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살랑거렸다. 엊그제만 해도 더웠는데 바람 냄새가 어느정도 차가워진게 느껴지니 이제 정말 가을로 들어서는 것같았다. 오랜만에 너와 처음 만났던 그 곳이 가고싶어졌다. 그때도 이렇게 바람이 살랑거리고 하늘이 파랬지. 그리고 너도 푸르고 날씨도 푸르던 날이었지 아마.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걷다보니 어느새 너와 처음 만났던 곳인 숲 아래 쪽의 들판에 와있었다. 기억을 더듬어 네가 앉아있던 자리와 비슷한 자리를 찾아 털썩 주저앉았다. 바람때문에 머리가 뒤로 날렸다. 이리저리 흩날리는 머리를 잡을 생각도 않고 멍하니 앉아있다가 고개를 무릎사이에 묻었다. 김명수. 작게 중얼거렸다. 네가 너무 보고싶어.
"뭐해?"
내 머리를 툭툭 치는 느낌에 고개를 드니 말도 안되는 상황이 내게 벌어져있었다. 김명수였다. 김명수가 내 앞에 있다. 드라마에서만 보던 상황이었다. 내게 이런 상황이 일어날리가없는데.
"김명수?"
"안춥냐? 바닥 찬데 쭈그리고 앉아서 뭐하는거야 여자애가."
내 팔을 잡고 일으켜세우더니 옆구리 사이에 끼고 온 담요인지 이불인지 모를 것을 바닥에 깔아주곤 날 다시 앉혔다. 그러곤 옆에 길게 삐져나온 것을 내 몸에 둘렀다. 내 옆에 털썩 앉더니 날 빤히 쳐다봤다.
"너..너 언제 왔어.."
"방금."
"방금 내려온거야?"
"어. 근데 너 왜 여깄냐."
여기 내가 자주 오던 곳인데. 주위를 둘러보며 말을 하는 김명수에 당황했다. 내가 여기 온 이유를 알아버리면 어떡하나 싶어서 심장이 쿵쾅거렸다.
"그냥..나도 너랑 가끔 오던 곳이었잖아. 너 서울가고나서는 나도 여기 자주 왔거든."
"내가 보고싶어서 온게 아니고?"
당황해 눈을 피하며 뭔 소리냐고 김명수 등을 살짝 힘을 실어 때리니 김명수는 아프다며 울상을 지었다. 솔직히 김명수의 말에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었다. 얜 무슨 눈치가 이리 빠르고 그런대..
"넌 나 안보고싶었어? 서울가서 내 생각 엄청 났지?"
"응. 거짓말 안치고 매일 매일했을껄 니 생각."
"어?"
장난기를 가득 담아서 물은 질문에 착 가라앉은 진지한 대답이 돌아오니 멍해졌다. 아 이게 아닌데. 또 말리는건가.
"장난치지말고 진짜ㄹ.."
"진짠데."
나 너 좋아하잖아. 이어지는 말에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잠시 심장이 멈추는 기분이 들더니 쿵쾅거리며 시끄럽게 뛰어대기 시작했다. 아 내 맘을 들킨 기분이다.
"야..야..아니..갑자기..."
"조용히해봐."
김명수가 갑자기 내 입을 큰 손으로 확 막았다. 이런 애가 좋아한다고 날? 숨이 막혀서 손을 떼어내려고 손을 잡고 내렸더니 생각보다 쉽게 떨어져나갔다.
"아 진짜 나 너 좋아하나봐 아직도."
입을 막던 손으로 내 손을 확 잡아오는 너에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고 너를 쳐다보니 그제서야 눈에 들어왔다. 바람때문인지 무엇때문인지 새빨개진 귀와 목이. 그 모습을 보니까 웃음이 나왔다. 최대한 소리 죽여서 웃다가 내 손을 잡은 네 손을 내가 다시 고쳐잡았다.
"나도 너 좋아해 명수야."
말을 끝내고 내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네 귀도 내 귀도 붉었지만 내 기억 속에선 너와 난 가장 푸르고 파릇거렸다.
사담 |
너무 오랜만이에요!ㅠㅠㅠㅠㅠㅠ 아이유님 앨범 짱!!!!!!!최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