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 정말 오랜만에 푹 자고 일어났을 것 같음. 강원도 숙소라 공기도 좋고 지금 휴가철도 아니라 시끌벅적할일도없지, 게다가 어제 카이랑 노느라 은근 에너지 많이 써서 진짜 수면했겠지. 여주 먼저 일어나서 발코니로 나갈 듯. 여주가 푹 잤다곤 하지만 해가 어스름하게 뜰 새벽쯤에 깨서 이왕 이렇게 잠 깬 거 일출이라도 보자 싶어서 의자까지 가져와서 앉아있겠지. 산 근처라 아침 바람 진짜 차가운데 옷 가져오기 귀찮아서 그냥 팔 문지르고 몸 최대한 웅크림. 이미 손끝이랑 발끝은 엄청 차가워졌음. 이제 해가 서서히 뜰 때쯤 옆자리가 너무 차가워서 깬 카이. 눈 떠 보니까 여주 없음. 혹여나 또 저번 같은 일이 생길까 싶어 몸 바꿔서 밖으로 나갔는데 발코니에 추워서 바들바들 떨고 있는 여주 있어서 안도. 장에 여분으로 남아있는 이불 어깨에 얹고 베란다 문 열어서 여주한테 줄 듯. 여주 화들짝 놀라서 뒤돌아보니까 카이가 하얀 이불로 다 덮어버림. 근데도 이불 자체에 온기가 없었고 여주도 따뜻해질 온기가 없으니까 이불 덮어도 바람만 좀 막을 뿐이고 딱히 보온 효과는 없겠지. 그래서 여주가 이불같이 덮고 해 뜨는 거 보자고 해서 여주는 카이가 의자 하나 끌고 올 줄 알았는데 여주 보고 잠깐 의자에서 일어나 보라고 하더니 본인이 의자에 앉고 허벅지 두드림. 여주 어이가 없어서 내가 그 위에 앉으라고...? 하니까 카이 붕 뜬 머리로 고개 흔들듯. 여주가 너가 앉을 의자 들고 오라고 했는데도 말 안 듣고 여주 억지로 끌어다가 본인 위에 앉힘. 여주랑 같이 이불 돌돌 말고 있겠지. 카이 몸은 원래 열이 많은데 방금 자다 깨서 후끈후끈함. 덕분에 이불 안이 완전 따뜻해짐. 카이가 여주를 이리저리 돌려서 편한 자세를 찾더니 여주 다리를 오른쪽으로 모아서 오른팔 밑에 끼고 왼팔로 여주 허리 받치고 있는 게 가장 편해서 여주 얼떨결에 카이 심장 부근에 머리를 기대고 있게 됐음. 아무 말도 안 하고 코가 시릴 정도의 아침 공기 마시면서 해가 천천히 떠오르는 거 보고 있는 거라 여주 귀에 카이 심장이 쿵쿵 뛰는 소리가 너무 잘 들릴 듯. 고작 심장 뛰는 소리인데 왠지 모르게 부끄러움. 카이는 여주 다리 춥지 말라고 위아래로 쓸어주고 있음. 해가 이제 거의 다 떠서 눈이 너무 부셔서 제대로 뜨지도 못할 듯. 여주는 그대로 이불 조금만 더 끌어당겨서 시야 가렸는데 카이는 그거 못해서 눈을 뜬 건지 만 건지 으앗 거리면서 막 고개 돌리고 어떻게든 피해보려고 하는데 잘 안되겠지. 여주는 그 와중에 이불 안에 온몸이 들어가니까 방금까지 차갑게 얼어있던 얼굴도 다 녹으면서 나른해짐. 잠들락 말락 하는 상태에서 카이가 고통스러워하는 소리를 들은 여주. 반쯤 감긴 눈에 다 잠긴 목소리로 들어가자 카이야. 하겠지. 리조트 이불은 엄청 무거워서 여주가 들어보려고 노력하는데 아침이라 힘도 빠지고 심지어 지금 좀 졸린 상태라 본전도 못 찾고 다시 카이가 대충 접어서 들어 올림. 카이가 한 쪽 어깨에 이불 짊어지고 다른 쪽 손으로 여주 어깨 감싸 안아서 침대에 잘 눕히겠지. 그리고 이불로 꼼꼼히 덮어줌. 조심조심 방 문 닫고 거실로 나온 카이. 막상 나와도 할 게 딱히 없어서 소파에 멍하니 앉아있는데 방 안에서 여주가 부르는 소리 들림. 여주 목소리가 벌떡 일어나서 바로 방문 열고 들어가니까 여주가 눈은 감은 채로 옆에 있으라고 웅얼웅얼 말하겠지. 여주가 찾아줬다는 생각에 카이 기분이 좋아져서 얼굴에 미소 띤 채로 여주 옆에 눕겠지. 근데 여주가 바람 차니까 같이 이불 덮고 있자고 해서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감. 카이가 이불 속으로 들어오니까 훅 따뜻해짐. 여주는 눈 감은 채로 카이 쪽으로 돌아누워서 말하겠지. 따뜻해서 좋다고. 그러면 카이는 여주 옆에 바싹 붙고 이불 위로 한 팔 빼서 여주 안아주겠지. 여주 졸리긴 한데 잠이 오는 게 아니라 그냥 나른한 정도라 카이가 이불 위로 토닥토닥해주는 거 느끼면서 아는 노래 있냐고 물어보겠지. 카이 음... 하다가 하나 있다고 말하면 여주 그 노래 불러 달라고 할 듯. 카이가 몇 번 목 가다듬더니 엄마가 섬 그늘에 하는 거 듣고 너무 놀란 여주. 이거 맨날 본인이 카이한테 불러주던 노래니까. 카이가 부르는 거 보고 카이가 너무 안쓰럽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이 벅찬 감정이 막 밀려오면서 눈물 또르르 흐를 듯. 카이 깜짝 놀라서 허겁지겁 여주 눈물 닦아주면서 안절부절못하니까 그냥 여주가 안아버림. 그리고 카이 뒷머리 쓰다듬으면서 그냥 흐느끼면서 울겠지. 카이는 여주가 뭐 때문에 우는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여주가 우는 게 맘이 아파서 울지 말라고 또 등 토닥토닥하면서 달래고. 여주 그러다 그냥 자기도 모르게 잠듦. 카이는 여주 토닥토닥 해주다가 여주 목에 쇠독 올라온 거 보고 놀랄 듯. 여주가 잠들었는데 깨울 수도 없고 근데 목 주변이 너무 빨갛고 암튼 그래서 태현이가 꼭꼭 외우두라고 시켜서 외운 태현이 전화번호 리조트 전화 다이얼 꾹꾹 눌러서 전화 검. 태현이가 전화 받고 카이가 하는 말 좀 듣더니 잠깐만 하고 멍청하지만 나름 똑똑한 주인의 자문을 구하러 갔다 옴. 목에 목걸이를 하고 있다는 말에 혹시 전에도 목걸이를 한 적이 있냐고 하니까 아닌 것 같다고 답하고 태현이가 그러면 우리 주인이 그거 쇠독 오른거래 하고 목걸이 풀어주라고 말함. 여주가 목걸이 하기 싫다고 한 게-하기 싫다고 말한 적 없음- 혹시 쇳독 때문이어서 그랬구나... 근데 나는 그것도 모르고... 하면서 추욱 처짐. 그리고 태현이 말대로 목걸이 풀어주려고 하는데 문제는 카이 손에 비해 목걸이 고리 부분이 너무 작아서 카이 손에서 자꾸 미끄러짐. 풀어주는 것조차 잘 되지가 않아서 카이 어떡하지 고민하다가 결국 목걸이 끊어버림. 그리고 재빨리 쓰레기통에 버려 버리고 여주한테 미안해서 침대 옆에 앉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서있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자세로 낑낑댈 듯. 그냥 얕게 잠에 든 여주가 스르륵 눈을 뜨고 앞에서 안절부절 못하는 카이 머리 쓰다듬어주면서 왜 그렇게 있냐고 물으면 무슨 대역죄인이라도 된 것처럼 여주 목걸이 미안하다고 함. 여주는 설마 그거 하나 때문에 이렇게 하고 있는 건가 싶어서 이거 아무것도 아니라고 괜찮다고 하고 목걸이 빼면 되지 하고 목 만지는데 목걸이 없음. 당황해서 어? 뭐야 어딨지? 하고 찾는데 카이가 풀어서 그냥 버렸다고 함. 미안해서 얼굴도 못 보고 도망가려는 거 여주가 불러서 안아줬으면. 그러면 다시는 투정 안 부리겠다고 여주한테 약속하겠지. 이런 생각하는게 기특해서 더 꼭 안아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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