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아파트 사는 학교 선배 김선호와
거의 우리 집에 살다시피하는 불알 친구 우도환
이 둘이 번갈아가며 내 마음을 쥐고 마구 흔드는 썰
02
그런 일이 있은 후부터 나는 우리 학교의 주요 인물로 이름이 오르락 내리락 해야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잘생긴 새내기로 소문난 우도환은 원래부터 나의 불알 친구로 우리 둘이서만 붙어다니는게 익숙했고, 만인의 연인이던 김선호마저 어제부로 내 주위를 얼쩡대기 시작했기에 나에 대한 관심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밥도 같이 드시게요?"
"응, 어제 술도 너네가 샀는데 해장 정도는 내가 시켜줘야지. 뭐 먹을래?"
"취하셔서 기억 안나시나본데 어제 계산 굳이굳이 본인이 하겠다고 우기셔서 선배가 했거든요, 저희 밥은 신경 안쓰셔도 될 것 같은데."
"아 그랬나? 나 같이 먹을 사람 없어서 그래, 괜찮으면 같이 먹어줘라 좀."
"뭐, 안괜찮을건 없긴 한데...,"
"그치? 네가 괜찮으면 됐어. 뭐 먹을래, 내가 살게."
"돈 많으신가봐요. 그럼 소고기나 사주시죠, 한우 때깔 좋은걸로. 우리 여주 그런거 좋아하거든요 비싸고 양 적은거."
밥 먹으러 가기도 전부터 피곤한 두 사람의 적대적인 태도를 가로막고 애써 웃으며 학식이나 먹자고 둘을 끌고 가는데 온갖 시선을 받는 기분이란, 내 인생에 그런 주목은 살면서 없을 일이었다.
어제는 같이 2차를 가느니 뭐니 하면서 능글맞게 잘도 굴던 우도환은 대체 뭐 때문에 심술이 저렇게 났으며, 나 또한 어제 일은 기억이 안난다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따라오는 김선호는 왜 저러는거냐고.
"맛있는거 사주려고 했는데 무슨 학식을 먹냐. 맛도 없는데 우리 학교 학식."
"됐어요. 선배가 저한테 밥을 왜 사줘요."
"사주고 싶으면 사줄 수도 있지 이유가 뭐 중요한가. 그,... 어제 보니까 잘 먹는게 보기 좋던데."
"계산을 누가 했는지도 모르시는 분이 그런건 퍽이나 기억나시나봐요."
"나 별로 입맛 없어서 먼저 가있을게. 밥 다 먹으면 전화해 김여주."
"어? 간다고? 어디 가있게? 야, 전화할게."
뭐가 빈정이 상했는지 내 대답은 듣지도 않고 가버리는 우도환을 뒤로하고 밥이나 먹자싶어 수저를 드는데 시선이 막 느껴지는거 있지.
부담스러운 그 시선에 아 왜요, 하고 쳐다보면
"뭐가? 나 신경쓰지말고 얼른 밥 먹어."
"아 뭔데요. 할 말 있어서 여기까지 따라오신거잖아요. 저 진짜 기억 안난다니까요?"
"그래 그렇지. 넌 기억이 안난다고 하지만 언젠가 갑자기 기억이 날 수도 있는거고, 혹시나 그러면 당사자는 나니까 내가 제일 먼저 아는게 좋지 않을까 해서,
어 그래서 당분간은 내가 네 옆에 좀 있을까 해서 말야."
"아니, 기억이 나면 아무한테도 말 안하고 선배한테 제일 먼저 말씀 드릴게요 그럼 되잖아요."
"왜? 나랑 같이 있는게 그렇게 싫은가?"
"그런게 아니라, ...굳이 같이 다닐 필요가 뭐가 있어요 저희가 친한 것도 아닌데."
"친해지면 되잖아. 친해지자. 친해질게, 내가."
"네?"
"어떻게하면 친해질 수 있는데 너랑. 내가 먼저 다가가면 돼? ...오늘처럼?"
이러는데 도대체 뭐 때문에 내 가슴이 이렇게 뛰는건지 모르겠다.
이래서 다들 남자는 얼굴이다 하는건가,
나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나와 정말 친해지고 싶은것도 아니고, 정말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나에게 다가오겠다는 저 남자가 왜 내 마음을 흔들고 있는거냐고.
"빨리도 온다. 얼어 죽는 줄 알았네."
"아 미안. 그렇게 나가는게 어딨냐 나랑 선배랑 둘만 두고. 어색해 죽는 줄 알았잖아."
"어색했어 나 가고나서? 역시 나만큼 편하고 좋은게 없지?"
"비교할걸 비교해라. 우리가 알고 지낸 시간이 얼만데."
"시간 때문 아닌데. 난 처음 봤을 때부터 니가 제일 편하고, 니가 제일 좋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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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너무 많아서 깜짝 놀랐어요 ㅜ_ㅜ
제 글을 읽고 좋아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 또 감사드립니다 모두들 좋은 하루 되시고, 선호하시고, 도환하세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