에선 잘 지내니?]
"네, 걱정하지 마세요. 생각보다 적응도 잘 되고, 친구들도 많이 사귀었어요."
[그럼 다행이구나…아버지가 네 걱정을 많이 하셔.]
"엄마, 전 정말로 괜찮으니까…제가 선택한 결정이니 후회 안 할 거라고 전해주세요."
수화기를 꼭 쥐고 있는 손 아래로 제 셔츠 가락을 꼭 붙잡는 손길과 눈이 마주 하였고, 그 시선을 따라서 고개를 돌리면 여전히 작고 동그란 얼굴과 눈이 마주 하였다. 얼른 나가고 싶은 눈치인 듯 재촉하는 말 대신 제 옷깃을 잡아끌며 동그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만 있는 그 모습이 너무나도 귀여워 손을 뻗어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준 후, 다시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엄마의 목소리에 집중하였다.
"당분간은 한국에서 살 거예요. 막상 와보니까 배우고 싶은 게 정말 많거든요."
[루한,]
"엄마, 급한 일이 생겨서 이만 끊을게요. 죄송해요."
수화기를 내려놓으며 전화는 끊겼고, 초조한 민석의 표정은 어느새 활기를 되찾으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역시 아이는 아이구나.
"형, 이제 나갈 거야?"
"응, 가자."
"와아! 얼른 가자 얼른!"
민석의 작은 손을 잡고선 집을 나서려던 루한의 발목을 붙잡은 것은 끊은지 얼마 되지 않고서 다시 울리는 전화벨 소리였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올 목소리기 누구인지 훤히 알고 있기에 잠시 뒤를 돌아보던 로한은 잠시 민석의 손을 놓고선 전화기 뒤로 길게 늘어져 있는 코드 선을 뽑아버렸다. 선이 뽑힘과 동시에 시끄럽게 울던 전화기는 언제 그랬냐는 듯 뚝 그치고선 평정 심을 유지하였고, 손에 쥐어져있던 선을 바닥에 아무렇게나 툭 떨군 루한은 다시 민석의 작은 손을 붙잡았다.
"응, 쓸데없는 전화야."
"우리 엄마는 전화오면 달려가서 받던데."
"응. 민서랑 같이 병원갔어."
"응. 엄마가 금방 온다고 했는데 안오잖아. 오늘 아빠도 늦게 온다는데 나 혼자 심심하게.."
"어?..아, 아무것도 아냐."
"아, 그러고보니."
"티비 보고있어 내가 만들어줄게."
"갑자기 화면이 바뀌었어."
네가 채널을 돌린게 아니였어? 손에 든 리모콘으로 버튼을 꾹꾹 눌러보니 방금전까지 만화를 방영하던 그 채널이 맞았다. 만화 채널에서 뜬금없이 왠 뉴스? 더 이상한것은 다른 채널들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채널로 돌리던 똑같은 얼굴과 똑같은 옷을 입은 앵커가 심각한 표정 그대로 뉴스를 진행하고 있었다.
공원에만 다다르면. 그곳으로 가 군인들을 만난다면 살 수 있다. 나뿐만이 아니라 민석도 살 수 있는 것이었다. 살기 위해선 가야만 했다. 두렵지만 나를 위해서라도, 민석을 위해서라도. 공원은 생각보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이따금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때, 공원에서 친구들과 함께 놀고 있는 민석을 보기도 했었는데. 그 공원으로 가자. 지금은 그것만이 살 길이다. 군인들을 만나서 어디로 가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사는 것이 중요하기에.
"… …."
"… …."
지금 내 앞에 있는 저 두 명의 형체는.
"민석아…."
사람인 것일까, 괴물인 것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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