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화부터 쭉- 브금은 필수가 되었습니다 ㅠㅠ 꼭 들으실 필욘 없지만 글을 200% 감상하실 수 있으라 조심스레 추측합니다.
6개의 섬들이 원을 이뤄 그 원의 중심에 물회오리를 내며 나타난 스크린. 1:00:00. 어느샌가 0:05:00으로 바뀌었고 우린 심상치 않게 부는 바람과 맑은 날씨에 맞서 기지의 옥상에 섰다. 무전기와 이어폰, 전자 시계, 무기, 그리고 약물을 지급받은 우린 스쿼트에 타 준비상태를 보이자 등 뒤로 무전기를 든 보스의 말을 들었다.
바다 밑에 얼마나 위험한 놈들이 있을지 몰라. 하지만 이동하는 건 잠시. 바다에 오랫동안 머물지만 않다면 이상 없을 거야. 여기서 부터 제일 먼 섬인 델타엔 민탄소랑 김태형. 두 명이서 갈거야. 꽤 위험한 곳이야. 환각을 불어 일으키는 나무들의 주요 서식지니 둘이 지지하고 도와. 박지민은 엡실론. 두 번째로 먼 섬인데, 그곳엔 아마 날씨가 굉장히 더울거야. 덥다고 옷을 벗는 행위는 굉장히 위험한 거 알지? 라이언하트 요원놈들이 너희 뒤를 쫓을 거란걸 명심해. 추격해도 어짜피 섬 안 도사리는 괴물 새끼들한테 먹혀서 살아남진 못할 거야. 넌 꼭 수시로 무전기 확인해. 섬에 들어간 순간, 무전기는 가끔씩만 사용하게 될거야. 환경적으로 통신이 잘 막혀. 그러니 기회가 될 때 화상으로 많이 하자고. 무전기 잃어버리면 이어폰으로 가능하지만 물에 들어가면 잘 고장나. 그러니 무전기 꼭 잘 챙겨라. 괴물 죽일 때 반드시 무전기에 빨간 버튼 눌러서 인공위성 연결하고 스크린에 뜨게 해. 크림슨하트 무전기에는 누가 통신을 걸었는지 보여. 그러니 서로 잘 연결해서 정보 공유해. 상태가 어떤지. 5년 전 섬에서는 스크린이 보였으나 이번 섬에선 너무 멀어서 하나도 보이지 않아. 그래서 공급된게 전자 시계야. 수를 보고 급박함을 느끼도록 해. 전자 시계엔 4:4로 뜰건데 우리가 죽여야 되는 괴물의 수는 왼쪽이야. 한 마릴 죽이면 3:4로 뜰거야. 때에 따라 가야될 길을 인도할테니 각자 맡은 섬에서 맡은 놈이나 집중해서 죽이길 바라.
말을 듣고 고갤 끄덕인 나를 지긋이 바라보는 김태형은 운전대에서 손을 옮겨 내 손을 잡아왔다. 그리고 눈이 마주치자 하는 말은... 꽤나 진지하고 로맨틱했다.
"전쟁이 끝나면, 네게 정식으로 청혼할게."
"그러시던지요. 아, 근데 받아들일거라 생각하지 마시죠? 아직 이룰 꿈이 남아있어서 말입니다."
그에 바로 받아친 나를 보고 어이없단 듯이 장난식으로 받아들이며 웃었던 김태형은 내 손을 놓고 자신의 긴 칼을 들고 운전대를 잡았다. 나도 그 모르게 속으로 웃었다. 끝나면 다시 그 희고 예쁜 머리카락을 볼 수 있겠지. 그리고 승리한다면 누군가는 보스를 물려받게 될 것이다. 우리의 꿈은 같아도, 누군가는 어쩔 수 없이 양보할 거란 사실을. 하지만 나는 과연 그에게 양보할 수 있을까? 순식간에 덮친 부정적인 생각에 표정을 굳혔다. 과연 내가 거의 20년동안, 내가 산 만큼 꿈꿔온 그 꿈을 김태형에게 넘겨줄 수 있을까. 눈을 느리게 깜빡이다 넓직하고 투명한 스크린에 뜬 녹색의 숫자를 보고 한 가지에만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 0:01:00. 정장 안에 든 무전기와 귀 한 쪽에 끼워진 이어폰과 왼 손의 손목에 착용된 전자 시계. 그리고 정장 안에 빽빽히 든 탄알들이 한 층 더 무거워 진 느낌이었다. 허리 옆에 채워진 피스톨 하나와 기관총 하나를 가슴 앞에 두고 핸들을 꽉 잡았다. 몸은 여전히 붕대로 감은 상태, 내 정장 주머니 안에서 달그락거리는 알약이 든 통. 내게 말할 수 없는 비밀이란 손 꼽지 못할 만큼 많았다.
갑자기 복부를 중심으로 들어닥치는 아픔에 물없이 한 알을 조심스레 입으로 확 넣고 삼켰었다. 꿀꺽. 옆에선 눈치를 채지 못한 태형 선배와 지민 선배는 서로 마주보고 동시에 슬프게 읊었다.
"개와 늑대의 시간... 정호석이야."
...개와 늑대의 시간? 생각이 뚜렷하게 나진 않지만... 누군가 내게 말해줬었다. 본가에서 홀로 살던 꼬마 여자 아이가 성인 남자의 손에 이끌려 올라간 바람의 언덕. 언덕의 끝에 서서 남자와 나란히 노을을 맞이했었다. 뒤에 누군가 서서 지켜보는 것 같았고. 그는 나를 불렀었다. 그래서 돌아보니 활짝 웃은 그가 내게 다가와 눈높이맞게 꿇어 앉곤 내 어깨에 손을 올려 노을을 가리켰다. 익숙하지않은 그의 얼굴. 어디선가 본 듯했지만 그마저도 잠시 손가락을 따라 노을로 눈을 옮겼었다.
-저기 봐봐, 바다 아래로 잠기는 저 해. 해가 질 무렵을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고 해. 왜 하필 개와 늑대냐면, 저 멀리 오는 동물이 그늘에 가려져 개인지 늑대인지 구분 못하는 시각이라서 개와 늑대의 시간이란 거야. 정말 짧은 시간동안만 알아낼 수 있어. 또 다른 의미가 있지만... 탄소야, 기억해. 나를 기억해. 난 항상 네 곁에 있어. 고래는... 항상 널 사랑해.
'그리고 아버지 말 잘 듣고, 씩씩하게 커줘. 그게 내 소원이야. 내 소중한 것들을 지켜. 비록 내가 없을 지라도 꿋꿋이.'
산산하게 부는 바람은 눈동자가 촉촉하게 젖은 그 남자의 흘리지 못한 눈물을 말려줬었다. 원인모를 상황에 뒤로 아버지를 쳐다봤다. 흰 색 머리카락이 흔들리던 아버지는 아프게 웃기만 했었다. 그리고 검은 정장 바지에 손을 꽂고 덤덤하게 말했다. 내가 널 지켜줄게, 딸아. 걱정 마.
파노라마처럼 눈 앞으로 지나가는 기억에 몸에 소름이 돋았다. 내가 빠뜨린 부분. 큰 구멍이 내 마음에 존재했다. 내 퍼즐 조각이 뒤 엉켜 자리를 잡은 느낌. 내 아버지는 민윤기. 아버지는 보스. 내 마음에서 대부분을 차지한 김태형. 그리고 유대의 박지민. 또 뭐가 빠진지 그것은 왠지 이 전쟁이 끝나고서야 찾을 수 있을 것같다. 모든걸 되찾는 그런 혹독한 과정. 그리고 마음에 억지로 끼워진 전정국과 흩어진 크림슨하트의 조각들, 김남준과 김석진. 내가 깊게 생각할 겨를도 없이 전쟁의 시작 시각은 다가왔다. 스크린에서 크게 어떤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0:01:00. 일 분. 일 분 남았습니다. 모두 제자리에서 대기해 주십시오. 어느새 여러가질 점검하고 마음을 다지고 보니 전쟁은 꼬박 다가왔다. 그리고 지금 파괴하고 피 튀길 전쟁이 시작... 된다.
0:00:03
0:00:02
0:00:01
0:00:00
시작-
시동을 걸고 제자리에서 가속을 낸 스쿼트에 타 사이렌이 울리는 바다 위로 뛰어들었다. 떨어지는 순간 심장이 철렁 했지만 스릴넘쳤다. 물에 담기지 않고 물 위가 도로마냥 스쿼트 앞머리가 잠깐 하늘 찌를 듯 솟았다 곧바로 페이스를 찾고 부스터를 밟는 김태형과 박지민을 따라 스쿼트 속도를 높여 물살을 헤치며 앞만 보고 달렸다. 그러자 저 반대편에서 박을 기세로 달려오는 전정국과 김석진, 김남준. 저 뒤론 흰 정장을 입은 요원들이 살인이 목적인 개미떼같이 몰려들었다. 우리 뒤를 따라오던 크림슨 요원들과 부딪힌 놈들이 총을 쏴대고 폭발음이 연달아 들렸다. 금방 서로의 배 밑으로 바다는 피로 물든다. 이유없는 살생과 필요없는 죽음. 살아남았다면 오직 크림슨하트의 승리를 위해 라이언하트를 방해하러 갈 것이다. 적들도 마찬가지일테고. 그들을 뒤로 입술을 악 물고 김태형을 쫓아 상체를 낮춰 전속력으로 스쿼트를 모는데
"어딜 그리 급히 가시나?"
"...시발, 전정국"
내 옆을 눈 깜짝 할 새 따라 붙어 온 전정국은 한 손에 피가 묻은 장검을 들고 스쿼트를 몰았다. 아마 뒤에 붙어온 요원들을 제거한다고 그랬겠지. 일부러 부딪히는 놈에 잠시 멈췄다 방향을 바꿀려고 하자 비식 웃은 전정국이 칼을 그려쥐곤 스쿼트 몸통을 향해 힘껏 꽂았다. 펑하고 기름이 새는 소리와 함께 과열된 스쿼트가 터질려고 하자 김태형이 뒤로 돌아보고 자신을 향해 뛰어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옆에 기회를 기다리던 전정국이 내 쪽 스쿼트를 뒤집었고 나는 바다로 풍덩하고 담궈졌다. 전정국의 비열한 표정. 위에 멈춘 스쿼트와 저 바다 밑으로 가라앉더니 결국 폭발한 스쿼트. 바다 안 소리를 들은 이상한 바다물체들이 아래서 스물스물 올라왔다. 비늘로 된 꼬리를 살랑거리며 고개를 갸웃거리며 올라온 인어. 큰 아가미 같은 귀를 펄럭거리며 뻐끔거리며 내게 '먹이다!'라고 외친 한 인어. 바다 밑에선 무엇이 살 줄 모른 단 말에서 해답을 찾았다. 인어들. 중성으로 보이는 인어들이 나를 향해 무섭게 헤엄치자 전정국이 있는 수면 위로 수영해 올라가자 전정국이 내 손을 잡아 끌어올려 바로 스쿼트를 움직였다. 덕분에 물 위로 질질 끌려가는 나는 놈의 악력 덕분에 바다 밑의 인어들에게 잡히지 않고 아슬아슬하게 내가 가야되는 사자의 섬이 아닌 고래의 섬으로 끌려갔다. 내가 닿은 바다의 표면에 1초 늦게 인어들의 손이 불쑥 불쑥 올라왔다. 한 번은 내 허리를 잡은 인어의 손에 발버둥을 치자 전정국이 몸 앞에 찬 기관총으로 인어의 머리를 날려버렸다. 계속 해서 물 위로 끌려가는 나를 보는 저 멀리 김태형이 폭발음을 듣고 깨어난 인어들의 손목들을 한 검으로 모두 베어내며 자신이 가야하는 델타섬으로 갔다. 나 없이.
끌려가면서 보이는 뒷상황은 치열했다. 지민 선배의 뒤를 붙은 크림슨 요원들이 방탄 방패를 들고 막고 있었다. 라이언 요원들은 김남준 뒤를 밟는 크림슨 요원들을 떼어내느라 반으로 갈라졌다. 김남준에게서 잠시 떨어진 김석진이 달리는 스쿼트 위에서 세기가 제일 강한 총을 들어 박지민에게 제일 가까운 방패를 든 요원에게 쉴 새 없이 총알을 부었고 결국 뚫린 방패에 요원은 목숨을 잃고 바다로 떨어져 인어의 밥이 되었다. 총을 내리고 박지민과 눈이 마주친 김석진이 보였다. 산산조각이 되어 떠내려가는 방패를 본 지민 선배가 얼굴을 굳히고 두 번째 섬, 엡실론으로 전력질주했다. 그러자 김석진도 스쿼트의 진로를 바꿔 두 번째 섬, 베타로 김남준의 뒤를 따라갔다. 남은 라이언하트와 크림슨하트 요원들은 서로 견제하며 흩어져 자신에게 적인 놈들의 뒤를 쫓아갔다. 나는 고래를 죽이지 못한다. 허나, 전정국은 무슨 생각인지 나를 인질로 잡고 알파섬의 해변에 도착하자 마자 내 손을 잡고 뒤의 크림슨하트 요원들을 향해 총을 쏴대며 이상한 모양의 나무들이 엉켜 만들어 낸 입구로 들어갔다. 뒤에 피를 토하며 쓰러지는 크림슨하트 요원들에게 눈을 뗄 수 없었다. 하지만 점점 섬 안으로 파고 드는 전정국에 입구는 작아져보이고 그제서야 그들에게서 눈을 돌렸다.
한참 뛰어온 이 곳, 알파 섬. 갑자기 멈추더니 내 손을 확 놔버리고 총을 들었다. 숨을 고르던 내 입을 손으로 막아버린 전정국에 기침이 나와 콜록거리니 입 닥치라한다. 울컥 험한 말이 입 안까지 차올라 맴돌았지만 어떤 치욕을 당할 지 몰라 코로 숨을 몰아쉬었다. 쉬이- 입을 동그랗게 말고 검지를 입에 대어 조용히 하란 뜻을 보이는 전정국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낀 것 처럼 보였다. 아직 상황 판단이 안 된 나는 주위를 둘어본다. 좁은 입구에서 달려오다 보니 이 곳은 한 없이 넓은 고대유적의 일부분같았다. 고대 언어로 적힌 돌들이 벽을 이뤄 섬을 감쌓다. 그리고 벽에서 자라난 고대의 나무들이 하늘 높게 솟아 저 위의 하늘을 막아 새로 햇빛이 새어 들어왔다. 순간 훅하고 불어온 바람에 푸른 잎사귀들이 흔들리고 어떤 물체들이 사사삭거리며 지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예측하건대, 밤이 된다면 아찔한 방어전이 시작될 것이다. 괴물로부터.
"전정국, 무슨 생각으로..."
"조용히,"
콰득.
전정국이 조용히 하라며 말하는 도중 다리를 물린 느낌이 들며 서서히 고개를 내려 보니 지네의 다리를 가진 아직 덜 자란 상어가 내 다릴 물고 검은 눈으로 날 올려봤다. 그대로 몸이 멈춰져 숨까지 멎어버리자 전정국이 상어의 눈을 쾅 밟고 이빨이 있는 상어의 대가리를 향해 기관총으로 쏜다. 여러방 쏜 후 검은 연기와 함께 보이는 건 터져버린 상어의 머리통. 그리고 사삭거리며 움직이는 머리 잃은 하체가 낙엽이 깔린 돌바닥을 돌아다니다 전정국이 정신없이 쏘다니는 것을 향해 총을 쐈다. 퍼걱 하고 터진 놈에 피가 튀었고 전정국의 얼굴에 한 방울 묻어났다. 아직도 내 다릴 물고 있는 상어의 이빨을 힘을 줘 떼어낸 전정국이 저 멀리 덩쿨이 자란 벽으로 던졌다. 내가 조용히 하랬지. 사자의 사냥할 때 내는 소리를 낸 전정국이 저 멀리 입구 반대쪽 길이 난 곳에서 쿵쾅거리며 뛰어오는 엄청난 크기의 상어를 보고 자리를 피했다. 그리고 기관총을 고쳐잡고 사격한다. 연속해서 들리는 총소리에도 불구하고 상어는 나를 향해 쫓아왔고 내가 아무런 조치도 못 취하고 상어의 입 안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쏜 전정국은 기여코 상어의 목부분을 완벽히 총알로 장식해 구멍을 낸 머리를 뜯어냈다. 쩍 벌어진 상어의 입 안을 다 보게 된 나는 그자리에 털썩 주저 앉았다. 쿵하고 지네의 다리가 무너지며 상어몸통은 바닥에 널부러졌다. 괴물의 상어가 온 방향은 우리가 쭉 가야되는 방향이다. 나무들이 우성한 숲의 거리. 저 곳을 통과하면 더 넓은 섬의 모습이 보일 것이다. 아무 소리도 못하고 쓰러진 나를 향해 뛰어온 전정국이 내 다리에 손을 대더니 심각하게 말했다. 부상이다. 피가 끈적하게 이빨 자국에서 나오니 전정국이 마이를 벗어 자신의 셔츠를 찢었다. 내 정장바지를 걷어올려 드러난 하얀 다리에 수도꼭지 튼 마냥 흐르는 피. 화가 난 듯한 전정국은 약물을 꺼내 내 다리에 꽂곤 다 주입한 다음에 셔츠로 정성스레 감았다.
"씨발, 내가 조용히 하라고 몇 번 말했어?"
괜한 피 봤잖아. 크림슨하트 요원들을 무참히 죽인 전정국에겐 현저히 안 어울리는 말이었다.
신의 영역에 총구를 겨누다.
-2부-
월계수의 왕관을 쓸 승자.
Two Hearts.
w.그루잠.
-13# 산산조각
"도망 안 갑니다."
"알아. 아는데 닥치고 자라고. "
"그쪽은 잠을 아예 안 잡니까?"
"그쪽말고 전정국. 지금 좋은 말 할 때 자라."
"아니, 적이랑 같이 있는데 어떻게 속편히 잡니까? 잘거면 같이 자든가,"
"둘 다 자면 괴물들한테 잡아먹힌다는거 몰라? 그렇게 당해놓고 속 편한 소리하네."
찌르르 울창한 숲을 울리는 벌레의 소리. 어디선가 들리는 쏟아져내리는 강물의 소리. 핵심의 괴물은 아마 더욱 더 안쪽에 있을 것 같다. 하늘을 가린 괴상하게 꺾인 고동색 나무들과 무성한 잎. 작은 돌조각들이 오색으로 빛날 하늘이 보이지도 않는 섬 안, 흙이 진탕 묻은 돌 위에 앉으니 내가 닿인 만큼 형광색 빛이 돌에 번졌다. 그리고 숲을 구성한 벽같은 돌들에 손을 대니 똑같이 노란 형광빛이 돌을 울리듯 색이 번졌다. 어두운 곳에서 빛나는 알 수 없는 물질들. 이렇게 아름다운 숲 안 도사리는 괴물들에 치가 떨렸다. 처음 두 눈으로 만난 징그럽게 생긴 괴물의 손을 피해 육지의 보스와 함께 도망치고 도망치니 벌써 밤이다. 개와 늑대의 시간, 전쟁이 시작되고 스쿼트를 탄 김태형과 나는 제일 먼 델타 섬에 가는 도중 바다의 중간에서 김태형은 바로 앞에서 나를 놓쳤다. 전정국과 같은 방향이었던 우리는, 강제로 헤어짐을 당한 김태형. 시간 상 돌발 상황이 일어나 보스의 빠른 지시에 따라 김태형은 델타 섬으로 갔다. 그곳은 적의 목표물이자 나의 수호신이 사는 섬. 나와 이 납치범인 적이 있는 이 섬은 고래의 섬, '알파' 이다.
이 납치범이자 제일 위험한 존재는 쭈구려 앉은 내게 괴상한 나무에서 꺾은 큰 이파리를 안겨줬다. 자라. 총을 든 그는 어둡지만 숲 안에서 간간히 반딧불이들이 내는 불빛을 눈으로 쫓아 어떤 또 괴상한 것들이 다가올지 주위를 경계한다. 바스락. 순간 저 멀리서 마른 낙엽을 밟는 소리에 그가 귀를 쫑긋 세우고 총을 그 곳으로 향해 조준하니 곧바로 소리없이 총알이 날아가 그 물체를 맞췄다. 그리고 그곳을 향해 손전등을 비추니 빛에 닿는건 발이 세 개 달린 갈색 망둥어 한 뭉더기. 만지면 질퍽거릴 그 어류에 몸 서리쳤다. 김태형이 보고싶다. 손전등을 끄고 다시 총을 고쳐 잡는 그의 등 뒤로 개미만하게 말했다.
"눈 감으면... 그쪽이 뭘 할지 모르잖습니까."
"한 번 당해놓고 안 익숙해? 이런 판국에 너 손대고 싶지 않아."
이딴 전쟁 이제 물린다 물려. 입 안에 레몬맛 사탕을 물고 오물거리는 그는 탄알을 갈아끼웠다. 탁하고 돌 위로 떨어지는 탄알이 잔뜩 든 직육면체의 쇠통. 그리고 떨어진 물체에 뭔가 쪼르르 온 작은 물고기. 물고기의 발보다 조금 더 큰 크기로 형광빛이 돌 위로 번졌다. 그리고 나는 나와 눈이 마주치고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놈이 입을 쩍 벌리는 순간 전정국이 귀신같이 알아채 총을 쐈다. 파악. 피가 터져 얼굴에 튀었다. 물체가 닿으면 이 섬의 돌들은 빛을 내는구나. 손가락이 닿는만큼 모양대로 오색 형광색을 띄는 돌 위. 우린 바위벽의 구석으로 들어가 몸을 감추고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었지만 그는 여전히 총을 놓지 않았다. 어디선가 훈련을 받은 듯. 그럼 전쟁을 일으키지 말았던가. 왜 굳이 이런 짓을 벌였냐고 원망하는 식으로 물었다. 그러자 등 뒤로 앉은 네게 몸을 돌려 올려보는 그는 총을 내 머리 위 나무사이로 겨눴다. 탕 하는 소리와 함께 내 손 옆으로 떨어진 불가사리. 뾰족하고 날카로운 이빨이 세모지고 빡빡하게 나있는 불가사리는 피를 꿀쩍이며 토하다 죽었다. 바닥의 돌은 불가사리가 떨어져 닿았지만 더이상 불빛을 내지 않았다. 이곳의 생물들은 모두 다리가 있어. 바다의 생물들이 다리가 나서 섬을 돌아다닌다. 전정국은 날카롭게 위를 쳐다보다 나를 향해 고개를 내렸다.
"너네 아버지가 내 자릴 뺏어갔잖아. 내가 왕이 됐어도 이딴 전쟁따위 없었을거야."
정적. 그저 입술을 들썩거리다 말았다. 전정국도 그닥 더 얘기하고 싶지 않은지 다시 나를 지키는 듯이 뒤돌아 손전등을 쥔 손을 총을 든 손 밑에 가져다 대고 주위를 경계한다. 또 다시 열면 화근이 될 입을 닫고 이파리의 가장자리를 손으로 꼭 쥐고 벽에 기대어 전정국의 뒷모습을 빤히 봤다. 역시나 나는 말을 많이 하지 않았던 세월이 티가 나는지 말솜씨가 더럽게 없다. 그래서 태형 선배와 자주 싸웠지. 감정 표현도 서투니 굳이 말을 못한다는 걸 설명할 필요가 없다. 이 와중에 김태형 생각이 나다니 참 나도 대단하다.
찌르르-.
벽에 머리를 기대 괴상한 나무들이 가린 하늘을 향해 위를 보고 눈을 감았다. 시간이 빠르게 흐른건지 벌써 밤이고 밤은 의외로 깊다. 낮보다 밤이 더 깊은 곳인가. 어디선가 들리는 흐르는 물줄기 소리. 가끔 지져귀는 새소리가 들리면 갑자기 높은 음을 꽥 지르는 소리와 함께 그 맑은 소리는 사라졌다. 괴물들에게 잡아먹혔겠지. 나도 아까 전정국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발달린 상어 괴물에게 잡아먹혔을 것이다. 살아남는 대신 발목을 다쳤지 뭔가. 그 이후로 전정국은 내게서 무전기와 총기를 모두 뺏어갔고 막말을 뱉긴 하지만 나를 지키는 분위기를 풍긴다. 한 손가락도 다치게 못할 작정으로 저러는 전정국은 꼬박 밤을 샐 생각이겠지. 하지만... 그런 괴물이 더 다닌다고 하였고 아직 고래의 꼬리조차 발견 못한 상태다.
눈을 감은 채로 몇 시간 채 되지 않은 그 시끄럽고 급박한 상황을 되짚어 보고 깨닫는다.
살아서 나갈 수 있을까.
좌절을 하며 잠들지 못하는 나에게 전정국은 뒤로 고갤 돌렸다. 무심하게 자신의 할 일을 하다 좀 전에 뺏은 유리의 레몬 향수통을 꺼내 보이며 도로 자신의 주머니에 넣었다.
"놈들은 냄새에 민감하게 반응해. 아까 상어도, 내가 아닌 너를 계속 공격했고. 지금도 여전히 항내 맡고 덤벼들잖아. 깜깜한데 어떻게 찾아오겠어? 향수 뿌리지 마. 안 그래도 충분히 맛있는 냄새나니까."
내일은 계속 고래 흔적 쫓아서 이 섬 조사를 하러 다닐거야. 조사하다보면 끝엔 괴물이 있겠지. 그러니 잠 확실하게 자 둬. 방해되면 너나 나나 다 불편하니까.
전정국의 말에 지금 내가 어떻게 해야되는지에 대한 판단에 혼돈이 왔다. 난 라이언하트가 아닌데 정말 자기의 팀같이 챙기고 드는 전정국이 이상하고 수상했다. 너라면 그 바다 위 그 자리에서 날 죽여도 남았을 거다. 하지만 이 섬까지 데리고 와 걸치적거려도 죽이지 않는 전정국을 나는 죽일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과연 이 상황은 모순되었다. 전정국이 나를 찾아와 강간한 것도. 강간한 이유도 나를 가지고 싶다는 것이었고. 그리고 그 말은 진심이었는지 자기 곁에서 떼어놓으려 하지않는 행동까지. 그리고 나. 나또한 전정국을 해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아, 또 시작되려는 복통에 약 두 알을 삼킨다. 한 알만 먹어야 하지만 한 알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았다. 난 전쟁 끝까지 짐이 되어선 안 된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현재 4:4
○ 전정국&민탄소 ○ 김태형
α [알파 island] (고래)-라이언하트 δ [델타 island] (사자)-크림슨하트
○ 김석진&김남준 [스크린] ○ 박지민
β [베타 island] (고래)-라이언하트 ε [엡실론 island] (사자)-크림슨하트
○ ○
γ [감마 island] (고래)-라이언하트 ζ [제타 island] (사자)-크림슨하트
○ 민윤기 ○
[크림슨하트 기지] (마지막 고래) [라이언하트 기지] (마지막 사자)
네... 너무 늦게 왔죠 ㅠㅠㅠㅠ
죄송합니다 ㅠㅠㅠㅠㅠ허벌나게 바빠서 어찌어찌해가지고 시간내서 썼습니다!
퇴고도 하고 막 고치는 것도 해야하는디 그럴 시간도 없고 맘만 급해 뒤져부러ㅠㅠㅠㅠㅠㅠ
글 내용이 신기할 수도 있어요. 진짜 조직물인데 판타지 물이야? (수근수근) 이러실 수도 있구욬ㅋㅋㅋ
괴물 묘사는 다음부터 제대로 할 예정입니다. 아직은 맛보기"? 이 다음은 태형이부분이랑 김석진,김남준, 윤기 부분이에요. 아마 지민이 부분은 ㅎ 타이밍에 맞춰서 떠 올리겠습니당. 한 3화 정도는 민탄소, 전정국, 김태형 분량으로 나갈 것 같네요. 김석진이랑 김남준도 적절히...
아아ㅣ러마ㅓ아러마어라ㅣ머 늦게 와버렸네요... 하 근데 이렇게 해서 크리스마스 안에 완결 낼 것 같아요. 시험...시험은...아... 시험 기간엔 또 ㅠㅠㅠ연재 중ㅠㅠ지
아이고...
시간 날 때 오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주말 작가는 이제 접고 일주일에 아무때나 오게 될 것 같아요...
댓글 일일이 달아들이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읽어주시는 것만으로도 지금 감지덕지인데 댓글까지 못써드리다니 참혹하네요. 작가가 시간배분엔 멍청이라서 스케쥴이 빡빡해져부랐어요ㅠㅠㅠㅠ
댓글 못 달아드려도 언젠간 몰아서 써드릴테니 맘 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이미 마상이실 테지만 ㅠㅠㅠㅠ아이고)
정말 죄송합니다...
아 그리고 너무 무서워서 우셔도 책임지지 않습니다...(긁적)
이상 그루잠입니다.
암호닉은 계속 받을 예정입니다. 중복되지 않게 조심해주세요! 최신 글에 신청받습니다.
텍스트 파일과 제본은 추첨하는 중입니다. 어떻게 추첨하는 지는 가르쳐드리지 않겠습니다 ㅠㅠㅠㅠ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암호닉 사랑이들-
망붕/너를 위해/오하요곰방와/탄소1/마틸다/보솜이/윤기모찌/부랑이/레모나/태태뿡뿡/태쁘/윤기융털/곰탱♥/목단/잼잼/
아쿠아/닭키우는순영/버블방탄/죠리뿅/다고쳐/버누/#Real V/효인/뀨뀨/도우너/정글곰/골드빈/꾸기안녕/4124/말순이/홉달래/막꾹수/
민구주님/김까닭/1600/침침쿠마/달콤한 방탄♥/흥탄소년단♥/숲/라이언킹/종구부인/영덕대게/꿀윤기/곱창/도로시/흑슙흑슙/뷔몽사몽/아방빠/히지/
라뿡까끄/알라/민빠답없/애독자/돼지꽃밤/베네/태꾹/♥/댛니/뀨뀽/자판기/김데일리/봄봄/냥냥이/태탱쿠키/토요일/상처/도로롱/
꾹블리/코카/뽀아/청천을/초딩입맛/민트/핑슙/청량/밀짚모자/태태야/쀼쀼/미시적관점/들로스/됴종이/모니몬/자몽/레모니/멜랑꼴리/방탄이즈뭔들/
깨알/깨알친구/득구/blue/이사/꿍따리샤바라/펭귄사탕/하루야채/댐므/넬리/팥빵/다영/두부/♥지인♥/꾸기꾸기/뚱이
이리다/미나리/박듀/작가님 사랑해요/즴늬/콩순이/1031/모찌모찌해/글로스/포뇨뇨/채꾸/설탕맛/빅키트박뿡/딘시/뿌용/
꼼데/생활과 윤리/travi/태정태세/정국노래자랑/태태한 침침이/먼지/
1부는 아마 2부의 내용의 새발의 피가 아닐까싶습니다. 2부가 훨씬 더 재밌을 것 같아요...
+ 그리고 프롤로그의 떡밥 중에서 하나가 나왔습니다. 고래는 원래 육지의 동물이었다는 부분이에요. 그러니 알파는 고대유적지고, 괴물들에겐 다리와 발이 있습니다.^^ 이번 화로써 한 떡밥을 풀었네요. 눈치채지 못하셨다면... 죄송합니다. 그래서 12화 2/2에 이 부분 올렸었는데 아무도 모르더라구요. 역시... 작가의 글은 좀 어려운 가봐요.
독방에 뿌린 떡밥 1,2# 가지고 계신 분들은 좋을 거에요. 오늘도 뿌릴려나...? 오늘도 아마 뿌릴 거에요. 순서대로 뿌리는 거니 혼합되진 않을 겁니당.
좋은 일요일 밤 보내세요~
이게 있으면 떡밥 글입니다.
[크림슨 하트는 18세기 영국의 폭군 헨리 8세에 대항하여 만들어진 작은 조직이였으나 눈덩이처럼 굴리고 불어나 다른 대륙의 조직들과 연합을 하여 우람하게 성장한 그들은 육지 위 권력자들을 뒤에서 군림하였다. 하지만, 능력이 늘어나고 높은 자리에 올라갈 수록 지저분해지는 책임감에 조직의 우두머리는 손 대는 족족 피로 칠갑한 길을 걷게되어 더러운 육지에서 벗어나 바다로 나아가길 원했다. 꿈꿔왔던 미래와 달리 자신의 조직이 대지의 일에 손을 대면 댈 수록 자신이 망쳐놓는 느낌이 든다고 생각한 그는 아름답고 깊은, 순수한 바다를 갖길 원했다. 고래는 수족이 없어지는 대신 광대한 바다를 자유로히 헤엄치길 원했다.
그는 대지의 조직들과의 인연을 끊은 후 바다로 나아갈 준비를 했고 그에 따르는 조직원들과 조직이 만들어진지 반백년만에 바다위로 커다란 배를 띄웠다.
그리고 우두머리는 조직의 명칭을 Crimson Heart라 작명했다. 피비린내나는 고래의 심장을 상징한다. 그리고 고래는 원래 육지의 동물이었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한다. 그는 육지에서나 바다에서나 언제나 동물들의 왕이었음에.
지금의 크림슨 하트 보스는 몇 세기 걸쳐 시시각각 변하는 바다를 지배하고 온갖 비밀스러운 일들을 어떤 방법이로든 처리하는 위대한 12명의 마피아 패밀리의 보스들 위를 군림하여 해양을 거느리는 존재가 되었다.
그러니까, 너무 긴 말을 요약하자면 고래를 상징하는 크림슨 하트는 전 세계의 두서있는 최고 해양 마피아 패밀리라고.
그런데 말이야, 크림슨 하트 패밀리 족보에는 여자가 단 한명도 없어. 그저 보스의 대를 이을 수단으로 쓰였다고 말하는 아버지의 옛말이 귀에 생생하지만 난 상관없어. 그깟 거 평생 숨기고 살면 되지 않아?
흔들리는 파도 너머 수평선을 가로지르는 작은 새끼 고래의 형상에 문득 가슴이 설랜다.]
-1화의 조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