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성이름 가려고? 밥은? 왜 안 먹었어. 입에 안 맞아?"
"어, 그냥. 국이 식어버려서. 먼저 가볼게."
"... 어, 어어. 이따 연락할게."
문을 열자마자 김선호와 김선호 뒤로 그 여자가 보였다. 먼저 가보겠다고 지나치자마자 집으로 들어서는 둘을 보면 속이 쓰렸다. 좀만 더 늦게 나왔어봐. 완전... 바보될 뻔 했잖아. 짜증나 김선호. 진짜 짜증나.
그 짜증나는 김선호가 고작 한 두시간만에 얼굴 좀 보자고 왔다. 티는 안 내고 싶었는데 하나도 달갑지않은 건 사실이라, 표정으로 다 드러났나보다. 집에 들어온지 십분이 다 돼가는데 말 한 마디없이 눈치만 보고있다. 사람 속 답답하게.
"할 말 있어서 온 거 아냐? 왜 말이 없어."
"아, 그냥... 아까 너 그렇게 간 거 자꾸 신경 쓰이기도하고 밥은 좀 먹었나해서 왔지."
"내가 앤가. 밥은 물론이고, 디저트까지 꼬박 챙겨 먹었거든."
"그랬어? 잘했네."
".... 근데 너 걔랑 다시 합친 거 아니야? 또 나랑 이러고있는 거 알면 안 좋아할텐데. 그만 가지?"
분명 술은 어제 마셨는데 속은 이제서야 쓰려온다. 그만 가라고 하면서도 정말 쿨하게 나갈까봐 힐끗힐끗 쳐다만 봤다. 김선호는 소파에 딱 앉아서 나갈 생각도 없어보였지만.
"누구, 은정이? 내가 너랑 계속 놀 거라고 했잖아~ 근데 내가 걔를 왜 다시 만나겠어."
"아, 뭐... 나는 너네가 같이 들어가길래."
"아 그거. 얘기 좀 하다가, 짐 가지러 잠깐 들어온 거야."
그걸 빌미로 조금이라도 멀어질까 했었는데. 빌미마저 없어져버렸네.
"근데 표정이 왜그래? 무슨 일 있어? 어디 안 좋아?"
"아니, 괜찮...은데..."
무슨 일이야, 너무 없어서 문제지. 너를 미워하고 밀어내야하는데 그럴만한 이유가 없잖아. 이마에 손바닥 갖다대는 선호에 몸을 뒤로 젖혔다.
때론 그 애의 선의가 나를 바닥까지 끌어내리곤 한다. 아무런 악의없이.
나 진짜 얘랑 친구 끊을 수 있는 거 맞지...? 아니, 아니다. 친구를 안 끊어도 되는 방법이 있긴 하지. 마음만 정리하면 되잖아. 깔-끔하게! 먼지 한 톨 안 남기고 정리하자. 그럼 되지. 이제 얘 그만 좋아할래.
"얼굴은 또 왜 이렇게 빨개. 괜찮은 거 맞아?"
오키! 깔끔하게 포기 들어간다.
안 좋아하긴 개뿔...
다시 어떻게 친구 끊을지나 생각해야겠네.
*
간만에 김선호 아닌 다른 친구 만나려고 아침부터 옷을 빼입었다.
이해윤이라고, 김선호 통해서 알게 된 친구인데 어쩌다보니 김선호보다 나랑 더 친해졌다. 그래서 뭐. 얘는 알고있다. 내가 김선호를 어떤 눈으로 보고있는지. 휴학하고 본가로 내려간 후로 못 본지 꽤 돼서 조금 어색, 어? 뭐야. 유레카. 나도 그러면 되겠네.
새로운 방법을 발견해 기쁜나머지 해윤이를 만나자마자 와락 안아버렸다.
친구야, 나 드디어 김선호랑 친구 그만할 수 있나봐.
"김선호랑은. 어떻게 좀, 진전이 있어?"
"진전은 무슨... 그런 거 바라지도 않아."
"그럼 아직도 쌩깔 생각하고 있는 거야?"
"어, 완전 시도 때도없이. 그래서 나, 내려가려고."
"내려간다니? 어딜?"
"동생 이번에 자취 시작했잖아. 종강하면 바로 내려가려고."
"선호한테는... 말 안 하고?"
고민도 않고 잽싸게 고개를 끄덕였다. 당근 말 안 하지. 입 싹 닫고 내려갈래. 몇 달 내려가 지내면, 김선호랑 나도 어색해지겠지. 멀어지겠지. 그래서 난 말 안 해.
선호야 미안하다. 나 이제 진짜 너랑 안 놀 방법 찾은 것 같애.
*
사족 |
넣고 싶은 장면만 오바 보태서 백가지인데... 아직 하나도 못 썼다는 사실`°`... 어언젠간 다 쓰겠죠...? |