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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The Sun

 

화이트 크리스마스 강미르 (미친미르) X 시크릿 가든 한태선 (썬)

 

  

 

 

 

 

 

 

“상처 상태는 생각보다 괜찮네. 복부는 다시 손 좀 보고.”

“어.”

“실력 좋네. 상처 손봐준 사람.”

“그래?”

 

 

 

잘 해준 줄은 몰랐는데. 이젠 익숙해진 약품 냄새를 크게 들이 쉰 나는 아문 상처들의 실밥을 풀어 처리한 뒤 봉합용 실을 준비하는 최치훈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저거 설마 마취도 안하고 무작정 찔러 넣는 건 아니겠지.

 

 

 

“강미르.”

“왜.”

“이곳에 숨어 있는다고 들킬 염려가 없는 건 아닌 거 알지.”

“어.”

“우리가 계속 숨겨줄 수 없는 것도 알고 있을 거라 믿는다.”

“알아. 한태선 상처가 다 나으면, 조용히 숨어살 거야.”

“반가운 소리군.”

 

 

 

아, 거봐. 이 새끼 마취 안하고 상처 꿰매는 거 봐라. 아오, 겁나 아파! 그래도 자존심 상 아프다고는 못하겠어서 이를 악문 나는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고통을 참아냈다.

 

 

 

“강미르.”

“어으윽… 어? 어, 왜.”

“그냥… 궁금해서 따로 알아봤는데. 생각보다 상황이 더 심각한 거 같아.”

“…그래서.”

“조심하라고. 죽지 말고.”

“…답지 않게 걱정해주는 거냐.”

 

 

 

최치훈은 아무 감정 없는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아, 이 새낀 다 좋은데 저 거지 같은 표정이…! 아오, 개새끼! 넋 놓고 있는 사이에 팍 찔러 넣는 게 어디 있냐!

 

 

 

 

**

 

 

 

 

아… 이거 엄청 쑤시는 것 같아. 아물어 가던 상처를 다시 튿고 꿰매서 그런지 계속해서 욱신거리는 상처를 부여잡은 나는 애써 아픈 티 내지 않으려 심호흡 하고는 병실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항상 보는 병원 풍경이었지만 오늘은 왠지 조금 더 활기찬 것 같았다. 맞은 편 병실에 있는 할아버지의 암 완쾌 소식이 알려진 이후로 모든 환자들이 희망을 가지기 시작해서 그런 가… 복도 안은 항상 밝은 표정의 사람들만 보이는 것 같았고, 그런 사람들을 둘러보던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곁을 지나가는 간호사에게 가볍게 목례를 했다. 이렇게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 사이에… 평생 손에 죽음을 쥔 채 피를 묻혀야 하는. 생명을 우습게 볼 수 밖에 없는 킬러가 섞여 있다는 것을 알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대놓고 쌍욕부터 날아오려나. 병실 문고리를 잡은 채 작게 한숨을 내쉰 나는 애써 우울해진 표정을 감추며 문을 열었다.

 

 

 

“어디 갔다 왔어?”

 

 

 

날 기다린 건지, 아니면 방금 깼는지 침대 위에 멍하니 앉아있던 한태선은 내 걸음 소리가 울리자 고개를 돌리며 그렇게 말했다. 고개를 돌리다 가볍게 흐트러진 붉은 머리칼을 고개를 흔들어 정리하던 한태선은 누워 있던 몸을 일으켜 침대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는 옅게 웃었다.

 

 

 

“내 상처 살펴보느라. 넌 어때, 좀 괜찮아?”

“응.”

 

 

 

크게 목을 울리지 않아 벌어진 입새로 작게 새어나온 대답은 내 귓가에 닿으며 부드럽게 흩어졌다. 어디 더 아프기라도 한 건가. 목소리가 영 시원치 않은데. 걸음을 옮겨 침대에 가볍게 걸터앉은 난 한태선의 희고 긴 손을 가볍게 붙잡았고, 그런 내 행동에 천천히 나에게로 맞춰진 한태선의 눈동자는 희미하게 웃고 있는 듯 했다.

 

 

 

“괜찮은데 목소리가 왜 그래.”

“우리 둘 밖에 없는데 굳이 목소리 크게 낼 필요는 없잖아.”

 

 

 

그렇긴 하지. 작게 웃은 나는 한태선의 여린 몸을 한 팔로 감싸 안으며 내 쪽으로 가볍게 끌어당겼다. 깃털처럼 가볍게 품에 안긴 한태선은 제 주인의 사랑을 받으려 애교를 부리는 고양이 마냥 고개를 내 턱에 비비적대며 웅얼거리듯 목을 울렸다. 한태선의 부드러운 머리칼이 내 목을 간질인다. 그리고… 그 머리칼보다 부드러운. 아니, 어쩌면 거칠지도 모르는 무언가가… 내 속을 간질였다. 오래 참았잖아 새끼야. 좀 더 버텨봐. 길게 뻗은 흰 손가락이 내 볼을 스치는 순간에도, 내 입술에 그 도톰한 입술이 닿았을 때도. 그 간질거림을 참느라 죽는 줄 알았던 나는 내 바지 버클을 풀어내려는 손을 가볍게 붙잡으며 작게 말했다.

 

 

 

“한태선.”

“….”

“아니, 태선아.”

“…?”

 

 

 

한태선은 그런 내 목소리에 조금 놀란 듯 눈을 가늘게 뜨며 고개를 한 쪽으로 기울였고, 그런 한태선의 볼을 가볍게 쓰다듬은 나는 옅게 웃으며 한태선을 내 허벅지 위에 앉혔다.

 

 

 

“상처 다 나으면 도망치자. 도망쳐서… 조용해 질 때까지 숨어있자. 우리 둘이.”

“….”

“집하나 더 있어. 조용한 곳에… 아무도 모르는 곳에 있으니까 거기서 같이 살자. 거기면 안전할 거야.”

“하지만….”

“계속 여기에 숨어 있을 수는 없잖아. 안 그래?”

“…알았어.”

 

 

 

입꼬리를 올려 빙긋이 웃는다. 그와 함께 새침한 눈꼬리도 곱게 휘어져 있어 내 목뒤를 부드럽게 감아오는 가녀린 팔을 자각 못할 정도로 내 시선을 빼앗아 갔다. 가볍게 벌어진 도톰한 입술 사이로 새어나오는 얕은 숨과 그 숨을 따라 보일 듯 말 듯 애타게 모습을 드러내는 말캉한 혀까지. 내 물음에 대한 대답을 꼭 이렇게 해야 되겠냐. 병실 문도 안 잠갔는데. 한태선의 의도를 알아채고 작게 웃은 나는 너무 말라 헐렁거리는 환자복 상의 단추를 천천히 풀어 내며 작게 속삭였다.

 

 

 

“그래… 나도 참는데는 한계가 있다. 이리와.”

 

 

 

 

**

 

 

 

 

“뭐하다 상처가 터졌어?”

“그러게.”

“치훈이가 조심하라고 안하던?”

“못 들었는데 그런 거.”

“못 들었어도 그건 기본 상식이야 멍청한 새끼야! 누가 상처 막 꿰맸는데 격한 운동하래!”

“내가 하루에 운동을 2시간 이상 안 하면 입에 가시가 돋아서 말이야. 런닝머신이 날 부르는데 어떡하냐 그럼.”

 

 

 

내가 그렇게 말하자 작게 웃는 한태선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게 누구 때문에 터진 건데 웃냐. 살짝 기분이 상해 투덜거리던 나는 최치훈과는 달리 마취 주사를 먼저 놓고 상처를 꿰매기 시작하는 유은성의 행동에 작게 감탄하며 꿰매는 모양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확실하게 여자라 그런지 배려심이 남다르단 말이지. 마취도 안 하고 지랄맞게 상처 꿰매는 누구보단 훨씬 낫구만.

 

 

 

“아… 배 아프다.”

“배 아프다구요? 태선씨 탈났어요? 뭐 먹은 것도 없어서 탈날리가 없는데?”

“그 배가 아닌 것 같기도 해요.”

 

 

 

제 아랫배를 문질거리며 날 바라본 한태선은 싱긋 웃으며 제 침대 위에 폭 누웠고, 그런 한태선과 나를 번갈아 보던 유은성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며 상처를 다시 꿰매기 시작했다. 아… 한태선…. 너 지금 안에다 했다고 시위하는 거냐 뭐냐. 오랜만이라 조절이 안 됐다고 그렇게 미안하다고 했는데 진짜… 이렇게 비겁하게 나오다니. 언제 날 잡아서 진짜 삐뚤어진 모습 좀 보여줘야 겠군.

 

 

 

“또 상처 터져서 오면 그 땐 더 갈라줄 줄 알아.”

“어이고, 무서워라.”

“장난치지 말고!”

“억! 알았어!”

 

 

 

장난인데 뭘 때리냐! 너무 세게 맞아 울리는 것 같은 머리를 부여잡은 나는 세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작게 숨을 뱉었고, 그런 내 대답에 만족한 건지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 유은성은 봉합 도구를 들고 병실을 나갔다.

 

 

 

“아, 맞다. 태선씨 이제 뭐 먹어도 될 거야. 부담되지 않게 죽부터 사다 드려.”

“어. 고맙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 안도의 한숨을 내쉰 나는 상처를 꿰매느라 벗어뒀던 티셔츠를 입으며 침대에 걸터앉았다.

 

 

 

“들었냐? 의사란 인간이 저렇게 무섭게 나온다. 와.”

“그러니까 내가 그냥 앉아서 하겠다니까 왜 나서서….”

“아, 잡혀 있을 때 생각나서 싫다고 몇 번을 말 하냐.”

“자기도 좋았으면서 꼭 그래요.”

“솔직히 더 재미 본 쪽은 너였지.”

 

 

 

좋다고 헐떡이던 게 눈에 선한데 누굴 속이려고. 아니, 솔직히 아까도 좋다고 막 허리를….

 

 

 

“강미르. 너 전화.”

 

 

 

이 시간에 웬 전화? 눈을 가늘게 뜬 나는 한태선이 건네준 내 핸드폰을 받아들고 화면을 확인했다.

 

 

 

“…잠깐 나갔다 올게.”

 

 

 

 

**

 

 

 

 

“무슨 일이야.”

- 팀 S에 내분이 생긴 것 같아.

“내분?”

 

 

 

한태선 하나 없어졌다고 내분이 일어났다고? 한태선이 대체 무슨 카드를 쥐고 있는데 그렇게 못 잡아 안달인 거지…? 병원 옥상 정원으로 올라와 아무도 없는 곳을 찾아 자리를 잡은 나는 주변을 살피며 핸드폰의 볼륨을 조금 낮췄다.

 

 

 

“자세하게 말해봐.”

- 팀 S가 정확하게 두 동강이 났는데, 내가 알아본 바로는 한태선을 죽이려는 쪽과 살리려는 쪽. 이렇게 두 개로 나뉜 것 같아.

“살아있는 건 어떻게 알았고?”

- 강미르. 그 놈들은 네가 아는 것처럼 그렇게 아둔한 녀석들이 아니라고.

 

 

 

아직 들이닥치지 않은 걸로 봐서는 위치는 파악 못한 것 같았다. 위치까지 파악 하는 날엔 그야 말로 진짜 전쟁이겠지. 나한테 남아있는 무기들도 얼마 안 남은 이 마당에 참 뭣 같은 소식이네. 조급함에 엄지손가락을 살짝 깨문 나는 난간 쪽으로 걸어가 주차장 쪽을 둘러보며 의심스러운 인물이 있는지 자세히 둘러봤다.

 

 

 

“여기까진 아직 못 알아챈 것 같은데.”

- 시간 문제야. 제대로 움직이고 있는 놈의 급이 다르다고.

“누군데.”

- 팀 S의 몇 안 남은 SSS급 요원. 오스카.

 

 

 

역시 임무하다 죽었다는 말은 루머였군. 어디 숨어있다 이제 와서 얼굴을 드러내는 지…. 작게 이를 간 나는 이미 날 한번 이겼던 요원이 이쪽을 노리고 있다는 생각 보다 그 빌어먹을 새끼가 한태선의 첫사랑 이었다는 것에 화가 나 벽을 한번 걷어찼다. 나한테서 뺏으려고 모습을 드러낸 거냐. 오스카. 애초에 한태선을 못 지킨 새끼는 너잖아. 빌어먹을!

 

 

 

- 어쨌든. 조심해라 강미르. 지금 마담 I도 눈 까뒤집고 너네 찾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고.

“어.”

- 그래도 안심하고 조금은 쉬어도 될 거다. 우리 쪽에서도 지지 않고 방해하고 있으니까. 위치까지 파악하려면 좀 걸릴 거다. 우리 실력 너도 알잖아?

“…알았어. 정보 고맙다.”

 

 

 

전화를 끊은 나는 자리에 주저앉으며 길게 숨을 뱉었다. 데드라인이… 생각보다 빨리 다가오고 있다. 길어봤자 2주 정도 벌 수 있을 텐데…. 그 사이에 모든 것을 정리하고 떠날 수 있을까. 고개를 푹 숙인 채 바닥을 멍하니 응시하던 나는 고개를 저으며 몸을 일으키고는 다시 병실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

 

 

 

여러분 죄송합니다. 제가 본의 아니게 거짓말을 했어요...

크흛... 유혹... 이번 화가 마지막이 아닙니다 ㅠㅠㅠㅠㅠㅠ

부족한 뒷 이야기 확충을 하느라 분량이 조금 더 생기고 말았어요~

ㅎㅎㅎㅎㅎㅎㅎ

예... 결론은...

 

아직 몇 화 더 남았다는 것이지요. 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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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진짜 저 계속 기다렸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다음화도 기대할게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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