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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un 전체글ll조회 2366l

 

떠나요

W. The Sun

 

 

학교 2013 박흥수 X 학교 2013 고남순

화이트 크리스마스 강미르 X 시크릿 가든 한태선

친구 2 최성훈 X 너의 목소리가 들려 박수하

신사의 품격 김동협 X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윤정혁

 

 

아름다운 그대에게 존김, 뱀파이어 아이돌 까브리,

검사 프린세스 이우현, R2B 지석현

 

 

 

 

 

단추를 두어 개 정도 풀어 남성적인 가슴 근육이 적당히 드러나 보이고, 소매를 적당히 걷어 힘줄과 핏줄이 도드라져 있는 팔이 훤히 보이는 흰색 와이셔츠와 긴 다리 라인을 부각하는 블랙 진. 검은 보트 슈즈와 은색의 고급 시계를 포인트로 매치한 성훈의 옷차림은 뭇 여성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을 수 있을 정도로 강인한 남성미를 부각하고 있었다. 제 차에 기대선 채 시계를 툭툭 두드리던 성훈은 바람에 흘러내린 앞머리를 정리하다가 문을 열고 나오는 인영에 고개를 들었다.

 

어깨 부분에 푸른색으로 포인트를 준 프린트가 되어있는 흰 린넨 셔츠 안에 흰색 민소매를 입고, 다리에 적당히 달라붙어 유려한 선을 보이는 블루진과 검은색 슬립온, 흰색의 시계, 갈색 가죽 가방을 매치한 수하는 요즘 젊은 층이 선호한다는 밝고 부드러운 남자 패션을 대표하고 있었다. 햇빛을 받으면 더 밝게 빛나는 갈색 머리칼과 뽀얀 피부까지. 그런 수하의 모습을 본 성훈의 한쪽 눈썹은 미묘하게 올라갔다. 저놈은 저렇게 입어도 꼭 기집애 같네. 생긴 것이 이쁘장해서 그런가?

 

 

 

“죄송해요. 준비하다보니 시간이….”

 

 

 

난처한 기색으로 어색하게 웃어 보이는 수하를 아무 말 없이 물끄러미 바라보던 성훈은 고갯짓으로 타라는 신호를 주며 먼저 차에 올라탔다. 와, 괜히 태워 달라 그랬나… 진짜 무섭다. 작게 몸을 떨며 조수석에 올라탄 수하는 시동을 거는 성훈을 흘끗 쳐다봤다. 성훈의 무심한 듯 시크한 눈빛이 정면을 향하고 있어 남성적인 옆선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수하는 시선이 마주칠 듯 하자 황급하게 고개를 창밖으로 돌렸다. 이 상태에서 생각 읽으면 진짜 끝장날 것 같다. 분위기 진짜 대박이다.

 

 

 

“뭐 그렇게 긴장을 했냐.”

“예?! 아, 전 그냥….”

 

 

 

겁먹은 것 같은데. 부드럽게 가속페달을 밟으며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는 수하를 살피던 성훈은 어깨를 으쓱하며 핸들을 돌렸고, 핸들을 붙잡고 있는 손의 네 번째 손가락에는 빛바랜 은색의 반지가 빛나고 있었다. 성훈의 검은색 세단은 별장 앞 주차장을 부드럽게 미끄러져 내려가며 가볍게 도로에 안착했다. 운전하며 차 시계를 바라본 성훈은 가볍게 숨을 내쉬며 핸들을 더 꽉 쥐었다. 아직까지 별 연락 없는 걸 보면 조용히 정리된 건가… 머리 아픈 건 한시라도 빨리 떨쳐내고 싶은데.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느라 성훈의 표정이 구겨지기 시작했을 때쯤,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렸던 수하는 그런 성훈의 표정을 발견하고는 다시 황급하게 고개를 돌렸다. 오와, 표정 진짜 무섭다…!

 

 

 

 

**

 

 

 

 

개운한 기분으로 잠에서 깨어난 미르는 한 손에는 검은 야상을 쥔 채 티셔츠 안으로 손을 집어넣고 도드라진 제 복근을 벅벅 긁으며 방 밖으로 터덜터덜 걸어 나왔다. 제대로 땀 빼서 그런 가 완전 개운하네. 기분이 좋아 오랜만에 드라이브나 나갈 겸 가볍게 발걸음을 옮기던 미르는 계단에 다다를 즈음 위층에서 들려오는 소란스러운 소리에 자리에 멈춰 섰다.

 

 

 

“아침부터 뭐지?”

 

 

 

잠시 계단에 멈춰서 위층 쪽을 바라보고 있으니 조금 다급한 표정으로 내려오는 동협과 마주치게 된 미르는 야상을 입으며 동협에게 물었다.

 

 

 

“무슨 일 생겼냐? 왜 이렇게 시끄러워?”

“지금 남순이네 식구들 다 난리 났어.”

“왜?”

“태선이 형 의식이 없나 봐.”

“뭐? 누가 의식이 없어?”

“태선이 형 말이야. 형이 제일 싫어하는 사람.”

 

 

 

걔가 갑자기 왜 의식이 없어? 순간 당황해 동협을 바라보던 미르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위층으로 올라갔고, 그런 미르의 뒷모습을 멀뚱하니 바라보던 동협은 새벽 사이에 사라진 정혁을 찾으러 바삐 걸음을 옮겼다.

 

 

 

 

**

 

 

 

 

태선의 방문 앞에는 안절부절 해 하며 그 앞을 서성이는 흥수가 서있었다. 척 봐도 그 안에 남순이 있다는 것을 눈치 챈 미르는 이런저런 잡생각을 집어치우고 그 방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러나 그 앞을 막은 흥수는 길을 비켜줄 생각이 없어보였다. 정확히는, 미르가 아픈 태선에게 또 무슨 짓을 할까봐 염려가 되어 길을 비킬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런 흥수의 행동에 미간을 구긴 미르는 흥수의 팔을 붙잡고 낮게 말했다.

 

 

 

“비켜라 박흥수.”

“형이 여길 왜 들어가.”

“한태선 상태 좀 확인하려고 한다. 왜?”

“형이? 뭐 하러?”

“비키라고 했다.”

“대체 무슨 의도야? 아픈 사람 놓고 또 무슨 짓을 하려고…!”

“비키라고!”

 

 

 

끝내 화를 내며 흥수를 밀친 미르는 문을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방 안에는 우현과 석현, 태선과 남순이 있었다. 의식이 없어 축 늘어진 태선의 몸을 우현과 석현이 낑낑거리며 부축하고 있었고, 그 뒤에 서있던 남순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 몸 위에 가디건을 덮어주고 있었다. 한태선. 그 세 글자를 속으로 부른 미르는 태선을 발견하자마자 제자리에 굳어버렸다. 항상 미르를 볼 때마다 도도함이나 귀찮음, 혹은 짜증스러움이 그득하게 담겨 있던 태선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라 있는데다 숨 쉬는 것조차 힘든지 조금 벌어진 입술 새로 끙끙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었고, 축 늘어진 몸은 우현과 석현의 부축을 받긴 했지만 정처 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제 몸을 가누지도 못하고 있다. 하루아침에 사람이 저렇게 될 수 있는 건가? 그런 태선을 발견한 미르는 무슨 이유에서 인지 선뜻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미르는 그것이 무슨 감정인지 정확히 파악하질 못하고 있었다. 미안함? 아니, 더 심한 죄책감? 그것도 아니면 의심인가? 정말 내가 저렇게 만든 건가, 하는 그런 의심? 원래 아플 예정이었다면? 난 이 상황에서도 빌어먹을 합리화를 시작하는 건가? 머릿속이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어버린 미르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바드득 이를 갈며 비틀거리는 태선의 앞으로 다가갔다.

 

 

 

“미르 형…? 형이 여긴 왜….”

“….”

“미르야, 태선이 빨리 병원에 가야해서 그런데 좀 비켜줄래?”

“….”

“강미르. 비켜라.”

 

 

 

앞으로 다가오는 미르를 발견한 셋은 크게 당황했다. 하필이면 도움을 주러 들어와도 태선의 천적인 미르가 들어오다니. 셋은 약간의 노파심에 각자 한 마디씩 던졌지만, 그런 남순과 우현, 석현의 말을 듣고도 멍하니 태선을 바라보던 미르는 갑자기 등을 돌린 채 제자리에 한 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런 미르의 행동에 당황한 셋은 제자리에 멈춰 섰고, 멀뚱하니 멈춰있는 셋을 곁눈질로 힐끗 바라 본 미르는 조금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업고 갈게요.”

“…뭐? 미르 네가?”

“급하다면서요. 빨리.”

 

 

 

짧은 시간에 시선을 교환한 우현과 석현은 하는 수 없이 태선을 미르의 등에 올려놓았고, 그런 태선을 가볍게 업고 일어난 미르는 빠르게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태선과 마주 닿는 등과 목덜미에 와 닿는 태선의 볼에서 끼쳐오는 뜨거운 열기에 미르는 왠지 모르게 자신의 머리까지 어지러워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줄 끊어진 마리오네트 인형처럼 제 어깨 위와 가슴 앞에서 이리저리 흩날리는 가녀린 팔과 손가락, 그리고 제 허리께에서 덜렁거리는 다리를 보자 순식간에 제 감정이 걱정스러움 이었단 것을 알아챈 미르는 속도를 더 올려 계단을 두 개씩 내려갔다. 이 새끼 이러다가 진짜 일 나는 거 아니야?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깨문 미르는 곧바로 방을 빠져나와 1층으로 향했다. 그런 미르의 행동을 바라보는 다른 가족들은 다들 당황한 표정으로 잠시 멈춰있었다. 다들 같은 생각을 하고 있던 탓이었다. 쟤가 왜…? 방 바로 앞에 있었던 흥수의 혼란스러움은 말할 것이 없었고, 거실 소파에 앉아있던 존의 혼란은 다행히도 금세 멎었다. 심지어 조용히 팝콘을 먹던 까브리 까지 당황해 있었다. 우와, 미르 친구가 태선 친구 업었다.

 

 

 

“미르야, 빨리 내 차로….”

“아뇨, 제 차가 빨라요.”

 

 

 

외부 주차장까지 걸어갈 시간이 없다. 차라리 차고로 가서 내 차로 가는 게 훨씬 빠를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며 제 뒤를 쫒아오는 우현의 말을 가로막고 1층에서 발을 돌려 차고 쪽으로 뛰어가는 미르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존은 한숨을 내쉬고는 작게 중얼거렸다.

 

 

 

“오늘 또 벌금 고지서 엄청나게 날아오겠네.”

 

 

 

내부 차고 안에는 외제차들이 여럿 주차되어 있었다. 존의 붉은색 페라리와 은색 벤츠. 성훈의 차인 검은색 맥라렌과 BMW 등등 그렇게 내로라하는 차량들 중에서도 단연 눈길을 끈 것은 미르의 백색 아우디 R8이었다. 보통 사람들은 차체를 만지는 것 자체도 꺼려하는 고가의 차량을 장난감 다루듯이 거칠게 다루는 미르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우현은 미르가 뒷자리에 앉힌 태선의 옆에 앉으며 빠르게 운전석에 타는 미르의 뒤통수에다 대고 작게 중얼거렸다.

 

 

 

“누구는 한참 월급 모아도 힘든 차를….”

 

 

 

우현이 자기를 까는지, 존이 자기를 까는지. 별로 개의치 않는 건지 아니면 알아채질 못한 건지 정신없이 빠르게 시동을 건 미르는 곧장 가속페달을 밟았다. 부릉- 하고 거친 소리가 나며 빠르게 앞으로 나아간 차는 미르와 태선, 우현을 싣고 근처 시가지에 위치한 병원으로 향했다.

 

 

 

 

**

 

 

 

 

“먼저 밥 먹고 가자.”

“네?”

“아침밥 먹어야지.”

“…?”

“존이 귀찮다고 그냥 먹고 들어오라고 그랬거든.”

 

 

 

작게 한숨을 내쉬며 횡단보도 앞에 차를 세운 성훈은 신호에 걸린 틈을 타 고개를 돌려 수하를 바라봤다. 말똥말똥. 동그란 눈을 깜빡이는 수하의 얼굴 안에는 수많은 물음표가 보이는 듯 했다. 진짜 당황했나 보네. 그런 수하의 표정을 보고 작게 웃은 성훈은 핸들을 한 손으로 가볍게 그러쥐며 말했다.

 

 

 

“좋아하는 거 뭐 없냐.”

“아… 아무거나 잘 먹어요 저. 그냥 편한 곳으로 가셔도 돼요.”

“그래? 그럼 아침이니까 간단하게 백반 정식이나 먹자.”

“네.”

 

 

 

그렇게 조금 더 달려 도착한 백반 식당은 근처에서 꽤 소문이 자자하다는 맛집이었다. 그 안에 들어서기 이전부터 곳곳에 달려있는 방송 출연 인증 플래카드들과 사진, 유명인사의 싸인들에 우와- 하고 작게 감탄사를 내뱉은 수하는 성훈의 뒤를 졸졸 따라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성훈과 수하의 자리는 식당 가장자리 즈음의 창문 자리였다. 햇빛을 좋아하는 편이었던 수하는 밝게 웃으며 자리에 앉았고, 그런 수하의 앞에 앉은 성훈은 물을 가지고 오는 종업원에게 정식 두 개를 주문하고는 아까부터 주머니에서 진동하던 제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벌써 소식이 온 건가.’

 

 

 

한 쪽 눈썹을 치켜든 채 핸드폰을 내려다보는 성훈의 눈을 힐끗 쳐다 본 수하는 그 생각을 금방 읽어내고는 귀에 이어폰을 끼며 말했다.

 

 

 

“전화 받고 오셔도 돼요.”

“…그럼 잠깐만 전화 좀 받고 올게.”

 

 

 

수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고, 핸드폰을 손에 쥔 성훈은 조금 달려 밖으로 나갔다. 같이 다니면 숨 막힐 정도로 어색할 것 같았는데… 어색하긴 하지만 버틸 만은 하네. 어깨를 으쓱하며 핸드폰을 들여다보던 수하는 발을 까딱거리며 음악의 박자를 맞추다가 어디선가 느껴지는 따가운 시선에 살짝 고개를 들었다. 그 시선의 주인공.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주인공‘들’은 수하가 바라보는 쪽 대각선 테이블에 앉은 여자 네 명이었다. 뭐가 그렇게 좋은지 뭐라 뭐라 중얼거리며 꺄르륵 웃어대는 그 여자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수하는 이어폰을 빼고 그 여자들의 생각을 읽었다.

 

 

 

‘와, 저 남자애 진짜 잘 생겼다.’

‘아까 나간 그 남자도 대박이던데 한 번 따라 나가서 전화번호 물어봐볼까….’

‘얘들한테 저 남자 뺏기면 진짜 짜증날 텐데… 어떻게 하지?’

‘헐, 대박. 맛집 왔다가 꽃미남 봤다고 자랑해야지!’

 

 

 

난리 났네 난리 났어. 잠깐 쳐다봤는데도 소란스럽기 그지없는 여자들의 생각에 작게 미간을 구긴 수하는 다시 이어폰을 끼고 핸드폰을 내려다봤다. 그렇게 음악을 세 곡 정도 듣자 성훈이 돌아왔다. 표정이 이전과 같은 걸로 봐서는 별 이야기를 하고 온 것 같진 않아 보였다.

 

 

 

“일 잘 풀렸어요?”

“너는 이어폰 끼고도 생각 읽는 재주가 있나보지?”

“아뇨, 이건 그냥 때려 맞춘 건데.”

 

 

 

어깨를 으쓱하며 자리에 앉은 성훈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의자에 편하게 등을 기대고 앉았다. 진짜 잘 된 건가…. 표정이 한결 같아서 당최 알 수가 없네. 자리에 앉은 순간부터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자신을 쳐다보는 성훈의 시선에 이어폰을 뺀 수하는 그 시선을 마주하며 생각을 읽었다.

 

 

 

‘너는 그런 쓸데없는 데에 신경 쓰고 살면 안 피곤하냐.’

“쓸데없는 데라뇨.”

‘남한테 신경 쓰고 사는 거 말이야. 충분히 쓸데없다고 생각하는데.’

“….”

‘그렇게 착하게만 살면 인생 살기 힘들다. 당하고만 살아 그러다가.’

 

 

 

성훈의 생각에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던 수하는 착하게 산다는 그 말에 순간 어떤 장면이 눈 앞을 스치고 가 가볍게 시선을 떨구고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

 

 

 

“…착하게만 살진 않았는데요.”

 

 

 

그런 수하의 대답에 성훈의 표정에 묘한 호기심이 떠올랐다. 무슨 소리일까. 가볍게 눈을 내리깐 채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는 제 손을 꼼지락 거리는 수하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성훈은 수하의 눈에 약간의 후회와 두려움이 서려있는 것을 알아채고는 그것을 풀어줄 요량으로 몸을 앞으로 기울이고는 말했다.

 

 

 

“나만큼?”

 

 

 

성훈의 말에 고개를 든 수하는 말없이 성훈과 눈을 마주쳤다. 그 시선을 따라 수하에게 쏟아져 들어오는 생각들은 온통 누군가를 폭행하는 장면들이었다. 가볍게 때리는 것부터 시작해서 단체로 누군가와 싸우거나 어떤 대상을 일방적으로 폭행하는 그 무서운 장면들을 고스란히 받아들이고 있던 수하는 작게 아랫입술을 깨물며 안 좋은 기억을 잊으려는 듯 눈을 꽉 감았다. 그런 수하에게 오롯이 남은 감정은 두려움 뿐이었다. 그렇게 무서운 일을 하는 사람과 같이 있다는 공포심. 그 공포심에 후회스러웠던 일을 잊긴 했지만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리는 수하를 발견한 성훈은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긁적였다. 방법을 잘못 선택했나. 얘 또 겁먹었다.

 

 

 

“정식 2인분 나왔습니다.”

 

 

 

차갑게 굳어버린 성훈과 수하의 사이를 나름대로 회복시켜준 건 얼마 지나지 않아 나온 백반 정식이었다. 종업원이 사라지자 작게 한숨을 내쉰 성훈은 숟가락을 집어 들며 말했다.

 

 

 

“더 하고 싶은 이야기는 나중에 해. 일단 밥부터 먹고.”

 

 

 

작게 고개를 끄덕인 수하는 묵묵히 밥을 먹기 시작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수하는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잘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는 상태였다. 머릿속은 온통 ‘진짜 무서운 형’ 이라는 문장으로 그득 차 있었고, 그렇게 한참을 끙끙거리며 밥을 먹고 있는데 또 다시 따가운 시선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거 분명 아까 그 여자들이다. 작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든 수하는 그 여자들 뒤의 테이블을 보는 척 살짝 시선을 옆으로 돌리며 생각을 읽기 시작했다.

 

 

 

‘와, 비주얼 대박이다 진짜. 어떻게 저런 사람들끼리 친할 수 있지?’

‘친형인가? 아니, 친형이라기엔 너무 다르게 생겼는데….’

‘대박, 대박, 대박. 사진 찍고 싶다. 진짜 찍고 싶다.’

 

 

 

어쩌면 저렇게 생각을 빨리 할 수 있는 걸까. 저도 같이 바빠지는 기분에 작게 한숨을 내쉰 수하는 시선을 거두려다가 마지막으로 읽어낸 생각에 몸을 움찔- 하며 굳어버렸다.

 

 

 

‘둘이 사귀는 사이인가? 완벽한 남자들끼리 다니면 거의 그렇다던데.’

 

 

 

누가 사귀는 사이…? 우리가 사귀는 걸로 보이나? 생각이 거기에 까지 미치자 갑자기 사레가 들린 수하는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콜록- 콜록- 기침 소리가 거칠어지자 고개를 든 성훈은 컵에 물을 따라 건네주며 괜찮느냐 물어봤고, 물을 받아들고 힘겹게 마시며 고개를 끄덕인 수하는 입가를 손가락으로 훑으며 숨을 몰아쉬었다.

 

 

 

“뭐 잘못 먹었냐. 깜짝 놀랐잖아.”

“아, 죄송해요. 잠깐 딴 생각하다가….”

“잠깐만.”

“네?”

 

 

 

어색하게 웃은 수하가 고개를 숙이려는 순간, 빠르게 뻗어 나온 성훈의 긴 손가락이 수하의 입술과 볼을 스치고 지나갔다. 워낙 빨랐던 손길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자각하질 못해 멍하니 정면을 바라보던 수하는 시간이 좀 지나자 몸을 파드득 떨며 뒤로 물러섰고, 그런 수하의 반응에 고개를 갸웃거린 성훈은 제 손을 휴지로 닦으며 말했다.

 

 

 

“기침하느라 밥풀 튀긴 거 묻어서 닦아줬는데 반응이 왜 그러냐.”

“예? 아, 그게… 아니, 갑자기 그러셔서….”

“그래, 뭐. 마저 먹어라.”

“…네.”

 

 

 

아오, 쪽팔려. 눈을 꽉 감으며 제 허벅지를 강하게 내려친 수하는 여자들이 앉아있는 테이블 쪽을 짜증스럽게 한 번 훑어보고는 다시 밥을 먹기 시작했고, 고개를 푹 숙인 채 밥을 꾸역꾸역 먹는 수하의 조그마한 머리통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성훈은 옅게 미소 지으며 소리 없이 웃었다. 그거 참 귀여운 놈이네.

 

 

 

 

 

***

 

 

성훈수하 & 미르태선 에피가 생각보다 길어져서 적당히 잘라냈습니다.

다음 화에는 아마 네 커플 모두 분량 적당하게 나올 것 같아요~

아, 그리고 가끔가다가 미르는 백수냐는 댓글이 올라오곤 하는데요...

미르 백수 아니에요 ㅠㅠㅠㅠㅠㅠㅠ 차도 2억짜리 타고 다니잖아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다음 화에서 미르 직업이 뭔지 나올 예정입니다. 참고로 유혹에 나오는 것처럼 킬러 아닙니다 ㅎㅎㅎ

헤헿 여기 미르는 착하게 사는 아이니까요 헤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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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태선이가 아프다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그나저나 왜 전 까브리밖에 안보이죠?ㅋㅋㅋㅋㅋㅋ너무 귀여워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
11년 전
독자2
아 수하 귀여워ㅠㅠㅠㅠㅠㅠ
미르도 은근 귀엽네용ㅎㅎ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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