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저리로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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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건의 발단
김도영은 오랜만에 술을 마시러 갔고,
그 전에 나에게 허락을 구했다.
이런 모범적인 남자친구가 어딨나 하고 감탄한 것도 잠시.
"김도영 이 자식을 그냥..."
김도영은 새벽 2시가 넘어가는 지금까지 전화도 문자도 카톡도...
연락이라고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술자리가 아니여도 항상 연락은 꼬박꼬박 해주던 김도영인데...
그래서 더 걱정이 됐다.
는 개뿔
나는 머리 끝까지 화가 났다.
걱정하는 사람 생각은 안 하고 술이나 마시고 있다는 게.
그렇지만 나는 최대한 침착하게, 화가 1도 안 난 척 카톡을 보냈다.
"...후, 완벽해."
보통이면 1분 안에 읽을 김도영인데
1은 사라질 줄을 몰랐다.
"...하 진짜. 이러긴 싫은데."
나는 걱정+빡침+화남의 감정에 못 이겨
다시 휴대폰을 들고 정재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가 이러길 싫어한 이유는,
김도영의 시간을 최대한 존중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근데 오늘은...그래도 되겠지?
"...하..."
이게 웬걸...정재현도 전화를 안 받는다.
이것들이 아주 즐거운 술자리를 즐기고 있구나 한 순간,
김도영에게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김도영 너 지금 어디야?
연락은 또 왜 안 해. 김도..."
- 여보세요?
"...뭐야?"
- 아 도영 오빠 여자친구시구나.
오빠 지금 자요.
"...?"
당연히 김도영인 줄 알았는데 웬 여자가 전화를 받았다.
뭐지? 이 상황.
- 같이 온 재현 오빠랑 정우랑...태용 오빠는 먼저 간 것 같아요.
저한테 전화가 와서 와봤더니...자고 있네요.
"전화요? 그쪽한테요?"
- 네. 집에 데려다 주려고 짐 챙기다가 휴대폰을 보게 됐는데
그쪽한테 연락이 와있길래 전화번호부 보고 연락드렸어요.
어떡하실래요? 오빠 데리러 오실 거예요?
"저기요. 우리 김도영이, 우리 오빠가 어떻게 그쪽한테 연락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누군지도 모르는 그쪽한테 우리 오빠 맡기고 싶지 않네요.
여자친구가 있는데 굳이 그쪽한테 맡길 이유도 없구요.
그러니까 그냥 오빠 거기 두고 그쪽은 그쪽 갈 길 가세요.
제가 다 알아서 할게요."
아 이럴 생각은 없었는데, '어떡하실래요?' 때문에 너무 빡쳐서 ㅋㅋ
전화를 받은 여자는 당황했는지
대답도 않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김도영이 그 셋이랑 모일 술집은 뻔하니까.
나는 곧장 겉옷을 챙겨입고 김도영에게로 갔다.
2. 사건의 전개
"아우 진짜. 평소엔 그렇게 가볍더니
술 마시니까 진짜 존나 무거워."
그럼 그렇지.
김도영이 그 셋이랑만 모이면 쿤쿤타로 가는 건 국룰이다.
그건 그렇고 김도영 개무겁다.
빡치는 것도 빡치는 거지만
진짜 개무겁다.
"나아...김도영...나...김도영이야잇..."
"그래그래 알아. 아니까 제발 좀 닥쳐."
"마알...예쁘게...말...예쁘게 해..."
김도영 개새끼.
진짜 존나 싫어
술 취한 와중에도 나한테 잔소리라니.
물에 젖은 솜 마냥 무거운 김도영을
자취방에 던져놓고 나는 다시 집으로 왔다.
아니 근데 다시 생각해 보니까 진심 개빡친다.
다시 카톡을 보냈다.
- 그리고 대망의 아침 -
나는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울렁거리는 속을 느낄 새도 없이
공포를 느껴야 했다.
시민이가 나랑 찍은 프사를 내렸다.
등에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시민이가 웬만해선 오빠라고 안 하는데...
..,근데 나 어제 언제 집에 들어왔지? 아니 그보다도 어떻게 들어왔지?
'미친...얘 지금 뭐하냐?
아 김도영 일어나라고!! 여기 방 아니고 거실이야!!!
존나 무거워 시발 진짜'
'아 개빡치네 김도영ㅋㅋ 뒤졌어'
...설마 어제 시민이가 나 부축해서 데리고 온 건가...?
제발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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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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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진짜 나 큰일났다.
진짜...
연락하지 말라고 했지만 그런다고 진짜 안 할 수도 없고,
잘못한 거니까 사과해야지...
아...뭐가 잘못 돼도 한참 잘못됐다.
나는 그냥 싹싹 빌었어야 했는데
그와중에 지적이라니...아 김도영 미친놈 진짜.
* 토끼 남친이랑 싸운 썰*
"야, 김시민 너 괜찮아?"
"아니...존나 빡치는데...눈물나네..."
"너 남자친구랑 크게 싸웠어?"
"아...어. 좀."
"얼마나 싸웠길래 니 상태가 이래."
"어떻게 된 거냐면..."
오늘 밖에서 만나기로 한 약속이 취소돼서
내 자취방에 찾아온 예은이는 내 상태를 보고 깜짝 놀라더니
어떻게 된 거냐고 물어오길래
다 이야기 해줬다.
"와 미쳤냐? 미쳤네."
"어떡하지. 화해는 해야될 텐데..."
"야 화해는 무슨 화해? 그냥 헤어져.
술 취해서 너도 아니고 다른 여자한테 연락했다며.
그런 남자랑 어떻게 사귀냐?"
"...화는 나는데...헤어지기에는 내가 너무 좋아해서."
"야 그럼...너도 똑같이 해줘.
다른 남자가 연락하는 건 좀 오바니까...
일단 먼저 연락오기 전까지 절대 하지 말고...우리도 오랜만에 애들 모아서 술마시자.
내가 네 남친한테 전화해줄게."
"...그래도 되나?"
"야. 당연히 되지.
일단 애들부터 모으자."
예은이는 나만큼 화를 냈고, 김도영에게 복수할(?) 방법을 알려주었다.
김도영 알면 엄청 화낼 텐데.
그래도 먼저 잘못한 건 김도영이니까
"...그래!"
나는 예은이의 계획에 동참했다.
-
wow
시민이는 과연 성공했을지.
이건 제가 옛~날에 써두고 방치해놓은 127개의 글 중 하나입니당.
다정맨 도영이는 이럴 일이 없겠지만 상상은 해볼 수 있으니까효....ㅎㅎ
이 글은 다음편으로 이어지고
다음편이 마지막편입니다 ㅎㅎ (대충 두 편으로 마무리 된다는 뜻)
그럼 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