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이사님을 사랑하게 되었다
written by. 핑키포키
"정말 고마워, 예지가 너랑 꼭 같이 놀이동산 가야한다고 해서..
쉬는 날 방해한거 아니지?"
"아니예요. 저도 예지랑 놀고 싶었어요."
"참, 나 너한테 할 말 있어."
"저한테요? 뭔데요?"
"나 만나는 사람 생겼어."
"....네...?"
"얼마전에 동창회에서 만났어. 말도 통하고 마음도 통하고
무엇보다 내가 애 있는 돌싱남인데 괜찮대."
"......."
"너만큼 착하기도 하고. 그래서 만나기로 했어."
"...축하드려요. 이번엔 아름다운 사랑 하시길 빌어요."
"역시. 이렇게 좋은 말 하는사람 너 밖에 없다."
토요일 아침부터 이사님의 전화를 받고 부랴부랴 씻고 옷 입고 이사님 차를 타고 예지와 함께 놀이동산에 왔다.
예지랑 이사님이랑 같이 놀이기구도 타고 점심도 먹고 사진도 찍으며 정말 오래간만에 좋은 추억거리가 생겼다.
예지가 혼자 회전목마를 타는 사이 이사님이 나에게 만나는 사람이 생겼다고 훅 들어오듯 말했다.
나는 당연히 충격에 빠졌고 겨우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이사님에게 축하한다고 말했다.
회전목마가 끝났는지 예지가 나왔다. 이사님이 예지를 안으며 이제 집에가서 푹 쉬자고 했다.
예지는 나에게 집에가서 같이 저녁 먹자고 말해서 알겠다고 말하고 이사님 차를 타고 이사님 집에 왔다.
이사님 집에 들어오니 여자 구두가 있었다. 그리고 낯선 여자 목소리와 함께 현관에 여자가 이사님과 예지를 반겨주었다.
여자에게 인사를 했고 여자는 이사님에게 뽀뽀를 했다.
이사님이 당황하며 손님이 있는데 뽀뽀하면 어떡하냐고 하니까 여자는 미안하다며 자기가 아메리칸 스타일이라 그렇다고 했다.
여자가 손님이 올 줄 알았다면 더 맛있는거 해줬을거라고 말한다.
이사님이 씻는사이 예지랑 나랑 먼저 주방에 와서 자리에 앉는데 예지 표정이 이상하다.
식탁을 보니 미나리와 파프리카가 있었고 여자는 예지 옆에 앉아 미나리를 밥 위에 올려주었다.
"미나리랑 파프리카는 빼주시죠."
"네?"
"예지 미나리랑 파프리카 못 먹습니다. 이사님이 말씀 안해주셨습니까?"
"해줬긴 한데.. 그래도 조금씩 먹으면 괜찮을까 해서.."
"애가 못 먹는걸 식탁에 올리면 어떡합니까,
이사님이 분명 예지가 이런거 먹으면 구토한다고 알려줬을텐데도
그쪽은 이사님 말씀 무시하고 미나리랑 파프리카를 식탁에 올렸다고요?"
"그, 그게..."
"이사님이 요즘 바빠서 늦게 집에 들어가셨습니다. 그동안 그쪽이 예지를 돌봤을테고요."
"......."
"예지랑 밥 먹을때마다 미나리랑 파프리카 식탁에 올렸습니까?"
예지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미나리랑 파프리카 먹기 싫은데 억지로 먹였다고 울면서 말했다.
여자는 미안하다면서 미나리랑 파프리카가 담긴 접시들을 뺐다.
예지는 눈물을 닦으면서 그제서야 밥을 먹기 시작했다.
이사님이 씻고 주방에 와서 분위기가 이상한걸 감지했는지 자리에 앉으며 분위기가 왜 그러냐고 물었고
여자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다. 예지랑 나는 먼저 밥을 다 먹고 예지가 있는 방에 들어왔다.
"언니 고마워..."
"고맙긴.. 예지도 미나리랑 파프리카 못 먹는다고 저 언니한테 말 했었어?"
"응... 말 했었어.. 그런데 저 언니는 나 키 커야 한다고 채소 먹어야 키 큰다고 억지로 먹였어.."
"아빠한테는 말 했어?"
"한번 말했는데 아빠는 저 언니한테 나 그런거 못 먹으니까 주지 말라고 말했어..
그 뒤로는 아빠가 바빠서 매일 늦게 들어오니까 저 언니가 매일 내 저녁 차려주러 오는데
매일 미나리랑 파프리카 식탁에 있었어.. 못 먹으면 화 내고.."
"......."
"아빠는 저 언니랑 결혼까지 생각하는거 같아.
말리고 싶은데 아빠가 저 언니 엄청 좋아해서..
근데 난 저 언니 싫어.. 저 언니가 새 엄마 되면 나 매일 혼나고 맞을거 같아.."
"......."
"언니가 우리 아빠 말려주라...
저 언니 이상해.. 응?"
"그건 안돼, 예지야. 아빠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잖아.
언니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예지도 저 언니 좋아해줬으면 좋겠어.
다음에도 미나리랑 파프리카 먹으라고 하면 아빠한테 꼭 말해."
"알았어 언니... 차라리 저 언니 말고 언니가 내 새 엄마했으면 좋겠어."
예지가 나보고 자기 새 엄마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듣고 코 끝이 찡해졌다.
예지가 울어서 그런가 졸립다고 했다. 예지를 화장실로 데려가 씻겨주고 잠옷으로 갈아입힌뒤
예지가 침대에 눕고 예지를 재워주었다.
예지 방에서 나와 집에 가려고 현관에 왔는데 이사님이 벌써 가냐고 데려다주겠다고 말했지만
괜찮다고 혼자 집에 갈 수 있다고 했다.
이사님에게 인사를 하고 집까지 걸어오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내 인생에서 눈물 같은거, 슬픔 같은거 없을 줄 알았는데
지금 완전 눈물나고 엄청 슬프다.
-
"오늘은 지각했네?"
"....죄송합니다.. 약국 좀 들르느라.."
"아파? 어디가 아파?"
"약간 감기..."
"야, 아프면 쉬어야지. 나한테 전화하고 쉬지 그랬어."
"괜찮아요. 버틸만 해요.. 오늘 이사님 스케줄.."
"진작 확인했어. 오늘 오전 내내 회의 있고 오후에는 세미나 참석 있지?"
"...네."
"근데 너 진짜 버틸 수 있어? 내가 봤을때 너 오늘 쉬어야 할 거 같은데."
"....괜찮습니다. 세미나는 저랑 같이 가야 합니... 콜록, 콜록...!!"
감기와 함께 몸살도 걸린 것 같다. 아, 상사병도 같이.
살다살다 이제는 상사병에도 걸려본다.
이제 이사님 좋아하는거 체념해야하는데 하루에도 몇 번씩 이사님이 생각나고
이사님 생각하면 얼굴이 빨개지고....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이사님이 자꾸 조퇴하라고 한다.
이사님이 자기 손으로 내 이마에 손을 대보더니 열이 너무 난다면서
오늘 하루 집에서 푹 쉬라고 계속 말한다.
난 괜찮다고 말했고 이사님 앞에서 약을 먹었다.
"어휴, 진짜. 너 내가 회의 갔다오고 나서도 열 있으면
내가 너 조퇴시키고 집에서 푹 쉬게 할거야.
그동안 여자직원 휴게실가서 푹 자고 있어.
오늘 아무것도 하지마."
이사님이 회의에 참석하러 회의실에 가고 나는 곧장 여자직원 휴게실에 와서
침대에 누워 이불을 꽁꽁 싸매고 누워 잠을 자고 일어나니 오후 2시였다.
세상에, 나 엄청 잤네. 핸드폰을 보니 이사님한테서 전화가 한번도 안 왔다.
이사님한테 전화를 걸었다.
'일어났어?'
"이사님, 저랑 같이 가셔야죠. 혼자 가시면 어떡해요,"
'너 아프잖아. 그래서 그냥 나 혼자 왔어.'
"지금 세미나장에 계시죠? 지금 갈게요."
'아냐. 조퇴해. 내가 인사과에 말해놨어.
너 오후에 조퇴할거라고. 그러니까 조퇴해.'
"....이사님..."
'얼른 집에가서 푹 쉬고 있어.
세미나 끝나는대로 너 좋아하는 어묵탕 사가지고 집에 갈거니까.'
결국 이사님 성화에 조퇴하기로 했고 내 자리에 와서 가방을 들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로비에서 내리는데 이사님이 만나는 여자가 왔다.
여자는 엘리베이터를 탔고 이사님 지금 없다고 말했다.
여자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여자는 나를 보며 잘 됐다고 얘기 좀 하자고 한다.
지금 얘기 할 정신 없는데. 여자를 따라 회사 근처 카페에 왔고 여자가 자리에 앉자마자 이사님 얘기를 한다.
"준혁씨랑 어느정도 친해요?"
"그냥... 뭐, 서로 뭘 좋아하고 싫어하고 뭘 터치하면 안되는걸 알 정도 입니다."
"제가 보기엔 아닌거 같아서요. 준혁씨가 당신을 너무 편하게 불러서요."
"....뭐가 알고 싶은 겁니까."
"준혁씨랑 보통 사이 아니죠?"
"보통 사이가 아니라면 어쩌실겁니까."
"보통 사이가 아니라면 떼어놓아야죠.
내 남자 옆에 다른여자 있는거 싫어하거든요.
회사 여자직원 동료든 뭐든."
"순전히 질투 하시는거 같은데요."
"제가 못 떼어놓을 줄 알아요?"
"....저랑 이사님은 10년전에는 선생과 제자 사이였고
10년후 지금은 이사님과 비서 사이 입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사이 아니란 말입니다."
"....하,"
"사적일 때는 가끔 선생님이라고 부르기도 하죠.
도대체 당신은 내가 이사님하고 어떤 사이기를 바라는겁니까.
불륜 사이기를 바라는건 아닐텐데요."
"이봐요,"
"제가 충고 같은 경고를 하겠는데요.
첫째, 당신이 생각하는 이사님과 제 사이는 그런 사이가 아니란걸 명심하시고요.
둘째, 예지한테 미나리랑 파프리카 식탁에 올리지 마세요.
예지한테서 한번만 더 미나리랑 파프리카 강제로 먹였다는 말 나오면
그때는 가만 있지 않겠습니다."
카페에서 자리를 뜨고 곧장 집으로 왔다.
아까 그 여자는 도대체 이사님이랑 내 사이를 어떤 사이로 생각했길래
보통사이가 아니네 어쩌네, 떼어놓네 어쩌네야.
방에 들어와서 옷도 갈아입지 않고 정장차림 그대로 입고 침대에 장판을 틀고
그대로 잔 것 같다.
한참 자고 일어나니 저녁이었고 마침 이사님 전화를 받았다.
이사님의 문 열어달라는 말을 듣고 방에서 나와 문을 열어주었다.
이사님이 추워 추워를 말하며 들어왔고 검은 봉지를 주었다.
"자, 어묵탕."
"...감사합니다."
"세미나 듣는데 졸려서 죽을뻔 했다. 어후,"
"언젠가 이사님도 해야 할 세미나 인데요."
"열은 어떻게, 내려갔어?"
"뭐... 아침보단 나아요."
어디보자, 라며 이사님이 자기 손으로 내 이마를 다시 댔다.
이사님이 고개를 끄덕이며 아까보다 낫다며 얼른 어묵탕 먹고 다시 자라고 말한다.
거실 소파에 앉고 어묵탕을 테이블에 놓고 플라스틱 숟가락으로 떠 먹는데
이사님이 나를 빤히 쳐다본다. 예전에는 이사님이 나를 빤히 쳐다봐도 아무런 느낌이 없었는데
지금은 얼굴이 빨개진다.
"왜, 왜 그렇게 쳐다봐요..?"
"너 이거 다 먹는지 안 먹는지 보려고 쳐다본다."
"그런 부담스런 눈빛으로 보지 마시죠."
"나니까 보는거야."
"무슨 말을 못해요.. 이거 다 먹을테니까 얼른 집에 들어가세요. 예지가 기다리겠어요."
"너 이거 다 먹는거 보고 갈거야."
"......."
"참, 예지가 오늘 아침에 너한테 관심 좀 가지라더라.
생각해보니 너한테 그동안 무심했던거 같기도 하고.."
.....말 해야한다. 말 해야돼 오하늘.
".....이사님."
"응?"
"이제 저한테 잘 안해주셔도 되고 관심 안가져주셔도 돼요."
"....어?"
"이사님 여자친구 계시잖아요. 여자친구한테 신경쓰세요.
제가 이사님한테 뭐라고 이사님이 저한테 잘해주시고 관심 가져주세요."
"........"
".....이사님이 저한테 잘 해줄수록 저는 이사님을 착각한다고요.
이사님이 나를 좋아해서 잘해주는건가, 아니면 나 혼자 기분탓으로 착각하는건가."
"......."
"그러니까 이제부터 잘 해주지 마세요. 사람 헷갈리게 하지 말라고요."
*특별편 : 예지 이야기 *
"아빠."
"응?"
"하늘이 언니한테 잘 해줘."
"잘해주고 있는데?"
"아니야. 아빠 김송이 아줌마랑 만나는 이후로 하늘이 언니한테 관심 없어졌어."
"그런거 아니야. 아빠가 하늘이 언니 엄청 챙겨주고 있는데?
그리고 김송이 아줌마가 아니라 언니라고 부르랬지?"
"나한테 언니는 하늘이 언니 뿐이야.
학교 갔다올게."
"알았어. 무슨 일 생기면 아빠한테 전화해."
안녕. 나는 아빠 이준혁 딸 이예지야. 나이는 9살이야.
좋아하는건 시리얼이랑 페퍼로니 피자, 그리고 하늘이 언니야.
싫어하는건 미나리랑 파프리카 싫어해. 엄청 싫어해. 으... 생각만 해도 끔찍해...
학교 다닌지 얼마 안됐는데 저번주에 기말고사 시험봤어.
오늘은 성적표 나오는 날이야.
우리반에 들어왔어. 자리에 앉아서 1교시 수업 준비를 하는데 담임선생님이 들어왔어.
분명 저 손에 들린건 성적표 일거야..!! 담임선생님이 성적표를 나눠줬고
내 성적표를 봤어. 내가 학교 다닌지 얼마 안되서 국어 60점 수학 65점 맞았어.
다행이다. 아빠한테 안 혼나겠다. 성적표를 고이 넣어 가방에 넣고 공부 열심히 하고 점심시간이 되서
친구들이랑 밥 먹었어. 그런데 문득 김송이 아줌마가 누군가한테 전화하는 날이 생각났어.
"예지야, 무슨 생각해?"
"어, 있지. 우리 아빠가 만나는 아줌마가 있다고 했잖아. 그 아줌마 너무 수상해."
"응, 그런데 그 아줌마가 어떻게 수상한데?"
"어떤 사람한테 전화 하는 것 같은데 조사해보려고."
"그럼 나도 같이 조사할래! 언제 할거야?"
"학교 끝나자마자 조사할거야."
"오늘 돌봄센터 안가?"
"응, 오늘 하루 쉰다고 했어."
나는 반 친구 두명 모아서 김송이 아줌마 조사하기로 했어.
김송이 아줌마가 어떤 사람을 만나기로 한 날이 오늘이었거든.
친구들이랑 학교 끝나자마자 김송이 아줌마가 어떤 사람 만나기로 한 장소인 공원에 왔어.
시간대로 김송이 아줌마랑 어떤 사람이 나타났어.
친구 한명이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었어.
또 다른 친구 한명은 축구공을 아줌마와 어떤 사람에게 던지면서 가져오면서 두 사람이 말하는 걸 녹음했어.
친구들을 데리고 분식집에 와서 떡볶이랑 튀김 사주었고 친구들이 나한테 보내 온 사진이랑 녹음한걸 받고
녹음한 친구가 아줌마랑 어떤 사람이랑 얘기하는걸 대충 들었는데 우리 아빠 회사 프로젝트 어쩌고
돈 횡령 어쩌고 말했대. 김송이 그 아줌마 수상해.
얼른 집에가서 아빠한테 사진 보여주고 들려줘야겠어.
이만 나도 안녕!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감사합니다🙇♀️❤
움짤은 시간관계상 구하지 못했습니다..(반성)
또 만나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