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아주 짧아요!!
너는 초인종을 누르지 않았지. 대문 바깥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던 그날. 초인종을 누를까 말까 고민하다 결국 누르지 못하고 문에 기대 주저앉은 너를 인터폰으로 지켜본 그날. 똑같이 문에 기대앉아 입을 틀어막고 울었던 그날. 수십번을 망설였다. 저 작은 버튼 하나를 누르는 데만 이십 분이 걸렸다. 겨우 초인종을 누르고, 문을 열고 나온 너의 표정에 나는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알싸한 술 냄새가 옅게 났다.
"미안해."
"... ..."
"정말 미안해... 진짜 미안한데 영현아."
"... ..."
"나 좀 재워주라..."
"... ..."
"진짜 염치 없는 거 아는데, 나 삼일동안 잠을 못 잤거든. 이러다 진짜 죽을 거 같아서,"
"... ..."
"미안해... 나 한 번만 좀,"
자꾸 눈물이 나 한마디 내뱉는 것 조차 힘이 든다. 겨우 말을 마치자 잔뜩 일그러진 얼굴을 한 네가 보인다. 아무래도 잘못 찾아온 것 같다. 끝까지 나를 먼저 생각하는 너는 집 앞까지 찾아왔음에도 발길을 돌렸는데, 너무 충동적으로 굴었다.
"미안, 너무 갑자기 왔지."
"... ..."
"나 그냥 오늘 여기 없었던 걸로 해주,"
품에 나를 가득 안은 너 때문에 말끝을 맺지 못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강영현이 운다. 터져 나오는 소리를 참지 않는다. 허리를 감은 강영현의 팔에 힘이 들어간다. 하염없이 뒷머리를 쓰다듬는 그 손에 나는 나락으로 떨어진다. 목놓아 우는 그 순간에도 나는 강영현의 옷자락을 잡을 뿐, 마주 안지 못했다.
*
먼저 들어가서 누워있어. 씻고 들어갈게.
넓은 침대 위에, 사랑을 말하며 수많은 밤을 보냈던 그 침대 위에 혼자 누웠다. 익숙한 향기가 온 몸을 감싼다. 자꾸 생각이 난다. 입을 맞추며 너무 행복하다고 속삭이던 강영현이, 맞닿은 입 사이로 자꾸만 웃음이 나오던 그때가.
강영현과 만나며 호전되었던 불면증이 헤어지자 다시 찾아왔다. 수면제를 먹어도 효과가 없었다. 그렇게 나는 이기적임을 알면서도 다시 너를 찾았다.
"불 끌게."
불을 끈 강영현이 옆으로 와 누웠다. 어떤 접촉도 없이, 그저 내 옆에 누운 강영현이 눈을 감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눈을 감아도 잠이 오지 않는다.
"강영현."
"... ..."
"영현아 자?"
불러도 답이 없는 강영현의 얼굴 위로 손을 휘적였다. 잠에 들었는지 미동조차 않는다. 조금만 움직여도 스치는 손을 잡을까 말까. 강영현의 손을 살짝 쥐었다 놓기를 몇 번 반복한 끝에 결국 돌아누웠다. 더는 정말, 정말 욕심이었다.
눈을 질끈 감았다. 옆에 강영현이 있어도 잠이 오지 않는 게, 이젠 정말 끝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어서 잠에 들길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랐다. 먼저 이별을 말한 건 나였지만 모순적이게도 강영현과의 끝을 참을 수 없다.
어서 잠에 들라고 외던 주문이 허리를 감싸오는 강영현에 멎었다. 잠에 들지 못하는 나를 아는 듯, 뒤통수에 입을 잘게 맞추며 배를 토닥인다. 그 따뜻한 손길에 다시금 나오려는 눈물을 참아내야했다. 볼 안쪽을 씹었다. 입에 비릿한 맛이 돈다.
머지않아 잠에 들었다. 꿈을 꿨음에도 깊고 단 잠이었다. 그 꿈에서 나는 강영현과 춤을 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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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사이트에 올렸던 글인데 생각나서 올려봅니당
다들 좋은 밤 되셔요 하트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