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어? 왜 여기 있어?
민규) 형 왜 여깄어?
석민) 안그래도 안내방송 울렸는데? 학생회장 본교무실로 올라오라고.
민현) 그래서 여기 있는거야. 아무도 내가 여기 있는 줄은 모르거든.
셋이 점심을 먹은 뒤 찾은 동아리 실이었고, 소파에 누워 여유로이 열쇠를 손가락으로 휙휙 돌리는 민현을 마주했다. 아이들의 질문에 몸을 일으켜 앉아 옅게 웃으며 민현이 답했다.
여주) 열쇠는 어디서 났어?
민현) 정한이 한테 받았어.
민규) 근데 가봐야하는거 아냐? 이리저리서 형 찾는 것 같던데.
민현) 그래서 왔다니까, 사람들이 날 찾아서.
피곤함이 녹록한 얼굴에는 어울리지 않는 미소를 띄운 민현에 아이들은 더 하고싶던 질문들을 넣어뒀다. 민규가 자신이 가져온 게임기를 동아리 방 티비에 연결 하고 석민과 함께 자리를 잡아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민현) ..어디가?
여주) 아. 잠깐 화장실.
여전히 휴대폰을 제출하는 덕에, 게임은 하는 것보다 구경하는 걸 선호하는 덕에 할 일이 없던 여주가 민현이 만지작 거리는 열쇠에 시선을 뒀다가 민현의 얼굴로 시선을 옮기고, 곧 몸을 일으켰다.
여주가 방을 빠져나감과 동시에 지수와 원우가 방에 들어왔다.
지수) 야 황민현, 너 찾-
민현) 알어, 그래서 여기로 숨었다.
지수) 아서 여기 숨었냐. 라고 말하려 했거든. 한국어는 끝까지 들어 임마.
원우) 야 담판에 나 할래. 지는 사람 나와.
민규) 오키, 이석민 질거임.
석민) 뭐래.
지수는 소파에 앉고 원우는 게임하는 아이들 옆에 자리했다. 휴대폰을 만지던 지수가 흘끗 민현을 쳐다보더니 말했다. 이마 왜그러냐.
민현) ..보이냐? 앞머리로 가렸는데.
지수) 앞머리가 종잇장이냐, 그걸로 가려지게. 뭐라도 붙이던가.
민현) 집에 그런건 없더라, 때릴 만한 것 밖에.
민현의 말에 지수가 고개를 저어대며 다시금 휴대폰으로 시선을 돌렸고, 곧 게임하는 아이들의 목소리만이 동아리 실을 가득 채웠다. 그 부산스러움이 썩 마음에 드는 듯 민현은 열쇠를 휙휙 돌리며 입꼬리를 올렸다. 민현이 착. 소리를 내며 열쇠를 딱 잡는 순간 동아리 실 문이 열리고, 여주가 민현의 옆에 앉아 민현을 불렀다.
여주) 걷어볼래?
민현) 어? 뭘?
여주) 앞머리.
민현).......
지수).......
여주) 빨리 안걷으니까 내가 걷을게.
민현이 눈을 깜박이며 여주만 보고있자 여주가 조심스레 앞머리를 걷어올렸다. 지수가 고개를 한 쪽으로 기울이며 그 둘을 바라보고 여주는 보건실에서 가져온 연고를 바르기 시작했다. 항상 올라가있던 민현의 입꼬리가 천천히 내려가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마지막으로 거즈를 붙인 여주가 민현의 앞머리를 정리하고 연고를 손에 쥔 채 말했다.
여주) 가끔 지라 그랬지, 맞으란 말은 안했는데.
민현) ..그러게.
여주) 난 다시 연고 갖다주러-,
민현) 근데 자꾸 때리면 어떻게 해?
일어나려는 여주의 손을 살며시 잡고 다시금 앉히며 물었고, 민현의 어설픈 미소에 여주가 눈을 깜박이더니 작게 침을 삼켰다. 소파에 앉은 사람들에게서 흐르는 정적이 게임하는 아이들 목소리로 덮히고 민현이 곧 입을 열었다.
민현) 계속 때리면 어떡하지?
여주) 말해.
민현) .......
여주) 아프다고.
아파 죽을 것 같은거, 아시냐고.
계속 맞으면 나한테 와. 내가 계속 치료할게.
여주가 웃으며 민현의 앞머리를 쓰다듬고 곧 연고를 손에 쥔 채 일어섰고, 문을 열자마자 땀인지 물인지 모를 액체에 범벅이 된 순영과 지훈, 그리고 정한을 마주했다.
정한) 어, 여주 어디가게?
여주) 아 잠깐 화장실.
여주가 갈라선 셋 사이로 빠져나가고 지수와 민현 옆에 나눠 앉은 셋의 대화 주제는 민현의 이마였다.
순영) 그 허연거 뭐냐? 맨날 뻘건거만 보다가 적응 안되게.
지훈) 니가 붙였을린 없고.
정한) 그러게 학원을 왜 째? 간도 커 아주.
지수) 여주가 붙여줬어 저거.
정한) 뭐? 우리 여주가?
민현) 예쁘냐?
순영) 미친놈. 18살에 안하던 반항이야, 왜.
민현) 안하던 거 좀 해보려고.
지수) 잘생각했네.
지훈) 난 쟤 사람 안같아서 싫었는데, 이제 좀 사람 같아서 좋네.
민현) 너 나 싫어했었어?
지훈) 몰랐다니 유감.
정한) 그래서 계획은. 대가리가 그렇게 깨졌는데 또 학원 쨀 계획이신가?
민현) 대가리 깨질 때 마다 여주가 치료해준대.
정한) 누구맘대로?
지훈) 머리 깨지더니 돌았구나 너가.
순영) 내가 막을거임. 니 이마엔 흰색보단 빨간색이 더 잘어울리는 것 같아. 엉.
그들만의 위로였다. 중학교 때 부터 이어졌던 교우관계에 익숙해지기 싫었지만 익숙해져버린 민현의 상처, 우울감에 동조하는 것 보다 우울감에서 빼내는게 더욱 좋은 효과를 불러 일으킨다는 건 이미 알고 있는 듯 했고, 민현도 그 사실을 받아들였다.
석민) 아 진짜!!!!!!
민규) 에베베 또 졌대요~ 또 졌대요~ 야 넌 진짜 바보야. 아까부터 똑같은 수법을 써도 그렇게 형아 골 막는게 어렵냐?
석민) 조용히 해.
원우) 다음 나! 나 할래. 석민이 나와-
여주) 모스크바아- 모스크바 살게!
지훈) 아 여주야, 이거 팀전이야 상의를 하고 사야지.
순영) 됐어 이미 샀어. 야 준휘야! 은행장! 빨리 일 처리해!
정한) 그래 끝이야 끝!
준휘) 오케. 빨리빨리~! 자 여기 모스크바!
한솔) 저번에 죽은 시인의 사회 다 읽지 않았어?
명호) 아 재밌어서 한 번 더 읽는거야. 너 이거 읽었어?
한솔) 어. 읽었지.
승관) 아!!!!!!!!! 짜증나!!!!!! 하나만 더하면 빙곤데!!!!!!!
승철) 와 승관아 넌 나한테 안된다니까~
승관) 아 형 한 판 더해!!
이 찬) 다음 판은 뭐로 할래? 영화제목?
지수) 그래 영화제목 좋다.
시험기간, 지나가는 개미를 구경하는 것 마저도 거실에서 뉴스를 보는 것 마저도 재밌어지는 기간이었다. 그러나 아이들은 여전히 점심시간에 모여 게임을 하기 바빴고, 학교가 끝나면 삼삼오오 모여 공부를 하다가 마지막엔 노래방으로 끝난다거나, 민규처럼 바로 집에가서 잠만 잔다거나, 달라지는 건 없었다. 다른 아이들에 비해 공부량이 적은 것 같다는 질문에 대부분 아이들의 변명은 이랬다.
승철) 전 체대 준비생이라 적당히 수업시간에만 공부하는 편인데요.
정한) 안해도 잘나오던데요. 적당하게. 내가 원하는 만큼?
지수) 학교에선 놀아요. 집에서만 공부합니다. 적당히.
지훈) 긴 글을 못읽어요. 읽기도 싫고. 대충 과학이나 수학만 공부하는 편입니다.
순영) 공부 싫어합니다.
원우) 혼자 공부하는 거 좋아해요, 카페에서. 느긋하게 천천히.
준휘) ...꼭 해야할까요?
민규) 해도 안되길래 그냥 포기했어요. 여주 공부할 때 따라서 공부하다가 잠드는게 허다하죠.
석민) 여주 가는 대학 같이 가려고 여주 하는 만큼 해요.
여주) 적당히 하고 적당한 대학 가서 적당히 취업하려구요. 우울해지기 전까지만 공부합니다.
명호) 수업시간에 열심히 들어요. 그럼 웬만한 건 맞추더라구요.
승관) 웃으며 살자. 제 인생 철학입니다. 마음에 드시죠? 어떠세요?
이 찬) 저는 무용과라 실기만 봐요. 성적은 필요없다 이거죠.
한솔) 쉬는시간에 잘 안쉬어요. 점심시간만 쉬고. 사실 쉬는시간에 바로 봐줘야 머리에 완벽히 들어오는 거거든요.
참, 독특한 집단.
첫 시험이 끝난 4월 중순, 어느덧 춘추복과 하복이 섞이기 시작했다. 이를 보여주듯 추위를 잘타는 여주와 석민은 춘추복을, 더위를 많이 타는 민규는 하복을 입은 채 등교중이었다.
석민) 근데 좀 이상하지 않아?
민규) 뭐가.
석민) 다른 학교는 다 가을에 운동회 하던데. 우린 왜 봄에 하지?
여주) 그래? 원래 다 5월 초에 운동회 하는거 아냐?
석민) 그런가.. 다른 학교는 9월에 하는 것 같던데.
여주) 몰라. 운동 잼병이라 그냥 다 싫다.
민현) 어 여주야!
교문을 지나자 선도부로 서있던 민현이 여주를 향해 손을 흔들었고 민규와 석민은 적잖게 중얼거렸다. 왜 우린 안불러?
여주가 민현을 향해 손을 흔들었고, 곧 민현의 이마에 생긴 또 다른 생채기에 손을 느릿하게 흔들다 멈추며 내렸다. 그리고 살짝 웃어보인 뒤 발걸음을 옮기고 민규와 석민을 향해 물었다.
여주) 민현 오빠 저번 시험 일부러 틀렸댔지?
민규) 엉? 아, 어. 저번에 동아리 실에서 얘기했었는데,
석민) 아 그 때 여주 정한이형이랑 교무실인가 거기 가서 못들었잖아.
여주) 일부러 틀렸고, 이마가 또 다쳤고. 거기에 입술도 터졌던데.
민규) 그 형도 참 대단해. 일등하기 싫어서 계산하면서 문제를 틀려?
석민) 진짜 따라갈 수 없는 형이야.
여주가 눈을 깜박거리다가 휴대폰을 꺼내들더니 민현에게 천천히 메시지를 남겼다.
-점심시간에 동아리 실로 와.
순영) 아이 여주야! 내가 한다니까~
민현) 니 치료는 내가 안받는다고!
순영) 야 섭하게 차별을 그렇게 대놓고 하냐!
정한) 내가 할게 내가! 우리 여주는 저기 가서 쉬어!
지훈) 그래 나랑 부루마블이나 하자 여주야.
민현) 내가 니네한테 치료 받으려고 점심시간에 여길 왔겠냐?
정한) 응. 얼른 이마 까, 임마.
여주의 손에 들린 연고와 거즈를 앗아간 정한이었고 지수는 마치 바통터치라도 한 듯 여주를 제 쪽으로 불렀다. 지훈과 순영이 민현을 포박하고 정한은 사악하게 웃으며 연고를 발라댔다. 아악! 살살 바르라고! 민현의 외침에도 정한의 웃음 소리는 끊기지 않았다.
지수) 너희는 운동회 반티 뭐한대?
여주) 아. 아직 안정했어.
지수) 근데 우리 같은 팀이다?
여주) 엉? 뭔소리야.
지수) 야 민현아. 우리 이번에도 홀 짝으로 나누지?
마지막으로 거즈를 붙인 정한이 민현의 이마를 팍팍 치고, 민현이 비명을 지르며 정한을 밀어냈다. 제 이마를 매만지던 민현이 지수의 물음에 소파에 몸을 제대로 앉고 답했다. 그렇겠지.
민현) 아 1학년이라 모르겠구나, 여주는. 우리는 1,2학년 섞어서 해. 홀수반 짝수반으로 나눠서 청팀 백팀. 여주는 5반이었지? 아, 나랑은 다른팀이네. 아쉽다.
여주) 아, 신기하네. 재밌겠다.
정한) 오! 여주랑 같은 팀이다!!
순영) 여주야 걱정 마. 이지훈이랑 윤정한이 있는 한 우린 지지 않아.
지훈) 무조건 이기지.
민현) 근데 오늘 너네 학교 끝나고 뭐해?
지훈) 동아리 회식. 중간고사 끝난 기념.
순영) 불금에 동아리 회식한다 왜.
정한) 설마 낄 생각은 아니지? 동아리 회식인데.
순영) 설마 낄까.
지훈) 민현이가 눈치는 있지.
민현) 무슨 거절을 그렇게 성의 있게 해. 서운하게.
민현의 물음에 휴대폰 가지고 게임을 하던 아이들이 티키타카로 답하자 민현이 입을 삐쭉거렸다. 지수가 하는 휴대폰 게임을 들여다보던 여주가 그런 민현을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오게?
민현) 껴줄거야?
여주) 동아리 회장한테 물어봐. 난 좋아.
지훈) 여주가 찬성하니까 뭐, 상관없어.
순영) 하. 어쩔 수 없지. 찬성.
정한) 에휴, 불쌍한 중생 구해준다는 마음으로 찬성. 올거냐?
민현) ..참 나, 야 그렇게 사람 부르면 기분이
나쁘지만 좋아,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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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g__HH 중간고사 끝난 기념 동아리 회식
#우리동아리멤버 #14명 #사진속1명은 #외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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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홍일점 일화 가져온다그래놓곸ㅋㅋ 너라는 습관이랑
세때홍클만 가져오고 있네여. 사실 홍일점 일화 한 편 써뒀는데 이상하게 마음에 안들어서 보류해놨습니댜 호호.. 그리구 갑자기 세때홍클 실마리를 푸는거에 맛이들려 그만..헿 (정한이 사연은 원래 생각해둔 거 였답니다.)
시험기간임에도 불구하고 밝은 아이들의 모습을 그려낸건 각자의 사연으로도 충분히 톤다운의 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조금 풀어(?)놨습니다. 그리고 시험기간에 쫄리는 그런 현실적인 고딩 모먼트 넘 마음 아프고.. 하 돌아가기 싫은 내 학창시절. 여러분의 기억을 조작할만한 하이틴이려면 밝은게 좋지 않겠습니까? 호호호 (물론 앞으로 나올 사연들이 밝지만은 않지만 헿)
어쨌든 다음엔 뭐로 가져올지 모르겠네여.. 워낙 손꾸락이 지 멋대로라 써지는 글로 또..찾아뵐게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